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심 씨 의관, 후원.
“뭐? 너 또 갔어!”
만약 두 손으로 밀가루를 반죽하며 손이 더러워질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양악은 직접 그녀의 두 귀를 잡아당겼을 터였다.
“목소리 좀 낮춰. 떠들지 마라.”
금하가 그를 안심시켰다.
“도련님이 온몸 무사하게 돌아왔잖니. 아무 일도 없었어. 내 말 좀 들어 봐. 그 남녀는 내 환각이 아니었어. 나는 그 여자의 발자국을 찾았다.”
양악이 이상하게 여기며 말했다.
“발자국? 그 여자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 사람은 못 찾았어?”
금하는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나도 이상한 게, 내 기억 속 남자의 자리에는 발자국이 없었어. 그런데 무거운 것에 눌려서 남자의 발자국이 옆에 나타난 거지. 매우 기괴하지?”
“그 남자는 죽지 않았고, 그 후 여자를 안고 도화림을 떠난 건가?”
양악이 추측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금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바로, 두 사람 모두 뱀 뱃속에 먹힌 거야. 넌 그런 뱀 못 봤지. 진짜 진짜 컸다. 야생멧돼지 한 마리를 산채로 삼켜 버릴 만큼 커. 게다가 녀석의 자손 패거리들이 와글와글하는데, 으으, 생각만 해도 소름 돋아.”
“너 뱀을 만났어? 요즘 뱀은 이제 막 깨어나서 제일 사나워.”
“만약 도련님 명이 길지 않고, 금갑신인이 보우하지 않았으면……, 근데 너 빨리 좀 해. 국수 기다리잖아. 달걀 넣어 끓이는 거 잊지 마라. 나는 우선 대장 보러 갈게.”
금하는 양악이 훈계하기 전에 번개처럼 빠져나가, 양정만이 머무는 방에 재빠르게 도착했다.
문밖에서 공손하게 들어가도 될지 여쭙고 안에서 양정만이 대답하는 소리를 듣고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장, 좀 좋아지셨어요? 무료하시죠. 제가 무료함을 타파할 책이라도 좀 가져다드릴까요?”
그녀는 작은 걸상을 침상 앞으로 옮겨 앉았다. 싱글벙글 웃으며 양정만을 바라봤다.
어릴 때부터 이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아왔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양정만은 실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밖에서 사고를 쳤니, 아니면 말썽을 부린 거니, 왜 이리 안절부절못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대장이 여기서 치료 중이신데, 제가 어찌 대장 신경 쓰실 일을 만들겠어요. 제가 그렇게 철이 없나요?”
금하는 양정만의 표정을 살피며 제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네네, 알았어요. 제가 말씀드리면 되죠. 이 양일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단지 도화림 안에서 한 쌍의 남녀를 발견했는데요. 그 여자가…….”
그녀는 종알종알하며 사실을 모두 이야기했다. 당연히 도화림 안의 독장과 뱀의 일은 숨겼다.
다 들은 양정만이 미간을 깊게 찡그리며 다시 물었다.
“너 방금 말한 것이 그 여자가 맨발이고, 남자가 있던 자리는 무거운 물건에 눌린 흔적이 있었다는 얘기지.”
“네.”
금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이 수상쩍다고 생각했어요.”
“여자 발자국과 무거운 물건이 누른 흔적을 그려서 내게 보여주렴. 물체의 외관과 위치가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분부했다.
“아.”
대장의 의도를 알 수 없다 해도, 금하는 그래도 순순히 의동에게 문방사보를 빌려왔다.
그리고 탁자에 엎드려 원래 모양대로 떠올려 그리고는 양정만에게 건넸다.
양정만이 잠시 보고 또 물었다.
“그 남자에게 이상한 점이 있더냐?”
“당시 숲에는 안개가 가득해서 분명히 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 남자의 팔이 부자연스러웠어요. 마치 누군가 억지로 끌어당긴 것처럼요.”
금하가 잠시 망설였다.
“그게 또 이상한 일이 있는데요. 사소와 칠분각에 있던 그 밤, 제가 창가에서 본 화방 위에도 서로 안고 있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어요. 그 남자의 팔도 이랬어요. 설마 같은 사람일까요?”
양정만은 아주 오래 말이 없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에? 사람이 아니에요?”
금하는 이상하게 여겼다.
“예전에 형구가 있었지. 마치 똑바로 세운 관처럼 생겼고, 안에는 세 치 길이의 가시를 가득 깔아놨어. 사람을 안에 넣고 관을 단단히 박아버리면, 가시는 몸에 박혀 피가 조금 조금씩 다 빠지게 돼. 그렇게 고통스럽게 2, 3일이 지나야 안에 있는 사람은 죽게 된다.”
양정만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반면 금하는 점점 더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물건은 누가 생각해낸 건가요. 이건 얼마나 큰 원한이어야 해요. 너무 악독해요.”
그녀는 쯔쯔 혀를 찼다.
