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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40)화 (140/224)

140화

개숙은 입을 열자마자 육역의 질책부터 시작했다. 그는 그 김에 마차의 고삐도 육역에게 던져줬다.

“서둘러. 우린 놀란 마음이나 진정시키게 성에 들어가 차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

이 상황을 지켜본 잠복이 앞으로 나서서 호통을 쳤다.

“당신 누군데, 감히 우리 대공자께 무례하게 굽니까!”

“엥? 이 꼬마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니. 내가 내 집 자손 좀 가르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개숙이 육역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말 잘 듣는 손자야, 밤에 쟤 마구간에서 자라고 벌 좀 줘라. 안 그러면 네 할아버지 영 화가 안 풀릴 것 같다.”

육역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잠복에게 정확히 설명을 할 수도 없었기에 그냥 고삐를 그에게 넘겼을 뿐이었다.

“두 분 선배님은 내게 은혜를 베푸신 분들이다. 무례해선 안 된다.”

육역의 말에 고삐를 받은 잠복은 더는 묻지 못했다.

마차가 성으로 들어가는 동안, 양악은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육역에게 보고했다. 육역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고, 그는 따로 잠복을 불러 서둘러 호종헌에게 가서 이 일을 보고 하라고 지시했다.

* * *

객잔에 도착한 후, 육역은 몸을 숙여 마차 안으로 들어와 금하를 두 팔로 안았다.

오늘 일은 확실히 변명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금하는 여전히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개숙이 머리부터 들이밀고 들어오다가 그것을 보았다.

“쟤는 방금까지 기운이 팔팔하더니 지금은 왜 풀이 팍 죽었어? 중독 때문이야?”

심 부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동양인의 독이라도 아직 그렇게까지 강한 효력은 없을걸요.”

금하는 육역의 가슴에 기대어 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기어이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실눈을 떴는데, 하필 육역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는 깜짝 놀라 다시 얼른 감았다.

“정말 피곤하면 자. 이렇게 자는 척만 하는 게 더 힘들지 않아?”

육역이 그녀를 안고 걸어가며 말했다. 어조만으로는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금하는 그가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알고 싶어 그의 표정을 줄곧 훔쳐보았다.

소원에 들어서자마자,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순우민이 보였다. 그녀는 금하가 육역에게 안겨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걱정이 많이 담긴 어조로 물었다.

“원 낭자는 무슨 일이에요? 다쳤어요?”

난처해진 금하가 서둘러 버둥대며 바닥에 내려섰다.

“별일 아니에요. 찰과상을 좀 입었어요.”

자신이 정말 괜찮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녀는 절뚝거리며 몇 걸음 걸어가 심 부인의 옆에 바짝 붙었다. 그녀에게 기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모, 저쪽에 이모가 보셔야 할 사람이 또 있어요.”

“이 아이는 정말 일을 몰고 다닌다니까.”

개숙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

“너처럼 이렇게 말썽 많이 일으키는 아이는 황궁의 태의가 따라다녀야 해.”

“아저씨, 태의가 어디 우리 이모와 비교가 되나요.”

심 부인의 팔짱을 낀 금하는 그녀를 아예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육역을 아주 잠깐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았으나, 지금은 할 수 없었다.

대인, 그래도 이번엔 제게도 성과가 많아요. 도량 넓으신 대인이 한 번 봐주세요.

* * *

아예의 방 안, 심 부인은 아예의 맥을 짚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의 혈도도 살피다가 은침을 들어 연이어 열 몇 곳의 혈도에 시침을 하고서야 손을 멈췄다.

“어떻습니까?”

육역이 물었다. 아예도 긴장한 눈빛으로 심 부인을 주시했다.

“치료할 수 있어요.”

심 부인이 간단하게 말했다.

“다만…….”

“선배님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중독 후, 몸에 경맥 손상이 있었어요. 독은 이미 해독되었으나, 경맥을 회복시키려면, 매일 금침으로 혈을 찔러줘야 합니다. 이렇게 경락을 자극해서 천천히 회복되게 하는 거죠.”

“얼마나 걸려야 회복될 수 있겠습니까?”

“적게 걸리면 수일, 오래 걸리면 달포, 이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결정돼요.”

육역이 물었다.

“선배님이 머무시면서 그를 치료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점이 힘들군요.”

심 부인은 고개를 들어 육역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다.

“내가 양주를 떠난 건 당신들 관부 사람들과 얽히고 싶지 않아서였죠. 그때나 오늘이나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빛이 돌아오던 아예의 눈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이모.”

금하는 심 부인이 이리 단칼에 거절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관청 사람이 아닙니다. 선배님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진료에 대한 대가는 배로 드릴 수 있습니다.”

육역이 설득에 나섰으나, 심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개숙에게도 말했다.

“우리 가죠.”

금하가 저는 다리로 껑충거리며 뛰어 쫓아가 급하게 불렀다.

“이모, 이모……, 잠깐만요.”

“이 상처는 두 번 정도 약을 갈아주면 좋아져.”

심 부인이 걸음을 멈추고 금하를 바라봤다.

