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오빠, 진짜로 잘 알아 둬. 오안방은 이번에 주현이를 대신해 은자 호송을 했고, 육역은 이미 상당한 의심을 하고 있어. 그런데 오빠가 이번에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불난 데 기름 끼얹는 거잖아.”
사소는 초조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말할 수 없으면 관둬.”
“오빠, 내가 말하는 이유를 들어 봐.”
금하가 머리를 갸우뚱 기울여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느릿느릿 손가락 한 개를 세웠다.
“첫째, 사수죽은 이번에 죄를 저질렀고, 법률을 위반했으니, 당연히 수감 돼야 해.”
사소는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금하가 또 두 번째 손가락을 세우는 것을 보았다.
“둘째, 오늘 밤 여기 온 건 대장과 오빠 아버님의 친분 때문이지. 대장은 오빠네가 곤란해지는 걸 염려하셔서 위험을 무릅쓰고 알려 주려 오신 거야. 만약 육역의 추궁을 당하면, 진짜 재미없어져. 우리가 사역 일 하는 것과 이곳 사람들이 강호를 뛰어다니는 건 같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잖아. 이 밥그릇은 누구도 뺏기고 싶어 하지 않아. 안 그래?”
바로 이어 그녀는 세 번째 손가락을 내밀었다.
양악도 재빨리 말했다.
“우리는 정말 모릅니다. 하선할 때, 이곳 양주의 제형안찰사사에서 마중을 나왔고, 생신 선물과 사수죽 모두 데려갔습니다.”
“제형안찰사사?”
사소가 상관희를 바라보았다.
상관희는 희미하게 미간을 찡그렸다.
“제형안찰사사는 금의위 그들 구역이야. 감옥도 양주대옥과 나뉘어 있어. 그들은 사람을 잡아 와 고문하는 것도 지금껏 사법관청을 거친 적이 없어.”
사소는 이 말에 더욱 눈썹을 찡그렸다.
이때 가복이 들어왔다.
“소방주, 어르신께서 오라 하십니다.”
사소는 멍해 있다가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몸을 일으켜 난각을 향해 갔다.
* * *
난각 안.
사소는 들어서자마자 사백리가 어두운 얼굴로 따뜻한 평상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무릎 꿇어라!”
사소는 온순하게 무릎을 꿇었다.
“네 양숙이 말씀하시길 네가 관선에 옥에 갇힌 죄수를 빼내려고 올랐고, 또 육역과는 싸움을 했다던데, 사실이냐?”
사소는 옆의 양정만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백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 호되게 그의 뺨을 한 대 갈겼을 뿐이었다.
사소의 얼굴 반쪽은 즉시 높게 부어올랐다. 그는 몸을 꼿꼿하게 세워 무릎을 꿇은 채 비틀거리거나 숨지도 않았다.
“넌 육역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네가 무려 그와 싸웠다고!”
사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3년을 못 보고 살았는데도, 이 아이는 여전히 전과 같이 고집이 셌다.
잘못하든 누명을 쓰든, 그가 욕하고 때려도 늘 언제나 묵묵부답에 변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백리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려 한 대 더 치려고 했으나 아들의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보자 마음이 순간 약해졌다. 끝내 손이 나가지 못했다.
“……다쳤느냐?”
그가 탁한 목소리에 거친 숨을 쉬며 물었다.
아버지의 어조가 변한 것을 듣고는 사소는 의아해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찰과상일 뿐이에요. 별일 아닙니다.”
“양숙께서는 이번에 너의 일 때문에 특별히 오신 게다.”
사백리가 다시 앉았다.
“육역은 현 금의위 지휘사 육병의 아들이다. 그는 결코 만만한 이가 아니야. 지금 그가 양주에 있으니, 나는 오늘 밤 네가 떠나도록 배를 준비하겠다. 먼저 소주苏州 백호당으로 피해있거라. 이 돌풍이 지나가면, 내 다시 널 불러오겠다.”
양정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이렇게 눈앞의 급한 불부터 먼저 꺼야 할 듯싶구나.”
“전 갈 수 없습니다.”
사소가 뻣뻣하게 목을 세웠다.
“사 형님이 아직 제형관찰사사에 갇혀 있습니다. 형님을 이번 일에 끌어들인 것은 저입니다. 저는…….”
“너……, 너 아직도 죄수를 빼낼 생각을 하느냐?”
사백리는 억지로 누르고 있던 노기를 참지 못한 채 노려보았다.
양정만도 고개를 저었다.
