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천호千户 대인 오시면, 네놈을 조각조각 내주마.”
사소는 정말 자신이 대체 무슨 허점을 보여, 그들에게 단서를 드러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걸 생각할 시간은 없었고,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만약 그들에게 잡힌다면, 자신이 죽고 다치는 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거다.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사소는 품속에서 화절자를 꺼내 불을 밝혔고, 사방을 둘러보며 철문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았다.
바로 이때, 밖에서 갑자기 두 발의 폭발음이 들렸다. 연이어 지면이 두 번 진동했고, 그 후 간수들이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불이 나서 그쪽으로 재빨리 구하러 달려가는 것 같았다.
사소는 여전히 철문에서 제어 장치를 찾고 있었다.
이 철문의 전체 면은 하필이면 칼로 벤 것처럼 평평했고, 유난히 번들번들하여 어떤 틈도 찾지 못했다.
그는 화가 나서 몇 번을 발길질했다. 철문이 웅웅 소리를 내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넷째야, 넷째야!”
누군가 철문 밖에서 그를 불렀다.
상관희였다!
“누나?”
“넷째야, 물러서 봐. 이 문 폭파할 거야.”
“알았어요.”
사소는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잠시 후, 귓가에 쾅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렸고, 그의 고막이 진동으로 웅웅거렸다.
철문의 열쇠 구멍이 폭파됐다. 연이어 옆의 벽돌담도 한 덩어리로 무너져 내려 먼지가 분분히 날아올랐다. 그 사이로 호리호리한 사람 그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넷째야?”
사소의 머리는 진동으로 여전히 몽롱했다. 상관희가 여전히 얼떨떨한 상태인 그를 찾아냈다.
“여기 오래 머물러선 안 돼. 빨리 가자!”
“누나, 뭘 갖고 논 거야. 진짜 효과 좋네! 나 하나 줘. 이 철문 폭파할 거야. 사 형님이 아직 안에 있어.”
상관희가 급하게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가져온 건 모두 3개고, 벌써 다 썼어. 빨리 가!”
“하지만…….”
이번은 헛걸음이었다. 사소는 끝내 가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상관희가 그의 손을 지그시 눌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았다.
“내가 꼭 방도를 생각해 그를 구할게. 날 믿어!”
말을 끝낸 상관희는 그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사소를 끌고 감옥을 뛰쳐나가, 어둠 속으로 달려나갔다.
* * *
세 번의 큰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육역이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니, 양주성으로 반쯤 가려진 곳에 어렴풋한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기가 어디인가?”
그가 왕 노인에게 물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성 동쪽이고, 위치로 보아 제형안찰사사가 있는 곳이 분명합니다.”
금하도 머리를 내밀어 바라보고는 우아, 하며 감탄했다.
“금의위와 얼마나 큰 원수를 진 걸까요? 세상에 뇌명벽력탄雷明霹雳弹을 썼네요. 저거 비싼데. 돈을 막 뿌리네.”
뇌명벽력탄!
육역이 양미간을 찌푸렸다.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저기요! 대인……?”
금하는 한 번 외쳤다. 육역의 발걸음 소리가 이미 아래층에 이른 것을 듣고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소관이 꼭 수행할 필요는 없죠?”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육역의 발걸음 소리는 이미 저택을 벗어났다.
금하는 매우 만족하여 숙소로 돌아가 잘 계획이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손으로 아호를 쓰다듬었고, 노인을 향해 공수하며 인사를 했다.
금하는 유유자적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갑자기 전광석화처럼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사소야? 하. 사람 구한다고 이렇게 시끌벅적할 필요는 없잖아?
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다다다 뛰어 내려가 불이 난 방향으로 쫓아갔다.
육역은 그녀보다 단지 조금 먼저 떠났을 뿐인데, 그녀는 전력을 다해 3개의 거리를 쫓아가서야 가까스로 그를 따라잡았다.
“손발이 이렇게 느려서 어떻게 도둑을 잡나?”
육역은 그녀가 실로 온 힘을 다해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서야 걸음을 늦췄다.
