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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41)화 (141/224)

141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금하는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육역이 그녀의 방을 떠나자마자, 그녀는 절뚝거리며 부엌으로 달려가 양악이 음식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윤병 만들어?”

양악은 익반죽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육 대인께서 은자를 내주셔서 이렇게 아낄 필요 없잖아. 제일 좋은 재료로 맛있는 거 만들어.”

금하의 말에 양악은 그저 웃으며 물었다.

“심 부인이 어디 분인 것 같아?”

“그분이 동남쪽으로 갔으니, 절강은 아니겠고 복건이겠지.”

“내 생각은 복건인이야. 방금 점원이 그분에게 차를 들고 갔는데, 그분은 용정차는 안 드신대. 그러면서 안계의 철관음을 원하셨어.”

금하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우리 대양이 그래도 눈치가 있고, 똑똑하네. 이런 것도 맞춰 드릴 줄도 알아서 윤병도 만들고.”

음식 준비를 끝낸 양악은 한 상 잘 차려놓고, 심 부인과 개숙을 자리로 청했다. 금하는 다리를 다친 상태였지만, 열의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이모와 아저씨는 항주에 처음 오셨죠? 항주는 좋은 경치가 매우 많아요. 서호, 뇌봉탑, 영은사……. 이틀만 더 머무르시면, 제가 두 분 모시고 둘러볼게요.”

“다리까지 절뚝거리면서도 이렇게 노는 것만 좋아해요.”

개숙이 금하를 가볍게 타박했다.

“계집애, 내가 알기론 너도 항주 처음이잖아? 우릴 데리고 둘러본다고?”

그런데 윤병을 본 심 부인은 살짝 넋이 나갔다.

“어떻게 이 요리를 만들 줄 알아요?”

그녀의 물음에 양악이 답했다.

“저희 아버지께서 즐겨 드십니다. 집에서도 자주 만드는데, 이 호태만은 구하기 쉽지 않아요.”

금하가 옆에서 빙그레 웃으며 끼어들었다.

“이모, 대양이 만든 음식이 괜찮으시면, 며칠 더 묵으세요. 대양에게 매일 드실 음식 만들라고 할게요. 제가 장담하는데, 매일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

심 부인은 금하가 자신을 설득할 방법을 이모저모 궁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웃으며 고개를 저은 그녀는 계속 양악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 복건인이세요?”

“아, 그건 아닙니다. 아마 아버지께서 오래전에 드셔보시고, 내내 그 맛을 기억하시는 듯해요.”

심 부인이 웃으며 윤병피를 가져가 채소를 올렸다.

“나도 몇 년 동안 먹지 못했어요. 정말 여기서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아버님은 어떤 분이세요?”

“제 아버지는 육선문의 포두, 양정만이십니다.”

이름을 들은 순간, 심 부인의 표정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하지만 양악은 심 부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부인께선 아마 제 아버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치셔서, 큰 사건은 맡지 못하십니다. 저는 능력이 모자라 아버지의 솜씨를 단지 겉핥기로만 배웠을 뿐이고요.”

오히려 금하가 심 부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여겨보고는 탐문하듯 물었다.

“이모, 제 사부님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아, 아니. 당연히 들어본 적 없지.”

심 부인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냥 이름 자가 듣기에 옛 친구와 비슷해서. ‘정만’은 어떤 글자를 쓰시나요?”

“전도가 양양하다는 뜻인 붕정만리鹏程万里의 정만이라는 글자를 쓰십니다.”

양악이 답했다.

“아……, 발음이 같고 다른 글자군요. 내가 틀렸어요.”

심 부인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윤병을 말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를 눈여겨보던 금하는 의혹이 잠깐 생겼으나, 아예의 병세를 더 걱정하다 보니, 심 부인의 모습은 계속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빨리 심 부인을 남도록 설득할 방법을 찾는 것으로 분주했다.

“이모, 어떤 옛친구가 경성에 계세요? 제가 찾는 거 도와드릴까요? 제가 명색이 육선문의 포쾌예요! 비록 품계는 없어도,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있어서 사람 찾는 건 문제가 안 돼요.”

금하의 어조는 다정하고 정성스러웠다.

심 부인이 금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말없이 그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계속 그러고 있으니 금하는 조금 당황스러워졌다.

“아저씨……, 이모 왜 저러세요?”

개숙도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그릇의 냄새를 맡았다.

“너희들 음식에 약이라도 탔니?”

금하는 기가 막혔다.

“아저씨 머리는 장식품인가 봐요. 우리 이모나 되시니 아저씨 안 차버리시는 거예요.”

이때서야 심 부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 낭자는 왜 언제나 나를 ‘이모’라 불러?”

