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의지하 (68)화 (68/224)

68화

사소가 뒤따라 들어와 그녀가 남몰래 숨어있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어리둥절해 했다.

금하는 그를 힘껏 잡아당겨 함께 기둥 뒤에 숨었다.

“어?”

금하는 사소가 품에 안고 있는 호떡을 힐끔 보았다. 냄새가 기름종이를 통해 솔솔 새어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하나 맛볼 수 있어?”

“원래 너 주려고 샀다.”

사소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따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후 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하냐, 도둑놈처럼?”

호떡을 입에 물고, 금하는 그에게 위층을 보라고 손짓했다.

머리를 내밀어 본 사소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러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금하에게 다시 끌려들어 왔다.

“……누나가 왜 육 씨와 함께 있냐?”

사소는 의아하고 또 불만스러웠다.

“정말 바삭하면서 부드러워. 오빠도 하나 먹어봐.”

금하는 베푸는 마음으로 사소의 손에도 호떡을 쥐여주고서야 물었다.

“상관 언니도 평소에 연극 보는 거 좋아해?”

“몰라.”

사소는 사납게 호떡을 한 입 깨물었다.

“누나가 그런 말한 거 들은 적 없어.”

금하는 몰래몰래 머리를 내밀어 다시 위층을 흘끔 보고, 쯧쯧 탄식했다.

“내가 일찍이 육 대인이 연애의 고수라 했었지. 저기 적 낭자 쪽엔 향료를 보냈으니 이쪽 상관 언니에겐 연극 보자고 약속할 수 있지. 내가 보기에 저 둘은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어…….”

사소는 화가 좀 났다. 마침 공교롭게 점원 하나가 다가와 열정적으로 손님을 끌었다.

“손님 들어와 앉으시죠! 절임 땅콩, 설탕에 구운 밤, 말린 두부 절임…….”

“멀리 꺼져라!”

사소가 대놓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점원이 놀라 몇 보 뒷걸음쳤다.

* * *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금하는 위층의 육역에게 발각될까 몹시 두려워, 서둘러 사소를 끌고 극장을 나왔다.

“오빠야, 진정 좀 해라. 저들 둘이 함께 연극을 본 것뿐이지, 사랑의 도피를 한 것도 아니잖아. 오빠는 왜 그렇게 크게 화를 내?”

눈썹을 세웠던 금하는 갑자기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알았다. 예전에 오빠가 비록 파혼은 했지만, 속으로는 상관 언니가 쭉 마음에 걸렸구나?”

“개소리하냐!”

사소는 성질을 부렸다.

“나는 누나가 관청 사람과 왜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게다가 금의위 저것들은 수준 미달 나부랭이들이잖아. 누나가 어떻게 그를 마음에 들어 해? ……분명 육씨가 무슨 상황 갖고 협박해 누나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접대하는 거야.”

“응. 그것도 가능성 있어.”

금하는 계속 호떡을 뜯어 먹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상관 언니가 육 대인을 마음에 들어 해도 이상하지 않아. 가문이나, 문학적 소양과 무공을 본다면, 육 대인도 전부 출중한 쪽이지.”

사소가 그녀를 흘겨보았다.

“넌 대체 어느 편이야?”

“진실을 말했을 뿐, 오빠가 화낼 필요가 있어?”

금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 한쪽에는 아주 조금 의문스러운 점이 있긴 했다.

자신이 언제부터 육역을 다시 보았지? 설마 그가 대장의 다리를 치료해줬기 때문이야? 그리고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한 것 같아서?

금하는 극장의 상황을 다시 자세히 돌이켜 보았다.

그녀는 그를 아주 짧게 짧게 두 번 보았다.

첫 번째는 육역이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고, 두 눈은 무대 위를 보고 있을 때였다.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때 상관희도 찻잔을 들었다. 눈을 내리깔아 찻물을 보고 있었고, 안색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두 번째는 육역은 이미 찻잔을 내려놓은 뒤였다. 손에는 개암나무 열매를 들고 있는 것 같았고, 시선은 여전히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뚜렷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상관희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마시지도, 내려놓지도 않았다. 그녀도 입가에는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금하는 저도 모르게 손톱을 뜯으며 정신을 집중하여 생각했다.

상관희는 이렇게 순순히 따르는 모습이었지, 그다지 협박당하는 것 같진 않았다.

육역이 만약 관료의 위세로 그녀를 협박했다면, 이런 시끌벅적한 극장에 와서 연극을 보는 것은 당치도 않았다.

설마 그가 정말로 상관희에게 마음이 끌린 거야?

