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어떻게 선입관에 사로잡혔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이건 운하 수리비용이고, 또 그는 전권의 책임을 지고 있었어요. 이 세상 어디에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이 도끼로 제 발등을 찍어요? 만약 주현이가 이 십만 냥 운하 수리비를 탐했다면, 차라리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갔어야지, 어떻게 목매달아 자살을 하죠?”
뚱보 고양이가 발밑에서 야옹야옹 울었다. 마치 그녀의 말에 맞장구치는 것 같았다.
육역이 눈썹을 세웠다.
“넌 그가 징벌이 두려워 자살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나?”
“저는…….”
금하의 말이 채 끝나기 전, 아래층에서 누군가 쉰 목소리로 호통치는 것이 들렸다.
“누구요? 위에 누가 있소?”
이 관역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이는 예순을 넘긴 노인이었다. 그는 목소리가 매우 크나, 걸음은 상당히 느렸다.
금하가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그가 등롱을 들고 휘청거리며 위로 올라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는 족히 차를 한 잔 마실 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뚱보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울었고, 굵은 꼬리를 흔들었다. 늘 하던 대로 상대에게 열렬하게 비비적거렸다. 노인은 허리를 구부려 뚱보 고양이를 힘들게 들어 올리고는 품에 안았다.
“아저씨, 이 고양이 아저씨가 키우시는 거예요?”
금하가 포쾌의 제패를 건네 보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얘는 뭘 먹어 이렇게 크고, 뚱뚱해요?”
“얘는 아침저녁 두 끼 모두 돼지기름에 버무린 밥을 먹어야 합니다.”
“뭐라고요? 아침저녁 두 끼를! 그것도 돼지기름에 버무린 밥!”
금하는 순간 대단히 분개했다. 다시 고양이를 보는 눈빛에는 부러움, 질투, 원망으로 가득했다.
“두 분은 사건 조사하러 오신 겁니까?”
노인이 금하가 건넨 제패를 등롱 가까이로 가져갔다. 윗면의 ‘포’자가 똑똑히 보였다.
“어째서 제게 말해주는 이가 없었을까요. 두 분은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나는 사건 조사할 때 많은 사람을 시끄럽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소.”
육역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가 이곳을 관리하는 역승인가?”
등롱은 어두웠다. 노인은 한동안 육역이 입은 비어복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금하가 그에게 설명했다.
“이 분은 금의위 경력 육역 대인이세요.”
금의위 경력, 이 다섯 글자를 듣자 노인은 급하게 뚱보 고양이와 등롱을 금하의 손으로 넘겼다. 그리고 육역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소관 왕치, 육 대인을 뵙습니다.”
“이 저택은 자네가 줄곧 책임 관리해왔나?”
육역이 물었다.
“예.”
“주현이는 언제 살러 들어왔지?”
“말씀하신 이가 공부낭중 주 대인이라면, 작년 동지가 막 지나서 오셨지요.”
왕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뜻밖에도 목을 매 자살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고양이는 매우 무거웠다. 그리고 특히 사람에게 달라붙었다.
금하는 어렵사리 등롱을 내려놓고는, 기를 쓰고 내려가지 않으려는 뚱보 고양이를 힘겹게 어깨 위에 올려 두었다.
“일의 경위를 한번 말해 보게.”
육역이 분부했다.
왕 노인은 이 일에 대해 며칠 사이 몇 번이나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육역이 금의위 경력의 신분을 명백히 밝혔고, 말을 하는 것 또한 성내지 않아도 위엄있는 모습이 보이니, 그는 감히 육역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날 저녁, 주 대인은 매우 늦게 돌아오셨습니다. 얼굴색이 그다지 좋지 않으셨죠. 시동이 제게 화로통이 덜 따뜻하다고 화로를 더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 후 저는 돌아와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이 되어 위층 창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주 대인이 벌써 일어나셨구나, 생각했는데 끝내 위층으로 올라와 바로 주 대인이 이미 들보에 매달린 것을 발견한 것이죠.”
왕 노인이 금하의 머리 위쪽을 가리켰다.
그녀는 고개 들어 머리 위쪽의 대들보를 보고는 급히 옆으로 몇 걸음 움직였다.
“이렇게 매달려 자살하려면, 마땅히 그가 올라가 찼을 걸상이 있어야 해요.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을 텐데요. 이 마루판은 모두 목재라 소리가 필시 작을 리가 없죠. 그 소리는 못 들으셨어요?”
