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금하는 보양식을 들고 사부谢府에 도착했다.
그녀가 왔음을 알린 후, 가복이 그녀를 곧장 사백리가 사는 곳의 정원으로 안내했다. 이제 막 매화나무 한 그루를 돌아갔는데, 사소가 복도를 천천히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
그는 원래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들고 온 물건을 본 후, 이상하게 여기며 말했다.
“이걸 네가 왜 다시 가져왔냐, 마음에 안 들어 하셔?”
“어떻게 그래, 오빠.”
금하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사건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사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이런 귀한 물건을 보내셨잖아. 만약 나쁜 사람한테 이용당하면, 얘기하기 힘들어져. 대장은 오빠네 영향 있을까 걱정하셔서, 내게 우선 돌려주라고 하셨어.”
“이건…….”
“급할 게 뭐야. 대장 다리는 양주에서 3개월의 요양이 필요해. 내 생각에 주현이 운하 수리비용 사건은 아무리 못해도, 두 달 안에 찾게 될 거야. 찾은 후에 다시 보내면 되지.”
“두 달 안? 너희 실마리 찾았어?”
금하는 바로 손을 내저었다.
“실마리 얘기하지도 마. 실의 끄트머리도 못 찾았어! 그 십만 설화은雪花银(백은)은 날개가 돋아서 날아갔나 봐. 나는 녀석들이 다시 날아올 날만 기대할 수밖에 없네.”
“그럼 네가 두 달 안이라고 말한 건.”
사소가 비웃었다.
“알고 보니 기다린다는 거구만.”
“기다린다는 건 때로는 공격보다 나아.”
금하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돌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대장이 말씀하신 거. 나도 그다지 잘 몰라. 대장과 함께 격려하고, 노력하자 했지.”
사소가 비웃으며 말했다.
“맘에 없는 말 하고 있어. 가, 가, 빨리 들어가자. 아버지 기다리고 계셔.”
금하는 그의 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예의 바르게 사백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가 해명도 하지 않았는데, 사백리는 되돌아온 물건을 보고 이미 알았다는 듯 웃었다.
“양형의 신중한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이것들이 몇 푼이나 한다고. 그는 그래도 돌려보냈구나.”
“지금은 사건이 끝나지 않아, 어르신 쪽에 안 좋을까 염려하세요.”
금하는 홍목으로 만든 팔걸이의자에 단정히 앉아 예의 바르게 웃었다.
“세상 풍조가 어지러우니, 소인의 무리는 모든 것을 독점하려 하고, 남이 있는 것을 부러워하며, 남이 곤궁에 처하길 바라지요. 어르신께서 요즈음 얼마나 조용히 지내시는데, 굳이 그들을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사건이 끝나고, 대장의 다리 상처도 완쾌되고, 그때가 되면, 더는 그 소인들을 꺼릴 필요가 없습니다. 설령 삼백 번을 만취한다 해도,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사백리가 듣더니 허허 끊임없이 웃었다.
“넌 여자아이가 이리 말을 잘하는구나. 양형이 가르친 것 같지 않아.”
“항상 언행을 조심하라. 대장께서는 모든 것을 가르치셨어요. 제가 잘 배우지 못한 것이죠.”
금하가 싱글싱글 웃었다.
사소는 옆에서 금하를 눈여겨보다가 슬며시 웃음이 나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것이 사백리의 눈에 띄었다.
금하는 사부谢府에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머물렀고, 사백리는 양정만의 병세 등을 물었다. 또 이 몇 해 그들이 경성에서 지낸 상황을 물었다.
그녀는 해야 할 말은 하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도리어 그 답변이 매우 분별이 있었다.
사백리는 남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겉보기에는 비록 어려도, 모든 것이 속으로는 생각이 서 있다. 역시 양정만이 데리고 온 사람다웠다.
작별 인사를 할 때, 사백리는 사소에게 그녀를 배웅하라 했다.
사부의 문밖에 이르렀는데도, 금하는 사소가 계속 쫓아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오빠, 돌아가. 내가 무슨 한 번도 외출 안 해본 아가씨도 아니고, 무슨 십 리나 배웅을 해?”
“너 때문이 아니야. 나도 마침 바람 쐬러 나온 것뿐이지.”
사소는 양팔을 펴서 기지개를 켰다. 길을 따라 큰 걸음으로 걸었다.
“어르신이 오빠 찾으실까 걱정 안 해?
“우리 아버지다. 그분이 날 모르시겠냐?”
사소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넌 아버지가 내게 너 배웅하라 하셔놓고, 내가 바로 돌아올 거라 기대하실 것 같아?”
금하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문득 한 가지 일이 생각나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아까 집에서는 내가 차마 묻지 못했는데 말야. 오빠네 방에서 암기에 맞았던 형제 몇은 지금 상황이 어때?”
사소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누워 있지. 듣기론 강녕에 기이한 독을 잘 보는 의원이 있다더라. 백호당의 금숙金叔이 이미 모셔 오려고 사람을 보냈어.”
“어르신은 아셔?”
“벌써 아셨지. 어떻게 속여.”
사소는 연달아 한숨을 쉬었다.
“그 동양인들은 지난번 오안방이 관청에 통보한 후, 관청이 토벌하러 병사를 보내지 않았어?”