“…….”

금하는 멍하니 굳었다.

“그건……, 부인이 특별히 친근해서 그렇죠.”

“얘는 누구라도 다 특별히 친근하다고 하지.”

개숙이 시기적절하게 한 마디 끼어들었지만, 금하는 불만스러워 했다.

“아이, 정말. 아저씨 제 친아저씨 맞아요?”

“그럼 넌 내 진짜 친조카냐?”

“아저씨 손자야말로 여기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금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원래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아저씨 손자가 방금 위층에서 제게 얘기했어요. 아저씨께서 며칠 더 묵으셔서 아저씨께 제대로 효도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요. 이래야 경성으로 돌아간 후, 본인 아버지께도, 선조들께도 면이 선대요. 아저씨, 그분의 이런 일편단심 효심을 보셔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좀 도와주세요!”

개숙은 매우 기뻐하였으나, 그다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웃었다.

“우리 조카딸은 정말 말을 잘 한단 말이지. 나는 그 아이가 응당 나를 경성으로 청한 뒤, 본인 아버지와 함께 내게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래야 정녕 성의가 있는 것이지. 안 그러냐?”

“그럼요!”

금하의 말은 호방하고 시원시원했다.

“제가 바로 육 대인께 아버님께 편지를 써서 경성에 어마어마하게 큰 집을 준비하시라 할게요. 아저씨가 며칠 더 머무시고, 회신이 도착하면 바로 경성으로 모실게요.”

옆에 있던 양악은 금하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의미로 계속 기침을 해댔다.

개숙이 그녀에게 일침을 놨다.

“계집애, 아직 시집도 안 갔으면서.”

그들의 대화 사이, 육역이 여유 있는 걸음으로 천천히 대청으로 걸어들어와 온화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금하, 선배께서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으면, 넌 그만 설득하거라. 아예 쪽은 내가 의원을 다시 찾아보면 돼.”

육역의 시선이 다시 심 부인과 개숙을 향했다.

“다만 지금은 세상이 평온하질 않고, 두 선배께서는 다시 남으로 가시니 반드시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여비 조금과 제가 직접 쓴 서신 한 통입니다. 곤란한 일을 당하셨을 때, 이 편지가 선배님들을 곤경에서 구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가 나무 상자 하나를 개숙에게 전했다.

“네가 편지를 썼다고?”

개숙이 상자를 열려고 하자, 육역이 손을 눌렀다.

“나중에 쓸 일이 있을 때, 그때 보시지요.”

육역이 자조하듯 웃었다.

“저도 제 지위가 낮아 말발이 서지 않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버님이 계시고, 사람들이 아직은 그래도 그분의 체면을 봐주곤 합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은 호가호위(*남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리다.)를 하곤 하지요.”

금하는 육역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며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바로 심 부인의 말이 들렸다.

“우리 안 가요. 남아서 우선 그를 치료할 거예요.”

“이모!”

금하의 목소리는 놀람과 기쁨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

“이모 정말 남으실 거예요? 아……, 그런데, 왜요?”

개숙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또 안 간대?”

심 부인은 평소처럼 평온하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아이들의 정이 이리 깊고, 요리도 맛있고요. 더 있어도 괜찮을 듯해요.”

육역 역시 심 부인이 갑자기 생각을 바꿀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신다니 매우 좋습니다. 제가 주인에게 두 분 선배님께 좋은 방 두 개를 준비하라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심 부인이 금하를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돈 쓸 필요 없어요. 이 아이와 좁으면 좁은 대로 쓰면 되죠.”

금하는 다시 멍하니 굳었다.

심 부인의 말투는 자연스러웠다.

“네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아서 함께 있으며 살피는 게 편해. 가뜩이나 날 이모라 부르는데 이름값은 해야 되잖니.”

“그럼 나는…….”

개숙은 양악을 향해 돌아서 다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네 잘 때 코는 안 골지?”

“…….”

* * *

심 부인이 아예에게 침을 놓는 사이, 금하는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육역을 조용히 한쪽으로 끌고 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심 부인의 신분을 알아내셨어요?”

“음?”

육역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다리를 살폈다.

“넌 왜 얌전히 쉬지도 못해?”

“제게 감추지 마시고요. 만약 그녀의 신분을 모른다면, 대인이 굳이 편지 같은 걸 쓸 필요가 없었겠죠.”

“흠.”

“저분들이 왜구를 만나면, 대인의 서신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분명 관부가 저분을 찾아 귀찮게 할 때, 그 서신이 어려움을 해결해주겠죠.”

육역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금하가 지나치게 총명한 것을 불평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뻐해야 하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방금 비둘기 전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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