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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73)화 (73/224)

73화

사공은 말을 더듬었다.

“소인, 소인도 모릅니다. 아마도 무언가에 부딪힌 듯합니다.”

“당장 노 저어!”

“예, 예, 예.”

사공이 연신 대답하고 노를 잡아 저으려 했다.

그런데 물에 넣은 노는 마치 돌 틈에 끼워 넣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매우 놀란 사공이 뽑아내려 기를 썼다.

“어떻게 된 거야?”

고경은 이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았다. 육상에서는 그런대로 냉정할 수 있으나 배에서 위험을 만나면 침착성이 없고 조급해졌다.

그때, 고경의 말에 미처 대답도 못 한 사공은 노가 움직이는 바람에 오히려 그 자신이 통째로 물속에 내던져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물보라가 튀었다. 그리고 몇 개의 거품이 뽀글뽀글 뿜어 나온 후, 더는 움직임이 없었다.

주위는 다시 처음의 고요함으로 돌아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했다.

물 아래 사람이 있어!

금하는 전신을 팽팽하게 긴장한 채 천천히 웅크리고 앉았다.

갑판 위에 납작 엎드려 한 손은 이미 박도를 뽑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선실에서 사수죽을 지키던 두 명의 금의위도 수춘도를 뽑아 들고,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교위 대인! 교위 대인!”

“왜 그래?”

고경은 긴장도 하고, 화도 나서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후, 틈을 내 안쪽을 들여다보고는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뭣 때문에 야단법석을 떨어?”

“대인…….”

금의위 하나가 선실의 바닥을 가리켰다.

어느새 배 바닥에는 여러 개의 틈이 동시에 생겨 물이 위로 솟구치고 있었고, 그들의 조피화는 이미 흠뻑 젖었다.

고경은 한달음에 달려들어 자신의 옷 앞자락을 잘라 틈새를 막았다.

“멍청하게 뭐 하고 있어, 빨리 막아!”

“물이 영문도 모르게 갑자기 솟구쳤어요. 무슨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대인……, 귀신이 장난친 걸까요?”

물가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물귀신이 원수를 갚으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고경은 손을 쳐들어 말한 이에게 시원한 따귀를 날리고 냉랭하게 말했다.

“뱃머리에 가서 지켜. 무언가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죽여라! 그것이 사람이든 귀신이든!”

그 금의위는 어떤 말도 차마 다시 할 수 없어 빠르게 뱃머리 쪽으로 갔다. 바로 칼을 뽑아 경계에 들어갔다.

금하는 낮게 몸을 엎드렸고, 달빛에 비쳐 사수죽을 흘끔 봤다.

그의 표정에서 어떤 단서라도 알아내려 했으나, 사수죽은 고개를 숙였고, 게다가 선실 안은 어두워서 그의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뱃머리 쪽에서 물보라가 튀는 소리가 들려 와 고경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방금 뱃머리에 서 있던 금의위가 이미 감쪽같이 사라졌다.

“교위 대인…….”

홀로 남은 금의위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쉬어 있었다. 사납게 움직이며 다른 틈새를 다 메운 고경이 거친 음성으로 말했다.

“넌 남은 구멍 몇 군데 잘 막고, 쟤 잘 봐! ……그리고 너! 엎드려 뭐 하는 거야. 육선문은 왜 모두 너 같이 쓸모없는 것뿐이냐!”

“하, 당신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니, 물속이나 직접 들어가시던가!”

금하는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일을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남 욕부터 하는 이런 사람을 가장 질색했다.

그런데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배 옆의 수면 위로 홀연 어떤 물건이 천천히 떠오르는 것이 설핏 보였다. 한 가닥 한 가닥, 한올 한올 검은 것이 보는 사람을 두렵게 했다.

정신을 집중해 눈여겨보니, 검고 긴 머리카락이 뜻밖에도 물결을 따라 출렁이고 있었다.

도대체 사람이야, 귀신이야?!

그녀는 훅 차가운 공기를 들이켰다. 오래 생각할 시간도 없이 칼을 휘둘러 물 위를 쪼개고 베니, 촤륵 일어난 물보라가 그녀의 온몸으로 튀었다.

하지만 휘두른 칼은 전부 헛손질이었고, 수면 아래는 마치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처럼, 서로 뒤엉킨 긴 머리카락만 떠다녔다.