“듣기론, 관청에서 사람을 보냈지만 허탕 쳤단다. 그 왜구 놈들 사는 곳이 일정치 않고, 신출귀몰하대. 양주 아문 그것들은 별 볼 일도 없어. 내 생각엔, 왜구랑 부딪쳐 봐야 죽는다.”
금하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매섭게 말했다.
“조정 저 사람들은……, 일이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커지고, 위까지 들썩이고 불안해져야, 군대 보내 토벌할 거야.”
“됐어, 됐어. 네가 국가와 백성까지 걱정은 하지 마라. 보잘것없는 하급관리가 굳이 그걸 걱정해.”
사소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치 아이 때 그녀의 땋은 머리를 잡아당겼던 것처럼 습관처럼 손이 나갔다. 하지만 손은 반쯤 나가다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금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소는 멈칫했다가 어색하게 손을 움츠리며 헤헤 웃었다.
“……벌, 벌레가 있어서.”
다행히 금하도 개의치 않았고, 되는 대로 머리를 털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사소도 자신이 방금 왜 그랬는지 알지 못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바로 뒤쫓아 가는데, 금하가 걸음을 멈추고는 재빨리 호떡 매대 뒤로 숨는 게 보였다.
“왜 그래?”
그가 이상하다는 투로 말했다.
“쉿!”
그녀는 그에게 손짓했다. 눈은 앞쪽 멀지 않은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소는 눈빛으로 그녀를 따라갔지만 그에겐 단지 무리 지어 움직이는 사람들만 보일 뿐, 어떤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두 분, 호떡 사세요! 제 이 호떡은 조상 대대로 전해진 솜씨로 엄선된 재료로 연구를 했습죠. 껍질이 얇고 바삭바삭하고 맛이 순수합니다. 바삭하고 고소, 달콤하기로 유명해요.”
호떡 파는 아저씨는 열정적으로 그들을 손짓했다.
“하나에 동전 두 개, 3개 사면 덤 하나 드려요. 다섯 개 사면 덤 2개…….”
“다섯 개 사면 덤 두 개, 이렇게 수지맞을 수가!”
금하는 일시에 눈앞의 일은 뒷전으로 던졌다. 유명하다는 말을 따라 고개 숙여 호떡을 바라봤다. 동시에 품속에 손을 넣어 동전을 찾아보고는 주저했다.
“아저씨, 외상 돼요?”
호떡 파는 아저씨의 얼굴은 외상 두 글자를 듣자마자 단번에 나빠졌다.
“소자본 장사라 외상은 일체 사절입니다.”
“너 이거밖에 안 되냐.”
사소가 눈 뜨고 볼 수 없어, 동전을 꺼내 매대를 두드렸다.
“10개 싸줘요.”
“돈 많고, 통도 크네. 정말 좋다!”
금하가 흠모를 담아 말했다.
잘 포장한 호떡을 받아들고, 사소가 물었다.
“너 방금 뭘 봤어?”
“아……?”
금하는 돌연 생각이 나, 고개를 들고 다시 살폈다.
“……사람들은? 극장에 들어갔어?”
“대체 누구?”
“오빠 먼저 돌아가. 나는 일이 좀 있어.”
금하의 두 눈은 앞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건성으로 손을 흔들고, 그를 전혀 신경 쓸 틈도 없이 앞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야! 너……, 호떡은 어떡할 거야?”
사소는 포장한 호떡을 든 채, 고민스럽게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잠시 후 그도 뒤쫓아 갔다.
* * *
징과 북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무대 위에서는 마침 <원앙전鸳鸯笺>이 공연되고 있었다.
바야흐로 호삼랑扈三娘이 사냥을 나가 마침 왕영이 호랑이를 때려잡는 것을 보고, 그 용감함을 흠모하여 연정이 생기는 그 장면이었다. 왕영은 삼랑의 아름다움을 좋아하여 그 역시 애정이 생겼다.
그 후, 왕영과 호삼랑은 잇따라 원앙의 시를 짓고, 서로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지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끝이 난다.
왕영은 별호가 왜각호矮脚虎로, 몸집이 왜소했다.
무대 위의 배우는 얼굴을 누렇게 그려 넣었고, 호랑이 가죽의 액자额子 (중국 전통극에서 모자나 얼굴 분장 위에 덮어쓰는 부속 장식)를 쓰고, 무대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반쯤 웅크리고 앉아 혼신의 기량을 선보였다. 전, 후, 좌, 우, 종, 횡, 뒤로, 앞으로 뛰어오르며 극장 안 가득한 이들의 갈채를 받았다.
금하가 극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징과 북소리에 섞인 ‘잘한다’라는 소리가 몇 차례나 들려왔다.
그녀는 기둥 옆에 바짝 붙어 눈으로 안쪽을 먼저 한 번 훑었다.
안에는 극을 보는 이들이 매우 많았다.
아래층은 자리마다 그득그득 차서, 4, 5명의 점원이 주둥이가 긴 찻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찻물을 가져다주는 것이 매우 일사불란했다. 다시 위층을 보니…….
단지 한 번 보고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기둥 뒤로 숨었다. 고개를 갸웃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너 여기서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