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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59)화 (59/224)

59화

사소는 그녀에게 목이 졸려 혀가 쭉 나왔다.

“너……, 손 놔……. 무슨 일이야?”

“숲에 남녀 한 쌍이 있었어. 여자는 죽었는데, 못 봤어?”

“못 봤어.”

금하는 한층 더 의아해졌다.

“그럴 리 없어. 그들은 내 근처에 있었어. 오빠가 못 볼 리가 없는데……. 가지 마, 돌아가. 돌아가서 확인하자!”

그녀는 사소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죽고 싶냐, 너. 다행히 중독된 장기가 심하지 않아서 목숨은 건졌어. 그런데 다시 목숨 바치러 가고 싶냐.”

사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곧장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등에서 팍팍 두드리든 말든 마음대로 하게 뒀다.

머지않아 또 누군가 말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왔다. 잠시 후 눈앞에 이르렀는데, 바로 양악이었다.

그는 금하가 사소의 등에 엎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색이 조금 나쁘긴 해도 어쨌든 상처 없이 온전하고,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련님아, 아무 일 없어 다행이야.”

금하는 그 대신 온 거다. 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그가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나.

양악은 품에서 작은 도기병을 꺼내 기하단 한 알을 쏟았다.

“자, 이거 먹어. 장독 해독할 수 있어.”

“필요 없어. 오빠가 먼저 먹으라고 줬어. 그 물건 진짜 먹기 힘들어.”

금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소가 고개를 돌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내가 네게 먹으라 줬다고?”

“나 안고 나왔을 때 말이야. 내 입속에 물고 있다가 녹으면 삼키라고 했잖아.”

금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약 매워 죽어. 말 그대로 사람을 꼬치로 꿰어서 불에 굽는 거야.”

듣고 있던 사소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돌아서 어리둥절하여 양악을 바라봤다가 또 금하를 바라봤다.

“야 이 계집애야. 너 머리가 흐리멍덩해? 아직 무슨 일인지 헷갈려? 내가 언제 너한테 뭘 먹으라고 줘?”

금하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끝내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나 발견했을 때, 내가 어디에 있었어?”

“도화림 밖에, 큰 바위에 기대서 기절해 있었지. 나는 네가 분명 숲에 들어간 후 이상함을 느끼고, 그나마 경미한 중독이라 알아서 나왔다고 생각했어.”

“아니야, 아니야…….”금하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숲에 들어갔고, 그 후에 남녀 한 쌍을 봤어. 여자는 이미 죽었는데, 다시 그 후에, 후에……, 누군가 내 입에 환약을 넣었고, 물고 있다가 녹으면 삼키라고 했어……. 그가 나를 안고 숲을 나온 건가?”

“그가 누군데?”

사소가 물었다.

금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 사람의 용모는 줄곧 분명치 않았다. 한 겹 엷은 안개가 낀 듯, 알아볼 수 없었다.

“생각 안 나.”

“네 말은, 한 쌍의 남녀에서 여자는 이미 죽었고, 그 남자가 널 구했다고?”

양악이 물었다.

“몰라.”

금하는 머리를 기울이고 고심했다.

“그 남자는 보기에도 어딘가 이상했어. 죽었나, 안 죽었나도 몰라……. 안 되겠다. 돌아가서 봐야겠어.”

금하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이었다. 양악과 사소는 나란히 그녀를 눌러 앉혔다.

“경거망동하지 마. 누군가 고의로 우리를 속인 이상, 부근에서 손쓰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이 일은 수상한 점이 많았다. 양악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금 다시 도화림으로 들어가는 건 죽음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은 우선 돌아가고 방법을 찾아 다시 오자.”

사소는 조금 전 말도 제대로 매 놓지 못하고 금하를 찾아 헤맸다. 당장 손을 입술에 대고 휘파람을 부니, 근처에서 풀을 뜯던 몸집이 큰 흑마가 뚜벅뚜벅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내 말은?”

금하는 뒤늦게 자신의 말이 생각이 나서, 목을 길게 뽑아 사방을 둘러 보았다.

“내가 분명……, 분명히 바위 쪽에 잘 묶어 두었어.”

바위 옆은 아무것도 없이 허전했다. 어디에도 말의 흔적은 없었다.

“큰일 났다. 망했네, 망했어! 이건 관역의 말인데, 잃어버렸으니 분명 나한테 배상하라 할 거야!”

이제 금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고, 얼굴은 온통 거대한 재난에 맞닥뜨린 것 같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일이라도 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보지 못했다.