금하가 물었다.
왕 노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뚱보 고양이를 가리켰다.
“아호阿虎가 늘 물건을 떨어뜨리지요. 저는 평상시에 자주 들어서, 들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을 듣자, ‘야옹’하고 울었다. 기분이 매우 좋아진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공교롭게 금하의 목덜미를 슬슬 쓸어 그녀를 매우 간지럽게 했다.
“걸상은 어디에 있어요?”
금하가 물었다.
“바로 저 걸상입니다.”
라오왕이 그녀의 옆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받침이 달리고, 몸통이 둥근 걸상이 있었다.
“여기쯤 넘어져 있던 거로 기억합니다.”
고양이 털 때문에 두어 번 재채기를 한 금하는 더는 데리고 있을 수 없어서 아호를 그에게 돌려줬다.
그런 후 몸을 반쯤 웅크리고 등롱의 불빛으로 둥근 걸상을 살폈다.
과연 측면의 칠 위에 움푹 팬 곳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등롱을 들고 바닥 면을 살펴보았다.
“그의 시동도 아무 소리 못 들었어요?”
그녀가 이상해했다.
“그때 시동이 이틀 동안 감기에 걸렸어요. 밤에는 탕약을 마시고는 쓰러져 바로 잠이 들었고, 아침에 제가 깨워야 했습니다.”
이때 육역은 줄곧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가 물었다.
“주현이가 살러 들어온 후로 자네에게 화로를 몇 번이나 올리라 했나?”
“그날 저녁 한 번뿐이었습니다.”
“그날이 특별히 추웠나?”
“그날은 비가 계속 내려서 확실히 좀 썰렁했습니다. 게다가 주 대인이 돌아오셨을 때, 입고 있던 옷도 비에 다 젖어서 아마 매우 추우셨을 겁니다.”
“그는 가마를 타고 오지 않았어요?”
금하가 의아해했다.
“우산도 쓰지 않고요?”
왕 노인은 기억해내려고 노력했다.
“이상하긴 하군요. 주 대인께서 전에는 항상 가마를 타셨지요. 그날은 왜 가마 없이 돌아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육역이 돌아서 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날 아침, 어느 창들이 열려 있었나?”
왕 노인이 앞으로 나아가 서북쪽의 창문 두 개를 열었다.
“바로 이 두 개의 창입니다.”
창문을 열자마자,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아호가 불만스럽게 ‘야옹야옹’ 울며 사람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육역은 창문가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 달빛이 좋긴 해도, 이쪽의 실제 경치는 그다지 볼 것이 없었다. 보이는 건 크기가 들쭉날쭉한 건물들뿐이었다.
“주 대인께서는 평상시에도 이쪽 창문을 내내 열어두셨죠.”
왕 노인은 그의 이 행동 또한 매우 이해할 수 없었다.
금하는 연달아 남향의 창문 몇 개를 열고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문득 깜짝 놀라 말했다.
“이쪽은 관역의 후원을 마주 보네요. 경치가 좋아요!”
왕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쪽 경치가 가장 좋습니다. 아래 또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지금이 막 꽃이 필 시기입니다.”
“보아하니 이 주현이란 분은 꽃을 사랑하는 분이 아니네요. 이런 대단한 봄 경치를 헛되이 저버리다니.”
금하는 머리를 저으며 세 개의 서랍이 달린 책상을 보러 갔다. 서랍을 당겨 보니 모두 비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주현이가 주고받은 서신 등의 물건은 분명 전부 아문으로 옮겨졌을 터였다.
책상 위쪽도 텅 비었다. 붓걸이와 벼루, 붓을 빠는 그릇 등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 위의 물건은 아저씨가 옮겼나요?”
금하가 왕 노인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문 사람이 다녀간 후, 문을 잠가뒀습니다. 저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고요.”
금하가 손가락으로 벼루 바닥을 힘껏 문질렀다. 손을 들어 자세히 보니, 손끝에 옅은 먹의 흔적만 남았을 뿐이었다. 붓을 빠는 그릇 안까지 모두 깨끗했다.
“어떠하냐?”
육역이 물었다.
“주현이는 유서를 남기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금하는 말을 하자마자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등롱을 들어 벽을 비췄다. 그리고 벽 하나하나 자세히 비춰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