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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38)화 (38/224)

39화

“이게 개예요? 생긴 게 곰 같네요?”

“이 개는 서역 쪽에서 들어온 것으로 창예苍猊라 하지, 또 어떤 이는 이것들을 설산사자라고도 부른다. 이 개는 매우 흉악하고, 힘은 비할 데 없이 크단다. 사납고 거칠게 싸워, 사자, 호랑이와 싸울 때도 지려 하지 않는다고 해.”

늙은 거지가 탄식했다.

“적 원외가 어디서 사 왔는지 모르지만, 얼마 전 우리 형제 몇도 다쳤단다.”

“사람을 몇 명이나 다치게 하는데, 왜 관에 고하지 않아요?”

금하는 의아해하다가 잠시 후 스스로 이해했다.

“……지부의 막내 처남이라고 하셨죠. 좀 가르쳐주세요. 제가 어떻게 이 개를 승복시키죠?”

“넌 거지가 되려는 거냐?”

늙은 거지가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히 아니죠.”

“그럼 나는 네게 가르쳐 줄 수 없다.”

늙은 거지는 대추나무 가지를 흔들며 바로 가려고 했다.

금하는 고개를 숙여 땅에 엎드린 창예의 두 눈을 보았다. 굳게 닫힌 문도 노려보고는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를 쫓아갔다.

“제가 밥 사드릴게요……. 아니, 아니, 차 사드릴게요.”

“뭐야, 나한테 아부 떨고 싶냐?”

“아저씨는 이렇게 능력이 있는데, 왜 거지를 하고 계세요?”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능력이 있기에, 거지를 하는 거지.”

“……혹시 존함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지요?”

늙은 거지는 원래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수의 모습을 흉내 내려 했으나, 손안에 개털이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나는 본래 평민으로, ‘운명의 만남은 때때로 하나만이 아니고, 돌고 도는 순환의 오묘한 비밀은 헤아리기 어렵단다.(*运命唯所遇,循环不可寻.)’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오늘에 이르렀으니, 성이 뭐고 이름이 뭐냐고는 다시 묻지 마라.”

금하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를 봤다.

“아저씨, 명의 법률에 따르면, 유랑민은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해요. 아저씨같이 근본 없는 이들은 변경의 공사장으로 보내질 수 있어요.”

“흠흠. 너, 여자애가 보기엔 매우 온화한데, 말이 너무 무뚝뚝해선 안 된다. 여인이 늘 그런 말을 하면 사내들이 놀라 도망갈걸.”

늙은 거지는 손안의 개털을 비벼 털고는 하하 웃었다.

“나는 근본이 없는 게 아니다. 금의위 최고지휘사 육병. 너도 알겠지, 만약 촌수를 따지면 그가 그래도 내 집안 조카이지.”

“…….”

금하는 한참을 멍해졌다가 표정을 바꾸어 싱글벙글 웃었다.

“우연이네요. 아저씨. 당손堂孙, 집안 손자가 마침 여기 와 있는데요. 아니, 제가 아저씨 모시고 보러 갈까요?”

“…….”

* * *

의관 안.

의동医童의 안내로 양악은 양정만을 부축해 의자에 기대어 앉혔다. 그런 후, 그는 공손하게 옆에 서서 기다렸다.

육역은 맞은편 빙열 무늬의 팔걸이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았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벽에 걸린 서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명의를 찾아준 것은 인사치레로 한 배려라 한다 해도, 그가 직접 동반하여 진료를 보는 것은 그의 관심 정도가 보통과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의미했다.

아버지에 대한 육역의 이런 관심에는 도대체 어떤 숨겨진 이유가 있을까.

양악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한참 기다리고서야 심 의원이 손을 벌리며 들어왔다.

심밀은 재빨리 놋대야에서 손을 깨끗이 씻었다. 그런 후, 양정만의 옆에 앉아 그의 다친 다리를 찬찬히 보았다. 먼저 세심하게 그의 안색을 살피고, 그 후 그의 맥을 짚었다.

양악이 뭐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맥을 짚은 후, 심 의원은 양정만이 어느 다리를 다쳤는지 자연스레 알았고, 속바지를 걷어 올려 그 오래된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손으로 주의를 기울여 꼬집어 보고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 뼈는 당시에 제대로 붙지 못했습니다. 지금 치료하려면, 새로이 부러뜨려서 다시 붙여야 하는데, 이건 그리 큰일은 아니죠. 다만, 선생님이 이미 나이가 있으셔서 다시 잘 붙인 후, 적어도 3개월은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원기를 지장 없이 보호할 수 있고, 냉한 울혈을 풀어낼 수 있지요. 해낼 수 있으십니까?”

양악은 속으로 순간 긴장했다.

부러진 뼈를 다시 붙이는 것은 이미 커다란 고통이었다. 이런 것들을 아버지가 이를 악물고 잘 넘긴다 해도, 3개월이나 움직이지 말라는 건……, 그들은 어디까지나 공무로 나와 있는데, 그것이 어찌 가능할까.

