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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48)화 (48/224)

48화

곧 정오가 되었다. 육역은 금하를 상관치 않고 외출했다.

아마 식사하러 가는 것이리라.

그녀는 호기심이 일어, 걸레를 갖고 서안을 닦으러 갔다. 손은 비록 쉬지 않았으나, 눈으로는 줄곧 흘끔흘끔 탁자 위를 보았다.

과연 탁자 위에 있는 것은 지도가 맞았고, 게다가 양주성의 지도였다. 그녀는 손쉽게 관참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런 후 제형안찰사사, 연이어 또 어제 갔던 적가 저택, 그리고 또 오늘 배를 탔던 나루터를 찾았다.

그는 이 지도를 반나절이나 뚫어지라 바라봤다. 대체 무얼 보고 있었을까?

금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때 육역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사선으로 왼쪽 위로 쭉 뻗어 간 곳은……, 서북쪽!

그녀의 시선이 지도의 서북쪽에 멎었고, 세세하게 몇 번을 훑어 찾았다.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끝까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의혹을 품고 있을 때, 육역이 돌아왔다. 그녀가 여전히 걸레질 중인 것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직 청소가 다 안 됐나? 쉬고 싶구나.”

“다 됐어요. 이미 끝났습니다!”

금하는 두어 번 더 서둘러 닦고, 나머지 정리를 하며 웃었다.

“대인, 보세요. 이 탁자, 의자, 궤, 제가 뭐라 말할 것도 없이 해놨죠. 혀로 핥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해요. 안 믿기시면 해 보세요.”

육역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금하 스스로도 이 말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겸연쩍은 웃음으로 조금 전 실수를 무마시키고, 이어서 또 빙그레 웃었다.

“대인 보시듯이 저도 제 잘못을 알아요. 그거, 그……, 은자……는…….”

육역이 그녀를 잠시 응시하더니 돌연 물었다. 한순간 복잡하던 눈빛은 누구도 몰랐다.

“은자 두 냥일 뿐이다. 물속에 떨어뜨리면, 그저 소리가 나는 것에 불과하지. 네가 이렇게 줏대 없이 비굴하고 억울함을 감내할 가치가 있나?”

이 말에 금하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천천히 사라졌다. 고개를 숙이고, 버릇대로 발끝으로 문지방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녀가 유난히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당연히 가치가 있죠. 윗분들은 우리 아랫사람들의 고충을 당연히 모를 거예요. 지금 동창, 서창, 북진무사, 남진무사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배출하고, 그들에게 매년 얼마의 은자를 지급하는지, 따로 수치를 말하지 않아도 대인은 분명 알고 계시겠죠.”

금하는 크게 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에 반해, 육선문에 할당되는 은자는 해마다 더 적어져요. 위에서는 매번 우리에게 절약해서 일하라 하죠. 그런데 지금 배를 빌린 것만으로도 전 제 한 달 치 녹봉을 썼어요. 만약 대장이 유 대인께 청구한다면 대장은 분명 훈계를 받을 거고, 눈치를 봐야 해요. 제가 비굴하게 구는 것이 대장이 비굴해지시는 것보다 견딜 만해요.”

말을 다 듣고도 육역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사이 그녀가 또 입을 열었다.

“게다가, 방 청소하는 것뿐이고, 몸 파는 것도 아닌데요. 이건 제가 원래 잘하던 거고요. 어떤 억울함도 느끼진 않았어요. 대인께선 제 모습이 매우 답답해 보이셨어요?”

육역은 이마를 짚었다. 그가 살아온 방식, 그가 지켜온 가치관에 혼란이 온 것 같아 살짝 머리가 지끈거렸다.

육역은 더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인, 대인……, 그 은자는…….”

그를 따라 들어간 금하는 끈기있게 인내심을 갖고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두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너는 오후에 나가 적 낭자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 확인하여 나 대신 이걸 그녀에게 전하라.”

육역이 금하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더 자세히 알아봐. 그녀가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얼 먹고 싶어 하는지, 무얼 하며 놀고 싶어 하는지.”

금하는 상자 뚜껑 사이로 가까이 코를 대 냄새를 몇 번 맡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향료예요?”

“사향과 용뇌향.”

상자의 무게를 가늠해 보니, 금하가 짐작건대 안에 든 향료는 못해도 은자 3, 40냥의 가치가 있었다. 다만 이 은자가 육역 본인의 돈주머니에서 나가는지 아니면 공무로 청구되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육역은 화제를 바꾸어 갑자기 그녀를 바라보았다.

“상관당주는 사람됨이 매우 훌륭하다. 내가 보니 너는 달콤한 말로 말끝마다 언니라고 부르더군. 오안방이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이미 오래야. 적가가 물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 했으니 그녀를 찾아 물으면 아마 조금 더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저한테 상관당주를 찾아가라고요?”

사실 배에서의 일로 금하는 원래 상관희를 한 번 찾아가 보려고 했다. 그런데 육역이 이 말을 하니, 그녀는 그에게 속을 들킨 것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 있나?”

“아니요, 아니요, 없어요…….”

육역이 이어 분부했다.

“두 번째, 오늘 밤 이경二更, 너는 주현이가 살던 작은 집으로 가거라. 주현이가 목매달던 그 밤과 같이 불을 켜고, 다시 창문을 열어. 그런 후, 넌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목매달던 그 밤과 같이? 게다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금하는 등에서 문득문득 한기가 솟았다.

