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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62)화 (62/224)

62화

또 한 번 도화림을 보게 되니, 어제의 심경과는 당연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

“푸르고 어여쁜 복숭아나무는 무성하고, 꽃은 붉게 피어 반짝거리는구나. 딸이 시집을 가면, 반드시 시댁 식구에게 환영받으리라 (桃之夭夭 灼灼其華 之子于歸 宜其室家)……. 나는 좀 봐야겠다. 대체 이 남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제 금하는 장기에 중독되었지만, 자신이 본 장면은 오히려 눈에 선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환각일 거라는 것을 끝내 믿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번 숲에 들어가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반드시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도화림에 아직 도착하기 전, 그녀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외지고 풀이 많은 곳을 찾아 말을 잘 묶었다.

품속에서 양악이 준 기하단을 꺼냈고, 그녀는 한 알을 입안에 머금었다. 마름과 연잎의 청향이 일시에 입안에 가득 퍼져 정신을 상당히 일깨웠다.

그녀는 다시 또 두 알을 꺼내 손바닥에 놓았다.

풀 끝의 이슬을 모아 환약을 녹이고, 헝겊에 적셨다. 마지막으로 젖은 헝겊으로 잎과 코를 막았다.

그녀는 곧장 일어나 깊이 숨을 들이켰다. 코끝에 맡아지는 것은 전부 기하단의 청향뿐이었다.

“환 여섯 개가 은자 한 냥꼴이야. 절대 가짜 약 판 거로 날 골탕 먹이지 마라!”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성큼성큼 걸어 복숭아나무 숲을 향해 걸어갔다.

송이송이 복숭아 꽃마다 빗물이 맺혀, 더욱 아름답고 요염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도화림 가까이에 이르자 바람이 불었다. 연분홍 꽃잎이 분분히 날려 떨어지고, 꽃잎 몇 장은 그녀의 몸을 스쳤다.

그중 한 잎이 손등에 묻어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이걸로 위축되어 물러나진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히려 뒤통수에서 강한 바람이 있었다.

고개를 돌릴 겨를도 없이, 이미 그녀는 왼팔을 제압당해 3, 4장 밖으로 억지로 끌려 나왔다.

“죽으러 가나!”

누군가 호되게 고함을 쳤다.

목소리가 상당히 익숙했다.

끌어 당겨진 팔이 너무 아파 그녀는 팔이 거의 빠진 줄 알았다.

통증을 참고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 저절로 얼이 빠졌다.

“육 대인? 왜 여기 계세요?”

육역이 손을 놓았다.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말은 내가 네게 물어야 마땅해! 어제 죽지 못해서 오늘 특별히 다시 한번 죽으러 왔나?”

“당연히 아니죠.”

금하가 입과 코를 가린 헝겊을 내리고 설명했다.

육역이 미간을 찌푸린 것이 상당히 화가 나 보여, 금하는 설핏 웃어 보였다.

“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요. 사전에 이미 해독약 먹었고요. 또 환약을 녹여서 적시고…….”

육역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잘랐다.

“무슨 환약?”

“바로 이거요. 해독하는……, 아……, 이름이 뭐였는지 잊었어요.”

그녀는 이것이 무슨 환약인지 전혀 묻지 않았다. 그저 해독할 수 있다는 대양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육역이 작은 도기병을 받았다. 환 한 알을 꺼내 코끝으로 냄새를 맡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보기에 이건 고작 정신을 깨우고, 머리를 맑게 해줄 뿐이야. 어떤 독도 해독 못 해.”

“그럴 리가 없어요! 이건 비싼 건데요. 은자 한 냥에 겨우 6개예요.”

금하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정신을 번쩍 나게 하려면, 나는 찬물에 세수하면 되는데.”

육역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눈빛이 복잡해졌다.

금하는 천을 다시 잘 묶었다. 분명치 않은 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대인,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어젯밤 네가 여자가 여기서 죽어 있다고 했지. 한번 보러 왔다.”

“저를 만났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위험했어요. 대인은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바로 힘껏 다시 끌려와 비틀거렸다.

육역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가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네가 몇 개의 목숨을 가진 것 같아?”

“저는…….”금하는 잠시 생각해 본 후 신중하게 말했다.

“최근 상황을 봐서는, 아무래도 예닐곱 개는 있나 봐요.”

