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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35)화 (35/224)

35화

“나도 들어가지 못해서 상세한 상황은 잘 몰라. 듣기론 누군가 겁옥하려고 먼저 마구간을 폭파하고, 이어서 감옥을 폭파했대.”

금하가 의미가 담긴 시선으로 양악을 주시했다.

“뇌명벽력탄, 돈은 충분한 놈이야!”

양악은 듣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뜻을 명확하게 이해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

“……이건 소동이 너무 커졌다.”

금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더 좋지 않은 건, 작년 이 감옥에 두께가 몇 촌이 되는 철문을 설치했어. 보통 폭약으로는 폭파할 수도 없고, 또 겁옥하려는 자를 그 안에 가둘 수 있단다.”

양악이 크게 놀랐다.

“그 말은…….”

“여긴 금의위 본거지고, 우린 못 들어가. 육역이 나와야만 상황을 알 수 있어.”

금하는 말을 다 하자마자, 자신의 이마를 두드렸다.

“하, 그에겐 기대할 수 없어. 그는 고의로 날 데리고 들어가지 않은 거야. 우리에게는 분명 어떤 말도 할 리가 없어.”

“육 대인도 있어? 너는 육 대인과 함께 왔어?”

양악이 이상하게 여겼다.

금하는 초조해하며 손을 휘저었다.

“말 안 할래. 지금 들어가지 못한 이상, 여기서 시간 낭비하는 건 방법이 아니야.”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재빨리 걸어갔다.

양악은 그녀를 부르지 못하고 빠르게 따라갈 뿐이었다.

* * *

두 사람은 제형안찰사사의 바깥 담장을 돌았다.

비록 안의 구조는 모르지만, 뇌명벽력탄의 잔류화약 냄새와 밤하늘에 어렴풋이 올라오는 푸른 연기로 그들은 감옥의 위치를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분명히 여기야.”

금하는 긴장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높은 담장을 주시했다.

양악은 담장에 기대 탄식했다.

“애쓰지 마라. 어떻게 해도 못 들어간다. 금의위는 우리가 건드릴 수 없어.”

“알아.”

금하는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달빛에 의지해 두 눈은 조금도 방심치 않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바닥에 흩어진 깃을 댄 화살 몇 개를 발견했다. 그녀는 입가를 둥글리며 흥 하고 웃었다.

“저들은 그를 못 잡았어!”

양악이 화살 한 개를 주워 살폈다. 그리고 금하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겁옥자는 분명 여길 통해 담을 넘어 나갔다. 금의위는 추격하지 못하여 이 화살을 쏜 것이다.

시선이 거의 닿지 않는 한쪽 구석에서 미약하나 부드러운 빛 한 알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금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굽혀 담장 구석의 이끼 안에서 진주 한 알을 찾았다. 비록 크진 않지만, 둥글고 윤기가 있었다. 위에는 아직 반절 가량의 은사로 짜인 것이 남았다.

“금하야.”

양악이 그녀를 불렀다.

“응.”

금하는 이 진주가 다소 눈에 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양악의 부름에 설렁설렁 대답할 뿐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금하야!”

양악이 또 그녀를 불렀다. 목소리는 이유도 모르게 조금 쉬었다.

“응응.”

금하가 진주를 든 채 일어섰다. 여전히 고개를 숙여 자세히 보다가,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

“생각났어, 이건…….”

“……금하!”

양악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금하는 이상하게 여기며 돌아섰고, 눈앞의 상황에 즉시 얼이 나갔다.

――금의위 네 명이 서슬 퍼렇게 서 있었다. 양악은 이미 그들에게 제압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돌아섰다. 뒤쪽에도 언제 왔는지 모르게 두 명의 금의위가 서 있었다.

“간 큰 도둑놈이군, 감히 되돌아오다니! 모두 끌고 가!”

우두머리인 사람이 민첩하게 손을 휘둘렀다. 두 명의 금의위는 다짜고짜 앞으로 나와 금하의 두 팔을 뒤로 꺾었다. 그녀는 너무도 센 힘에 아파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관차입니다. 여러 대인님들, 뭔가 잘못됐어요!”

금하가 연이어 말했다.

“우리는 경성에서 온 포쾌예요. 제가 제패를 보여 줄 수 있어요. 대양, 너 빨리 제패 꺼내.”

양악은 제압되어 머리도 들지 못했다. 속이 온통 초조해졌다.

“급하게 나오느라 가져오지 못했어.”

“나 가져왔어, 내가 가져왔다고. 여러 대인님, 잠깐 손 좀 풀어 봐요. 제패 보여줄게요……!”

금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녀는 등을 매섭게 두 번 맞았다.

“너, 이 도적년, 마구간과 감옥을 폭파하고, 지금은 수작까지 부리려 해!”

……뇌명벽력탄을 쓴 사람이 여자였구나!

