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의지하 (65)화 (65/224)

65화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산기슭 서쪽으로 도는 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말이 큰북을 실은 마차를 끌었고, 옆에는 많은 이들이 손에 징을 들고 있었다.

방금 도화림에서 들었던 그 시끄러운 소리는 설마 저들이 낸 거야?

금하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 그들을 맞았다. 제일 앞에 있는 이를 향해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러 어르신, 실례하겠습니다. 방금 저희 두 사람이 도화림 안에서 징과 북소리를 들었는데, 어르신들께서 치신 건가요?”

선두에 있는 이는 희끗희끗한 수염이 있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그들 두 사람이 방금 도화림 안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 위아래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이 온전히 무사한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두 분이 도화림 안에 있으셨소? 어떻게 뱀을 만나지 않으셨소?”

“만났죠. 나중에 징과 북소리를 듣더니 뱀이 전부 도망갔어요. 그 야생멧돼지와 야생토끼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이건 이곳의 풍속입니다. 매년 경칩과 백로가 지난 후, 징과 북소리로 부근 들판의 야생멧돼지와 야생토끼를 도화림 안으로 몰아넣지요. 숲속의 도화선桃花仙께서 그것들을 드신 후에야 비로소 부근 촌락의 한 해 평안을 보우할 수 있고, 뱀의 해를 입지 않아요. 귀하께서 숲속에서 뜻밖에도 무사히 빠져나온 건 틀림없이 도화선의 보우가 있으신 겁니다.”

금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럼요. 저희가 봤어요. 신선께선 온몸에 붉은색의 망포를 입으셨고, 자홍색의 상서로운 구름 중에 계셨습니다.”

말 위의 육역은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거들어 주지 않았다.

노인은 놀람과 기쁨에 겨워했다.

“두 분께 이런 큰 복이 있으실 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놀랍게도 도화선님을 만나셨다니요!”

금하는 싱글벙글 웃으며 계속 당당하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신선께선 유달리 인자하게 생기셨고, 특히 친절하세요. 그래서 저희와는 정말 정말 많은 말을 나누셨어요…….”

금하는 터무니 없는 소리를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해댔다.

그걸 본 육역은 그녀가 이야기를 지어내다 못해 지나칠까 걱정이 됐다. 바로 그녀의 말을 끊고, 노인을 향해 말했다.

“다만 아쉽게도 선인과 인간은 구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또 타고난 자질이 우둔하여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래…….”

“흠흠.”

금하는 육역의 거듭된 기침으로 인해,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누가 아니랍니까, 정말 안타까워요.”

흰 수염의 노인이 찬탄했다.

“두 분은 역시 큰 복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일전 숲에 들어간 이들은 죽지 않으면, 다쳤죠. 두 분은 아무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신선도 만나셨다니, 진정 전생에 복을 쌓으셨군요. 기쁘고 축하할 일입니다!”

“이리 축하해주시니 너무도 감사합니다. 제가 비록 신선이 하신 말씀은 알아듣진 못했지만, 신선께서 징과 북소리를 매우 좋아하신 것을 알아봤어요. 이 풍속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금하는 흰 수염 노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말을 끌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사정을 확실히 알게 된 셈이었다.

경칩이 지난 후, 뱀과 곤충이 깨어난다.

이때가 바로 그들이 가장 배고플 시기로, 촌민은 야생멧돼지와 야생토끼를 숲속에 몰아넣어 뱀 떼가 숲 밖으로 나와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을 막았다.

오늘 그들은 진정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은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이 순간 이미 뱀 배 속에 묻혔을지 모를 일이다.

“대인, 우리 운이 정말 좋아요!”

그녀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 돌려 육역을 보며 말했다.

육역은 다시 정정했다.

“네 운이 좋은 것이다.”

“…….”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나 서늘하던 그의 눈빛이 봄꽃처럼 따뜻해 보인다.

이 화창한 날씨 때문인가.

말을 끌고 가던 금하는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육역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흐드러지게 피고 꽃잎이 날리는 복숭아꽃을 바라봤다.

오늘의 만남을 떠올리자니, 그녀는 감흥이 절로 일었다.

“이 도련님은 내 운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화오(桃花坞, 소주의 다른 이름)에는 도화암이 있고, 도화암 안에는 도화선이 살지. 도화선인은 도화나무를 심었다만, 도화를 술값과 바꾸어 버렸네…….”

