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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75)화 (75/224)

75화

뼈가 부러진 고통이란, 고경에게는 가장 약하게 호흡을 해도 매번 고문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육역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는 일어나려고 버둥댔지만, 다가온 육역에게 어깨를 눌렸다.

“네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저들에게 들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육역이 말했다.

“소관의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대인, 벌하여 주십시오!”

육역은 한순간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너는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히 말하라.”

다친 곳이 비록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고경은 감히 조금이라도 육역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아픔을 참고 힘겹게 버티며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다 듣고 난 육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에 의하면, 그 도적들은 매우 수영을 잘하는군. 4, 5인이란 것도 원 포쾌가 말한 것과 같다.”

“소관이 물에 빠진 후, 배 위에는 원 포쾌와 제 동료 한 명이 남았을 뿐입니다. 도적은 제 동료가 기절한 틈을 타,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마지막으로 원 포쾌 혼자 남았다는 겁니다. 소관은 이 일이 원 포쾌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 포쾌도 다쳤지. 너보다는 다소 가볍지만, 단지 물을 먹었을 뿐인 네 동료 몇보다는 아주 심해. 내가 보기엔 만약 혐의를 둬야 한다면, 살아 있는 한 혐의는 모두에게 있다.”

육역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 배는 네가 빌렸다. 갑자기 배에 물이 샌 것은 또 어찌 된 일이지? 분명 누군가가 일찌감치 우리의 행적을 알고 있었어.”

고경은 온몸의 피가 싸늘히 식었다.

육역이 이곳으로 오기 직전에야 금하에게 뒤따라오라고 명한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후 금하는 줄곧 육역과 함께 있었으니, 당연히 사전에 행적을 누설한 혐의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은 오히려 오후에 이미 일정을 알고 있었고, 배 역시 그가 빌렸다. 만약 도적과 사통하여 행적을 누설했다고 한다면, 그의 혐의는 금하보다 더 짙었다.

“대인, 소관, 소관은…….”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는 것처럼, 육역은 그의 말을 잘랐다.

육역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이렇게 다쳤으니, 당연히 너일 리가 없다. 다만 네 동료들 몇 명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면 돼.”

“……소관, 알겠습니다.”

육역은 다른 금의위 몇 명에게 먼저 고경을 돌려보내 상처를 치료하라고 했을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밖에 상관희는 마차를 준비하여, 직접 육역과 금하를 관역까지 바래다주었다.

한밤을 꼬박 시달렸다. 몸에는 또 상처를 안고, 머무르는 관참 곁채로 돌아왔다. 문을 닫자마자, 금하는 몸에 있던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겨우 침상으로 올라갔지만, 옷조차 벗을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입은 그대로 옆으로 누워야 했고, 다친 팔이 조심스러워 차마 움직이지도 못했다.

대장에겐 다친 일을 속여야 해. 어떻게 말해야 하지…….

금하는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서도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처 생각을 다 하기도 전 이미 정신없이 잠에 빠져 버렸다.

* * *

……다시 그 낯설기도 하고, 또 익숙하기도 한 큰길 위였다.

곳곳마다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했다. 형형색색의 등불은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그녀의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어떤 시끌벅적한 명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길의 중간에 서서, 망연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랐다.

수많은 등불은 비단처럼 길게 이어지고,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했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이 혼자였다.

홀연히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나와 함께 가!”

“누구세요? 누구야?”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아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 사람의 손은 마치 쇠집게 같아 차갑고 시렸다. 어떻게 발버둥 친다 해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

그녀는 숨을 헐떡거렸다. 땀을 흠뻑 흘리며 놀라 꿈에서 깨었다. 휘둥그레 뜬 큰 두 눈이 육역의 것과 똑바로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육역이 왜 자신의 방에 있는지, 그리고 그가 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지, 금하는 그것에 대해선 제대로 된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금하는 한참이나 얼이 빠져 있었다. 그저 이렇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육역을 바라보면서…….

