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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49)화 (49/224)

49화

금하는 양악과 시선을 맞췄다. 속으로는 두 사람 다 이상하다 여겼다.

상관희는 분명히 아침 일찍 육역을 보러 왔었는데, 어째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할까.

설마 이 일을 그녀는 고의로 사소에게 감추고 있나?

여하튼 그들 두 사람의 일이라 금하와 양악은 당연히 사소에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양악이 말했다.

“사형谢兄, 제가 도움 청할 일이 있는데, 사형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한 아가씨가 사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는 곳이 물가에서 멀지 않다는 것만 알아요. 오안방은 사람이 매우 많으니, 대신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별일도 아닌 걸 무슨 도움이란 소리까지 해. 너도 나 무시하냐. 말해 봐, 찾으려는 게 누구야?”

“그녀의 성은 적, 이름은 란엽으로, 적 원외의 양녀입니다. 듣건대, 이 적 원외가 양주지부의 막내 처남이라네요.”

사소는 여기까지 듣고, 큰손으로 손짓했다. 근방에서 생선을 팔던 젊은이를 불러 들은 대로 물었다.

젊은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집이 신선한 어탕을 좋아해서 호 씨가 하루 걸러서 한 번씩 그 집에 생선을 배달해요. 원래 봉교가凤桥街에 살았는데, 최근 왠지 모르지만, 관전후가观前后街로 이사했어요. 호 씨한테는 여러 일을 덜게 해 주긴 했죠.”

“관전후가의 어디야?”

“그 집 뒤 쪽문 가까이 한 그루 큰 회화나무가 있고요. 근처에 토지신 사당이 있어요.”

사소는 어릴 때부터 양주성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자랐다. 그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알아들었다.

그가 즉시 밧줄을 풀고, 금하와 양악에게 말했다.

“너희 올라와, 내가 데려다줄게!”

* * *

물길을 따라가다, 이리저리 몇 번 도니 바로 다리 끝에 도착했다. 사소가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너희는 토지신 사당이 보일 때까지 앞으로만 가. 난 뭐 할 일도 없는데,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일 끝나면, 우리 술이나 마시러 가자!”

금하는 뭍으로 오르려 하다가 양악이 아주 조심스러워하며 좁쌀떡이 망가질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아예 그를 불러 향료가 든 상자까지 건네주었다.

“대양, 네가 가. 나는 사소 오빠랑 얘기나 하게.”

양악은 정신이 멍해졌다.

“서두를 필요도 없어. 우리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금하가 웃었다. 육역을 대신해 물건을 가져가는 거라 해도, 적란엽은 반드시 직접 나와 볼 것이다. 그녀는 아마도 몇 마디 더 물어야 할 것이고, 양악을 혼자 보내 그녀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면, 그의 상사相思의 아픔이 얼마쯤 풀리려나.

양악이 나무 상자를 받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웃고는 돌아서 걸어갔다.

사소는 밧줄을 잘 묶고, 배에 기대어 신기하다며 말을 꺼냈다.

“너희 사건 조사하러 온 거 아니야? 이 아가씨한테 혐의가 있어?”

상세한 속사정은 그에게 말하기 어렵다. 금하는 적당히 말했다.

“이 적 낭자 생긴 게 엄청 예쁘거든. 육 대인이 오늘 아침 배에서 그녀를 한 번 보고,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이 난 거지. 아니나 달라. 향료 준비해서, 우리한테 갖다 주라며 지극 정성을 들이고 있어.”

“육역…….”

사소는 냉랭하게 흥 소리를 냈다.

“몰라봤네. 그 꼴에 연애질도 할 줄은.”

“그러게.”

금하는 헤헤 웃으며 장단을 맞췄다.

“넌 그놈 앞잡이 노릇 하는 게 그렇게 즐거우냐?”

사소는 그녀를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오빠, 사람이 어딘가 매여 있으면,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어…….”