금하는 헐떡거리며 숨을 내쉬었고, 조금도 반성하는 마음은 없었다.
“다행히도 대인께선 도둑이 아니시잖아요. 아니었다면, 그래도 정말 온 힘을 다했겠죠.”
육역의 안색이 서늘히 가라앉았다. 그는 다시 걸음을 빨리하고는 더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 * *
두 사람이 제형안찰사사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거의 꺼졌고, 푸른 연기 몇 가닥만이 남아 밤빛 속으로 하늘하늘 흩어지고 있었다.
불은 이미 진화되었다.
폭발음이 들린 때로부터 불과 향 한 개가 탈 시간 가량만 지났을 뿐이다. 그리고 처음 보았던 불길의 기세도 작지 않았다.
금하는 비록 금의위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훈련이 잘된 모습에는 속으로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일의 효율이 매우 높았다.
“육 경력!”
정4품 안찰부사 윤현광은 육역이 달려올 줄은 몰라 다소 놀란 모습이었다.
“윤 대인.”
육역이 일말의 어긋남도 없이 직급에 따라 예를 행했다.
“소관이 외람됨을 용서하십시오. 조금 전 폭발음을 듣고, 또 불빛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혹시 몰라 서둘러 도우러 왔습니다.”
“그랬군.”
육역은 7품의 경력이었다. 그런데도 윤 부사는 관직의 권위를 감히 조금도 드러낼 수 없을 뿐 아니라 털끝만큼도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도적이 매우 거칠고 난폭하였네. 습격하여 죄수를 빼내기 위해, 먼저 마구간을 폭파했지. 그로 인해 소란해지자, 또 옥문을 폭파해 성동격서(*이쪽을 치는 척하고 저쪽을 치다.)로 우리의 허를 찌르며 죄수를 빼내려 시도했다네.”
“옥중 죄수 중 도망자가 있습니까. 소관의 힘이 필요하신지요?”
육역이 물었다.
“그건 아니라네.”
윤 부사는 이것이 공을 가로챌 좋은 기회란 것을 예민하게 깨닫고는 웃으며 말했다.
“육 경력이 모르는군. 도적의 겁옥劫牢(*감옥을 습격하여 갇힌 이를 구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작년 이 감옥에 두께가 몇 촌은 되는 철갑문을 설치했지. 일반적인 폭약으로는 폭파가 불가하고, 겁옥하려는 자도 그 안에 가둘 수가 있어.”
“대인께서는 과연 생각이 주도면밀하십니다.”
육역이 앞쪽으로 살짝 발을 옮기며 물었다.
“소관이 들어가 볼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윤 부사가 급히 몸을 비켜 육역을 안으로 들였다.
금하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시위가 문밖에서 막아, 급히 설명했다.
“전 육 대인의 수하이고, 함께 왔어요.”
그녀는 오늘 밤 사가谢家에 갔던지라, 포쾌의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제패는 늘 지니고 다녔으니, 당장 제패를 꺼내 시위에게 보여 해명했다.
시위는 제패를 흘끔 보았을 뿐 목소리가 냉랭했다.
“육 대인은 금의위인데, 어떻게 육선문의 수하가 있을 수 있나? 아가씨 번지수 잘못 찾았어.”
이 일은 단시간에 시위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금하는 육역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가는 것을 보고 급하게 그를 불렀다.
“육 대인! 육 대인!”
육역은 걸으며 윤 부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는 듣지 못한 것처럼 가림벽을 돌아 사라졌다.
“육 대인! 육 대인! 육 대인…….”
금하는 다시 몇 차례나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하지만 끝내 쓸데없는 짓이었고, 그녀는 풀이 죽어 그만두어야 했다.
금하는 초조하게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 방법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양악이 큰 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역시 여기 있었네? 무슨 일이야?”
양악이 다급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금하는 시위를 비스듬한 시선으로 힐끗 봤다. 우선 양악을 한쪽으로 끌고 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어떻게 왔어?”
“폭발 소리 듣고 널 찾았는데 안 보이잖아. 그래서 네가 이미 달려갔겠거니 추측했지……. 어떻게 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