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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53)화 (53/224)

53화

“에……, 말 잘못 했어. 좋은 밥, 좋은 반찬이지.”

사소가 웃으며 말을 바꾸었다.

그를 바라보며 상관희는 옅게 한숨을 쉬었다. 얼굴색이 조금 풀려 낮은 음성으로 꾸짖었다.

“넌 이 성격으로 밖에서 몇 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사소는 헤헤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 중 상관희의 얼굴색은 상당히 온화해졌다. 그 모습을 눈에 담던 아예는 묵묵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의원도 암기 위에 묻은 것이 대체 어떤 종류의 독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기에 금하는 암기를 다시 잘 싸서 품속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고는 방에서 나갔다.

“가자! 내가 술 살게!”

사소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

금하는 그에게 맞아 비틀거리다가 돌연 다른 일 한 가지가 떠올랐다.

“망했다! 대양을 잊었어! 가자, 가자! 빨리 데리러 가야 해.”

사소가 배에 뛰어올랐고, 금하도 재빨리 따라 뛰어올랐다.

“누나, 빨리 와!”

사소가 상관희를 불렀다.

상관희는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소방주, 나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더 있어.”

사소는 성격이 세심하지 못했다. 상관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한 마디 더 권하지도 않았다.

“그럼 누나가 일 끝나고 우리 찾으러 와. 내가 칠분각七分阁에서 기다릴게.”

금하는 먼저 배에 올라 있다가 상관희의 안색을 보고는 한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 뭍으로 뛰어내려 미안함을 전했다.

“상관 언니, 오늘 제가 왜구의 행적을 조사하러 가지 않았다면, 아예가 다칠 일은 없었을 거예요. 내일 제가 꼭 방문해 사죄할게요!”

상관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원 낭자를 전부 탓할 수 없어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전부 탓할 수 없다.

이 의미는 그래도 결국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금하는 속으로 알아들었고, 그래도 계속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사소는 오늘 아침 언니가 육 대인 만난 일을 모르는 것 같죠?”

상관희가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은 그녀를 바라봤지만, 기분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그에게 말했어요?”

“아니요. 제가 보기에 그는 상황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언니한테 아마 다른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무 말 안 했어요.”

상관희의 눈빛이 다소 온화해졌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금하는 잠시 기다렸지만, 그녀는 본인 생각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언니, 걱정 마요. 쓸데없는 말 하지 않을게요. 언니는 당주의 몸이고, 배짱도 있고 식견도 높은 건 당연하죠. 그래도 제가 한마디만 한다면, 저 육 대인은 속이 매우 깊고, 생각을 짐작하기 어려워요. 언니는 반드시 조심하고, 또 조심하셔야 해요.”

“알았어요.”

상관희는 담담히 말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살짝 아래로 숙이고 있어 눈빛은 볼 수 없었다.

* * *

사소는 다시 배를 저어 관전후가의 나루터로 가까이 갔다.

금하는 한눈에 양악이 강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에 앉아 있는 걸 알아보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넋을 잃고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양!”

배가 채 닿기도 전, 그녀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양악이 느릿느릿 고개를 들었고, 느릿느릿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또 느릿느릿하게 일어나 배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사람 잘 만나놓고, 넌 왜 여전히 맥이 팍 풀려있어?”

금하가 손을 내밀어 그를 배 위로 끌어 올렸다.

“넌 내가 그녀를 만났는지 어떻게 알아?”

“상자 모두 보냈구만. 육 대인에 대한 적 낭자의 속셈으로 보면, 그녀는 분명 직접 너를 만났을 거야. 아마도 네게 육 대인의 취향을 물어봤겠지.”

양악은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확실히 내게 육 대인의 취향을 물어봤어.”

“뭐라 말했어?”

금하는 매우 흥미가 생겼다.

양악은 그녀를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내가 말했어. 육 대인은 한가할 때, 요리하는 걸 즐기신다고. 자주 본인이 직접 주방에 가서 요리하신다고.”

이건 원래 양악 그 자신의 취향이었다.

양악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또 말했어……. 좁쌀떡은 육 대인께서 직접 만드셨다고. 이렇게 해야 그녀가 그거 전부를 계집종에게 주지 않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자신도 맛보겠지, 하고 생각했어.”

“훌륭하다, 진짜 훌륭해. 아마 다음번에는 그녀도 답례로 요리해주겠지. 그러면 우리도 먹을 수 있겠다.”

금하가 웃으며 말했다.

사소는 들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영문을 몰랐다.

“무슨 요리? 너희 사건 조사한 거 아니야?”

“누군가 미인계에 걸렸어.”

금하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별일 아니야. 사건조사 지체한 것도 아니고.”

양악도 그녀를 반박하지 않았다. 풀 죽어 시들시들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 * *

오안방의 소방주로서 사소는 그들을 직접 데리고 칠분각으로 갔다. 그는 위층의 귀빈실을 요구했고, 한 상 가득 주문했다.

“사람 불러 노래 좀 하라 할까? 너희들 이런 거 좋아해?”

사소는 역시 가진 게 많아 그런지 통이 컸다.

금하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경치를 보는 중이라 대답이 늦었다. 양악이 연신 손을 내저었다.

“필요 없어요…….”

“그럼 안 부를게. 사실 나도 흥얼흥얼거리는 노래는 듣기 지겨워. 술을 마셔도 즐겁지 않아.”

사소는 땅콩알갱이 몇 개를 집어 입속에 던져 넣었다.

“지난번에 너 술 안 마셨지. 오늘은 네 아버지도 여기 안 계시니, 형제 체면을 봐서, 몇 잔 마셔라?”

양악은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이미 아무 일도 없었으니, 정말 몇 잔 마시고도 싶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사소가 손짓하자, 점원이 죽엽청竹叶青이라는 술 두 단지를 들고 왔다.

금하는 탁자로 돌아왔다. 점원이 한창 바쁜 것을 보고는 직접 술 단지를 열어 한 잔을 따라 맛을 보았다.

“진짜 맛 좋은 술이네. 두 단지로는 충분하지 않겠는데?”

“너 같은 아가씨는 적당히 몇 잔만 마시면 돼. 취하면, 내가 양숙께 뭐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사소는 그녀의 사발을 막고, 작은 술잔으로 바꿔주었다.

금하는 고개를 돌려 작은 술잔을 양악과 바꿨다. 자신이 방금 사소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서 그에게 당부했다.

“넌 적당히 몇 잔만 마시면 돼. 취하면 내가 대장께 뭐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양악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역시 얌전히 술잔을 받아서 술을 따르려 했다.

* * *

금하가 사소를 보며 설명했다.

“대양이 세 잔 마시면 난간도 못 넘는 거로 유명해서 작은 술잔으로 바꿨어. 그래서 조금은 더 마실 수 있을 거야.”

“무슨 난간을 못 넘어?”

“문지방 말하는 거지.”

사소는 개탄하며 양악을 바라봤다.

“됐다. 주량 이런 건 훈련이야. 너 양주에 삼 개월만 있으면, 세 단지를 마셔도 괜찮다고 내가 장담해.”

말을 하고 있는 사이, 계단 쪽에서 점원이 사람들을 안내해 올라왔다. 발을 사이에 두고 그들이 보였다.

금하는 천천히 사발을 내려놓고, 양악에게 눈짓했다.

위층으로 올라온 것은 대여섯 명의 금의위였고, 그중 비단 수를 놓은 청록색의 옷을 입은 교위 한 명은 바로 고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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