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의관 안.
모든 치료과정이 생각보다 빨랐다.
심밀은 작은 은 망치로 양정만의 상한 다리를 두드려 잘랐다. 그런 후 다시 붙이는 치료를 진행했다.
양악은 아버지가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시달릴까 내내 걱정했는데, 다행히 양정만은 계속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심밀의 솜씨는 날렵하고 정확했다. 아버지가 깨기 전 이미 다리뼈를 잘 붙였고, 부목을 대고 긴 천으로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
“붙였지만, 아직 며칠 관찰해야 합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십시오. 제가 이미 뒤쪽 별채에 방을 마련하라 해뒀습니다. 조금 기다리시면, 사람이 와 데리고 갈 겁니다.”
적절하게 처리를 하고, 심밀은 손을 닦으며 양악에게 말했다.
“그럼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심 의원님.”
양악은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심밀은 처방을 내려 의동에게 약을 달이라 했고, 그는 연이어 또 다른 일로 바쁘게 떠났다. 양악은 거듭 감사를 전하며 그들을 배웅했고, 돌아서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침상으로 돌아와 계속 아버지를 지켰다.
어젯밤의 술은 아직 취기가 남았다. 그는 침대 기둥에 기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허나 마음은 여전히 다른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금하와 사소 쪽에서는 무슨 일을 의논했을까?
두 사람 모두 보통내기들이 아니라, 무슨 사고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적 낭자는 좁쌀떡을 먹었을까? 그녀가 좋아했을까? 그녀가 만약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는 종류를 바꿔야겠다.
“양 공자, 누가 찾습니다.”
의동이 그를 불렀다.
또 누가 찾아? 양악은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가리개 천을 걷으려던 순간, 이미 천은 밖에서 누군가에게 걷혔다.
사소가 여러 개의 비단 상자를 든 채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사…….”
양악이 말을 시작하자마자, 사소는 층층이 쌓은 비단 상자를 그에게 전했다. 그리고는 머리를 쑥 내밀어 침상에 누운 양정만을 보았다.
“아저씨는 어떠셔? 왜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계셔?”
“심 의원이 조금 전 다리뼈를 다 붙여 놨어요. 지금은 마비탕의 약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겁니다. 의원 말로는 반 시진 정도면 깨실 수 있을 거래요. 그런데 형님은……, 왜 여기 있어요?”
양악이 비단 상자 전부를 버겁게 내려놓았다.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사소를 바라봤다.
“내가 어제 아버지께 양숙이 심 의원 이곳에서 다리 치료받는다고 말씀드렸어. 아버지가 원래 우선 양숙을 집으로 모셔서 몸조리해준다고 하셨는데, 꾸물거리다가 늦었지. 게다가 너희는 어디까지나 관청 사람이라 여러모로 불편할까 염려하시네. 그래서 내게 이 호랑이 뼈, 녹용, 인삼 같은 걸 가져다주라셨다. 네가 푹 고아서 양숙 몸보신시켜 드려.”
“어르신께 감사드려요……. 그런데 금하는요? 형님과 함께 있지 않았어요?”
사소는 어리둥절해 했다.
“걔가 왜 나랑 있어?”
양악은 얼어 굳었다.
“오늘 아침 어떤 생선 파는 젊은이가 형님 말을 전했어요. 저와 도화림에서 만나 상의하자고요. 저는 나갈 수가 없어서 금하가 저 대신 갔습니다.”
사소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런 적 없어……. 잠깐, 어느 곳의 도화림이라고?”
“서성문으로 나가서, 서남쪽으로 1리를 못 간 곳이라 했어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소는 돌아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한 마디만 남겼을 뿐이었다.
“속태우지 마. 내가 반드시 금하 데리고 돌아올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양악이 다급하게 물으며 그를 쫓아 문을 나섰지만, 이미 사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의동을 붙들고 빠르게 물었다.
“너 서성문 밖의 도화림을 아니?”
의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도화림은 매우 위험해요. 특히 이 시기에는 절대 가면 안 돼요. 도화림에 거대한 뱀이 출몰하거든요. 지금은 때마침 봄날이라 뱀과 벌레가 소생하고, 독무를 내뱉죠. 그것들이 아주 커다란 장기瘴气(*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독한 기운.)를 만드는데, 우리 여기서는 그걸 도화장桃花瘴이라고도 불러요.”
의동이 덧붙였다.
“여기 사람은 모두 아는데, 일부 외지인들이 사정을 잘 몰라 도화림에 들어가요. 가볍게는 정신이 흐릿해지지만, 심하면 목숨까지 잃게 돼요.”
“그 장독瘴毒은 해독약이 있어?”
