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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48)화 (148/224)

148화

“나는 알아요. 그는 당신을 죽이지 못했고, 우리의 진상 조사를 막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또 이런 핑계를 늘어놓아 당신을 기만하려는 거예요. 대인, 그의 계략에 넘어가면 안 돼요!”

육역은 재미있어하며 웃었다.

“일전에 너도 그가 왕직에게 계략을 꾸몄을 거로 추측하지 않았었나?”

“제가 그렇게 추측하긴 했지만……, 잊지 마세요. 그는 어젯밤 당신을 죽이려 하고, 오늘 바로 당신에게 숨김없이 다 털어놨어요. 이걸 믿을 수 있어요? 게다가 군대는 모두 그의 사람뿐이고, 사방은 무기로 둘러싸였죠. 그가 밀령을 내리기만 하면, 누군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요. 이건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공교롭게도 현재 그의 뒷배는 이미 무너졌다. 엄가도 의지할 수가 없으니, 유일한 생존의 기회가 내게 달렸어. 그는 나를 구원의 지푸라기로 삼으려고 하는데, 어찌 내게 해롭게 할 수 있을까.”

육역이 금하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뺨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일 너희는 바로 신하성으로 가. 가는 길에는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넌 아직 다리를 절어 그나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니 나는 다소 마음이 놓여.”

금하는 그를 향해 으, 하며 이를 드러내고는 바로 의기양양해 했다.

“이모가 말씀하셨어요.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이틀 더 지나면, 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요.”

“심 부인의 의술이 과연 보통이 아니구나.”

“그러게요. 우리 이모는 제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세요.”

금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당장 따뜻해졌다.

“아저씨가 말씀하셨는데요. 이모가 심지어 제 옷 지어 주신다고 일부러 시장에 가셔서 옷감을 마련하셨대요. 게다가요. 오늘 제 몸에 모기가 몇 방 문 자국을 보시더니, 정말 뜻밖에도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참 이상하죠? 우리 엄마도 이렇게 저를 애틋해 한 적이 없으셨는데요.”

육역은 확실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와 특히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한 일이 없으면 대가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금하는 가늘게 한숨을 토했다.

심 부인이 갑자기 남겠다고 하던 그때, 육역은 이미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또 심 부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금하에게 이리 잘하니 그는 더욱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역은 되돌려 생각해 보다가 금하에게 물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심 부인이 남고자 했던 것이 너와 양악이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너희는 무슨 말을 했더냐?”

“윤병 같은 복건성의 특산물 얘기하고…….”

금하는 애써 돌이켰다.

“대양이 대장도 즐겨 드시기 때문이라 말했고, 참! 대장의 성함을 들은 후, 그분 옛친구가 경성에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름 자가 대장과 비슷했는데 아쉽게도 대장과는 발음만 같고 뜻이 다른 글자였어요. 제가 옛친구 찾는 걸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 후……, 그 후 그분 표정이 매우 이상하긴 했어요.”

“혹시 양 선배와 관련이 있는 건가?”

“대장이 그분의 옛친구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신분이 걸려서 명확히 말하지 못하시는 거고요.”

금하는 계속 추측해 나갔다.

“그래서 제가 대장의 제자이니, 제게 특히 잘해주시는 거고요.”

“만약 그렇다면, 그분은 양악에게 훨씬 잘해야 해.”

육역이 물었다.

“양악에게는 어떻게 대하시지?”

“요리를 잘한다고 칭찬하셨고……,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육역이 갸웃 고개를 기울여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분은 아마 네 천부적 총명함과 영리함에 반하신 걸 테지.”

금하는 육역의 말에 정말로 기분이 좋아져 봄꽃처럼 웃어 보였다.

“별말씀을요.”

* * *

밤이 되어 심 부인이 약을 달이러 부엌에 왔을 때, 안에서는 때마침 양악이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었다.

“아직 밥 안 먹었어요?”

심 부인의 물음에 양악은 웃어 보였다.

“내일 신하성으로 가야잖아요. 가는 길에 먹을 떡 좀 구워가려고요.”

“점원에게 준비해 달라지 그랬어요.”

“그래도 제가 굽는 떡이 조금 더 든든해요. 게다가 금하도 이걸 좋아하고요.”

양악은 대화를 하면서도 반죽에 열심이었다.

“저희 공무로 출장 다닐 때는 갖고 다닐 수 있게 구워주곤 해요.”

“양악은 금하에게 정말 잘하는군요.”

약재를 약탕관에 넣은 심 부인은 물을 담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양악이 웃으며 답했다.

“우리 식구인데요. 잘한다 못 한다, 같은 건 없어요. 우리 둘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걔는 제 친동생 같아요.”

“금하 말로는 아버님도 그 아이에게 매우 잘하신다면서요.”

“맞아요. 우리 아버지에게 친딸이 있었더라도 이보다 못하셨을 거예요.”

양악은 옛일을 떠올렸다.

“집에 맛있는 게 있으면, 제게 늘 금하네도 갖다 주라 하셨죠.”

“두 집이 이웃이었나 봐요?”

심 부인은 은막대로 천천히 약을 저어가며 무심한 듯 물었다.

양악도 별다른 경계심 없이 답했다.

“한 거리에 살았어요. 제 기억으로 이사를 막 와서 저랑 금하가 한바탕 싸웠어요. 그때 걔는 몸집은 제일 작은데, 기세가 정말 대단했죠. 아버지가 특히 금하를 좋아하셨어요. 지금도 떡 하나를 사도 금하와 나눠 먹으라 하세요.”

