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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35)화 (135/224)

135화

령령과 사사가 바라보는 것을 뒤로하고, 금하는 재빨리 아예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도착한 양악이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잠수의 손에는 유리로 긁힌 두 줄기 상처가 남았고, 얼굴은 그늘진 것이 매우 나빠 보였다.

바닥 가득 유리가 깨진 것을 보고는 금하가 급히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요?”

“저놈에게 물어봐!”

잠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울 봐야 한다고 난리 쳐서 부축해서 보여줬어. 누가 보자마자 거울을 들이받을 거라고 생각했겠냐고.”

“……허!”

듣던 금하는 화가 치밀었다.

“오라버니, 어디 모자라요? 상처가 아직 제대로 낫지도 않은 사람한테 무슨 거울을 보여줘요.”

“제대로 낫지 않아 참 대단하네. 제대로 나았으면, 아마 이 집 물건 전부 저놈이 때려부쉈겠어.”

잠수는 여전히 몹시 분개했다.

이제 막 밖에서 돌아온 잠복이 문을 들어섰다. 유리 파편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먼저 물었다.

“바깥 정원에 놓인 궤와 찬합, 그리고 아가씨 둘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순우 아가씨와 잘 아는 사람들 같지?”

“형, 때맞춰 잘 돌아왔어.”

잠수는 잠복에게 다다다 한바탕 쏟아내며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보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순우 아가씨가 누구냐고. 아가씨에게 저 두 기녀들을 데리고 얘기를 하게 하다니. 이일은 절대 대공자가 아시면 안 돼.”

금하가 그를 흘겨보며 코웃음 쳤다.

“정말 고집불통이라 구제할 방법이 없다.”

잠수에 비해 잠복은 확실히 매우 신중했다.

“궤와 찬합은 대공자께서 돌아오시면, 다시 처리하기로 하고, 땅에 아무렇게나 놓지 마. 네가 그래도 잘 정리해서 우선 한쪽에 놓아둬. 두 아가씨는 호 총독이 보낸 사람인 이상, 예로서 대해야 해. 어찌 됐든 그의 체면을 깎을 수는 없는 일이야. 원 낭자가 그들을 정자에 잡아둔 것은 매우 잘한 거야.”

금하는 고개를 저었다.

“나야 당연히 적절히 처신했죠. 대양, 네가 가서 좀 봐. 순우 아가씨가 만약 힘에 부치시면, 네가 잘 좀 도와드려.”

양악은 많은 말 없이 바로 나갔다.

침상의 아예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가슴이 들썩거려서 얼굴의 상흔은 더욱 흉악해졌다. 금하는 그를 잠시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이 이런 모습이라 상관 언니를 다시 만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마음도 매우 괴롭고요. 난 다 알고 있어요.”

“꺼져!”

아예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다들 꺼져!”

하지만 금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

“지금 당신 몸에는 여독이 가시지 않았어요. 육 대인이 이미 의원을 찾고 있고, 여독이 사라진 후에는 상처도 분명 완쾌돼요. 당신이 미리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다고요. 게다가 당신은 원래도 미소년 같은 남자는 아니었잖아요. 사내대장부가 글을 잘하거나, 무예를 잘하면 되지, 잘생긴 게 무슨 소용이에요.”

아예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잠수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아래턱을 매만지고는 바닥의 깨진 유리에 얼굴을 비췄다.

“오늘 상관 언니 하는 말을 당신도 들었죠. 언니는 당신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했어요. 아마 그녀는 앞으로도 많은 곤란을 겪을 거예요. 그러니 유달리 당신이 생각났겠죠. 당신도 그쪽 소방주가 도움 하나 안 되는 거 알잖아요. 그는 사고만 안 일으키면 진짜 다행인 사람이니까. 이런 사람이 상관 언니 옆에 있는데, 당신은 마음 놓여요?”

상관희에 대한 아예의 보호욕을 자극하기 위해, 금하는 사소를 모질게 깎아내렸다.

그 때문일까. 아예는 사소가 양주에서 여러 차례 소란을 피운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간을 찡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잠복이 시기적절하게 한마디 끼어들었다.

“대공자께서는 내게 해독에 뛰어난 의원을 알아보라 분부하셨고, 나는 이미 다 알아봤어. 왜구의 독이 비록 독하긴 해도, 해독법은 다 있어. 넌 약 잘 먹고, 시간을 두고 치료하면 반드시 회복할 수 있어.”

아예는 여전히 침묵했다.

“잠수 넌 바닥이나 얼른 치워라!”

잠복의 말에 잠수는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잠복은 그를 무시하고, 금하를 향해 돌아섰다.

“저 사람 쉬게 우린 먼저 나가죠.”

그들이 아직 문을 나서지 않았을 때, 아예의 목소리가 분명치 않게 들려왔다.

“잠깐……, 호종헌의 물건은 받으시지 말라고 너희 대공자께 말씀드려. 이건 누군가 그를 해치려 하는 함정이다.”

* * *

달이 중천에 뜨고서야 육역이 돌아왔다.