금하는 등 쪽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참으며, 어렵사리 계속 입을 열었다.

“여러 대인님, 믿지 않으시면 가서 육역, 육 대인께 물어보세요. 우리는 그분과 함께 경성서 왔습니다.”

금의위 몇 명은 육역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속으로 일말의 의문이 생겨, 마침내 손힘을 조금 풀었다.

금하와 양악은 그들에게 붙들려 제형안찰사사로 들어갔다. 그들이 감옥에 도착하지도 않아, 육역과 윤 부사를 바로 맞닥뜨렸다.

“대인께 보고 드립니다. 이 두 사람은 감옥 밖 북쪽 골목에 있었고, 행적이 수상쩍고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그들이 도적과 한패라는 의심이 듭니다.”

우두머리 금의위가 윤 부사에게 보고했다.

“육 대인, 다 오해예요. 죄송하지만, 저들에게 해명 좀 해주세요.”

금하가 재빨리 육역에게 도움을 청했다.

육역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고, 그보다 먼저 윤 부사가 금하가 바로 조금 전 육역과 동행한 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는 조금 어리둥절해 한 후 손을 탁탁 치며, 그들에게 먼저 사람을 놓아주라는 뜻을 전했다.

“이 두 사람은 경성 육선문의 포쾌입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사건 처리를 위해 양주에 왔지요.”

육역이 윤 부사에게 해명했다.

“진즉에 당신들이 오해했고, 사람 잘못 잡았다고 말했잖아요.”

금하가 아픈 팔뚝을 주무르며 불쾌한 기색으로 옆의 금의위를 바라봤다.

“허나.”

육역이 가볍게 잠시 멈추고는 다시 이어 말했다.

“그들 둘은 어디까지나 제 부하가 아니라, 저도 저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만약 의심 가는 곳이 있다면, 공평하게 처리해도 무방합니다. 결코, 중요한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됩니다.”

“육대인! 큰 소리가 들렸을 때, 저는 대인과 같은 곳에 있었어요. 제가 어떻게 도적일 수가 있어요!”

금하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진정 태도를 바꾸는 것이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 빨랐다. 그는 한두 마디만 언급했지만, 그것은 그녀와 대양의 생사는 전혀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하지만 네가 그 후 무엇을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 게다가 양악은 어떻게 이곳에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육역의 표정은 담담했다. 나는 너희를 잘 알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또한, 금의위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이 골목에서 어떤 수상한 짓을 했던가?”

“대인께 보고합니다. 저 두 사람은…….”

금의위 이목도 조금 난처해졌다. 그들의 관계를 잘 모르는데, 이 적정 수준이란 것이 애매하고, 실로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저들 둘이 원래 포쾌라 하니, 그럼 조금 전에는 분명 현장 조사 중이었을 겁니다. 공교롭게 도적 중에 여자가 있었죠. 그런데 이 분도 마침 아가씨라 아마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양악이 닭이 모이 쪼는 것처럼 연거푸 머리를 끄덕였다.

“오해죠, 정말로 오해입니다. 앞서 큰 소리가 난 데다 또, 불빛이 있어서 저희는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려고 급하게 온 겁니다.”

“진짜진짜진짜 오해예요. 뇌명벽력탄 냄새는 코를 찔러요. 만약 우리가 도적이라면, 손에 화약 냄새가 남았을 거예요. 맡아보면 알잖아요.”

금하는 양악에게도 손을 들어 올리라고 눈짓했다.

금의위 하나가 앞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그런 후, 육역과 윤 부사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남은 화약 냄새는 없습니다.”

“너희 둘은 왜 깊숙한 골목 안에 있었더냐?”

윤 부사가 물었다.

“우린 도적이 겁옥하고자 한 도적이 있었다는 걸 듣고, 어떤 단서라도 있는지,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양악이 재빨리 말했다.

“발견한 것이 있나?”

이 말은 육역이 물은 것이다.

“……없습니다.”

양악이 답했다.

“없습니다.”

금하는 유감스럽다는 모습을 지어 보였다. 육역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살필 뿐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금하는 유감이라는 표정을 꿋꿋하게 유지했다.

그때, 금의위 우두머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보고했다.

“제가 저들을 보았을 때, 여 포쾌가 담장 구석에서 작은 물건을 줍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오라버님은…… 정말 세심하시네요. 전도가 양양하십니다.”

금하가 억지웃음으로 제 발이 저린 것을 덮었다.

“제가 작은 물건을 주운 것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습니다. 별 소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녀도 손바닥을 펼쳐 그 진주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육역이 진주를 집어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금하는 그의 표정을 훔쳐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표정은 일관되게 담담해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소관은 아마도 어떤 길 가던 아가씨가 부주의로 떨어뜨렸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그걸 중요한 단서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넌지시 떠보며 한마디 했다.

육역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윤 부사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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