그녀와 다시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깊게 깨달았다. 육역은 속으로 숨을 들이켜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시했다.

“넌 여기서 기다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내 명령 없이 숲에 들어가지 못한다.”

“대인…….”금하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육역이 눈을 부릅떴다.

“내가 네 혈을 짚어 움직이지 못하게 할까?”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금하는 즉시 입을 닫고, 뒤로 두 보 물러섰다.

하지만 그가 곧장 숲 안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해 또 상기시켰다.

“대인, 이 장기는 매우 지독해요. 가장 좋은 건 목이 마르자마자, 빨리 나오시는 거예요.”

이 말에 육역의 걸음이 살짝 멈칫했다. 뒤에서 금하가 재차 ‘대인.’하고 부르며 답을 구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쪽 입술 끝이 살짝 호선을 그리며 말렸을 뿐이었다.

육역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화림 안쪽을 향해 갔다.

* * *

숲은 적막한 고요에 휩싸였다. 때때로 바람이 불었고, 그때마다 꽃잎이 분분히 떨어졌다.

땅 위의 흙은 축축했고, 꽃잎은 어지러이 흩어졌다. 썩은 마른 나뭇가지와 풀잎도 섞여 있었다.

육역은 예리한 눈으로 천천히 위부터 훑었다. 코끝을 맴도는 악취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시각.

숲 밖의 금하는 얼굴을 가렸던 천을 걷었다. 원래 젖었던 천이 이미 반이나 말랐다. 그녀는 매우 안타까워하며 생각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무척이나 비싼 환약 두 알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잖아.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말려서 잘 챙겨 두면, 남겼다가 다음에 다시 쓸 수 있었다. 그러면 낭비는 아닌 셈이었다.

그녀는 천을 말리는 한편, 숲 밖에서 서성거렸다. 그리고 수시로 숲 안쪽을 힐끔거렸다.

육역의 무공에 대한 조예는 그녀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것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장기瘴气 안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그것까지는 그녀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만약 다시 반 시진이 지나도 그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들어가 봐야 하나?

금하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도화림을 흘끔거리고, 또 흘끔거렸다.

반 시진은 너무 오래잖아? 시신 수습만 할 뿐인데……. 어떡하지?

육역에게 만약 사고가 생기면, 육병은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육선문 모든 이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다시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도화림 안으로 들어갔다.

* * *

축축한 흙 위에는 육역이 밟아온 발자국이 뚜렷했다. 그녀는 그의 흔적을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그가 간 곳이 바로 자신이 어제 갔던 곳임을 발견하고 의아해했다.

이 길로 오시다니, 우연이네.

그녀는 다시 앞을 향해 갔다.

기억이 매우 모호하고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업본능은 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제 서로 껴안고 있던 남녀를 본 곳을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곳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금하는 멍해졌다. 정신을 차려 옆에 있던 복숭아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무줄기의 몇 군데에는 우묵하게 팬 곳이 있었고, 나무껍질은 쪼개져 튀어나왔다. 바로 자신이 어제 칼집으로 두드리고 찍어 만든 것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그녀가 꿈꾸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그럼, 설마 환각이었어?

그녀는 천천히 그 남녀가 원래 있어야 했던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땅 위 젖은 진흙에서 가장 분명하고 새로운 발자국은 육역의 것이었다. 이건 그도 방금 여기에 왔었다는 뜻이었다.

이 외에 또 완전하지 않은 몇 개의 흔적이 있었다. 그중 반 정도가 맨발바닥 자국이라는 것을 구분해 낼 수 있었다.

맨발바닥? 맨발로 도화림에 온 사람이 있어?

금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맨발바닥 자국은 아주 작고 정교하다. 분명 여자가 남긴 것이었다.

바로 그 죽은 여자인 건가?

그 외 몇 개의 흔적 중, 진흙이 움푹 들어간 곳이 두 군데 있었다. 마치 어떤 무거운 물건을 놓아둔 것 같았다.

또 한 곳은 얕은 조피화皂皮靴의 발자국이었다. 이미 매우 희미해졌다.

설마 그 남자가 남긴 걸까?

자신의 환각이 아니었으니……. 그럼 그 남녀는?

금하는 사방을 한 번 둘러 보았다.

남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어렴풋이 도화꽃 사이에서 육역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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