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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58)화 (158/224)

158화

“바꿔 말하면 그분이 내게 유달리 잘하시는 이유는 아저씨도 모르시는 거네……. 대양, 오늘 나루터에서 순우 아가씨가 쓰러졌을 때 말이야. 내가 원래는 달려나가려 했는데, 심 부인께 단단히 붙잡혔었어. 나는 그분 힘이 그렇게 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분은 마치, 마치…….”

그녀는 한참이나 애를 써도 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이가 위험으로 뛰어드는 걸 볼 수 없는 것과 같겠지.”

양악이 그런 그녀 대신 적당한 말을 찾았다.

“어머니로서?”

금하는 어색하게 대양이 말한 말을 되뇌며 미간을 찡그렸다.

“불가능하지. 심 부인은 대가댁 출신이고, 설령 딸을 알아봤다 해도 그 딸은 순우 아가씨 같은 모습이어야 해. 게다가 그분은 관가 사람도 싫어하시니 내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건 더욱 뭔가 맞지 않아……. 나는 이 일의 시작이 네 밥을 드셨을 때부터라고 생각하거든. 그분이 대장의 성함을 들은 후 이상해지셨어.”

양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내가 아버지께 편지를 써서 그분을 아시느냐고 물어볼까?”

금하도 생각에 잠겼다.

“며칠 지내보자. 어쨌든 이 일도 급하진 않으니, 상관 언니 다리 상처가 좋아지면 그때 써. 대장은 지금 사가에 머무시니, 만약 상관 언니 다친 일을 말씀드리지 않으면 훗날 사가 어르신은 서운함을 느끼실 거야. 그렇다고 지금 말씀드리면, 어른들 공연히 걱정시켜 드리게 되는 거고. 그러니 상관 언니 부상이 회복되면 함께 편지를 써. 그럼 그분들이 편지를 보시더라도 안심하시겠지.”

“그게 좋네.”

양악이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훈툰을 먹은 후 각자 쉬러 돌아갔다. 그 밤은 아무 일이 없었다.

* * *

“머리는 지푸라기처럼 푸석하지 않게 잘 손질해야 해.”

이른 아침, 심 부인은 금하 대신 빗질을 해주며 미간을 찡그렸다.

“내일은 흑임자와 하수오를 사서 가루 내야겠다. 매일 저녁 한 번씩 먹으면 돼.”

거울을 바라보던 금하는 심 부인이 빗질해주는 머리가 아픈 것을 지극한 인내로 꾹 참았다.

“귀찮게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제 머리는 그냥 편히 하나로 묶으면 돼요. 빗질은 필요 없고요……. 아아아, 살살, 살살……. 이런 번거로운 모양으로 빗을 필요 없어요.”

금하는 하나로 잘 빗은 머리를 대충 집어 올렸다. 심 부인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똑바로 바로잡고 말했다.

“움직이지 말거라! 네가 아가씨란 걸 잊지 마. 공문 사람이라 해도, 아가씨의 외모를 소홀할 순 없는 거야. 마침 요즘은 내가 한가하니 잘 가르쳐 주마. 네가 그래서 꼴은 갖춰야 내가 면목이 서지.”

순간 심 부인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상히 여긴 금하가 거울 속으로 그녀를 흘끔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면목이 서세요?”

“네가 나를 ‘이모’라 부르는 거에 면목이 선다고! 가만 있거라!”

심 부인이 그녀의 머리를 다시 돌려 놓고 계속 빗질을 했다.

가까스로 빗질이 끝난 후, 금하는 어색하게 거울을 바라봤다. 심 부인이 화장 도구 정리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몰래 일어나 밖으로 빠져나왔다.

“대양이 절 부르는 것 같아요. 저 가요!”

“잠깐만!”

심 부인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금하는 이미 문 입구까지 나갔으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돌아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참, 저 떡 사러 가야 해요. 이모, 어떤 종류 좋아하세요? 짠 거, 아니면 단 거?”

심 부인은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진지하게 당부했다.

“길을 걸을 때도 아가씨답게 허둥지둥대지 마. 사람들이 경박하게 본단다.”

“네.”

얌전히 대답한 금하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심 부인이 창을 통해 자신을 지켜볼 거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걷다가 모퉁이를 돌고서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개숙이 양악과 밖에서 만두를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금하는 그들을 맞닥뜨리자마자, 당장 개숙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

“아저씨, 우리 이모 언제 아내로 맞이하실 거세요?”

“이른 아침부터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개숙이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금하는 여전히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급한 거니, 시원하게 말씀 좀 해 주세요! 아니면 제가 이모 대신 다른 사람 찾아 드릴게요.”

“아침부터 간이 부었니?”

“제가 할 거 같아요, 못 할 거 같아요!”

금하의 대단한 기세는 사람을 짓눌렀다.

“제 머리 보세요. 아침부터 저를 불러다 머리 땋는다고 아프게 하시고는 또 절 잘 가르쳐야 제가 이모라 부르는 거에 면목이 선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니가 널 가르치려 한다고?”

개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뭐. 어차피 내 머리는 아니니까.”

금하는 버럭 화를 냈다.

“아저씨 왜 알아듣지 못하세요. 우리 이모 나이 정도 되시면요. 아이가 있어야 해요.”

순간 개숙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아저씨가 얼른 서둘러서 이모를 아내로 맞으시고, 또 아이를 낳으면, 우리 이모는 가르칠 대상이 생기시는 거죠. 공연히 제게 시간 허비할 필요가 없으세요.”