“후에 누군가 그걸 개량해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었다. 몸통 안에 날카로운 가시를 숨겼지. 이 인형이 사람을 품에 안았을 때, 두 팔이 오그라들고, 몸통 안의 기관이 작동하게 되어 날카로운 가시가 튀어나와 인체의 급소를 파고든단다. 이 물건을 ‘애별리爱别离’라 부르지.”
양정만은 잠시 멈췄다.
“방금 네가 그린 그림을 보니, 그 흔적은 바로 ‘애별리’를 놓아두어 남은 흔적이었다.”
금하는 춥지 않은데도 이미 벌벌 떨면서 중얼중얼 말했다.
“불가의 팔고八苦, 생, 로, 병, 사, 애별리……. 이 세상에 이런 괴상한 형구를 생각해내는 사람이 있다니…….”
“이 형구는 제작공정이 번거로워, 이미 여러 해 동안 사용을 포기했었다. 어떻게 바로 이 순간 갑자기 양주지방에 나타난 것일까?”
양정만의 미간은 더욱 깊게 일그러졌다.
“게다가 네가 두 번을 마주쳤고.”
“설마 주현이의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요? 하지만……, 두 가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수 있어요?”
금하 역시 확실히 알 수 없었다.
* * *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각자 근심스럽게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양악은 두 개의 큰 사발을 들고 들어오다가 상황을 목격하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도련님아, 아버지 신경 쓰시게 하면 안 된다고 했지. 너 지금 미간의 그 쇳덩어리는 뭐야?”
금하가 냄새를 맡고는 벌떡 일어나 큰 사발을 받아들었다.
금빛 찬란한 면발 위에는 버섯, 겨울 죽순, 고기가 든 양념을 얹었고,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급하게 먼저 양정만에게 건네고 찬탄을 했다.
“이 의관 정말 좋다. 고기도 먹을 수 있네. 대장, 이 국수는 뜨거울 때 빨리 먹어야 해요. 불면 맛이 없어요.”
양정만이 그릇을 받았다. 국수를 집어 올리며 양악을 꾸짖었다.
“넌 요즘 간이 점점 더 커지는구나. 금하한테 일이 생겼는데, 감히 너도 나를 속여.”
양악은 당연히 금하가 이미 전후 사정 모두를 아버지에게 말했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니 변명은 할 수 없었다.
“아버지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저도 그래서 특별히 의관에서 장독 해독하는 약도 샀고…….”
“콜록콜록! 콜록콜록!”
금하는 계속해서 기침하며, 양악에게 맹렬하게 눈짓했다.
양악은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채고 말문이 막혔다. 한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기침은 왜 해. 너는 얘가 말하지 않는다고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니?”
양정만이 금하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네 성격으로, 짙은 안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늘에서 칼이 쏟아진다 해도, 너는 전후 사정을 살피러 갔겠지. 그래도 의외로 다음날까지는 잘 참았다가 다시 갔지만, 분명 일이 생긴 게야.”
금하는 입이 떡 벌어졌다. 할 말이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괜찮다고 대양에게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 했어요. 대장 치료에 전념하시게요.”
그녀는 면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다 말했다.
이번에는 감히 내막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독장의 독성과 뱀의 숫자를 많이 줄였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묘사하여 넘겼다.
그런데 자염 얘기를 들었을 때, 양정만의 표정이 다소 이상해졌다.
금하는 눈여겨보다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대장도 자염을 아시는군요, 이게 매우 비싸죠?”
“아니다, 나는 단지 옛사람이 생각났을 뿐이야.”
자염으로 해독이 필요할 정도면, 아마 이 독장이란 것은 매우 지독할 터였다. 이 제자의 무모함이 다시 떠올라, 양정만은 줄곧 머리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양악이 옆에서 참견했다.
“아버지, 쟤 벌주세요. 놋대야 머리에 이고 뜰에 서 있으라고요.”
금하는 그를 향해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양정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야, 네가 설령 나는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네 어머니는 생각해야 한다. 네 어머니가 너를 내게 맡긴 그 자체가 바로 나를 무척 신뢰한다는 뜻이지. 그런데 네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머니께 무어라 얘길 하겠니.”
“알겠습니다, 대장.”
금하가 머리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악아. 다시 이런 정체불명의 수상쩍은 일이 있으면 절대 너 대신 금하가 가게 두어선 안 된다.”
“소자 잘 알겠습니다.”
양악이 급히 말했다.
양정만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사소가 가져온 그 보양식들은, 하아야, 네가 나 대신 사가에 돌려보내 거라. 오안방은 주현이 대신 은자를 호송해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행동은 그들에게 불리해. 네가 연유를 설명하고, 나 대신 고마움을 전해라.”
금하는 대답하고 일어나 보양식을 가지고 문을 나섰다.
“아가씨다운 정숙한 태도를 보여. 예의를 잃으면 안 돼. 기억하거라.”
그가 또 당부했다.
금하는 문밖에서 큰소리로 응답했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들고, 양정만은 양악을 향해 돌아섰다.
“어제 네가 도화림에 도착했을 때, 사소가 하아를 업고 있었느냐?”
양악은 그릇과 젓가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버지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양정만은 다른 것은 묻지 않았다. 반쯤 침상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입가에는 한 줄기 엷은 웃음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