* * *

달려온 고경이 상황을 보고는 칼자루를 꽉 쥐 채 힘을 모아 수면으로 휘둘렀다. 그런데 그가 휘두르고 베던 그때, 창백한 손 하나가 물에서 튀어나왔다.

그 손이 칼을 잡은 고경의 손목을 낚아챘다. 고경은 그대로 반응도 못 한 채 순식간에 당겨져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를 끌어올리려고 금하가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수면 위에는 긴 머리카락만 이리저리 엉켜 떠다녔고, 물속으로 들어간 고경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었다.

“교위 대인! 교위 대인!”

겨우 하나 남은 금의위가 고경까지 물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보고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이건 분명히 물귀신이 원수를 갚으러 온 거야!”

“그가 무슨 원수를 갚으러 왔든 난 살아야겠어요!”

이를 악문 금하는 칼자루를 꽉 쥐고, 긴장한 눈빛으로 수면을 주시했다.

그 손이 만약 다시 튀어나오면, 사람이든 귀신이든 상관없어. 반드시 잘게 썰어버리겠어.

그러나 선미 쪽에서는 더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동시에 물 위로 떠다니던 긴 머리카락도 종적 없이 사라졌다.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선실 안에서 들린 억눌린 소리에 금하는 고개를 돌렸다.

사수죽은 손발에 비록 족쇄와 수갑은 차고 있어도, 머리에 나무칼은 씌우지 않았다. 그런 그가 기어이 머리로 그 금의위를 치받아 기절시킨 것이다.

만약 평소였다면, 사수죽은 절대로 이렇게 손쉽게 일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터였다. 다만 지금 이 금의위는 물귀신에게 놀라 넋을 잃어 그를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사수죽의 이 행동으로 금하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물속에 있는 건 사람이지, 귀신이 아니야!

뱃머리 쪽에서 물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물속에서 사람의 형체 넷이 튀어 올랐다.

그중 체구가 장대하고 우람한 한 사람이 큰 걸음으로 선실로 뛰어들어, 우선 기절한 금의위를 들어 밖에 있는 이에게 건넸다. 이어서 사수죽을 부축하며 말했다.

“내가 늦었어요. 형님한테 너무 많은 고통을 겪게 했어.”

“내 동생…….”

사수죽이 그의 어깨를 만지려 하니, 손에 찬 수갑에서 어쩔 수 없이 댕그랑 소리가 울렸다.

“형님 물러나 봐요. 내가 이 꼴 보기 싫은 것 쪼개버릴 테니까.”

사수죽이 뒤로 살짝 물러서는데, 누군가 뒤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멈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하는 이미 박도로 사소의 목덜미를 겨눴다. 밝게 번쩍이는 도광이 그녀의 분노한 얼굴을 비쳤다.

“사소, 저 세 사람을 네가 죽였어?”

“계집애, 너…….”

“말해! 그랬어?”

금하가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고, 사소는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안 그랬어. 나는 저 자식들 소소하게 징계했을 뿐이야. 모두 강가에 뉘어놨지 하나도 안 죽었다.”

“그 말 사실이야?”

“당연히 사실이지. 내가 널 속여 뭐하냐.”

사소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 말야, 입만 열면, 오빠 오빠 나불대면서 역시 뼛속까지 관차냐.”

그제야 칼을 내려놓은 금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만약 그들의 생명을 해쳤다면, 난 당연히 오빠를 용서하지 않아. 게다가 그 사공은 무고한 백성이야. 절대 그를 다치게 하지 마.”

그 말에 사소는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

“그는 절대 무고한 백성이 아니다. 내가 진실을 말해줄까? 사공은 원래가 내 사람이야.”

금하는 놀라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오빠네가 일찌감치 다 계획했던 거야?”

“물론.”

“배가 누수된 건 어떻게 된 거야?”

“미리 끌로 틈을 냈고, 밀랍으로 봉해뒀지. 칼로 가볍게 그으면 돼.”

“저 머리카락은?”

“그건 말꼬리. 저 자식들 겁주려고 한 것뿐이야.”

뱃머리에서 망을 보던 사람이 사소를 불렀다.

“소방주, 여기서 오래 머무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사소가 답하고, 사수죽의 쇠사슬을 칼로 쪼갰다. 사수죽을 부축한 그가 다시 금하에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고기잡이배가 여기로 지나갈 거야. 네가 그 배를 타면, 널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줄 거다.”

“오빠, 이렇게 그냥 갈 순 없어.”

금하는 그를 큰 소리로 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날 칼로 한 번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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