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양주에는 사람장사라는 것이 있었다. 이를 듣기 좋은 이름으로 ‘양수마养瘦马’라 부른다.
가난한 집안에서 딸을 낳아 일고여덟 살쯤 되면, 바로 부잣집에서 데려다 맡아 기른다.
부잣집에서는 그 아이들에게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 요리 솜씨 등의 기예를 가르치는데, 받는 교육은 모두 누군가의 첩이 된 후, 가정의 안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관한 것들이었다.
선비가 첩을 들일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은 본처의 질투이다. 하지만 양주수마扬州瘦马를 첩으로 삼으면,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수마瘦马’는 인물의 아름다움, 총명과 우둔함을 기준으로 3등급으로 나뉜다.
무릇 총명하고 아름다우며, 모든 면에서 출중한 이는 양가养家라는 키우는 이가 그녀에게 금 연주, 퉁소 불기, 시 읊기, 서예, 그림, 바둑, 쌍육, 골패치기를 가르쳤다.
기예로는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을 훈련할 뿐 아니라, 가고 서고 앉는 자세 외에, 더욱 깊게는 ‘여의군전如意君传(*현존하는 명나라 최초의 염정소설.)’ 같은 책 속의 춘궁도에 따라 잠자리 기술까지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주비가 말한 이 적난엽은 바로 ‘수마’였다. 게다가 그 중의 교초翘楚라 불리는 가장 뛰어난 이였다.
수개월 전, 그녀는 호수 위에 띄운 배에서 주현이와 서로 알게 되었다.
금 연주 한 곡, 맑은 차 두 잔, 그리고 간단한 담론 몇 마디. 그녀는 이것으로 주현이의 사모를 이끌어 냈다.
“너희 도련님은 기왕 그녀에게 흠뻑 빠져놓고 왜 솔직하게 첩으로 데려오지 않으셨을까. 그가 밖에서 첩을 들이는 건 큰일도 아니잖아.”
금하가 물었다.
주비는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도련님도 안 그러고 싶으셨겠어요. 그런데 그녀를 들이려면, 양가에게 은자 일천오백 냥을 줘야 해요. 도련님이 또 어디서 그렇게 큰 은자를 가져올 수 있어요.”
“일천오백 냥!”
금하가 계속해서 혀를 내둘렀다.
“양가는 도련님이 은자를 내놓을 수 없는 걸 보고, 적 낭자를 보낼 다른 집을 다시 찾기 시작했죠. 적 낭자도 도련님을 매우 사모하고 있었고, 여러 번 눈물을 흘렸어요. 도련님이 이 때문에 매우 애를 태우셨고,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쓰고 본가로 돌아가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하셨어요.”
“너희 집 도련님은 수중에 십만 냥이나 되는 운하 수리할 돈이 있었어. 그런데 그는 오히려 땅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고?”
금하는 미간을 짚었다.
“그는 정말 청렴해서 이렇게 된 거야?”
“……도련님은 말씀하셨어요.”
주비가 기억을 되새겼다.
“그 돈은 아주 조금이라도 건드릴 수 없다고요. 건드리면 ‘입신지본’조차 없어진다고요.”
입신지본立身之本이란, 사람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근본을 말한다. 그 근본이 누군가는 용모, 누군가는 재능과 지식, 누군가는 성격, 혹은 기술, 또 누군가는 신앙일 수도 있었다.
주현이가 이 말을 할 때의 모습은 여전히 주비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것은 지금껏 그가 보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치 사람이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묶어두고는 또 한편으로는 죽을 힘으로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을 힘을 다해 쓸데없이 들볶는 모습 같았다.
“입신지본?”
금하는 매우 힘을 들이고, 애써 생각해 봤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은자가 바로 입신지본 아니야?”
주비는 고개를 저었다. 소년도 알 수 없었다.
* * *
금하는 대옥을 나왔다. 주비가 말한 소재지를 따라, 그녀는 양주성 동쪽으로 돌아 푸른 처마와 흰 담이 있는 대저택을 찾았다.
붉게 칠한 대문은 단단히 잠겼고, 동으로 만든 호랑이 머리의 문고리는 그녀가 반나절을 당겨봐도, 문을 열러 나오는 이가 없었다.
대낮에 직접 담을 넘어 들어가는 것은 좀 경솔한 것 같았다. 그녀는 느릿느릿 저택의 바깥 담장을 끼고 돌았다.
이 집은 대지가 상당히 넓었다. 그에 딸린 바깥쪽도 정리가 꽤 잘 되어 있었다. 청석이 깔린 오솔길은 꼬불꼬불 담을 따라 이어졌고, 길을 따라 푸른 버드나무가 줄을 이었다.
바야흐로 때는 마침 중춘(음력2월)이라, 버들꽃솜이 하늘 가득 춤을 추며 날아다녀, 금하의 코를 줄기차게 간질간질하게 했다.
저택의 측문으로 가 봐도, 같은 모양으로 빈틈없이 잠겼다.
금하는 미간을 찡그렸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멀지 않은 버드나무 아래 앉아 가려운 곳을 긁고 있는 늙은 거지 외에는 그녀가 정황을 물어볼 이웃 하나가 없었다.
방법이 없다.
금하는 시도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가서 측문을 두드렸다.
