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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57)화 (57/224)

57화

서성문으로 나온 금하는 말에 앉은 채 멀리 바라봤다.

바야흐로 봄날이다. 서남쪽의 작은 산에는 도화꽃이 만발해 먼 곳에서 바라보면, 커다랗고 분홍분홍한 꽃구름 떼가 지상으로 내려와 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말을 채찍질로 질주하여, 매우 빠르게 도화림 앞에 이르렀다.

어젯밤 한바탕 봄비가 내려, 땅에는 온통 붉은 꽃잎 천지였다. 그녀는 말을 나무에 잘 묶어 두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걷는 한편 사소를 찾았다.

이 도화림은 매우 컸다. 깊은 산속으로 얼마나 더 길게 이어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녀는 안쪽을 향해 짧은 거리를 걸었을 뿐이었는데, 바로 이곳은 곳곳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

봄날은 바야흐로 꽃놀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고 이 도화림은 양주성과 그리 멀지 않고, 꽃은 선명하고 눈이 부시게 피었다.

정상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이 이곳에 와서 경치를 보고 꽃을 감상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땅 위에는 사람의 흔적도 거의 없었다.

그다음으로, 복숭아나무는 파리를 가장 잘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곳에선 어지럽게 윙윙 날아다니는 파리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그것이 더욱 괴괴함을 생생히 드러나게 했다.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건, 어쩌면 맹수가 출몰했거나 혹은 귀신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감히 와보려는 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파리마저 종적을 감춘 것은 또 어떤 이유일까?

금하는 눈살을 찌푸린 채 도화림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 * *

의관 안.

육역은 냉랭한 시선으로 양악이 금하와 밖으로 나가 수상쩍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양악 본인은 다시 들어왔지만, 금하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의심과 근심이 동시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 시진을 기다려도 금하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염려가 더욱 깊어졌다.

“아버지께서 이미 잠드셨습니다. 심 의원께서 시작하실 수 있는지요?”

양악이 의동에게 물었다.

의동이 들어가 양정만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서 사부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다리를 두드려 자르고 다시 붙여야 한다.

양악은 여전히 긴장했고,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생겨 아버지를 고생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그가 깊게 숨을 들이켜고 돌아서는데, 육역과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긴장할 필요 없다. 이 심 의원은 뼈를 전문으로 세심하게 연구하여, 수많은 이를 완쾌시켰지.”

육역이 양악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말을 바꾸어 무심한 척 툭 물었다.

“원 낭자는?”

“그, 금하는……, 일 보러 갔습니다.”

육역은 계속 아닌 척 슬그머니 물었다.

“아, 무슨 일이 있나?”

양악은 바짝 긴장하여 임시로 대충 둘러댔다.

“제가 설탕 절임 과일을 좀 사다 달라고 했어요. 이따 아버지께서 탕약이랑 같이 드실 수 있게요.”

“넌 효자군.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겨.”

육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그가 믿는 듯했다. 그제야 양악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육역의 말이 바로 또 들렸다.

“그런데 말이야. 의관 대각선 쪽으로 설탕 절임 과일을 파는 가게가 있다. 그리고 원 낭자는 사라진 지 벌써 반 시진 가까이 되었지.”

“…….”

육역이 냉랭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양악을 주시했다. 그는 흠칫 놀라 시선을 피했다.

“이번에 나는 황명을 받들어 너희 육선문과 함께 사건 조사를 하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희가 오히려 사사건건 나를 경계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너희는 이 사건과 어떤 연루가 된 것인가?”

육역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절대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이 죄명을 덮어쓰는 건 결코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양악이 급하게 말했다.

“제가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대인과 저희 사이에 틈이 생길까 걱정해섭니다.”

양악이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조금 전 누군가 오안방의 소방주 대신 말을 전했는데, 제게 도화림에서 만나자고 했답니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고요. 저는 이곳에서 떠날 수 없기에, 금하에게 저 대신 가보라 했습니다. 저는 그가 정말 우리를 만나 뭘 하려는지 모릅니다. 저희는 지금껏 공사가 분명했고, 절대 우리 사건과는 어떤 연관도 없습니다. 대인, 절대,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안방 소방주? 도화림?”

육역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 곳의 도화림이지?”

“서성문에서 나가 서남 방향으로 1리를 가면 바로 그 도화림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을 하는 사이, 심밀이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들어왔다. 옆에는 의동이 의료 상자를 받들고 있었고, 그는 곧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양악은 미안하고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육역을 바라본 후 급하게 따라 들어갔다.

* * *

바람도 없이 도화 꽃잎이 한 잎 한 잎 스스로 떨어졌다. 금하의 머리 위, 어깨와 신발 위에도 내려앉았다.

桃之夭夭,灼灼其华

푸르고 어여쁜 복숭아나무는 무성하고, 꽃은 붉게 피어 반짝거리는구나.

- <시경 · 주남 · 도요 (诗经·周南·桃夭)>

눈앞의 아름다운 경치가 이 시와 같아, 사람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안타까운 건 그 아름다움과 걸맞지 않게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냄새가 코끝을 희미하게 스친다는 것이었다.

마치 몇 년 동안 쌓여온 시취에 바닥까지 얼어붙은 연못의 한기가 스민 듯한 냄새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쪽 옷자락을 찢었다. 그것으로 입과 코를 막고는 계속하여 안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걸어갈수록 잡초가 무성해져 이미 그녀의 정강이를 덮었다.

금하의 담력은 원래 매우 좋았으나,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사소가 이 깊숙한 숲속에 있지 않다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원인일까, 어느새 머리가 한바탕 어질어질해졌다. 눈앞의 사물이 때로는 또렷하고, 때로는 흐릿해졌다.

그녀는 속으로 심상치 않다고 외쳤다. 그리고 급히 벗어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멀지 않은 복숭아나무 아래 누군가 있는 것이 보였다.

비록 모호하고 흐릿했으나, 그래도 그것이 한 쌍의 남녀라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기댄 채 조용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 당신들…….”금하는 입을 벌려 소리치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벙어리가 된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소리쳐도 모기나 파리 소리만큼 작았다.

두 남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 쪽의 움직임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박도를 가져오지 않아 금하는 장화 속에 숨기고 다니는 비수를 뽑으려 했다. 그러나 뽑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칼집째 가까이 있는 복숭아나무 가지를 세게 내리찍었다. 크게 소리가 나면, 그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그녀가 열 번을 내리찍어도, 머리를 맞댄 연인은 여전히 다정하게 상대에게 기댄 채 들은 척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을.

이상해!

정말 뭔가 잘못됐어!

금하는 눈앞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그들을 향해 비틀비틀 넘어지다시피 걸어갔다.

근처에 이르자, 그 남자의 웃음 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두 팔은 여자를 꽉 끌어안고 있었고, 그 여자는, 여자는…….

머릿속이 점점 더 혼미해진다. 사람이 온통 기괴한 이야기 속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금하는 기를 쓰고 정신을 집중해야 했고, 똑똑히 눈여겨보려 했다.

――그 여자의 머리는 남자의 어깨 위에 놓였다. 얼굴빛이 흑청색으로 입가에는 가느다란 혈흔이 흘러나와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음이 분명했다.

여자가 죽었어? 그럼 저 남자는?

단지 겉모습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금하는 손을 뻗어 남자의 맥을 짚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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