금하는 임무가 막중하다는 표정으로 개숙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서두르세요, 아저씨! 이모가 또 이렇게 저 데리고 연습하신다면, 저는 바로 숨어야 해요.”

금하의 머리는 방금 사 온 만두가 식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말을 끝내자 마자, 그녀는 개숙만 남겨두고 재빨리 양악을 쫓아갔다.

다만 개숙은 정신이 홀딱 나간 상태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고, 거미 한 마리가 그물을 치려고 그의 어깨에 날아 앉았다. 거미는 그의 목덜미를 따라 위로 그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올랐다. 그리고 이곳이 매우 적당하다고 생각한 거미는 부지런히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 * *

소매를 걷은 순우민이 설거지통 안의 대젓가락을 씻었다. 깨끗이 씻고 다시 깨끗한 물로 헹구고 나서야 깨끗한 천으로 대젓가락의 물기를 닦았다.

탁자와 의자를 닦고 돌아온 양악은 순우민이 기어이 젓가락까지 다 씻어 놓은 것을 알고는 당황해 했다.

“순우 아가씨, 이런 건 허드렛일이에요. 제가 하면 됩니다.”

“괜찮아요. 전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요. 저도 천천히 배워가고 싶어요.”

순우민은 온유하게 웃으며 사람 수대로 젓가락을 세어 식탁 위에 놓았다.

어제 나루터에서 왜구를 만난 일로 순우민의 계집종이 죽고, 할멈은 도망갔다. 대공자의 당부를 자신이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잠수는 마음이 매우 불안하였다. 게다가 서 할아범은 왜구가 신하성을 공격할 거라고 말했는데, 진실 여부를 떠나 그건 그것대로 사람의 마음을 한층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그는 밤새 뒤척거리다가 날이 어슴푸레 밝아지고서야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러고는 몹시 피곤한 상태로 대청으로 갔는데,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순우민이 식탁에 식기를 놓는 장면이었다. 잠수가 빠르게 달려가 다급히 말했다.

“순우 아가씨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십니까. 원 낭자가 일부러 시킨 겁니까?”

금하는 일관되게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행동을 해 왔으니, 그는 별 생각도 하지 않고 당연히 금하가 순우민에게 시켰을 거라고 단정지었다.

그 금하는 마침 만두 냄새를 따라 대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누구한테 시켰다고요?”

순우민이 급하게 해명하려고 했다.

“아니에요, 이건 내가 스스로…….”

순우민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잠수는 이미 그녀의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맹렬한 기세로 금하에게 화를 낸 것이다.

“경고해 두는데, 순우 아가씨가 성격이 좋다고 네가 뭔가 시킬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넌 저분과 다르지. 이런 허드렛일을 어떻게 아가씨께 하시라 해?”

“이일은 원 낭자와는 상관없어요. 내가 알아서 한 거예요.”

순우민은 그녀가 살아온 동안 가장 큰 목소리를 냈지만, 애석하게도 잠수는 전혀 듣지 못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금하는 여유가 있었다. 그녀는 잠수의 눈밑이 푸르스름한 것을 보며 상황을 헤아렸다.

“어젯밤 잠 못잤나 봐요? 어쩐지 아침부터 이렇게 버럭한다 했더니…… 무슨 생각했길래 잠도 못 자요? 어제 나루터의 일? 순우 아가씨는 잘 챙기지 못한 것 같고, 은자도 잃어버려서 대공자 돌아오시면 벌받을까 걱정했구나? 아님, 서 할아범한테 왜구가 신하성을 공격할 거라는 말을 들어서 여기 있는 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대공자 오시는 건 기다려야 하고, 그러니 간다 할 수도 없고, 상황이 이러니 밤새 잠도 안 와서 뒤척거렸죠?”

잠수는 당황하여 멍하니 굳었다. 뜻밖에 금하가 오차 하나 없이 그의 마음을 읽어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귀신이 곡을 하겠네!”

금하가 헤헤 웃었다.

“내 말이 딱 맞은 거구나? 오라버니, 일단 앉아요. 조급해하지 맙시다. 만두 먹어서 목도 좀 축여요.”

만두로 목을 축일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순우민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금하가 잠수를 위로한 셈이란 걸 알았다.

“순우 아가씨도 앉으세요.”

금하의 말에 순우민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먼저 먹고 있어요. 내가 두 선배님 모셔올게요.”

이런 심부름을 어떻게 또 그녀에게 시킬까.

잠수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데, 바로 금하의 말소리가 들렸다.

“정말 친절한 우리 아가씨! 오라버니 정말 이해 못해요? 순우 아가씨가 대가댁 규수라는 건 우리 모두 알아요.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해도, 오라버니가 보호해 줄 거고 누구도 아가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가씨는 그냥 있지는 않았죠. 이걸 일러 상황파악을 한다고 해요. 지금은 다들 어려운 걸 아니까, 더욱 고난을 함께 하려는 거예요.”

“어째 좋은 말은 다 네 차지야?”

“사실은 오라버니도 알고 있잖아요. 단지 오라버니는 여자를 끔찍이 위할 뿐이고, 냉정하지 못할 뿐이죠.”

금하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만두는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무슨 생각이 들어 손을 거뒀다.

“두 선배님 오시면 그때 먹자. 그리고 저쪽 상관 누님과 소방주 쪽은 먹었어?”

“안 먹었을 걸요. 언니는 다리가 불편하니 내가 가져다줄게요…… 참, 그리고 아예 것도.”

금하는 만두 접시를 들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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