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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50)화 (50/224)

50화

목소리가 맹렬하게 커져서 가까이 있던 상관희도 깜짝 놀랐다.

“음, 오빠, 호들갑 좀 떨지 않으면 안 돼?”

금하는 어쩔 수 없이 손을 그에게 내보였다.

“내가 포쾌를 무슨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이런 것도 모르겠냐고요.”

그제야 사소는 그녀의 손안에 아주 작디작은 은 꼬챙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멋쩍게 그녀의 손을 놓고 그래도 말했다.

“꼬챙이가 있어도 조심해. 네가 여기서 죽으면, 우리한텐 엄청 골칫거리가 된다.”

“걱정 마, 걱정 마, 난 죽어도 기어 돌아가 죽어.”

금하는 만사태평한 모습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다시 돌아서 다른 죽은 사람들을 확인하러 갔다.

상관희에게 그들 두 사람은 조금의 거리낌도, 스스럼도 없이 말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넷째야, 원 낭자는 손님이야. 어떻게 원 낭자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사소가 말했다.

“쟤 그런 거 꺼리지 않아요. 누나, 쟤는 남으로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잠시 후, 금하는 은 꼬챙이를 잘 챙겼고, 미간을 찌푸린 채 상관희에게 물었다.

“동양인이 얼마나 많았대요?”

“다쳐 돌아온 형제 말로는 그들과 싸운 건 동양인 4명이라 했어요. 하가장 나루터에서 만났고, 먼빛으로 장원 안에도 동양인이 있던 걸 볼 수 있었대요. 아마 적어도 수십 명은 될 거예요.”

“장원 안에 또 있어요?”

금하는 매우 놀랐다.

“관아에는 이미 보고 했죠?”

“이미 보고하러 사람을 보냈어요.”

금하는 잠깐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이 동양인들은 매우 흉악하고 난폭해요. 아마도……. 하가장은 어떻게 가죠? 여기서 멀어요?”

“그들은 만만한 이들이 아니야. 넌 가서 성가시게 끼지 마.”

사소가 미간을 찌푸렸다.

“가자, 가, 가. 우선 널 관전후가로 데려다줄게. 양주 지역 관차들이 다 죽어 나자빠진 것도 아니고, 너 같이 밖에서 와서 사정도 모르는 중한테 무슨 경을 읽으라 하냐.”

“그냥 가서 보기만 할게. 이거 봐, 이 상처 몇 개는 전부 작은 암기에 의한 상처야. 암기에는 독이 묻었지만, 이 독이 즉시 사람 목숨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고, 다만 사람의 행동을 느리게 해.”

금하가 손가락 끝으로 상처 자리를 가리켰다.

“봐봐. 이 칼로 벤 열 몇 곳의 도상은 한마디로 그냥 사람을 갖고 논 거야. 그러다 마지막 한 번에 와서야 그의 목숨을 뺏었지. 이건 당시 그가 이미 반격할 상황이 아니었고, 누구라도 함부로 짓밟을 수 있었다는 걸 설명해. 이들 동양인 중, 암기 쓰는 자가 가장 곤란한 놈이야. 이 독은 예전에 본 적이 없어……. 상관 언니, 다친 형제 중에 중독된 사람이 있어요?”

상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의원은 이 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어요. 해독탕을 달이고는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요. 그나마 운이 좋은 건 치명적이지 않아서, 천천히 뭔가 해 볼 수는 있어요.”

사소는 다 들은 후, 천천히 시신의 위를 살폈다. 그가 잠시 후 말했다.

“본좌가 다 날려 버리겠어, 가자!”

“넷째야, 넌 갈 수 없어!”

상관희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오빠. 나는 관차야. 어쩔 수 없이 결국 이건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의 일이야. 오빠야말로 와서 성가시게 하지 마.”

사소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휘둘렀다.

“본좌는 형제들을 헛되게 죽게 할 수 없어.”

“지금은 상황이 확실치 않고, 대체 동양인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잖아. 오빠가 만약 복수하려고 가는 거면, 우린 가지 않는 것이 좋아.”

금하도 그를 막았다.

“나는 그냥 한번 가보는 거야. 목숨 걸 생각은 없어.”

“본좌도 가서 한번 보려는 거야.”

사소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금하는 손가락을 내저으며, 그와 간단한 규정을 정했다.

“그럼 먼저 약속해. 손 쓰지 말 것, 나만 따라올 수 있어. 누구든 손 쓰는 사람이 똥개다.”

“아직도 뭐만 하면 똥개냐, 네가 몇 살인데……. 네가 날 따라와야 하는 게 맞아.”

사소는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결국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집을 나섰고, 묶어 둔 배를 풀고 뛰어올랐다. 상관희는 그를 말릴 수 없어 따라 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침나절 금하가 배에서 보았던 그 젊은이는 줄곧 묵묵히 문밖에서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도 묵묵히 따라 배에 올랐다.

“누나?”

사소는 멍해졌다. 상관희는 그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 젊은이에게 분부할 뿐이었다.

“아예阿锐, 서쪽 수로에서 구리정九里亭으로 우회해서 상륙한다.”

“구리정?”

“구리정에서 하가장까지 반 리밖에 안 돼. 게다가 커다란 뽕나무 숲이 있어서 몸을 숨길 수 있어.”

상관희가 설명했다.

