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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23)화 (23/224)

23화

비록 밥때를 넘겼다 해도, 몇 곳의 식당은 아직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사옥은 그나마 보기에 깨끗한 식당을 골라 사람들을 안내했다.

육역이 탁자를 골라 앉았다.

“저희는 관차일 뿐입니다. 감히 대인과 같은 식탁에서 먹을 수 없으니, 옆 탁자에 앉겠습니다.”

양정만이 공손하게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이상, 작은 일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선배님께선 얼른 앉으십시오.”

육역이 손을 내밀어 청했다.

양정만이 앉고서야 양악과 금하도 앉을 수 있었다.

사옥이 점원을 이제 부르려는데, 금하가 옆에서 눈빛을 빛내며 끼어들었다.

“여기 공심육원이 있나 물어봐 주세요. 안에 돼지기름을 넣어 만든 건데요…….”

조금 전 반 이상 부패한 시신을 검시한 뒤였다. 그녀처럼 이렇게 좋은 비위를 갖추기란 드문 일이었다.

육역이 그녀를 힐끔 보았다.

“대장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대양이 강남에는 무슨 무슨 죽순이 있댔는데요. 비계와 함께 끓이면, 맛이 특히 좋대요. 대장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금하가 고개를 돌려 양악에게 물었다.

“무슨 죽순이라 그랬지?”

양악이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양정만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가서 화로 좀 가져다가 다리 말려 드릴게요.”

그는 아버지의 아픈 다리에 한기가 스밀까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또 매일 밤 잠을 제대로 못 이루실 터였다.

점원의 동작이 재빠른 덕에 잠시 후 음식이 모두 차려졌다.

푹 삶은 양고기, 물고기와 두부로 끓인 탕, 홍외육红煨肉 등 확실히 고급요리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진한 양념의 향기가 코끝으로 훅 풍겼다.

생선요리의 국물을 밥에 얹어 금하는 급하게 몇 입 떠 넣었다. 그러면서 눈썹을 치켜 올려 육역을 흘끔 보니 그는 거의 입맛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옆에 앉은 양악을 쿡 찔러 그를 보라고 했다.

“방금 막 검시했잖아. 그것도 반이나 썩은 거. 그러고도 넌 이렇게 비위가 좋을 수 있냐.”

양악이 낮은 소리로 그녀를 놀렸다.

“너와 대장도 괜찮잖아.”

금하가 육역을 은밀한 눈짓으로 힐끗 보았다. 짓궂은 마음이 불쑥 일어나, 일부러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했다.

“너 아직 기억해? 작년 여름, 성 남쪽의 낡은 집에서 말야. 사람이 안에서 죽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누구도 몰랐잖아. 구더기가 하도 많아 집 밖으로 다 기어 나왔어. 이번은 그때와 비교해서 정말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거다.”

양정만이 고개를 들어 금하를 바라봤고, 금하는 히히 웃었다.

“대장도 아직 기억하시죠. 그 시신은 검시관조차 검시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은 대장이 직접 하셨죠. 대장이 저와 대양한테 구더기를 모두 골라내라 하셔서 저희는 꼬박 두 시진을 골랐다고요. 그 일 있고 난 뒤, 삼일은 밥을 못 먹었어요.”

육역은 표정 없는 얼굴로 여전히 식사 중이었다. 그러나 옆의 사옥은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

“그 구더기는 핏물에도 담겨 있었어. 마리 마리 하얗고 통통하게 살이 쪄서 꼬물거리는 것이 보기에 마치 뭐 같았냐면…….”

금하는 말을 잠깐 멈췄다. 그런 후 깜짝 놀라 하며 쌀밥을 가리켰다.

“바로 이 탕 국물 안에 담긴 쌀밥 같았어. 대양, 우리 그때 골라낸 구더기가 어림잡아 네다섯 사람은 충분히 먹을 만큼 많았지.”

이 잔인한 마지막 말이 아마 결정적이었을 거다.

탁자 위 모든 이의 젓가락이 멈췄다. 양정만, 양악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막 밥을 입에 넣으려던 주 사옥은 이 순간 뻣뻣이 굳어 자신의 눈앞, 생선 국물에 담긴 밥을 바라보았다. 실로 입맛이 싹 사라져 계속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는 좋지 않은 안색으로 느릿느릿 젓가락을 놓았다. 육역을 향해 어색하게 말했다.

“경력 대인 천천히 드십시오. 저는 가서 말 사료가 충분한지 살피겠습니다.”