그런데 말을 잃어버린 일에는 오히려 이렇게 놀란 모습에, 이런 배포라니!

사소는 금하가 대범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를 부축해 자신의 말 등에 태웠다.

그러나 결국 눈썰미가 예리한 양악이 깊은 수풀 속을 어슬렁거리던 말을 찾아냈다. 금하는 그때야 안심했다.

* * *

그들 일행이 의관으로 돌아왔을 때, 의동은 양정만이 방금 깨어났다는 말을 전했다.

사소는 그 말에 마음을 놓았다. 그는 본래 누군가에게 관심 두고 살뜰히 챙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양정만에게는 병중에 손님을 만나는 번거로움을 더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양숙께 몸조리 잘하시라고 말씀 좀 전해 드려.”

그러고 그는 바로 급하게 가버렸다.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 전, 양악과 금하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피차 말은 하지 않아도 이미 상대방의 뜻을 알고 있다. 도화림의 일을 잠시나마 양정만에게 얘기하지 않고, 대장이 평온한 마음으로 상처를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여기 약 드세요.”

양악이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부축했다. 그리고 금하는 의동이 잘 달인 탕약을 들고 왔다.

상한 다리를 잘라 다시 붙이는 과정을 방금 겪어 양정만은 원기를 크게 잃었다. 그렇다 해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금하를 한 번 보았을 뿐인데, 그가 바로 물었다.

“하아야, 네 안색이 좋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 음…….”

금하는 우물우물하다가 거짓말로 둘러댔다.

“어떻게 된 이유인지는 모르고, 말을 잃어버렸어요……. 한참이나 찾았는데도 못 찾았어요.”

들어보니 이렇다 한다. 양정만은 평소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릇 은자에 관련된 것이라면 그녀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었다. 지금 그도 한숨을 쉬며 얘기해줄 수밖에 없었다.

“관청의 말은 모두 각인을 해둔단다. 민간에서 감히 숨길 수 없으니 천천히 찾아보려무나.”

“저도 그렇게 충고했어요.”

양악이 탕약을 받아 들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제가 방금 심 의원께 물어봤는데요. 그의 말로는 다리가 잘 붙었답니다. 그리고 당분간 우리에게 뒤채에서 머물면서 몸조리하라네요. 그래야 그가 수시로 아버지를 다시 살피는 것도 편하다 해요.”양정만은 자신이 보잘것없는 포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육역이 은자와 함께 당부해 둔 덕일 터였다.

그가 느린 음성으로 물었다.

“육 대인은?”

금하는 한순간 멍해지고 난 후에서야 육역을 떠올렸다.

“몰라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까는 계셨는데…….”

“너희들.”

양정만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 나서야 그들을 책망했다.

“너희는 조심스러워야 하고, 말하는 것, 일하는 것 모두 성실해야 한다. 사람에게 어떤 약점도 잡히지 마라.”

사람이란 설마 육역을 말하는 건가?

양악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분은 줄곧 친절하게 아버지 다리치료를 받게 해줬어요. 도를 넘지만 많으면, 제 생각에 그는 우리를 힘들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이 두 아이에게는 숨김없이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양정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친절한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금의위가 언제 밑지는 장사를 하려 했느냐.”대장은 육역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하시는 건가?

그러나 대장이 다리를 고친다 해도, 여전히 말단 포두일 뿐이었다. 이미 육병은 판세를 좌지우지할 능력을 갖고 있는데, 대장에게 또 무얼 바랄 것이 있겠나?

금하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양정만은 이미 더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양악은 아버지가 약을 다 드시기를 기다렸다가 그를 부축해 잘 눕히고 쉬시게 했다.

그는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했으니 밤에도 당연히 의관에 남았다. 그러나 금하는 아가씨라 많은 부분이 불편해 관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너 꼭 잊지 말고 이거 먹어.”

양악이 병에 든 기하단을 그녀에게 줬다.

“나 괜찮아.”

“몸에 아직 여독이 있을 수 있어. 먹는 게 맞다.”

금하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했다.

“환 6개가 은자 한 냥이야. 절대 낭비하지 마!”

양악은 그녀가 약을 대충 아무렇게 뒀다가 먹지 않을까 염려했다.

금하는 크게 놀랐다.

“그렇게 비싸! 이걸 어떻게 먹어. 우리 이거 무르자. 무를 수 있지?”

양악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도련님아. 목숨이 중요해, 돈이 중요해? 이건 무를 수 없어. 네가 안 먹으면, 은자 한 냥 버린 거야.”

“알았어.”

금하는 매우 어쩔 수 없이 약병을 품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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