사소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 금하의 좋다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상관 언니는 생각하시는 게 주도면밀해요.”

말하는 사이, 아예라고 불린 젊은이는 이미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는 갈대숲을 뚫고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구리정을 향해 쭉 나아갔다.

* * *

상관희의 표정의 담담한 표정에서 금하는 그녀가 자신을 다소 거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그녀도 상관희와 사소의 관계가 매우 궁금해졌다.

알려진 대로라면 사소는 3년 전 상관희와의 혼인을 거부하여 가출했고, 이 처신은 상관희의 체면에 톡톡히 상처를 입혔다. 그녀가 그를 미워하지는 않더라도 응당 마음속에 응어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상관희는 사소에게 확실히 관심을 두고 있다. 거짓으로 꾸민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상관희가 말을 하지 않자, 사소는 슬그머니 그녀의 안색을 훔쳐보았다. 흐르는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금하는 그것이 편치 않아 바로 뱃머리 쪽으로 가 아예에게 일부러 말을 건넸다.

“그쪽 내가권 수련했죠?”

그녀가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

아예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문파예요?”

그녀가 이어서 물었다.

아예는 여전히 찍소리도 내지 않았다.

금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이어서 말했다.

“작년 경성에서 나도 내가권 수련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나이가 대략 사, 오십 세 가량 됐고 얼굴이 푸르딩딩하고 입이 컸죠. 양쪽에 연지색 같은 빨간 귀밑머리가 났고 자색의 곱슬곱슬한 수염은 삼면으로 삐죽삐죽 높이 솟고 코는 앵무새 부리 같고 주먹은 막사발 같고…….”

이게 귀신이야, 사람이야!

아예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끔 보았다.

그때 금하가 돌연 말을 멈추고, 급하게 손짓을 했다. 아예에게 배를 옆으로 대라고 하면서 동시에 모두 몸을 숙이라고 손짓했다.

바람이 불고, 깃털 같은 물결이 일었다. 앞쪽 물길이 굽어진 후미 쪽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예는 숙련된 솜씨로 배를 다뤘다. 그는 쥐죽은 듯 고요하게 배를 몰아 근처의 갈대숲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키가 크고 무성한 갈대가 그들을 그 안에 숨겼다.

물소리를 따라 사람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젠 그들이 하는 말이 동양어라는 것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금하는 몸을 조금 더 숙이고, 갈대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상관희도 몸을 숙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사소를 향했다. 그는 몸을 숙인 채였고 뛰어나갈 준비가 된 사나운 호랑이처럼 온몸이 팽팽히 긴장해 있었다.

마지막은 아예였다.

그는 한 손으로는 배의 노를 조정했고 다른 한 손은 뱃전에 대고 있었다. 그렇게 언제라도 떨어질 상관희의 명령을 기다렸다.

다가온 배에는 세 사람뿐이었다.

그들의 몸집은 크지 않았고 헐렁한 옷을 입었으며, 허리에는 장도를 찼다. 한 사람이 배를 젓고, 나머지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며 무언가를 헤집으며 줍는 중이었다.

금하가 들은 목소리는 바로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자세히 눈여겨보니, 그들의 겉옷 자락 위에는 얼룩얼룩한 혈흔이 남아 있었다. 어느 집을 약탈해 온 건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는 것은 여인의 비녀, 남자의 옥패, 그리고 아이의 목에 거는 장명쇄长命锁(*자물쇠 모양으로 놋쇠와 은으로 만든 목걸이. 어린아이 목에 걸어 악마의 침입을 막고 장수를 빎.) 등이었다.

금하의 눈동자가 새까맣게 응축됐다. 왜구가 연안 일대를 불 지르고 사람들을 살해하고 약탈하는 등,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경성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놀랍게도 노약자나 부녀, 아이까지도 가만두지 않는다니.

사소가 어깨를 들썩이자마자, 바로 상관희에게 한 손으로 눌려 주저앉았다.

“넷째, 손쓰지 않기로 약속했어.”

그녀가 그를 일깨웠다.

“쟤들 겨우 몇 명이야. 뭐가 두려워!”

사소가 그녀에게서 힘을 써서 벗어났다.

“나는 우리 형제 넷과 순장할 몇 놈 찾아야 해.”

말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동양인이 이쪽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칼을 휙 뽑았고, 입으로 중얼중얼 무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배는 방향을 바꾸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오빠, 기다려.”

금하가 사소를 붙들고, 고개를 돌려 아예에게 신호했다.

“귀타장鬼打墙 알죠? 저들을 갈대밭 안으로 끌어들여 귀타장으로 귀신에 홀린 듯 한 곳을 계속 빙빙 돌게 하는 거예요.”

수적으로 우세하더라도 매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녀는 지금껏 가능한 한 정면 대결은 피해왔다.

“네 담은 쥐새끼만 하냐!”

사소가 그녀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예는 상관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배의 노를 움직여 갈대밭의 깊은 곳으로 방향을 돌려 들어갔다.

선미에서 촤르륵 커다란 물보라가 확 일어났다. 그 소리가 매우 컸다.

뒤쪽에서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물소리도 콸콸 들리니, 분명 추격하는 것이다.

사소는 온몸의 솟구치는 힘을 쓸 곳이 없었다. 금하를 비스듬히 노려 보았다.

“야, 너 이 싹수는 어릴 때보다 별로다.”

금하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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