그것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금하는 손톱 뜯던 것을 멈췄다. 저도 모르게 마음 한쪽이 살짝 쓰렸다. 배가 아직 고픈 건가. 확실한 이유는 모른다.

“뭔 생각해?”

사소가 불러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상관 언니는 평소에도 연극 보는 걸 좋아해?”

금하가 그에게 물었다.

“몰라. 하지만 예전에는 내가 연극 보는 걸 좋아해서 늘 끌고 와서 함께 봤어.”

사소는 극장을 향해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 극장 말야. 예전엔 우리가 한 달에 대 여섯 번은 왔었다.”

“아…….”

금하는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설마 상관희가 육역에게 연극 보자고 초대한 거야? 아니면 육역이 그녀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거야?

사소는 원래 속에 무슨 일이든 담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거리에 서서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는 호떡을 전부 금하의 품에 안기고는, 다시 안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 되겠어. 똑똑히 물어봐야겠어. 내 사저가 육 씨한테 능욕당하게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오빠, 오빠, 오빠……. 안달하지 마, 내가 오빠와 할 말이 있어…….”

금하는 급하게 그를 붙들었다. 끌고 밀어 가까스로 그를 끌고 갔다. 양주성 안의 지리는 그녀도 익숙지 않아 그저 마구잡이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녀는 우선 사소를 강가의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사소는 금하가 계속 잡고 있는 팔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강가로 와서야 겨우 부자연스럽게 손을 빼냈다.

“너……, 무슨 일이 또 있어? 말해!”

금하는 그의 불그스름한 귀를 보고는 이상해했다.

“오빠 사저와 육 대인이 연극을 본다고 오빠도 이렇게 화낼 필요가 있어? 귀까지 빨개졌네.”

“누, 누, 누가…….”

사소는 급하게 반박하다가 오히려 더욱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그는 화가 나 맹렬하게 귀를 문지르고는 말했다.

“누가 내가 화났다고 그래. 나는 다만 누나가 약점 잡힌 건가 걱정하는 거지.”

“내 생각에 이 일은 오빠가 상관 언니를 믿어줘야 해.”

금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상관희와 육역이 배에서 만났던 일은 사소에게 말하지 않았다.

“상관 언니는 당주고, 오빠 아버님을 도와 방의 사무를 책임지고 관리하잖아. 그녀는 분명 나름의 계획이 있는 사람이야. 오빠가 만약 지금 쳐들어가서 잘못되면, 오히려 언니의 일을 망치게 돼.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기다리는 게 나아. 오빠가 언니에게 다시 물어보고, 육 대인을 조심하라 하면 되잖아.”

사소는 불만스럽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내가 누나의 일을 망친다고?”

“그건 모르는 거야. 오빠 사저는 일반인도 아니고, 여중호걸이야. 속에 분명 계책이 있을 거야. 어쩌면 언니가 육 대인에게 연극을 보자고 초대했을 수도 있어.”

금하가 진중하게 신신당부했다.

“참, 오빠가 언니한테 물어볼 때, 본인이 봤다고 말하지 마. 그냥 누구한테 들었다고 말해. 절대 나까지 다 이실직고하게 하지 말라고!”

사소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몇 마디 이죽거리기나 하려 했는데, 금하는 눈 깜짝 사이에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저씨!”

“조카!”

“아저씨…….”

“조카…….”

사소가 들은 건 이 친밀하고 다정하게 서로를 부르는 소리뿐이었다. 그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금하는 중년의 거지에게 이제 막 다정스럽게 호떡을 건네고 있었다.

“방금 사서 바삭하고 부드러워요. 드셔보세요.”

거지 아저씨, 개숙丐叔은 조금도 사양치 않고 호떡을 받았다.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음미했다.

가까이 다가간 사소가 영문을 몰라 금하에게 물었다.

“넌 무슨 재주야? 여기서 본인 아저씨를 찾았어?”

“우리 아저씨는 결코 일반인이 아니지.”

금하가 고개를 쳐들고 그에게 득의양양해 했다.

개숙은 여전히 가늘게 뜬 눈으로 사소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그러고 금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 남자야?”

금하는 큰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죠. 제가 정말 이런 큰 복은 없어요. 오빠는 오안방의 소방주예요……. 맞다, 오빠는 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 나는 우리 아저씨와 일이 좀 있어.”

그녀가 사소를 향해 돌아섰다.

이 계집애, 어이가 없게도 날 보자마자 바로 내쫓네.

사소는 다소 마음이 토라져 턱을 치켜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