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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37)화 (37/224)

37화

금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밥을 먹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탁자 위에 놓인 파전병을 보고는 우선 집어서 뜯어 먹었다.

양악은 아버지가 잠시 후 오실 걸 염두에 두어 우선 좁쌀죽을 담아 열기를 식혔다. 그러다 금하가 전을 만졌던 기름기 있는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양악이 그녀의 손을 한 대 때리고, 그녀의 것도 한 그릇 담았다.

도리를 따지자면, 그들은 손아랫사람이고 손윗사람과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 손윗사람이 앉아 먹고 나서야 그들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포쾌라는 이 직업은 특수해서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밥 먹는 것도 정해진 시간이 없어, 먹을 수 있을 때, 서둘러 먹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계속 이어져 밥을 먹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양정만은 지금까지 둘에게 다른 이가 앉기를 기다리지 말라 했고, 먼저 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왔다.

좁쌀죽은 맛이 좋고, 부드러웠다. 금하도 뜨겁건 말건 들고 마시다가 양악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따끈따끈한 죽과 비교할 수 있는 건 무엇도 없을 거야. 가출했던 혼이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반 그릇가량 먹고는 그녀는 또 참지 못해 탄식했다.

양악이 동정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너 어젯밤에 정말로 귀신 봤어?”

금하는 다시 파전병을 집어 먹는 한편 성질을 팍 냈다.

“삼경 한밤중에 남의 집 담을 넘고 나는 또 자물쇠를 따야 했어. 아는 이는 사건 조사, 모르는 이는 도둑질한다고 생각할 일이지.”

“육 대인이 이 사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줄 몰랐어.”

금하가 그를 힐끗 흘겨보았다.

“그가 신경을 써? 그럼 나는 맡은 일을 아주 열심히 해서 먹고 자는 걸 잊을 정도게!”

양악은 볼이 빵빵해질 만큼 음식을 집어넣은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언제 먹고 자는 걸 잊었냐. 네가 그러길 보는 것보다 아마 건문제(*명나라의 제2대 황제. 정난의 변으로 제위를 빼앗긴 후, 행방이 묘연.)를 찾는 것이 가능성 있겠다."

“저리 가라!”

금하는 그를 상대하기도 귀찮아져서 연신 먹고 씹었다. 그러다 홀연 입구 쪽에서 귀에 익숙한 “야옹”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어젯밤 주현이의 집에 있던 귤빛 털의 얼룩무늬 고양이가 열렬하고 간절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여길 어떻게 왔어?”

그녀는 의아해졌다.

“야옹, 야옹.”

뚱보 고양이는 꾸물꾸물 들어와 동글동글한 눈으로 그녀가 들고 있던 파전병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고양이가 친밀하게 다시 두어 번 울었다.

“얘가 뭘 좀 아네. 이거 맛있는 걸 알아, 그렇지?”

양악이 이미 파전병을 작게 뜯어서 고양이 입가에 대줬다.

“마지막이야……. 이 고양이는 내가 이걸 막 굽기 시작할 때부터 부엌 입구에 앉아 있었어. 거의 두 장은 먹었는데, 왜 계속 배가 고프니?”

“야, 그런데도 먹여?”

금하는 뚱보 고양이의 터질 듯이 통통한 배가 땅에 가까워진 것을 보고는 화가 불쑥 치밀었다.

“너 알아? 걔는 매일 아침저녁 두 끼가 돼지기름에 비빈 밥이야. 어떻게 배가 고플 수 있어?”

말을 하는 사이 양정만이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양악이 재빨리 나아가 부축했다.

“대장, 다리는 좀 어떠세요?”

금하가 물었다.

“대양이 말했어요? 육 대인이 대장을 위해 강남의 뼈 전문 명의를 찾았어요. 오늘 다리 진료 보러 가실 거예요.”

양정만이 의자에 앉았다.

“오래된 병이다. 뭘 신경 써.”

“오래된 병이니 더욱 보러 가야 합니다.”

말한 이는 육역이었다. 그가 지금 막 문밖에서 들어왔다.

“어제 제가 이미 알아봤습니다. 이 심밀이란 분은 조상 대대로 의술을 해왔고, 골절과 타박, 특히 오래된 질환에 상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식사하신 후에, 제가 선배님과 함께 그를 보러 가지요.”

뚱보 고양이가 익숙한 사람이 또 오자, 천연덕스럽게 야옹거리며 몸을 비볐다. 굵은 꼬리가 육역의 장포 아래에 놓여 왔다 갔다 했다.

“제 일로 어찌 대인께 폐를 끼치겠습니까, 이것은…….”

양정만은 최대한 사양해 보려 했으나, 육역이 손짓으로 막았다.

