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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70)화 (70/224)

70화

육역이 자신을 의심하게 할 수 없었다. 그걸 피하기 위해, 금하는 가는 도중 도대체 사수죽을 어디로 데려가느냐고 차마 묻지 못했다.

곧바로 육역은 사수죽을 데리고 미리 준비한 배에 올랐다.

“대인, 우리는 어디로 가나요?”

날이 이미 저물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 오안방이 모이던 나루터로 간다. 듣자니 오늘 그곳에서 그들 방 사람들의 집회가 있다더군.”

육역이 다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 배에서 나와 겨룬 사람은 수영을 매우 잘했다. 나는 그가 오안방 안에 숨어있을 것으로 의심하는데, 네 생각은?”

“저는……, 오안방 뿐 아니라, 소금방, 운송방 모두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하는 신중하게 답변했다.

“네 말이 정확하다.”

그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떴나?

금하는 의심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그를 흘끔 봤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저 뱃전에 반쯤 기대 있을 뿐이었다.

오늘 밤 육역은 검은색의 관모인 오사당건乌纱唐巾을 쓰고, 녹색의 비단 도포를 입고, 발에는 테를 두른 운두혜를 신었다.

여유 있는 장포의 옷소매가 뱃전에 드리워져 버드나무에 바람이 지난 듯 가볍게 흔들렸다. 그 모습은 어슴푸레한 밤안개에 점점 물들어갔다.

이때가 되어서야, 금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가 오늘 밤 이렇게 입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와 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오안방에 갑자기 도착하면, 분명 커다란 소동이 일어 떠들썩할 터였다.

금하는 극장에서 그가 상관희와 함께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곰곰이 추측했다.

설마 지금 이건 이미 상관희와 비밀로 약속이 됐던 거야?

그러나 이 경력 대인의 심사는 사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짐작할 방법이 없었다.

만일 그가 상관희와는 단지 적당히 분위기 맞춰 놀았을 뿐, 전혀 신경 쓰던 게 아니라면 어떡하지?

금하는 다시 배 저쪽에 있는 사수죽을 보았다.

조금 전 보았던 그는 이미 스스로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보기에 다리의 부상은 이제 대부분 나은 것 같았다.

제형안찰사사의 사람들은 역시 그에게 더는 고문을 가하지 않았다.

만약 잠시 후 사수죽이 사소를 만난다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육역을 힐끗 봤다.

마음은 안절부절 불안해졌다.

* * *

서리 같은 달빛, 은빛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물결, 주르륵 소리 내며 따라오는 물소리.

그 나루터가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 등불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고, 이따금 은은하게 떠들썩한 소리가 전해졌다.

화권놀이(*술자리에서 즐기는 오락의 하나.)하는 소리, 욕하고 웃는 소리 등등이 한데 섞였다.

과연 정말로 방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상관희가 그에게 말해준 걸까?

그녀가 다시 육역을 보았을 때, 정면으로 그의 두 눈과 마주쳤다. 금하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긴장을 많이 했나?”

그가 물었다.

“아니요.”

그녀는 시치미를 떼었다.

“그럼 왜 계속 나를 훔쳐봐?”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옆에 있던 고경과 다른 금의위 두 명까지도 고개를 돌려 금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고 어렵사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소관이 생각하길……, 대인의 용모가 출중하시기에, 몇 번 더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금의위들 모두 터지는 웃음을 참았다. 육역마저 모처럼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넌 이제야 알았느냐?”

“아마 저 달빛 때문인 듯합니다…….”

금하는 멋쩍게 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 밤 달빛 아래 화방 안에 있던 남녀가 생각나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리고 육역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소홀히 지나치지 않았다. 무언가 물어보려는 찰나, 선체가 흔들렸다. 이미 뭍에 닿은 것이다.

“사수죽을 데리고 나와라, 그에게 안의 사람을 확인하게 해!”

그가 차갑게 고경에게 분부했다.

명령을 받은 고경은 다른 두 명의 금의위와 함께 여전히 족쇄와 수갑을 차고 있는 사수죽을 선실에서 부축해 나와 나루터로 올라갔다.

육역이 뒤이어 기슭에 올랐고, 금하는 그의 뒤를 바로 따르려 했다.

그런데 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조금 전 넌 무엇을 생각했던가?”

“저는……, 이따가 다시 보고 드려도 될까요?”

육역이 단단히 그녀를 응시했다.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곳에 모인 오안방 사람들의 수는 금하의 예상보다 두 배는 많았다.

나루터의 몇몇 식당 안에는 등불이 높이 걸렸고,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다.

하지만 사소는 이곳에 없기를 금하는 속으로 빌었다.

그날 사수죽이 필사적으로 육역을 붙들고 늘어진 것은 사소를 빠져나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아마 오늘 그가 사소를 안다고 지목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하지만 사소의 성격상, 사수죽을 보면 아마 참을 수가 없을 터. 설령 손은 쓰지 않더라도, 육역 앞에서 정체를 드러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오빠, 이럴 때 절대 시끄럽게 굴지 마! 얌전히 어르신 옆에 있는 게 가장 좋아.’

그녀의 두 눈은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사소의 튼실하고 장대한 모습을 발견할까 걱정하였다.

그들이 사수죽을 압송해 가장 가까운 식당에 들어섰을 때, 원래 시끄럽고 흥청거리던 곳이 일순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여전히 화권을 하던 이, 술을 마시던 이, 고기를 먹던 이들 모두 하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눈을 자극하는 금의위의 청록색 옷을 주시했다.

남루한 옷을 입고, 수갑과 족쇄까지 찬 사수죽의 행색은 관청에 대한 그들의 본능적 적의를 더욱 불러일으켰다.

“관원 나리들, 무슨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키가 크고 마른 중년의 남자가 나서서, 예법에 따라 공수하며 물었다.

육역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번 이놈과 한패인 도적이 구 대장군께서 어머니 생신 축하를 위해 마련한 생신 선물을 강탈했지. 그 도적놈은 수영을 매우 잘해. 그래서 나는 이놈을 데려와 얼굴을 확인하게 하려는 것이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즉시 한바탕 요란한 소리가 났다.

육역의 이 말과 행동은 오안방이 도적을 숨겼다고 의심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양주 현지의 관차도 아니었으니, 오안방과는 어떠한 친분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한순간 이미 많은 남자가 일어나 상스러운 욕을 퍼붓고 거친 말들을 해대니, 듣고 있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키가 크고 마른 중년의 남자는 얼굴 표정이 차가워졌다.

“관원 나리의 뜻은 도적이 우리 방의 사람이라 의심하신다는 겁니까?”

육역이 아직 회답하기 전, 금하는 뒤에서 전해온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바로 상관희의 차분하고 위신을 잃지 않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동숙董叔, 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당주.”

키가 크고 마른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옆으로 물러섰다.

상관희는 금하 등의 여러 사람을 지나 바로 육역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나는 듯이 돌아서 조금 턱을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육 경력께서 죄수 한 명을 데리고 우리 방에 오셨군요. 무슨 용무가 있으십니까?”

“그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뿐입니다. 이참에 그와 한패인 도적을 찾을 수 있을까 보고 있지요.”

육역이 대충 설명했다.

“사소한 일일 뿐이죠. 상관 당주께서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사람을 데리고 느닷없이 오셨는데, 오해를 안 하기가 매우 어려울 듯합니다.”

상관희의 어조는 가볍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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