“대인, 이건 법술 쓰시려는 거예요, 아니면, 귀신을 잡으시려는 거예요?”

육역이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소심하게 물었다.

“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닭이 세 번 운 후, 넌 그때 불을 불어 끄고 아래로 내려와……. 그리고, 이 일은 다른 이에게 말하지 마라.”

이 말을 들은 금하는 또 등 쪽이 한차례 서늘해졌다. 하지만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그럼……, 은자는…….”

그가 담담히 말했다.

“이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다시 얘기하자고 한 이상, 그건 적어도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하는 매우 기뻐하며 명을 받아 나왔다.

* * *

이때는 오시(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가 이미 지나, 관역 안은 조용했다. 사람들은 모두 쉬는 시간이었고, 금하는 대장도 쉴 거라고 짐작했다.

아마 양악이 그녀에게 밥을 남겨줬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녀는 밥을 찾으러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부엌 안에 틀어박혀 있는 양악이 보였다. 그는 무를 안고 한창 꽃을 조각 중이었다.

“대양? 밥 있어?”

양악은 옆쪽 시루를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금하가 시루를 여니, 황금빛으로 윤이 반드르르한 계란 볶음밥 한 그릇이 보였다.

금하는 크게 기뻐하며, 상자를 옆에 내려두었다. 재빨리 그릇을 받쳐 들고는 젓가락을 쥐자마자 입안에 밀어 넣었다.

“이게 뭐야…….”

양악도 상자 사이로 냄새를 맡았다.

“사향, 용뇌향도 있네. 이거 비싼데, 너 어디서 났어?”

“어디 내 거겠어? 육 대인께서 적 낭자 가져다주라고 명하신 거야.”

금하는 계속 밥을 삼켰다.

“그리고 내게 그녀가 평소 뭘 좋아하고, 뭘 먹고, 뭐 하고 노는지 물어보래. 상황을 보니, 그분은 이 적 낭자가 정말 마음에 드나 봐.”

양악은 꽃을 조각하던 무를 내려놓고 바로 일어섰다. 어조는 이미 약간 흥분되었다.

“이걸 적 낭자한테 보낼 거라고?”

“그래.”

“내가 너와 함께 간다!”

이렇게 빨리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양악은 온 부엌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녀, 보고 있던 금하의 눈을 핑핑 돌게 했다.

“네가 그녀의 몸이 안 좋다고 했잖아. 그럼 기와 혈을 보할 것을 먹어야 해……. 오골계탕을 끓일까? 아냐, 아냐, 너무 비린내 나…….”

그가 웅얼웅얼 중얼거렸다.

“제비집을 끓일까?”

“제비집은 우리가 살 수도 없다.”

금하가 그에게 한 마디 일깨웠다.

“기와 혈을 보양해줘야 하고, 입에도 맞아야 하고, 맑고 담백한 것, 먹을 때 또 힘들지 않아야 하고, 먹으면 또 먹고 싶어야 하고…….”

양악은 머리를 쥐어짰다.

금하는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진이 빠졌다.

“좁쌀떡, 어때?”

한참이 지나서, 그는 마침내 생각해냈다.

금하는 닭이 모이를 쪼는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찬성했다.

“좋아, 좋아, 그거 좋아, 하는 김에 많이 해. 나도 먹고 싶다.”

관역 부엌에 좁쌀은 이미 갖추어 있었다. 양악은 분주히 좁쌀을 씻고, 가루를 빻았다. 이런 모든 과정을 세심히 진행했고, 하나하나에 온갖 신경을 썼다.

반 시진 후, 양악은 찜통을 열고 잘 쪄진 좁쌀떡을 꺼냈다. 열기가 식은 후 보기 좋은 것을 깨끗한 종이로 세심히 잘 쌌고, 남은 것도 싸서 금하의 품에 안겼다.

“가, 가. 우리 얼른 가자, 이건 뜨거울 때 먹는 게 가장 좋아.”

두 사람은 오안방이 출몰하는 몇 개의 나루터를 알아보고, 우선 가장 가까운 나루터로 갔다. 나루터에는 적어도 수십 척의 배가 정박했다. 사람 소리는 왁자지껄하여 매우 번화했다.

양악은 어느 배 위에 오안방의 깃발이 있나 찾았고, 금하는 눈으로 사람들을 흘끔거리다가 유달리 눈에 익은 것이 있어 다시 자세히 보았다. 저도 모르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오늘 운이 좋네. 오자마자 주인공을 바로 찾았어!”

양악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체구가 우람하고 손발이 긴 건장한 남자 하나가 그들을 등진 채 배에 밧줄을 묶고 있었다. 머리에는 삿갓을 푹 눌러 썼다.

“오빠, 어르신이 외출해도 된다셨어?”

금하가 남자의 정면으로 돌아가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바로 사소였고, 금하를 보고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웃었다.

“넌 왜 여기 있냐. 내가 너 보고 싶어서 찾아가려 했는데.”

“나 찾아서 뭐하게?”

금하가 소리를 낮춰 농담했다.

“그날 밤 친 사고가 아직 성에 안 차? 양주성 거의 반이 세 번씩이나 진동했다. 내가 어르신이었으면, 밖에 얼씬도 못 하게 3개월은 가뒀어.”

“네가 어떻게 알아…….”

사소는 반쯤 말하다가 멈췄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때, 양악도 다가와 두 손을 모아 맞잡아 인사했다.

“상관 언니는?”

금하가 옆쪽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없어. 어제 방에 일이 생겨서 강녕에 가서 아직 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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