몇 번 두드리고서야 안에서 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있는 것 같아 그녀는 더욱 긴장하며 여러 번을 두드렸다.
그때 안쪽에서 빗장이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이것 외에도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일종의 투박한 숨소리 같이 들렸는데, 금하는 문을 사이에 두고도 저도 모르게 솜털이 곤두섰다.
무공을 익힌 사람의 위험에 대한 본능으로 금하는 뒤로 몇 보 물러섰다.
문이 안쪽에서 열리자 온통 거무스레한 거대하고 육중한 두 개의 몸체가 튀어나왔다. 그것들이 하얗고 빽빽한 치아를 드러내자, 금하는 놀라 급히 뒤로 몇 보 물러섰다. 하마터면 나무 위로 도망갈 뻔했다.
이렇게 곰만큼 큰 개는 그녀의 평생 거의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 감탄할 틈이 없었다. 이 두 마리 괴물이 낮게 으르렁거리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건 다음 순간 산채로 찢어질 거라는 것을 털끝만큼도 의심치 않게 했다.
금하는 무의식적으로 칼을 뽑아 들려고 했으나, 처음부터 가져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몸을 방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으려고 허둥지둥거렸다. 그러다 이내 자신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었고, 손안에는 자신이 뜯은 버드나무 이파리가 가득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무공은 당연히 잎을 날려 칼처럼 쓰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 이런 이파리들은 그녀에게 조금의 쓸모도 없었다.
흉포한 개들이 컹컹거렸다.
마치 밥그릇 안의 고기를 주시하는 것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비켜라.”
등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동시에 마디가 구불구불하고 단단한 대추나무 가지가 뻗어 나왔다.
가지는 쭉 큰 개의 앞까지 와서는 바닥을 두 번 내리찍었다. 두 마리 큰 개는 나직이 으르렁대다가, 놀랍게도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났다.
고개 돌린 금하가 본 것은 늙은 거지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그다지 늙지는 않았다.
피부로 보면 삼, 사십 세였으나, 머리카락 대부분이 희끗희끗했고 수염도 반백이라 따라서 그가 매우 겉늙어 보이는 것이었다.
“아저씨, 이 초식 정말 신통하네요! 가르쳐 줘요.”
늙은 거지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급하지 않다. 먼저 눈앞의 일을 해결하자.”
그는 말을 하는 사이, 대추 나뭇가지를 들고, 큰 개의 몸통을 비스듬히 스쳤다. 그 후로 큰 개의 처량한 울음소리만 들렸을 뿐인데, 개는 사지가 축 늘어져서는 바닥에 팍 엎드렸다.
다른 개 한 마리도 같은 방법으로 제압하려 할 때였다. 돌연 문 안에서 크게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멈춰! 간 큰 간악한 놈이구나. 감히 우리 주인님의 개를 상처 입히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지!”
금하가 바라보니, 문 앞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복의 차림새로 세 가닥 수염이 입가를 가렸다. 불길한 용모의 그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은 개 한 마리는 그래도 움직일 수 있어 그의 부름에 문 안으로 돌아갔다.
“성안에서 이런 흉악한 개를 키우네. 너희 주인 이름이 뭐냐, 알려줘 봐! 감히 관차까지도 물다니. 너희 돌았어? 조정과 맞서겠다는 거야?”
금하가 제패를 드러냈다. 목소리는 마주한 이보다 몇 단계는 높아 거의 쉬어 나왔다.
“죽고 싶어 환장했지!”
제패를 본 그 가복은 당황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하와 늙은 거지를 다시 살폈다. 그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들이 관차라고……요?”
“오해요, 오해. 난 단지 지나가던 길이오.”
늙은 거지가 급히 말했다.
금하는 그 가복을 향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경성 육선문으로 명을 받들어 사건 조사 중입니다. 이 댁 주인어른, 그리고 적란엽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합니다.”
그녀는 공무를 처리하는 사무적인 얼굴로 바꾸고, 바로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옆에 늙은 거지가 있어, 안에 있는 흉악한 개도 딱히 두렵지 않았다.
가복은 동작이 재빠르고 날쌨다. 그는 신속하게 문을 닫고는 약간 틈을 남겨 금하에게 말했다.
“관리 나리, 양해하시죠. 주인 어르신과 아가씨는 먼길을 가셨습니다. 그러니 관리 나리는 다음에 다시 오십시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꼭 닫았다.
“이봐! 이봐! 그들은 언제 돌아와? 너 문 열고 확실히 얘기해! 간덩이가 부었지, 감히 이 어르신을 밖에 두고 문을 닫아!”
금하가 서둘러 앞으로 나섰지만, 문 안의 빗장 소리만 들었다. 그녀는 화가 나 문을 한바탕 맹렬하게 차버렸다.
“얘야, 헛수고 그만해라, 여기 사는 적 원외员外(*지방 유력자, 유지.)는 양주지부의 막내 처남이지. 너는 보잘것없는 어린 포쾌인데, 그를 어찌 건들 수 있겠니?”
늙은 거지가 그녀의 뒤에서 말했다.
금하가 뒤돌아보니, 늙은 거지는 한가로이 바닥에 축 늘어진 커다란 검은 개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가 무슨 대단한 수를 쓰는 것도 아닌데, 개는 그에게 고분고분했다. 그녀는 돌아서 웅크리고 앉아 개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