금하도 성내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것도 그런 게, 조조네 있으면서 마음은 한나라에 가 있다고, 내가 분명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셈이야.”

사소가 헤헤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날 밤, 넌 어떻게 나인 줄 알았냐?”

“나는 오빠인지 안 것만 아니라, 뇌명벽력탄을 쓴 게 상관 언니라는 것도 알아.”

금하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억눌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있잖아, 오빠도 참 부주의하다. 겉껍데기 좀 바꿨다고, 바로 잠입하려 하냐. 그 금의위들은 비록 좋은 놈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충 밥벌이만 하는 것도 아니야.”

“됐어, 됐어…….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비꼬는 말만 해.”

“당분간 안심해. 육 대인이 지금 정말 바빠. 오빠 형제한테 관심 둘 틈이 전혀 없어요. 제형안찰사사 사람들은 그에게 매달려서 아첨이나 하지, 분명 사사로이 함부로 형 집행은 못 할 거야. 오빠 형제를 당연히 단단히 지켜야지. 그는 감옥 안에 멀쩡히 있고, 무슨 일이 생길 리는 없어.”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어 사소는 조금 안심했다.

“나도 몰래 알아봤는데, 만약 그를 경성으로 이송할 계획이라면…….”

금하가 그를 힐끔 봤다. 뜸 들이며 말했다.

“가는 도중이 아무래도 일 처리하는 데 조금 낫긴 해.”

사소는 소리 내지 않고 흥, 소리만 두어 번 냈다.

금하는 손발을 쉬지 않았다. 말을 하는 한편 신나게 배의 노를 들썩거렸다.

이런 노 젓는 배는 북방은 드물고, 강남이 많았다. 그녀도 본 적은 없었고 그저 밀고 당길 줄 만 알아,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사소는 금하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배를 따라 몸이 이리저리 흔들려도 화를 내지 않고, 그녀가 하는 장난대로 놔뒀다.

두 사람이 한담하고 있을 때, 노로 젓는 배인 요로선摇橹船 한 척이 다리 저쪽에서 재빨리 노를 저어 왔다. 물방울이 요란하게 튀었다.

“소방주! 사고가 났습니다!”

사소가 튕기듯 일어나 소리쳐 말했다.

“무슨 일?”

“형제 십여 명이 하가장贺家庄에서 동양인과 충돌했습니다. 그놈들은 매우 무지막지한 자들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조건 덤볐어요. 여러 형제가 죽고 다쳤습니다. 남은 이들은 그들을 당해낼 수가 없어 갈대숲으로 들어가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동양인!”

금하는 크게 놀랐다. 바로 일전 동양인에게 부상한 사람이 의관에 와서 치료했다고 양악이 간략하게 얘기한 일이 떠올랐다. 뜻밖에도 관아는 아직 그들을 검거하지 못한 것이다.

“너 잠시 내려 봐. 난 형제들을 보러 가야 해.”

사소가 그녀에게 말했다.

“나중에 시간 내서 너희들 다시 찾아갈게.”

“나도 같이 가.”

포쾌의 본능으로, 금하는 도대체 어느 왜구가 이토록 사납게 날뛰는지 보고 싶었다.

사소는 잠시 머뭇거렸을 뿐, 이내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앉아!”

요로선이 물길을 따라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양주성을 돌아, 화살을 발사한 것처럼 빠르게 커다란 호수를 뚫고 들어가 서남쪽으로 향해 갔다.

오래지 않아 커다란 갈대숲이 보였고, 두 척의 작은 배는 물고기처럼 뚫고 들어갔다. 두 사람보다 키가 큰 갈대가 주변에서 가볍게 일렁거렸다.

배는 왼쪽으로 한 번 돌고, 오른쪽으로 꺾었다.

금하도 처음에는 간신히나마 경로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이나 돌고 돈 후에는 완전히 정신이 없어졌다. 구부러지는 입구가 겉보기로는 모두 같아 실로 어디가 다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헛수고하지 마라.”

