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머릿속의 그 남녀 한 쌍은 확실히 괴상하고 애매모호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욱 환각 속의 사람 같았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은 이런 망상을 하게 된 걸까?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제가 방금 꿈속에서 그 남자가 돌아선 걸 봤는데, 대양이었어요.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고요.”
육역은 고요히 침묵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가 잠시 후에야 말했다.
“넌 널 불러낸 이가 죽이고 싶어 한 것이 양악이라 생각해?”
“심부름꾼이 약속한 건 대양이죠. 대양은 가지 못했고, 제가 대신 갔어요.”
“의관에 양악을 찾아온 사람은 알고 있었지. 분명 양정만이 다리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아버지가 치료 중이니, 양악은 아마 못 갈 거고, 그러면 네가 대신 가겠지.”
금하가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가능성 있네요. 그런데 심부름꾼은 왜 직접 저를 찾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너는 이미 그를 알지만, 양악은 모를 수도 있고. 어쩌면 그의 몸에 결정적 단서가 있어서, 네가 알아볼까 불안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쩌면 단지 고의로 네게 경계를 늦추게 하려 했을 수도 있고…….”
육역이 그녀를 흘낏 쳐다보았다. 어조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네가 포쾌인데, 어찌 이 정도도 생각지 못해? 아니면, 너는 지나친 관심으로 냉정하지 못한 거야?”
아마도 종잡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확실히 자신은 이 일에서는 조금 당황해하고 있다.
금하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대인은 대장께도 정말 잘하시죠. 대인도 대양에게 사고 나는 걸 바라시진 않으셨죠?”
육역이 태연하게 냉수를 마시고는 말했다.
“복과 수명은 하늘이 정한다. 양악이 만약 정말로 순직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사재를 털어 그에게 포두 대우를 받게 해주는 것뿐이야.”
“…….”
금하는 멍하니 굳었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다가, 이어서 또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얼굴에는 돌연 이 순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찬란한 웃음이 떠올랐다.
“대인, 만약 저였다면……, 바로 저요! 저도 순직했으면, 대인은 제게도 누리게 해주셨을까요……. ……헤헤헤……. 그거……, 포두 대우?”
육역은 말없이 일어섰다.
“대인! 대인! 가지 마세요, 우리 좀 더 얘기해봐요……. 제가 뜨거운 물로 차 끓여 드릴까요?”
금하가 매우 공손하고 정성스럽게 태도를 바르게 했다. 하지만 육역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곧장 가버렸다.
* * *
이른 아침, 교두桥头(다리 어귀)가 하루 중 가장 떠들썩할 때였다.
작은 배마다 물고기와 새우로 가득 차고,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수레를 끌거나, 짐을 옮기고 있었다.
어시장 책임자의 개장한다는 목소리가 울리고,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생선 비린내가 온 교두에 물씬 풍겼다.
청죽유포우산 한 자루가 낮게 드리워졌다. 우산 아래 사람은 몇몇 생선 장수를 지나쳐 곧바로 랑선浪船에 올랐다. 몸은 선실로 들어가고, 청죽우산도 접혀 대나무 발 안으로 사라졌다.
그가 실내로 들어오자, 랑선은 바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실 안의 상관희는 이미 한참을 기다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손님을 본 얼굴에는 어떤 의아함도, 또한 조금의 친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 배 한 척이 양주로 들어왔습니다.”
그녀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북쪽에서 온 것이죠. 배에 탄 이에 대해서는 아직은 비록 진짜 신분을 알아내지 못했으나, 금의위가 공손한 태도로 하루에도 그곳에 서너 번을 드나드는 것을 보아, 분명 나랏일 하시는 분이시겠죠.”
“공손한 태도?”
손님이 물었다.
“배에 오른 후, 갑판 위에서 신발을 바꿔 신고서야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사이 출입한 금의위를 알 수 있습니까?”
“제형안찰사 이 대인, 경위지휘사 왕 대인…….”
상관희가 미미하게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제형안찰부사, 경력 등등 예닐곱 명입니다. 이런 거물이 양주에 왔는데, 놀랍게도 귀하께 알린 이가 없군요?”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여유롭게 옷소매를 정리했다. 손님이 말했다.
“다행히 그러한 정도의 인물은 많지 않죠. 나는 대략 그가 누구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그 생선 파는 젊은이는 찾았습니까?”
“아직입니다. 아마 그 사람은 원래 생선 장수가 아니었을 겁니다.”
“설령 생선 장수가 아니라 해도 그가 양주지방에 있는 한, 당신들은 마땅히 찾아내야 합니다.”
