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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22)화 (22/224)

22화

주현이의 얼굴은 이미 부패가 시작되어 부어올랐다.

그를 보고 있는 육역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잠시 후, 양악을 바라보며 분부했다.

“그의 장화를 벗겨라.”

양악은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가 시신의 장화를 벗겼다.

그가 최대한 조심했다지만, 시신은 이미 극도로 부패했다. 그러니 벗긴 장화에는 살점이 들러붙어 오싹하게 백골이 드러났다. 핏물이 부글부글 끊임없이 뿜어 나왔다.

금하는 속이 완전히 뒤집혔다. 급하게 두손 두발 다 사용해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왔다.

얼굴을 가렸던 천을 끌어 내리고는 연이어 몇 차례나 청량한 공기를 들이켰다.

“선배님, 수고 부탁드립니다.”

육역이 양정만을 향해 예의 있게 말했다.

“별말씀을요. 제 본분입니다.”

양정만이 빠르게 말하고는 절뚝거리며 구덩이로 다가갔다.

양악이 재빨리 손을 뻗어 아버지를 부축했다. 역시 악취가 대단하여 그는 천으로 아버지의 입과 코를 잘 막아드렸다.

양정만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아를 불러라. 다시 이렇게 응석받이 짓 하려면, 포쾌하지 말라고 해.”

양악이 이제 막 부르려는데, 금하가 바로 구덩이 벽을 타고 미끄러지는 것이 보였다. 급히 그녀에게 눈짓해 아버지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렸다.

“대장, 저는 위로 가서 이 묘의 풍수를 살핀 거예요. 어딜 응석받이로 자랐겠어요.”

금하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헤헤거렸다.

그녀는 천으로 입과 코를 잘 막고는 악취를 꾹 참았다. 그리고 양정만을 도와 검시할 은 도구를 전부 꺼내어 옆에서 공손하게 시중을 들었다.

그녀가 상당히 이해할 수 없던 것은 뜻밖에 육역도 관 옆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양정만의 맞은편에 섰다. 양정만이 어떻게 검시를 하나 보려는 것 같았다.

그는 설마 대장을 믿지 못하나?

믿지 못한다면, 그는 전적으로 금의위를 불러 검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또 자기 사람은 데려오지 않았잖아?

그녀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 * *

은제의 작은 칼, 은제의 가위, 은제의 작은 삽, 은제의 촘촘한 빗, 크고 작은 은침 몇 개 등등, 금하는 양정만의 분부에 따라, 하나하나 전달했다.

양정만은 소매를 말아 올리고는 일사불란하게 머리털부터 시작해 구강검사, 복부 해부, 시신내장검사까지 진행했다.

시취尸臭(*시신에서 나는 냄새.)가 금하를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게 했다.

속이 완전히 뒤집힐 것 같았으나, 감히 반보도 움직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성실하게 원래 위치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양악도 마찬가지로 공구를 전달했다. 때때로 근심스럽게 아버지의 다친 다리를 바라보았고, 오래 서 계실 수 없는 다리를 걱정했다.

* * *

날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바람이 다시 불어 닥쳤고, 이슬비가 분분히 흩날려 옷과 머리에 떨어졌다.

양정만의 다리는 다친 이후 고질병이 되어, 비와 습기로 한기가 들면, 꼬박 보름가량은 아파야 했다.

금하는 근심스러워하며 양악을 바라봤다. 그 역시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

양악이 검시를 다시 살피니 이미 끝날 때가 되었다.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제가 하겠습니다. 잠깐 쉬세요.”

양정만은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몰두하여 검시를 계속했다.

금하는 고개 돌려 육역을 바라봤다.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양정만의 동작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옷 절반이 비에 축축하게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 콜콕콜록 기침하는 척을 했지만, 육역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양정만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쏘아보는 통에 소리를 그쳐야만 했다.

‘대장은 정말 점잖으셔. 저 자식이 우롱하고 괴롭히는 대로 내버려 두시네.’

금하는 속으로 분노했으나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몸을 약간 기울여 양정만을 위해 전심으로 비바람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또 거의 반 시진이 지났다.

양정만은 마지막으로 신발 바닥까지 검사하고서야 끝으로 은 집게를 내려놓았다. 그가 육역을 향해 예의 있게 말했다.

“대인, 검사를 마쳤습니다.”