말을 끝내고는 바로 일어나 물러갔다.

억지로 생선탕을 두어 입 마신 후, 육역은 백미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젓가락을 거칠게 내려놓고 일어섰다. 다만 잊지 않고 양정만에게 예의 있게 말했다.

“선배님, 천천히 드십시오.”

금하는 입술 가로 번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재빨리 머리를 깊게 숙이고 열심히 밥만 먹는 척했다.

옆 눈길로 육역이 이미 식당 밖으로 나간 것을 보고서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양악의 크나큰 눈총이었다.

“날 봐서 뭐하게. 먹어, 먹어…….”

그녀는 히히거리며 웃었다.

“넌 그래도 먹을 수 있냐?”

양악이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먹는 것을 매우 존중하는 그는 이런 비위 뒤집는 일을 가장 싫어했다.

금하는 고개를 내려 쌀밥을 바라봤다. 생선 국물은 걸쭉해서 쌀밥이 그 안에 잠기니 진득진득해졌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떠올라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끝내 그녀도 삼키기 어려웠다.

탁자에 남은 것은 양정만 혼자였다. 그는 변함없이 느긋하고도 차분하게 밥을 먹었다.

“나는 그의 속을 뒤집어놓고 싶었을 뿐이야.”

금하는 설명했다.

“너 생각해 봐. 배에서 그가 우리를 어떻게 대했어. 하마터면 나는 죽을 뻔했다고.”

목덜미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마음속의 화는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적을 일천 죽여도, 스스로는 삼천 번을 다친다고 했어.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자신에게도 이로운 점이 없다는 뜻이지.”

양악이 금하의 말에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주 사옥, 자신과 금하, 세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다.

“과실상해야, 과실상해…….”

금하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다음엔 안 그럴게.”

양정만이 음식 한 젓가락을 집고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

“말 몇 마디로 밥을 못 먹게 했구나. 경성에서는 일찍이 알고 있어서 너희에게 하루 세끼 모두 검시관과 함께 먹으라고 한 게다.”

금하는 혀를 날름 내밀었다.

“제가 점원에게 만두가 있나 물어볼게요.”

그녀는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 * *

식당 밖, 육역은 이 나루터를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훑어보는 듯했다.

이곳 나루터를 왕래하는 배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적재물의 하역은 질서정연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도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대인, 이곳은 오안방乌安帮의 본거지입니다. 양주성의 민간 운송은 대부분 오안방의 통제 아래 있습죠.”

주 사옥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도 왔다 갔다 물건 옮기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오안방 그들은 사람이 많고, 세력도 크긴 하나 대체로 규칙을 잘 준수합니다.”

오안방.

육역이 비록 경성에 오래 살았다고 해도, 이 강남의 방파帮派에 대해선 일찍이 들은 적이 있었다.

“듣기로 오안방의 방주는 성이 사 씨이고, 단도를 특기로 잘 쓴다지.”

“맞습니다요. 방주는 사백리로 강호 사람들은 사단도谢单刀라 부릅니다. 강녕부터 소주까지의 운송 전부 그가 한 발씩은 담그고 있죠. 강서와 절강 두 성의 크고 작은 방파들 모두 그의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그는 나이가 많아서 밖으로 나오질 않고, 방 내부의 일은 모두 두 명의 당주堂主가 많아 처리합니다.”

“두 명의 당주?”

“청룡당주와 주작당주이죠. 그리고 강녕에 백호당주가, 소주에 현무당주가 있습니다.”

육역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물었다.

“오안방과 관부는 서로 얽힌 것이 있나?”

“그건…….”

주 사옥은 매우 곤란해 보였다.

“소관이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없으나, 이번 주현이의 십만 냥 운하 수리자금은 바로 오안방이 양주까지 호송해온 겁니다.”

육역이 순간 멈칫했다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 사옥을 바라봤다.

“운하 수리자금을 오안방에서 호송했다? 이건 규정에 맞지 않는군.”

“규정에 맞지 않습죠. 하지만 한두 냥도 아닌 큰 은자가 창고에 들어왔는데, 개인이 운자 호송한 이 일을 따져 묻는 이도 없었습니다.”

한창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진창이 된 길 너머에서 말 몇 필이 다가왔다.

선두에 선 이는 먹빛의 피풍披风(*망토, 장옷과 비슷한 소매 없는 옷.)을 두르고, 월백색의 능사로 된 치마를 입었다. 뜻밖에도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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