육역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손톱은 다듬어야겠다.”

“예?”

“나를 죄다 긁어놨어.”

그가 그녀를 놓아주고, 손가락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촛불에 비춰보니 그의 왼쪽 목덜미에 몇 가닥의 가느다란 혈흔이 있는 것이 보여 금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제, 제가 그었어요?”

“그럼 설마 내 스스로 그어?”

그의 말투는 전혀 좋지 않았다.

“이건……, 소관이 죽어 마땅합니다.”

금하는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대인이 무슨 까닭으로 내 방에 침입하고, 무슨 까닭으로 내 손을 잡아!

그녀는 목을 꼿꼿이 세웠다. 논리로 따져보기로 하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육 대인, 이게……, 에, 그게……, 저, 그게 뭐냐면……. 대, 대인이 한밤중에 여기 오신 건, 소관에게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 거죠?”

“한밤중은 무슨. 날이 다 밝았다! 넌 네가 열이 나고 있다는 걸 몰라?”

육역이 퉁명스럽게 그녀에게 반문했다.

“아, 어쩐지 대인의 손이 차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런 이유였군요.”

금하는 문득 깨달았다. 머리를 갸우뚱 기울여 창밖을 보니, 어두침침했다.

비라도 내리려나 보다. 어쩐지 방 안이 이렇게 어두컴컴하더라.

육역의 얼굴빛은 더욱 가라앉았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기에, 네가 기절한 줄 알았다……. 네 이마의 열을 재보려는데, 누가 발로 차고 때릴 거라고 생각해. 하, 정말, 자는 것도 가지가지 하는군.”

“그건…… 소관이 죽어 마땅합니다.”

금하는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준 약을 설마 상관당주가 네게 쓰지 않았던가?”

금하는 뻔한 거짓말을 해버렸다.

“썼습니다.”

“만약 그 약을 썼다면, 네 상처로는 이렇게까지 열이 나지 않아.”

그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다친 팔을 바라보았다.

“옷을 벗어. 내가 살펴보게.”

“…….”

육역의 목소리가 거역할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하지만 그가 이 정도까지 정색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금하는 울고 싶었다.

“대인, 제가 잘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 약은 쓰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여기 있어요.”

금하가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 그에게 돌려줬다.

“왜 쓰지 않았지?”

그의 어조에는 분명히 화가 묻어 있었다. 그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혹시, 내가 널 해칠 거라고 의심하나?”

“당연히 아닙니다!”

금하는 황급히 변명했다.

“그게……, 사실은……. 이게…….”

육역이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만약 간 크게 거짓말을 하면 바로 그녀를 없애 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금하는 어렵게 사실대로 말했다.

“소관이 이 약은 분명 특별히 진귀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쓰고, 혹시라도 며칠 지나 대인께서 제게 약값을 청구하신다면, 저는 분명 갚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전 아직 대인께 은자 두 냥 삼 전을 빚지고 있죠.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쓰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넌…….”

이번에는, 육역이 그녀를 노려볼 차례였다.

마치 호흡 수련법으로 깊게 호흡하는 것 같이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다소 높아졌다.

“목숨이 중요하냐? 아니면 은자가 중요하냐?”

“당연히, 모두 중요합니다!”

금하는 참을성 있게 그에게 설명했다.

“당면 한 사발과 상어지느러미 한 그릇을 예로 들면요. 당면을 먹으면, 배를 채울 수 있고, 상어지느러미를 먹어도 배를 채울 수 있어요. 그럼 저는 당연히 당면을 먹어요. 구태여 은자를 더 쓸 필요는 없죠. 대인, 이해할 수 있으세요?”

그녀는 유난히 간절하게 육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육역은 거침없이 약을 챙기고,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가버렸다.

“……하. 이런 부잣집 자제와는 정말 생각하는 게 달라서 서로 말이 안 통해.”

금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몸을 아래로 꼬물거리며 내려가 열이 나 어질어질한 머리를 이불 속에 파묻고, 이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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