“제형안찰사사 안의 감옥은 보통의 감옥과 다르다. 대다수가 지하에 있고, 수옥水牢(*물을 넣은 감옥. 물에 독사 따위를 넣어 옥에 갇힌 죄인을 괴롭힘.)이지. 감시도 엄격해. 나는 조카가 이런 위험은 무릅쓰지 않길 권하네.”
“들었느냐? 이런데도 네가 일으킨 화가 아직도 모자라다 생각해!”
사소는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들은 것이냐?”
사백리가 애를 태웠다.
“아버지!”
사소도 급해졌다.
“사 형님이 이번에 생신 선물을 훔친 일은 전부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지금 감옥에 갇혔는데, 제가 어떻게 앉아서 보고만 있습니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또다시 청량한 따귀 소리였다.
“사형谢兄 진정합시다!”
양정만이 급하게 막았고, 또 사소를 타일렀다.
“지금 육역은 운하 수리자금 건을 조사 중이라 사수죽은 아마 당분간 별일 없을 게다. 그러니 길고 신중하게 생각해.”
사백리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이번에 형님께서 특별히 찾아와 알려주시어 너무도 감사합니다. 아니었다면, 이 불효자식놈이 무슨 사고를 쳤을지 알 수 없었겠지요.”
“자네와 나는 형제야. 이런 말들은 더 할 필요가 없다네.”
양정만이 말했다.
“육역이 비록 나이는 적으나, 일 처리가 매우 심오하고 예측이 어렵지. 결코 육병에 뒤지지 않아. 자네들은 절대 경거망동해선 안 되네.”
사백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 오래 머무르는 것은 적당치 않으니, 이만 작별을 고하네. 만약 일에 변화가 있으면 내가 방법을 마련해 알려주지.”
양정만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사백리도 그의 어려움을 알고 있어 더는 만류하지 않았다.
* * *
일행이 관역으로 돌아온 후, 역승(*관역의 관리인.)으로부터 육역과 유 상좌 모두 아직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양악의 안색이 홀가분하게 확 풀어졌다.
“예상했던 일이야.”
금하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옛 시에서 뭐라고 했니. 양주성 안은 ‘곳곳이 청루요, 밤마다 노래가 이어진다’고 했잖아. 양주지부가 오늘 밤 연회에 그들을 불렀잖아. 분명 미인에 둘러싸여 향기로운 바람에 완전 취한 거지. 유 대인은 그렇다 해도, 육 대인은 바야흐로 혈기왕성할 때잖아. 그는 금의위이지, 동창东厂(*명대에 황제가 대신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설치한 관청으로, 환관이 장악한 감시 기관.)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 한순간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거고…….”
동창은 모두 환관으로 여색에 관해서는 일반인과 같은 방식으로 논할 수 없었다.
“하아야, 아가씨가 매번 허튼소리 좀 하지 말거라.”
양정만이 그녀를 크게 꾸짖었다.
금하는 재빨리 정색한 얼굴로 바꾸었다.
“대장께 아룁니다. 저는 다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추측을 살짝 추가했을 뿐, 허튼소리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풍문은 말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양정만이 그녀의 머리를 손끝으로 톡 찔렀다. 금하는 그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 더는 말대꾸하지 않았다.
“아버지, 돌아가 쉬세요. 제가 가서 발 닦을 물 끓일게요.”
양악이 끼어들어 말했다. 양정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절뚝거리며 뒤쪽 사랑채로 갔다.
양악은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가 물을 끓였다.
하급관리의 신분이라 당연히 역승에게 시킬 순 없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직접 해야 했다.
뜰에는 금하 혼자 남았다. 그녀는 때가 아직 일러서인지 전혀 잠이 오지 않아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금하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겨, 관역 뒤편의 연못가에 이르렀다.
연못 가운데에는 둥근 달이 거꾸로 반사되어 비쳤다. 달은 매우 빛났고, 연못 안의 물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수면 위에는 작고 깜찍한 수련 몇 송이가 떠 있었다. 꽃잎은 정교하여 마치 최상의 옥돌로 조각해낸 것 같았다.
그녀는 뒷짐을 진 채, 중얼거리며 감탄했다.
“어쩐지 사람들이 ‘천하에는 3개의 달이 밝은 밤이 있는데, 둘은 염치도 없게 양주에 있다.(天下三分明月夜,二分无赖是扬州.)/fs’ 고 말하더라. 이 양주의 달빛이 경성의 달빛보다 정말 더 밝아.”
말을 하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러니 이런 달빛이 어그러지면, 어찌 아쉬움이 없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