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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125)화 (125/224)

125화

조금은 뜨거운 그의 입술이 제일 먼저 그녀의 입가에 놓여 가볍게 오므렸다. 금하는 간지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또한 긴장으로 등이 일시에 뻣뻣해졌다.

금하는 아직 어떤 반응도 보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육역은 입술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부드럽고 연한 입술에 깊게 입 맞췄다. 몇 번이나 반복하며 움직여 호흡을 빨아들이고, 또한 조금 조금씩 힘을 더했다.

금하에겐 완전히 낯설고 서툰 이것은 당황한 그녀를 거의 제대로 설 수도 없게 했다. 그녀는 손조차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육역은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금하를 느끼며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조금 떼어냈다. 웃을 듯 말 듯 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금하는 머릿속이 엉망으로 어지러워 자신이 어떻게 숨을 쉬고 내쉬는지조차 거의 몰랐다.

마치 밤하늘의 모든 별이 궤도를 벗어나 하나하나 전부 유성으로 변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늘 위에서 사방으로 제멋대로 뿌려져 떨어지고, 질서와 규칙이라 할 만한 것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대인…….”

그녀는 입을 열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육역이 그녀의 말을 이어 자조적으로 웃었다.

“예전에 나는 생각했었지. 앞으로 나와 평생 함께하며 아이들을 낳아 키울 여인은 어떤 모습일까. 네 이런 모습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말에 담긴 의미는 더없이 분명했다.

금하는 눈앞의 일이 정말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믿을 수가 없었다.

“대인, 돌아가 저를 아내로 맞으시려는 건 아니죠?”

육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

금하는 자신을 한 번 꼬집었다가 아파서 입을 벌렸다.

“정말이세요? 절 데리고 흑심 채우려는 게 아니라요?”

그녀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무릇 흑심만 채우려 하고, 결혼하지 않으려는 남자는 모두 호색가, 방탕아, 파렴치한 색마래요.”

육역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께서 아주 정확히 말씀하셨군.”

비록 그가 이렇게 말해도, 금하는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들고 있던 돌도 모두 떨어뜨리고,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집어보고, 또 눌러봤다.

“뭐 하고 있어?”

금하는 육역의 얼굴 피부를 괴상망측한 모습으로 비틀었다.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육 대인이 이럴 리 없어요. 당신은 분명 인피면구로 얼굴을 바꾸어 날 속이는 거겠죠!”

금하는 정말로 확신에 차 그의 얼굴을 한참이나 헤집었지만 무엇도 떼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육역이야 말로 평생 누구도 그의 얼굴을 이렇게 함부로 만져댄 적이 없었으나, 그녀가 하는 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그쪽 정말 육 대인이에요?”

금하는 멋쩍게 손을 거뒀다.

“이번엔 믿을 건가?”

금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래도 뭔가 잘못되었어요. 대인이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분명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제가 확실히 조사해 봐야겠어요.”

육역은 어쩔 도리가 없어 이미 반쯤 포기했다.

“넌 어떻게 조사할 생각이야?”

“대인은 오늘 저녁 뭔가 잘못 드신 거 아닐까요?”

금하는 깊이 생각했다.

“아마도 그 객잔에 기인이나 걸출한 인재 같은 이가 숨어 있을지 몰라요. 대인, 주술 쓰는 강두사라고 들어보셨어요? 묘족이 혼을 부르는 묘고라는 것도 있는데요. 모두 사악한 것들로 사람이 자기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해요. 제가 조사하러 가봐야겠어요.”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금하는 돌아서 빠르게 가 버렸다. 서덜 위에 홀로 남은 육역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입가의 희미한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 * *

이날 밤 금하는 객잔을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한바탕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회계를 맡아 보는 이와 맞은 편으로 두부 사러 오는 과부가 매우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과 요리사가 돼지고기 반 근을 몰래 숨겨놓은 것을 알아낸 것 외에 다른 것은 무엇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

내가 어쩌면 사소한 어떤 부분을 놓쳤을 수도 있어.

등을 끈 금하는 태산 같은 걱정을 안은 채 침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살짝 달아올랐던 육역의 입술이 문득 다시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일시에 얼굴이 벌게진 그녀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만약 이 일이 진짜라면…….

그럴 리 없어.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잖아?

아니야. 어떻게 가능해.

금하는 이불에 머리를 파묻었으나, 서덜 위에서 육역이 말하던 모습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마음속으로는 그는 진실을 말했을 거라고 조금은 생각했다.

만약 정말이라면, 넌 그에게 기꺼이 시집갈 거야?

이 문제는 결코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그녀의 마음이 아주 작디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거야.

곧바로 금하는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 언제부터 육 대인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그녀의 눈앞에는 지난 일들이 한 장면 한 장면으로 연이어 펼쳐졌다. 돌이켜 보면, 그와 그녀의 사이는 매우 많은 일을 겪으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짧다면 짧은 수십 일이건만, 그녀는 자신이 몇 년을 함께 한 사람보다 훨씬 더 육역을 신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금하는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 감정 때문에 그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게 정말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 * *

다음날 이른 아침.