“그때 양악은 몇 살이었어요?”

“6살 정도였죠.”

심 부인은 이미 불에 올린 약탕관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를 본 양악이 다정한 목소리로 권했다.

“제가 보고 있으면 되니, 선배님은 가서 쉬세요. 약이 다 달여지면, 다시 불러드리겠습니다.”

심 부인이 그에게 당부했다.

“한 사발로 달이면 돼요.”

“네. 기억하겠습니다.”

심 부인이 부엌을 나가기 전, 옷자락 하나가 모퉁이를 재빨리 돌아나갔다. 늘 그렇듯 담담한 표정의 육역은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개숙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아무 일도 없던 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 * *

다음날 이른 아침, 떠나야 할 사람들의 행장은 마차로 옮겨 준비가 모두 끝났다.

끌채에 앉은 금하는 육역이 멀지 않은 곳에서 잠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뒤로 그는 순우민의 마차로 가 몇 마디를 하고, 이어 또 개숙과 심 부인에게…….

금하는 그가 그녀 쪽으로 다가오길 꾹 참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의 마차가 움직이자, 양악 또한 서둘러 채찍질을 하고 마차는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금하는 속이 바짝 말랐다.

“대양, 좀 기다려. 그게……, 육 대인께서 분명 분부하실 말씀이 있을 거야.”

양악은 말고삐를 조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육역이 다가와 양악에게 간단한 말로 당부했다.

“조심해서 가야 한다. 가거라.”

눈이 빠지게 그를 한참이나 기다렸건만, 그가 자신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줄이야.

금하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그와 교차하여 지나가는 찰나, 희미하게 웃던 육역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그녀에게 소리 없이 세 글자를 말하는 듯했다.

‘기다려!’

금하는 육역의 입 모양을 알아들었다. 동시에 마음의 화는 일시에 사라지고, 마음은 그저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몸을 마차 밖으로 내밀어 육역을 보고 또 보았다. 우뚝하니 빼어난 자태와 온화하고 재기 있는 표정으로 그는 그곳에 서 있었고, 금하는 그에게 시집갈 거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기다릴게요.

육역을 향해 웃어 보인 금하는 자신의 대답이 그에게 전해지길 바라고 또 바랐다.

마차가 길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았다. 그때서야 육역은 시선을 거뒀고, 이때 잠복이 하사관과 함께 말을 끌고 왔다.

말 세 마리가 먼지를 날리며 북성을 나와 잠항을 향해 나는 듯 질주했다.

잠항으로 가기 전날 밤, 잠복은 육역이 참고할 수 있게 유대유에 관한 자료를 건넸다. 미리 확인한 육역이 그에게 귀띔을 했었다.

“여기 유 장군은 전공을 세워 착실하게 진급한 사람이다. 분명 나같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일하려는 귀족 자제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너는 기억해라. 병영으로 가면, 병영의 규칙대로 일 처리를 하고, 거드름을 피워선 안 된다. 언행 또한 반드시 분별이 있어야 해.”

잠복이 웃으며 말했다.

“대공자께서도 절 너무 가볍게 보십니다. 제가 언제 밖에서 공자의 이름을 과시한 적이 있습니까.”

“유 장군이 이끄는 이들을 또 유가군이라 하는데, 전부 그가 직접 훈련 시켰고, 다른 곳과는 다르지. 군영으로 간다는 건 그의 구역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 처리하는 것도 신중해야 해.”

잠복은 의아해했다.

“대공자의 신분이 있으신데, 누가 감히 우리에게 눈치를 줄까요?”

육역이 담담히 웃었다.

“가 보면 알게 된다.”

* * *

그들은 줄곧 말에 박차를 가해 하루 만에 벌써 주산舟山에 도착했다.

이곳은 유대유의 유가군이 주둔한 곳으로 군영에 채 도착하지 않아서 수많은 패잔병이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을 맞닥뜨렸다. 경상자가 중상자를 부축하여 비틀거리며 가고 있는 모습이…….

“대공자?”

육역이 말에서 내렸다. 영문을 몰라 하던 잠복 또한 급히 그를 따라 말에서 내렸다.

육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타고 있던 말을 부상자에게 내어주니, 잠복도 더 묻지 못하고 자신의 말을 따라 내줬다.

수행하던 하사관도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육역의 품계는 그보다 훨씬 높아서 그만이 말을 타고 갈 수는 없는 일, 하는 수없이 그의 말 또한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글거리는 태양 빛 아래, 육역은 패잔병들과 함께 주둔지를 향해 걸었다.

가는 도중 파악한 바로는 잠항은 주산의 서쪽에 있었다. 그곳은 산봉우리가 구불구불 이어진 곳으로 산길은 험하고 좁았다. 게다가 나루가 매우 많고, 지형이 복잡하여 지키기는 쉽고, 공격은 어려웠다.

명군의 이번 공격에 왜구는 걷기 매우 위험한 길 하나만 남겨둔 채 모든 길을 막았다. 그예 명군의 진공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협소한 길을 따라 줄지어 들어가야 했다. 그리하여 잠항으로 들어가는 막바지 즈음에 왜군은 후로를 차단하고 앞뒤로 명군을 협공하였다.

결국 명군은 대패하여 사상자가 반이 넘었다.

육역이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왜구에게 쉽사리 포위당할 수 있는 지형이라는 것을 유대유도 분명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그는 왜 강공의 모험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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