사소는 그녀가 경로를 기억하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데려가지 않으면, 넌 들어오면 귀신들린 것처럼 한 군데만 빙빙 돌 수밖에 없어.”

금하는 감탄했다.

“‘충의수호전’ 읽을 때, 석갈촌石碣村에도 이렇게 대단히 큰 갈대밭이 있었어. 완씨阮氏 3형제가 그 사이로 출몰했는데…….”

“그 책은 강도떼를 위해 쓴 전기잖아. 넌 관차인데도 봤냐?”

“금서도 아닌데, 왜 못 봐?”

“그렇네. 지금 조정에는 간사하고 아첨하는 이들이 날뛰고 있고, 몽고의 알탄은 감히 북경성 밖까지 쳐들어오고. 네가 언제 궁지에 몰려 산적이 돼도, 내 보기엔 전혀 새롭지 않다.”

사소는 입으로는 중얼거리면서 노를 저어 방향을 틀었다. 왼쪽을 향해 동실동실 떠가다 보니, 주위가 갑자기 확 트여 넓어졌다.

배는 여기에 모여 있었고, 옅은 회홍색의 비단 저고리를 입은 상관희가 그 안에 서 있었다. 집중하여 수하들의 사무 보고를 듣고 있는 그녀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금하가 그녀를 본 것과 거의 동시에, 그녀도 그들을 보았다. 사소가 금하와 함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표정이 살짝 멍하니 굳었다.

“소방주, 소방주…….”

주위에 있던 방의 사람들이 분분하게 그를 불렀다.

사소는 큰 걸음을 내디뎌 갑판을 밟고 바로 상관희 옆으로 뛰어올랐다.

“소방주,”

상관희는 함께 온 금하도 바라봤다.

“……원 낭자.”

금하가 그녀에게 공수하여 인사했다.

“언니, 제 결례를 용서하세요. 이곳에 사고가 일어났고, 동양인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보고자 따라왔습니다.”

“결례라니요. 말이 과합니다.”

“누나.”

사소가 상관희에게 물었다.

“형제 몇 명이 다쳤어요?”

“중상이 여섯, 경상이 셋.”

상관희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형제 넷이 죽었어.”

잠시 침묵하던 사소가 이내 말했다.

“날 데리고 가줘……. 참, 아버지 쪽에는 일단 숨기자.”

다친 형제 몇 명은 이미 의관으로 옮겼다.

상관희는 먼저 그들을 물가의 시신을 놓아둔 곳으로 데려갔다. 어두컴컴한 방안, 4구의 시신이 놓여 있었고, 모두 백포를 덮었다.

“제가 볼 수 있을까요?”

금하가 비록 관차라 해도, 어디까지나 이곳은 오안방의 바닥이었다. 격식은 어느 정도 지켜야 했다.

상관희가 사소를 한 번 보고, 그가 반대하지 않자 앞으로 나아가 시신을 덮은 백포를 걷었다.

금하는 먼저 손을 내밀어 가장 마지막에 죽은 자의 피부를 눌렀다. 아직 탄성이 있었다. 죽은 지 채 반 시진이 안 된 것이다.

그의 몸 상처를 더 살펴보니, 몸에는 모두 열 몇 군데의 상처가 있었다.

그 상처 중, 치명상은 흉부 쪽에 맞은 칼 한 방으로, 오른쪽 위로부터 왼쪽 아래로 향한 것이고, 베인 곳이 매우 깊었다.

그 외 열 몇 군데 상처는 어깨, 복부와 넓적다리에 나뉘어 있었고, 또 다른 네 곳의 상처는 검게 변했다…….

사소는 이 몇 년 방에 있지 않았다. 이 죽은 네 명은 모두 낯선 이들이라 고개를 숙여 상관희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런데 돌연 그의 눈꼬리에 흘낏 보이는 것이 있었다. 금하가 검게 변한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졌다.

사소는 급하게 팔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기고 고함을 질렀다.

“조심해, 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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