- 당인唐寅(중국 명대 중기의 문인 화가. 자는 백호伯虎)의 도화암가桃花庵歌 중.

* * *

백토 1돈 반, 껍질 벗긴 구릿대 1냥, 자잘한 진주 5푼, 사향 1자字, 감홍 2돈, 응조 5돈, 일곱 번 불에 달군 밀타승(일산화연) 1냥, 금박 5편, 은박 5편, 주사 5돈, 용뇌향 약간.

이상의 것을 미세한 분말로 갈고, 다시 상질의 정분定粉을 옥잠화 머리 부분에 넣고, 짙은 남색이 흑색이 되도록 찐다. 그리고 꺼내어 이 둘을 배합하면, 진주분을 얻는다.(*명의 송후가 썼다고 알려진 죽서산방잡부에 기재된 향분 제조법.)

거울 속, 적란엽은 진주분을 가져와 손바닥에 덜었다. 계집종이 들고 있는 은그릇의 물을 찍어, 손안에 있는 가루분을 녹이고, 양쪽 볼에 세심히 발랐다.

“계아야, 네가 보기에 내가 이전보다 많이 초췌해지지 않았니?”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꼼꼼히 보았다.

마치 도자기를 자세히 심사하는 것처럼, 어떤 흠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계집종이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

“어딜요. 제 생각으로는 아가씨 예전 자태에는 약간 아이 같은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앳된 티를 벗으셔서, 예전보다 훨씬 아름다우세요.”

손가락이 볼 위의 미세하게 반짝이는 가루를 가볍게 문질렀다.

거울 속의 사람은 혈색이 곱고 아름다우며 온 얼굴이 광채가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가 아이 같은 모습을 좋아한다면, 어쩌지?”

“그럴 리가요……. 아가씨, 너무 걱정이 많으세요.”

계집종이 그녀의 귀밑머리를 정리했다.

“제 생각에 남자는 모두 같아요. 아가씨의 이런 성품과 외모로는 그가 누구든지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없어요.”

적란엽이 눈썹연필을 들고, 깊고 그윽하게 탄식했다.

“넌 몰라. 그는 저런 사람들과 달라.”

말을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다시 버들잎 같은 눈썹을 세세하게 그려 넣었다.

계집종이 상황을 보니, 어떤 말로 더 권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어제 옷 세 벌 골라두신 거 모두 제가 세심하게 잘 다려두었어요. 그런데 아가씨는 어떤 걸로 입으시겠어요?”

적란엽은 돌아서 영지문양이 새겨진 옷걸이에 걸어둔 3벌의 옷을 바라보았다. 속으로 그의 취향을 헤아리지만, 한동안 결정하기 힘이 들었다.

“이 옷들은 모두 올해 봄을 맞아 새로 만든 옷들이에요. 저는 은홍색 옷이 좋아 보여요. 입으면 아가씨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죠.”

계집종이 적란엽의 표정을 살피고, 또 다른 한 벌을 가리켰다.

“이 하늘색은 어떠세요, 만지면 부드럽고 도톰하고 또 가볍고 조밀해요…….”

적란엽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분부했다.

“……넌 가서 서랍 아래 둔 연한 녹색의 긴 저고리를 가져와라.”

계집종이 말을 듣고 갔다가 조금 후 그녀가 말한 것을 가지고 왔다.

“이건 새 옷이긴 하지만, 위에 놓인 무늬가 유행에 떨어져요. 아가씨 설마 이거 입으시게요?”

적란엽은 긴 저고리를 받아 손가락으로 수를 놓은 무늬와 바느질을 세심하게 매만졌다.

그녀는 북처럼 생긴 둥근 걸상 위에 고요히 앉아 있었다. 미간을 찡그린 것이 깊디깊은 사색에 빠진 것 같았다.

계집종은 그녀의 이런 모습에 익숙했다. 넋이 나가 계속 멍해 있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이내 반나절이 지나고, 자명종이 “짹짹” 몇 번 울었다.

적란엽은 그제야 막 꿈에서 깬 것처럼 마음을 굳히고 일어섰다. 그녀가 혼자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걸로 할 거야. 나는 감히 기대할 수 없다고 해도, 만약 그가…….”

비록 계속 말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양 볼은 엷은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미간에는 부끄러움과 주저함이 서려 소녀의 교태를 한껏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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