소원으로 들어서던 그는 멈칫하며 발을 멈췄다. 불이 켜진 근처의 정자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안에서는 ‘매화, 도끼, 동추…….’ 같은 소리들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대…….”

정자 밖에 기대어 떠들썩한 장면을 지켜보던 잠복이 가장 먼저 육역을 발견했다. 그러나 소리를 내지 말라는 그의 손짓을 보고는 나머지 두 글자를 급하게 목구멍으로 삼켰다.

육역은 천천히 걸어 정자 옆으로 다가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투전에 빠져, 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당연히 금하였다. 그녀는 입술에 웃음을 띠고 패면을 뒤집고 패를 쌓았다. 솜씨도 능숙한 것이, 제법 큰손의 풍모였다. 금하의 옆자리는 순우민으로 그녀는 손안에 패를 꼭꼭 숨기고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습에 놀란 건 오히려 육역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나 금하는 규중의 순우민마저 끌어들인 것이다.

다른 두 명의 여자들은 얼굴은 낯설었고, 화려한 차림에 표정과 자태, 행동거지는 다소 경박해 보였다.

패를 돌린 금하는 자신의 패는 확인치 않고, 패면을 아래로 향하게 놓았다. 단지 손끝으로 패면 위의 오목한 부분을 문질러 확인하며 패를 배치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손안에 어떤 패가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이 벌었군. 내게 은량을 빚졌다는 걸 잊지 마.”

누군가 귓가에 부드럽고 조용하게 속삭여 금하는 귀가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음?”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녀는 웃음을 머금은 육역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때서야 육역을 알아봤다. 그 중 순우민이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가장 허둥거리며 급히 패를 탁자 위에 놓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큰오라버니 돌아오셨어요.”

상황을 파악하던 령령과 사사가 육역의 자태와 기품을 보고는 재빨리 탁자를 돌아와 그에게 예를 올렸다.

“소녀, 육 대인을 뵙습니다.”

“이들은 누군가?”

육역이 금하를 바라봤다.

“대인께 아룁니다. 이 두 언니는 호 총독께서 대인의 시중을 들라 보내셨습니다.”

금하는 진심을 다해 그에게 여자들을 소개했다.

“이분은 령령 언니로 그 이름과 같이 매우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이분은 사사 언니로 서로 간에 멀리 떨어짐이 극에 달할 때, 오직 그리움만이 끝도 없다는 뜻의 이름이지요.”

잠복이 앞으로 나와 보충하여 설명했다.

“호 총독께서 사람을 보내 많은 물건을 보내오셨습니다. 아직 대공자께 분부를 받지 못해, 저희가 차마 옮기지 못하고 지금 모두 저쪽에 놓아두었습니다……. 대공자, 장소를 옮겨 말씀하시죠.”

잠복은 육역을 조금 먼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정자 안의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지고서야 그가 보고했다.

“아예가 조금 전 대공자께서 호종헌의 물건을 받지 않도록 하라 말했습니다. 이것은 누군가 공자께 해를 입히려고 판 함정이라고요. 저희가 자세히 물어보려 했으나, 그는 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공자께서 가셔야 그가 입을 열 것 같습니다.”

육역은 잠시 침음하다가 말했다.

“알았다. 지금은 날이 늦었으니, 너는 주인에게 일러 저 두 아가씨에게 별도의 객실 두 개를 내어주라 해. 우리가 묵는 이 소원에서 멀면 멀수록 좋다. 저 물건도 모두 그들의 방으로 옮겨놓거라.”

“알겠습니다.”

잠복이 가려고 하다가 멈춰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원 낭자와 순우 낭자가 저들과 투전을 벌인 것은 연유가 있습니다. 이는…….”

“안다.”

잠복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육역이 말을 끊었다.

“넌 가 보거라.”

“그분들을 뭐라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잠복은 이 말을 끝내고서야 명령을 받아 사라졌다.

* * *

육역이 자신들을 쫓아내지 않고, 소원에는 방이 부족하다며 오히려 별도의 귀빈실까지 내어주니, 령령과 사사는 순순히 잠복을 따라갔다.

“날이 늦었다. 너도 가서 쉬어라.”

육역은 이때서야 얼굴 표정을 굳히고는 순우민에게 담담히 말했다.

순우민은 불안한 표정으로 금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끝내 육역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여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정자 안에는 금하와 육역만이 남게 되었다. 그녀는 당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한참을 보아도 그가 말을 하지 않자 입김을 호호 불어 그를 간지럽게 괴롭혔다.

“령령 언니, 사사 언니, 훗, 넌 부르는 것도 상당히 친밀하더군.”

육역이 금하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가 부산스럽게 구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금하는 그에게 웃어 보였다.

“두 언니 예쁘죠?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간질간질거리지 않아요? 그들이 제게 대인의 취향 같은 것도 물어보고, 대인을 정말 신경 쓰더라고요.”

“넌 어떻게 대답했고?”

“제가 말했죠. 우리 육 대인께선 여색을 결코 중요히 여기진 않습니다만, 재물은 비교적 중요히 여기시죠.”

“……내가 재물을 비교적 중요히 여긴다고?”

육역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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