“선배님께선 절 어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선배님은 다리에 병이 있으니 사건 처리가 불편하시죠. 잘 치료하는 것이 바른 도리입니다.”

양악은 아버지가 오래된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아왔다. 그는 당장 권했다.

“아버지, 어찌 되었든 그래도 가 봐요.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라 해도, 관리할 방법이라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맞아요, 대장. 대장의 고질병이 재발하면, 대양도 따라서 밤마다 잠을 못 자요. 대장이 대양을 마음 아파하신다면, 꼭 가보셔야 해요.”

금하가 양악을 거들어 권했다.

양정만은 이런 말까지 들으니, 고개를 끄덕여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대인께 감사드립니다.”

육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격식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식사 후 동쪽 측문에서 기다리시지요.”

그가 돌아섰을 때 금하와 언뜻 시선이 마주쳤다. 비록 무언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좋지 않은 기색 한 줄기가 섞인 듯했다.

금하는 순간 멍해졌다가 뒤이어 퍼뜩 깨달았다. 그녀는 들고 있던 파전병을 뜯어 입안에 단번에 쓸어 넣고 일어섰다.

“소관…, 지금 바로 가요……. 그 연인 찾으러.”

육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야 그는 돌아서 나갔다.

뚱보 고양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육역 쪽에 분명 맛있는 것이 더 많다고 짐작했는지, 굵은 꼬리를 흔들며 그를 따라갔다.

그는 먼저 문을 나서고 난 후, 그 뒤로 금하는 방금 급하게 음식을 쑤셔 넣은 목이 막혔다. 천지가 진동할 만큼 기침을 해대니, 양악이 재빨리 그녀의 손에 물을 전해줬다.

그러고서야 그녀는 어렵사리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시간 나면, 난 꼭 저분 사주팔자를 조사해 봐야겠어.”

금하의 얼굴은 수심에 가득 찼다.

“분명 나랑 상극일 거야!”

* * *

주현이의 연인을 찾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전에 금하는 먼저 다른 사람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녀는 유 상좌를 찾아가 허락을 받고, 우선 양주의 형부 대옥으로 갔다.

주현이의 시동인 주비는 나이가 불과 열 서너 살이었다. 금하의 동생인 원익과 나이가 비슷했으나, 체구가 매우 왜소했다. 두 눈은 희고 검은 부분이 분명해 평소 같으면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옥 안에 며칠 갇혀 있으면서 두 눈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해지고, 사람이 오는 걸 보면 자신을 끌어내 참수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금하는 주비에게 운하 수리비용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물었으나, 아이는 전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방향을 바꾸어 주현이의 일상생활에 대한 사소한 일을 물었다. 아이는 신중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성실히 대답했다.

“도련님은 조용한 걸 좋아하세요. 특히 독서 할 때, 제가 서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어요. 그때는 들어가 찻물을 드리는 것도 하지 않았지요.”

주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희 집 도련님은 대략 언제 주무셨어?”

“도련님은 늦게 주무세요. 본가에서도 이경이 지나야 주무셨는데, 여기 오신 후에 더 늦어졌죠. 저는 감히 위에 올라가 그분을 귀찮게 할 수 없었고요. 종종 삼경이 지나도 촛불이 켜져 있는 걸 봤어요.”

금하는 생각해 보고 또 물었다.

“그렇게 늦게 주무셨는데, 그분이 야식은 드셨니?”

주비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은 야식 안 드세요. 본가에 계실 때, 노마님이 직접 만드신 것만 효심에서 조금 드셨어요.”

“너희 집 도련님은 먹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신 것 같구나?”

“사실 도련님 그분, 그분은…… 평소 먹고 입는 것 모두 매우 절약하세요. 사람들은 도련님이 운하 수리비를 탐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정말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주비는 훌쩍거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는 입고 있는 옷도 얇아 으슬으슬 몸이 차가워져 떨림을 참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매우 불쌍한 아이일 뿐이었다. 금하는 소매로 주비의 눈물을 대충 닦아 주고는 고민했다. 그리고 가슴에서 기름종이로 싼 파전병을 꺼내 자못 아쉬워하며 건넸다.

“배 안 고파? 먹어. 다 먹고 나한테 너희 도련님 애인 얘기 좀 해 줘. 그는 여기에 애인이 있어, 맞지?”

주비는 맛있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데다 따뜻하기까지 한 파전병을 들고, 주눅이 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먹어.”

금하는 아이 때문에 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점심밥을 주비가 한 입 한 입 먹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주비는 파전병을 다 먹었고, 몸도 많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주비가 금하에게 말했다.

“그 여자는 성이 적翟이고, 이름이 난엽兰叶이에요. 도련님은 호수에서 뱃놀이하실 때, 그녀를 알게 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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