이때, 양정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지금 나이가 많아요. 그리고 고생을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냥…….”

“선배님!”

육역이 일어서 그의 말을 잘랐다.

“3개월의 휴양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유 대인과 얘기하여, 선배님께 반년의 휴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정만이 그래도 뭔가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육역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선배님께서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도 전출명령을 내려 선배님을 북진무사로 옮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면, 선배님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십니다.”

“그것은! 불가합니다, 절대 불가합니다……!”

양정만이 급하게 말했다.

육역이 희미하게 웃었다.

“선배님께서 그건 원치 않으시니 그럼 마음 편히 병을 치료하십시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일은 아버님께서 당부하신 일로, 단지 병을 고치는 겁니다. 그러니 선배님은 저를 위함이라 생각하시고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리기 어렵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양정만도 더는 거절하기 힘들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인께서 신경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일이 금의위 최고지휘사 육병의 뜻이라고?

뜻밖의 일에 양악은 매우 놀랐다.

심밀이 그들과 의논을 다 하고는, 다시 양정만에게 말했다.

“3일 후가 경칩입니다. 뇌천대장雷天大状(*어두운 밤이 가고, 밝은 낮이 도래함을 의미.) 괘의 날로 이날 뼈를 붙이면 양기가 받쳐주지요. 선생님은 이날 다시 오십시오.”

뼈를 붙이는 것도 길일을 택해야 하나?

양악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옛날 달력으로 날을 따지는 건 고리타분한 예전 방식 아닌가.

그가 속으로 생각한 것을 물으려는 순간, 문에 매달린 주렴이 맹렬하게 젖혀지고, 어린 의동이 빠르게 들어왔다.

“선생님, 응급입니다. 도상刀伤에 중독증상도 있습니다.”

심밀은 듣자마자 밖으로 향했다.

포쾌의 본능이 발동한 양악도 나가 보고 싶었다. 그는 의견을 구하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봤고, 양정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육역은 한발 앞서 움직여 주렴을 걷고 밖으로 나갔다.

* * *

의관의 외당.

부상자 두 명 중 한 명이 중상으로 이미 의식불명이었다. 그는 복부에 상처를 입었고 그 위를 긴 헝겊으로 싸맸는데, 이미 피가 가득 스몄다. 피의 색이 거무스름해진 것이 중독에 의한 것이 분명했다.

심밀이 헝겊을 풀어 그 색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았다. 그는 미간을 단단히 찡그린 채 의동에게 분부했다.

“천왕해독단天王解毒丹을 가져오고, 도포할 자초밀고紫草蜜膏도 가져와라.”

의동이 명령을 받아 갔다.

다른 경상자의 상처는 복부였고, 중독은 되지 않았다. 육역이 그에게 물었다.

“누가 너희를 다치게 했느냐?”

“동양인东洋人(*오늘날의 일본인을 뜻함.)입니다.”

부상자의 눈 속에는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동양인! 난데없는 왜구라니!

양악은 매우 놀랐다. 근래 들어 동남쪽 해안가에 왜구가 창궐한다고 들었으나, 그 왜구가 여기까지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몇 명이나 되나?”

육역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 그들은 매우 많습니다. 대략 열 몇 사람……, 아니 삼십몇…….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매우 많고, 매우 흉악하고 잔인합니다…….”

“어디에서 그들을 만났지? 관청에 보고했나?”

“성 외곽 소무산 근처의 천왕묘에서요. 우리는 사당의 승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들어간 후에야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부상자는 놀랐던 것이 채 진정이 되지 않아 보였다.

“사당의 승려가 아직 있는지 모르겠어요…….”

“관청에는 이미 보고 했나?”

육역이 다시 한번 물었다.

부상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 포두가 사람들에게 우리를 여기 심 의원께 데려가라 했습니다.”

아마도 포쾌 몇 명이 무기를 가진 수십 명의 동양인을 제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양악은 속으로 생각했다.

왜구놈들 담도 정말 크네. 여기까지 도망쳐 온 걸 보니, 문제가 터졌구나. 강절江浙(*강소성과 절강성을 함께 이르는 말.) 순무巡抚(*지방에 파견하여 민정·군정을 순시하던 대신.)는 정말 어디 해명하기 힘들겠군.

육역은 더 묻지 않고, 의관 밖으로 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경에게 무언가를 알아봤다. 양악은 양정만의 곁으로 돌아와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바깥의 상황을 보고했다.

“애초에 바닷가 쪽만 평안하지 않다고 생각했지. 이곳까지 왜구가 있을 줄이야.”

양정만이 탄식하며 양악에게 자신을 부축해 일으키게 했다.

“의원이 3일 후 다시 오라 하였으니, 우리 먼저 돌아가자꾸나.”

육역은 매우 세심했다. 고경에게 양정만을 수행하여 관참으로 돌아가게 했고, 그는 형부로 가서 유 상좌와 함께 문건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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