육역이 고개를 끄덕이고 예를 올렸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다친 다리는 오래 서 있는 것을 견뎌내지 못한다. 양정만은 순간 긴장이 풀려 몸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양악이 급하게 앞으로 나서서 붙잡고, 그를 부축해 파낸 묘 밖으로 올렸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쉬게 해드린 뒤 물주머니를 가져다 물을 드시게 했다.

양정만은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그는 다친 다리를 최대한 뻗고, 양악은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능숙한 솜씨로 가볍고 부드럽게 그의 다리를 풀어주고 있었다.

“이곳은 글을 쓰기가 불편하니, 제가 돌아가 검시한 목록의 격식을 갖추어 대인께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양정만은 육역이 그를 향해 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육역이 그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급하지 않습니다. 선배님의 다리는 언제 다치신 겁니까?”

양정만은 이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게 여겼다. 그는 육병이 이미 이 일을 육역에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육역은 양정만의 표정을 눈여겨보고는 장포를 걷어 올려 반쯤 꿇어앉았다. 그리고는 양정만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선배님?”

양정만이 가볍고 편안하게 웃어 보였다.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조옥에 들어가고도, 살아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다리 다친 건 별일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 * *

관 쪽에 있던 금하는 자신에게 떨어진 일을 책임지고 수습 중이었다. 시신의 수의를 다시 정리하고, 관뚜껑을 잘 닫았다.

손에 익은 공구가 없었기에, 그녀는 땅에서 청석(*건축이나 비석에 쓰는 응회암.)조각을 찾았고, 그걸로 다시 관을 일일이 못으로 박았다. 그러고서야 구덩이에서 뛰어 올라왔고 쇠삽으로 흙을 떠 구덩이를 전부 채웠다.

양정만이 조옥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무슨 일을 저질러서?

육역은 살짝 멈칫했다.

아버지는 이 일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 단지 양정만이 임무 중 매우 심하게 다쳤고, 그로 인해 금의위를 떠났다고 말씀하셨을 뿐이었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육역은 잠시 망설였다. 무슨 말을 막 하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깡충거리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일 다 끝냈어요! 대장, 우리 어디로 밥 먹으러 가요?”

금하는 손의 먼지를 툭툭 털고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어린 제자는 평소에도 배고픈 게 유난히 빨랐다. 하물며 지금은 밥 먹는 시간이 한 시진 가까이나 지났다.

배고프다는 그녀의 외침을 탓할 수 없어 양정만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양악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뭐가 급하니. 경력 대인의 말씀을 듣거라.”

금하가 육역을 바라보며 헤헤 억지로 웃었다.

“사실 저는 경력 대인을 생각해서 말씀드렸어요. 분명 대인도 배고프시죠?”

“그런대로.”

육역이 담담하게 말했다.

금하는 보기엔 공손한 것처럼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구시렁거리며 욕을 보탰다.

사람이 온통 얼음으로 만들어졌는데 뭘 먹을 필요나 있을까.

육역이 손짓하여 사옥을 불러 물었다.

“부근에 밥 먹을 만한 곳이 있나? 다른 걸 따질 필요는 없고, 배를 채울 수 있으면 된다.”

사옥이 바로 말했다.

“남쪽으로 1리를 못 간 곳에 나루터가 있습니다. 거긴 왕래하는 배가 많아 식당도 몇 군데 있긴 한데, 다만…….”

“왜 그러나?”

“그 나루터는 관가의 나루터가 아닙니다. 왕래하는 건 전부 상인에, 심부름꾼입니다. 좀 시끄럽고, 음식도 아마 조잡할 겁니다.”

“밥만 먹을 것이니, 무방하다.”

* * *

과연 남쪽으로 채 1리를 못 간 곳, 나루터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떠들썩한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말발굽 소리와 바퀴 소리까지 더해져 북적북적하는 것이 장터 같았다. 1리 밖의 황량하고 적막한 무연고 공동묘지와는 진정 천양지차였다.

앞으로 더 가니, 나루터가 눈앞에 보였다.

커다란 갈대밭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미풍이 불고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갈대가 흔들렸다.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이 파도가 이는 것 같았다.

금하가 말 위에서 멀리까지 바라보니 놀랍게도 갈대밭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관차 노릇은 분명 쉽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

만약 도적놈이 이 갈대밭 안으로 깊이 들어가 몇 날 며칠 나오지 않으면, 이 얼마나 근심스러운 일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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