“너도 알 거야. 난 너희에게 빚진 게 없어. 어떤 사람을 치료할지는 전부 내 스스로 판단해.”

“그럼요, 그럼요. 당연히 이모 생각대로 하는 거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금하는 심 부인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향했다.

“이모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죠. 저희는 후배가 되었으니, 한 마디도 토 달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오늘 저와 대양의 목숨은 아저씨가 구하셨는데, 저희 감사도 받아주셔야죠. 우리 대양이 가장 잘하는 게 요리예요. 이모께서 우리와 함께 식사하시며 체면 좀 세워주세요. 우리 아저씨도 술이라도 드셔서 놀란 마음 좀 위로해 드려야겠죠?”

심 부인이 개숙을 흘끔 보았다.

개숙은 즉시 고분고분한 자세를 갖추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난 자네 말을 들어. 술 따위……, 알게 뭐야.”

심 부인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금하는 그 기회를 이용해 양악을 툭툭 찼다. 뜻을 알아들은 양악이 급히 말했다.

“두 분 잠시 앉아 계시면, 제가 당장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잠깐, 잠깐이면 됩니다.”

말을 마친 그는 급히 부엌으로 달려갔다.

“얘기는 먼저 다 해두었으니, 밥을 먹으면 우린 바로 갈게.”

“당연한 말씀을요. 이모, 잠깐 앉아 계세요. 제가 좋은 차 한 잔 끓여 드릴게요.”

심 부인의 말에 금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했다. 그러자 심 부인은 다시 그녀를 만류할 수가 없었다.

“부산스럽게 그러지 마. 상처가 벌어지면, 다시 면포를 갈아줘야 해.”

금하는 으, 하며 이를 물었다.

“이미 벌어진 것 같아요.”

* * *

심 부인이 금하에게 다시 면포를 갈아준 후에야 육역은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할 수 있었다.

그녀를 침상에 눕힌 육역이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금하의 상처는 심 부인이 치료해 큰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양악의 얘기를 들었으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금하는 사실 매우 위험했고, 때마침 개숙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그녀는 벌써……, 육역은 차마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육역의 걱정과 달리 금하의 머릿속은 어떻게 심 부인을 머물게 할까 하는 일에 여전히 몰두해 있었다.

“심 부인 일은 어떡해야 좋을까요?”

“그분의 일을 어찌해야 할지는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네가 몰래 나간 것은 네 은자를 감해야 하는 일이란 건 잘 알고 있다.”

육역의 느긋한 말에 금하는 불만스러워했다.

“오라버니, 계속 은자 갖고 문제 삼으실 거예요? 이젠 빈정 상하려 해요.”

육역은 그녀가 그의 속눈썹을 분명히 셀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한동안 바라만 보던 그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

“넌 내 말 좀 들을 수 없을까?”

그의 눈 깊은 곳이 흐릿하게 젖어 들었다.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까지 어슴푸레 어지러워졌다.

“……정말 날 많이 걱정했어요?”

그녀가 물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육역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정말로 그러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그는 자신이 재미있어서, 혹은 함께 놀기 좋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마치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게다가 육역은 평소 여전히 그녀를 놀리고, 장난을 치니, 그녀는 그가 정말로 자신을 걱정할 거라고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육역은 말없이 시선을 살짝 옮겨 그녀의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가볍게 넘겨줬다.

“걱정하지 마요. 난 생명줄이 아주 길어요. 말한 적 있죠? 난 금갑신인의 보호가 있어, 재난을 만나면 상서로워지고, 화를 만나면 복이 되고…….”

그가 이러는 건 금하의 마음을 오히려 부끄럽게 했다. 차라리 그에게 사납고 호되게 꾸지람을 듣는 것이 나을 것 같았고,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아무런 말이라도 해서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에 육역이 희미하게 웃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나를 위해서라고 하자. 조금만 더 조심해. 조금만 더 신중해. 할 수 있어?”

“……응, 알았어요.”

그가 이런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물어 금하의 마음도 견디기 어려웠다.

육역이 마음속의 불안을 쫓아버리려는 것처럼 길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금하는 이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심 부인이 아예의 치료를 위해 남지 않으시려 해요. 이 일을 어떡하죠?”

“그분은 관가를 매우 거부하셔. 이건 방법이 없을 듯하다.”

“오라버니, 당당한 금의위 4품 첨사께서 어찌 방법이 없다고 해요?”

“심 부인은 내게 은혜를 베푸셨지.”

육역이 한숨을 내쉬었다.

“금의위가 쓰는 그런 수들을 나는 그분께는 쓰고 싶지 않아.”

“만약 우리 아저씨가 말씀해 주시면, 심 부인이 아예를 치료해 주실지도 몰라요.”

금하의 어조는 매우 곤란해 보였다.

“다만 아저씨가 도와주시려 할까, 그걸 모르겠어요. 참, 지난번 아저씨가 오라버니를 기꺼이 도운 건 두 사람이 할아버지와 손자였기 때문이에요. 아니면 우리 아예가 오랫동안 헤어졌던 오라버니의 동생이라고 할까요?”

육역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이번엔 할아버지에 이어 동생이 생긴 건가? 아버지를 대신해 감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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