양악이 초조해하며 물었다.
“우리가 파는 기하단芰荷丹이 독성 일부를 해독할 수 있어요. 남은 독은 천천히 몸조리해야죠. 하지만 만약 중독이 매우 심하면…….”
“내가 사고 싶어!”
양악은 구매한 기하단을 챙기고, 또 의동에게 아버지를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그는 말 등에 올라 한달음에 성의 서쪽을 향해 달렸다.
* * *
머리가 어질어질 혼미한 사이, 누군가 그녀의 입안에 차가운 것을 집어넣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듭 당부했다.
“그걸 물고 있다가 녹으면 삼켜라. 그럼 해독할 수 있어.”
입안에 들어온 것은 차가웠지만, 다음 순간 오히려 매워서 입안 전체가 마치 불에 타는 것 같았다. 금하는 아픔에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또 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그녀는 허공중에 떠올라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누구야?
금하는 전력을 다해 눈을 뜨려 했지만, 끝내 그 사람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저 볼 수 있던 것은 정수리 쪽에 있는 복숭아꽃뿐이었다. 마치 물에 번진 분같이 몽글몽글, 꿈이나 환각처럼 하늘하늘 떠다녔다.
입안에서 녹은 것을 그녀가 꿀꺽 삼킴에 따라 불에 그을린 듯한 지독함은 복부에 이르렀다. 오장육부가 화끈거리며 전부 들끓었다.
“태상노군의 팔괘로八卦炉, 문무文武의 불로 단련하여……, 정제된 단이 나올 때쯤, 내 몸은 재가 되어…….”(*원전 서유기 <팔괘로에서 도망친 대성, 오행산 아래서 붙들리다> 의 한 대목.)
그녀의 정신은 분명치 않았다. 여러 말을 횡설수설 입안에서 웅얼거리다가, 뒤이어 다시 기절했다.
꿈속, 꽃보라가 우수수 흩날렸다.
有匪君子 아름다운 군자가 있어
如切如磋 뼈와 상아를 다듬은 듯,
如琢如磨 구슬과 돌을 갈고 간 듯.
- <시경詩經 위풍衛風 편의 기오淇奧>
……정말 누구지? 당신……, 누구야?
“금하야! 금하! 이 계집애! ……야이 씨, 금하야! ……빨리 정신 차려!”
누군가 그녀의 볼을 좌우 양쪽으로 번갈아 가며 한바탕 톡톡 쳤다. 그녀는 눈살을 바짝 찌푸리며, 힘겹게 눈앞의 짙고 검은 연기를 헤쳐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눈꺼풀에 조금 틈이 생겼고,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오빠야?”
그녀는 가까스로 눈앞의 사소를 알아봤다.
그녀가 정신이 든 것을 보고, 사소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맥을 짚었다.
“다행이다. 네가 중독된 장독은 비교적 가벼워. 너도 참 바보냐, 미련한 거냐. 이 도화림은 해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네가 감히 덤벼들어……!”
머리는 여전히 매우 어지러웠다. 금하는 일어나려고 다리를 두어 번 움직여 보았으나,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사소도 금하에게 더는 잔소리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는 수월하게 그녀를 업은 채 산에서 내려갔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여기 있는 거?”
금하가 그에게 물었다.
“의관에 양숙 보러 갔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사칭해서 너희를 거기로 끌어낸 걸 알았어. 이건 분명 너희가 외지인이라 속인 거야. 사정을 모르니 이걸로 너희 목숨을 노린 것이 분명해.”
사소는 화를 내며 이를 갈았다.
“감히 본좌의 이름을 사칭해. 누군지 알아내면, 내가 가만 안 두겠어!”
그의 등은 매우 넓었다. 금하는 그 위에 엎드려 점점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불타는 듯하던 감각은 이미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생각했다.
“그가 죽이려던 건 대양이야……. 우리는 온 지 며칠 안 됐고, 죄를 진 사람도 없는데……, 말고는…….”
“뭐 말고?”
사소가 돌연 걸음을 멈췄다.
“대양이 적 소저에 대한 애모를 차마 버리지 못한 것 외에는. 그러나 그도 좁쌀떡을 보냈을 뿐이야. 그것 때문에 그를 죽이려고 까지 할까?”
금하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너희들 조사하는 사건이 무언가에 연루된 거 아냐?”
“사건 조사가 누군가에게 거슬린다고 해도, 양악한테 손대선 안 되지. 나한테는 육 대인이 많이 거슬리긴 해…….”
금하는 순간 말을 멈췄다. 돌연 무언가가 떠올라 사소의 목을 잡아당겨 맹렬히 흔들었다.
“서! 서! 서! 빨리 서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