금하는 매우 일찍 일어났다. 객잔의 앞쪽과 뒤쪽을 두 바퀴쯤 돌다가 부엌에서 바쁘게 일하는 대양을 찾았다.

양악은 입을 꽉 다물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다. 옆의 시루 안에는 만두, 화권, 샤오마이, 족발 모양의 저제권 등 밀가루로 만든 맛있는 요깃거리가 한창 발효 중이었다.

양악 덕분에 홀가분해진 이곳 부엌의 요리사는 죽을 다 끓이고는 나가서 어슬렁거렸다.

“대양, 너 바쁘구나.”

금하가 그의 기분을 맞추며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자, 줘봐, 내가 반죽하는 거 도와줄게.”

금하가 나서자, 양악이 팔꿈치로 그녀를 막았다.

“도울 필요 없어. 원숭이 손처럼 더럽잖아.”

그의 어조가 화난 것 같지 않아 금하는 뛸 듯이 기뻤다.

“누가 그래. 방금 씻어서 깨끗해.”

“그럼 불 좀 지펴. 물이 끓으면 바로 찜통 올릴 수 있어.”

“그래, 그래.”

금하는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불을 피우러 갔다. 그녀는 불을 피우면서도 양악의 안색을 슬그머니 살폈다.

“대양, 너 어제 장풍으로 맞았잖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

양악이 말했다.

“어제는 내가 화가 너무 나고, 괴로움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 장풍 맞은 덕에 마음속 응어리진 것을 토해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야.”

“그럼 다행이다.”

양악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넌 그녀를 어디서 봤어?”

금하는 잠시 멈칫하고는 그가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겨우 깨달았다.

“도화림 가의 골짜기에 다른 몇 구의 시신과 함께 있었어.”

양악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참을 또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내가 아가씨를 죽였다고 말했어. 내가 만약 아가씨를 고소로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죽지 않았을 거래.”

“이일이 왜 네 탓이야!”

금하는 아예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화가 치밀었다.

“분명히 자기가……. 대양, 그가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를 도발시키려고 그러는 거야. 그자 계략에 넘어가지 마.”

양악은 깨끗한 나무 솔로 하엽협(*荷叶夹 꽃빵의 종류로 연잎처럼 생김.) 위를 눌러 꽃무늬를 만들어낸 후 하나하나 찜기 안에 늘어놓았다.

그러며 입을 연 양악의 어조는 평온했다.

“나 알아. 진정한 흉수는 아가씨 뒤에 있는 그 사람이라는 거, 그를 무너뜨려야 아가씨를 위해 복수하게 되는 거.”

“네가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금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음을 놓지 못하여 바로 이어서 당부했다.

“그 사람은 정말 보통사람이 아니야. 절대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

“알아. 어제 육 대인께서 이미 말씀하셨어.”

양악이 육역을 언급하자마자, 금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얼굴은 아궁이의 열기로 원래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지금 얼굴빛이 달라진 것은 그다지 표시도 나지 않았다.

* * *

밀가루로 만든 여러 가지 먹을거리가 잘 쪄졌다. 금하는 몇 개를 집어 접시에 담고, 죽도 담아 객잔의 대청으로 가져가서 양악과 아침을 먹었다.

이즈음 사람들도 계속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가장 먼저 내려온 이는 잠복과 잠수였고, 두 사람은 여전히 마부의 차림이었다. 상황으로 보아선 이 여정 내내 이렇게 꾸밀 계획인 듯했다.

잠복이 먼저 다가와 양악에게 예의 있게 웃었다.

“어제 다친 상처는 어떻습니까? 어디 불편한 곳이 있습니까?”

양악도 일어나 겸손하게 응대했다.

“이제 별 지장 없습니다. 앉으시죠. 제가 일찍 일어나서 요깃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괜찮으시면, 함께 좀 드시죠.”

잠복도 체면 차리지 않고 긴 걸상을 당겨 앉았다. 그 김에 그는 잠수도 불러 앉혔다.

잠수는 형이 부르자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옆자리는 공교롭게 금하였고, 어제 두 사람은 한판 싸움이 붙어 잠수는 금하에게 기가 막힌 나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니 오늘 이렇게 만났어도 자연히 그녀를 못 본척했다.

잠복이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화해시키기에 나섰다.

“잠수야, 어제 일은 네가 그럴 만했었다고 해도, 너 또한 양 포쾌에게 잘못을 사죄하는 게 맞아.”

잠수는 양악에게 적당히 공수했다.

“무례를 했다면,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양악이 답례하자, 잠복이 이어서 지시했다.

“또 있어. 네가 어제 원 포쾌에게 상당히 예의 없는 말을 많이 했고, 화가 난 원 포쾌가 뛰쳐나갔다고 들었다. 여긴 낯선 곳이고, 게다가 원 포쾌는 아가씨야. 만약 사고라도 났다면, 넌 마음이 편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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