상관희의 안색이 무거워져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주지방은 원래 뱀과 용, 나쁜 놈과 좋은 놈이 뒤섞인 곳입니다. 우리 오안방은 수로만 관여할 뿐, 뭍의 일은 3할 정도로 체면만 유지합니다. 지나친 개입은 하기 힘들죠. 귀하는 탐문, 미행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게다가 그제는 방에 문제가 생겼던지라, 일손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동양인에게 죽은 형제는 모두 장례를 치렀으니 됐다지만, 부상당한 형제 몇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위중해지고 있다.
불러온 의원 모두가 속수무책이었고, 방의 사무는 많아 사실 그녀는 몹시도 정신이 없었다.
“그제의 일은 내가 대략 들었습니다. 동양인을 만났고, 수명의 사상자가 생겼다지요.”
“이건 본 방의 일입니다. 걱정 끼치지는 않겠습니다.”
상관희는 냉랭하게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다 하고 있습니다. 귀하는 언제 사람을 놓아주실 수 있습니까?”
손님은 화를 내지 않았다.
“상관당주는 매우 급합니까?”
“급해도 서두르진 않습니다. 다만, 기왕 거래인 만큼, 피차 성의는 보여야 되겠죠.”
상관희의 어조가 무거워졌다. 그녀가 미미하게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는 민초 출신이라 고상한 말 같은 건 할 줄 모릅니다. 귀하가 절 갖고 놀겠다면, 저는 허락해도, 제 쌍칼은 아마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말씀이 과하시군요!”
손님이 희미하게 웃었다.
“뭐, 좋아요. 나도 호쾌한 사람과의 합작을 좋아합니다. 3일 이내, 제가 이 일을 준비하죠. 단, 조건은 당신은 반드시 그쪽 소방주가 직접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관희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왜 꼭 그여야 하죠?”
“상관당주는 오해하지 마실 것이, 나는 소방주가 신세 갚는 걸 도울 뿐이죠. 다만 소방주가 오지 않으면, 아마 당신들은 이 범인을 데려가지 못할 겁니다.”
이때, 선체가 미미하게 흔들렸고, 다시 뭍에 닿았다.
손님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몸을 숙여 한쪽에 기대 놓았던 청죽의 유포산을 들었다. 그는 대나무 발을 걷고, 우산을 편 후 여유 있게 배에서 내렸다.
조피화가 청석판의 길에서 점차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상관희는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잠시 후 한숨을 내쉬었다.
랑선은 천천히 흔들렸다.
* * *
심 씨 의관, 뒤채의 작은 안뜰.
“대장 어떠셔?”
양정만을 걱정하여 금하는 아침 일찍 달려왔다.
아마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양악의 얼굴은 대략 초췌했다. 그는 우물가에서 통에 물을 길었고, 두 손으로 찬물을 떠서는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밤에 일찌감치 열이 시작돼서 날이 밝아져서야 내려가더라. 조금 진정돼서 주무시니까, 너는 들어가지 마.”
금하가 고개를 끄덕였고, 또 물었다.
“다리는? 어때?”
“만두같이 부었어.”
“아? 괜찮은 거야? 의원은 뭐라 해?”
“심 의원은 다리 붓기는 정상이고, 이틀 지나면 사라질 거라고 하셨어. 열나는 것도 정상이고. 단지 아버지 연세가 많으셔서, 조심해서 돌봐드려야 해.”
양악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똑같은 얼굴로 걱정했다.
“넌 괜찮아? 환약은 먹었어? 불편한 곳은 없어?”
“진작 괜찮아졌지.”
금하는 손을 크게 벌려 흔들며 자신이 아무 일 없음을 드러냈다.
속으로는 지난 밤 육역이 추리한 것을 그에게 말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망설였으나, 끝내 양악에게 걱정을 더 시키고 싶지 않아 그녀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너 가서 잠깐 자. 내가 있을게.”
그녀가 말했다.
양악은 고개를 저었다.
“피곤하지 않아. 넌 관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지금은 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만사 조심해야지.”
“그래. 너도.”
마음속에 다른 계획이 있기에, 금하는 버티지 않고 의관을 나왔다.
이때, 비는 이미 점점 그치고 있었다.
그녀는 발을 굴러 말에 올라탔다. 품속에서 어제 양악이 준 기하단을 꺼내 보고 또 보았다.
어떤 결심을 굳힌 그녀가 약병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두 다리로 말을 힘껏 조였고, 말은 서성문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