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의지하 (20)화 (20/224)

20화

“어젯밤 복면인의 내력에 대해선 뭔가 알아냈니?”

양정만이 이어서 물었다.

금하는 씹으며 돌이켜 생각했다.

“신장은 약 7척 2촌. 비록 표준어로 말은 했는데요. 강남 사투리가 섞인 걸 들을 수 있었어요. 입고 있던 검은 옷의 옷감은 빙잠사(*생견사의 일종.)였고요. 결론적으로 그 복면인의 집안은 부유하고 꽤나 기세가 있어요. 그가 사수죽과 얘기를 할 때, 자신이 물에 들어가면, 육역이 팔 여덟 개 나타라도 잡지 못할 거라고 했죠. 이 사람이 수영을 매우 잘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다 들은 양정만은 깊은 생각에 잠겨 침묵했다.

“아버지, 누구일까요?”

양악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강호상의 문파는 적지 않았고, 그는 대체 누가 사수죽과 형제로 맺어졌는지 실로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양정만은 말하지 않았고, 줄곧 무언가를 생각했다.

금하도 생각하고 있었다.

“사수죽은 증 장군의 부하였어요. 어쩌면 이 복면인도 증 장군과 관련 있을지 몰라요. 나이는 겨우 20대 초반으로 보였으니, 그러면 아마 그의 부친 대에서 증 장군과 사연이 있겠죠.”

양정만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증 장군은 구란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요? 설마 그때 구란이 증 장군에게 원한이 있었나요?”

양악이 물었고, 양정만은 고개를 저었다.

“없었다. 구란이 한 짓은 엄숭의 지시를 받은 거야.”

“증 장군이 엄숭에게 노여움을 샀어요?”

금하가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아니. 엄숭은 증선과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그가 정말로 해하고자 한 사람은 결코 증선이 아니야.”

“그런데 그는 분명히 증선을 죽였어요.”

금하는 어리둥절해져 더욱 알 수 없었다.

“대장께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세요. 그가 해치려고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예요?”

“하언.”

양악은 이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엄숭 이전의 재상 대인이셨어.”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변방을 지키는 장수가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신하와 친교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죄명인지.”

양정만이 느릿하게 말했다.

“구란이 상소를 올려 고한 것은 바로 증선이 친교를 맺은 재상 하언이었다.”

금하와 양악은 침묵했다. 그들은 양정만이 말한 죄명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변장결교근신(边将结交近臣), 변방을 지키는 장수가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신하와 친교를 맺는다는 것은 성상이 가장 금기로 여기는 일 중 하나였다.

그것은 모반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조정에 대한 반역 행위의 혐의가 있기에, 이런 죄명으로 조사받게 되면, 영락없이 죽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언夏言, 자는 공근으로 강서 귀계인이다.

정덕正德 12년에 진사가 됐다.

가정 7년, 언은 이부로 옮겨 세종의 신임을 얻었다.

가정 10년, 예부좌시랑에 임명됐다.

가정 15년, 무영전 대학사로 발탁되어 국가의 기밀 사무에 참여하게 되고, 오래지 않아 재상이 되었다.

가정 27년, ‘결교변장’의 모함을 당해, 기시(*거리에서 사형을 집행하여 그 시체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형.)되었다. 처인 소 씨는 광서로 유배되었고, 뒤를 계승한 종자, 상보승尚宝丞(*명대 상보사의 관원, 정5품.)으로 조정에 나아갔던 종손은 삭탈관직 되어 일반 백성이 되었다.

하언이 죽을 때 나이는 67세였다.

하언은 자수성가하였고, 호쾌하고 뛰어난 인재였다. 자유자재로 논쟁하여도 그를 굴복시키는 이가 없었다.

비록 몸은 관료사회에 있으나, 마음은 여전히 천하에 두었고, 가슴으로 만민을 품었으나, 끝내는 엄숭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하언이 죽고, 엄숭의 화는 천하에 미쳤다.

- 명사, 하언전 <明史, 夏言传>

* * *

当年人未识兵戈,处处青楼夜夜歌。

花发洞中春日永,月明衣上好风多。

淮王去后无鸡犬,炀帝归来葬绮罗。

二十四桥空寂寂,绿杨摧折旧官河。

그때의 사람들은 아직 전쟁을 몰라, 곳곳의 청루에서는 밤마다 노래가 이어졌다네.

꽃이 핀 마을에는 봄날이 길게 이어져, 밝은 달빛은 옷자락 위로 내리고 좋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네.

회왕이 지나간 후에는 개와 닭도 자취를 감추는데, 양제는 돌아와 비단보에 싸여 묻혔네.

이십사 개의 다리는 공허하고 적적하니, 푸른 버드나무 꺾어 들고 옛 운하에 서 보는구나.

- 위장 <양주를 지나며>

참선은 천천히 양주 관역의 나루터에 정박했다.

강남의 봄바람에는 서늘함이 다소 실려있었다. 바람은 가볍게 불어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날렸다.

금하는 행장을 등에 메고는 양악과 양정만의 뒤를 따라 배에서 내렸다.

가장 앞에서 걸어가는 건 당연히 이 행렬에서 관직이 가장 높은 대리사 좌사승 유 상좌였다.

머리에는 오사모를 쓰고, 청록색의 비단에 수를 놓은 원령포를 입었다. 포 위에는 백학이 수놓아졌고, 은으로 무늬를 넣은 화대에 발에는 조피화(*부드러운 검은 가죽으로 만든 통이 긴 신발.)를 신었다.

고지식할 만큼 단정하여 결코 조금의 과한 곳도 없었다.

육역은 그의 왼쪽에서 가고 있었고, 여전히 비어복을 입었다. 담담한 표정이 하늘의 색과 어울려 더욱 멋지게 돋보였다.

나루터에는 일찍부터 소식을 들은 양주성내 대소 관원들이 들쑥날쑥 한 무리로 뒤섞였다. 대략 수를 가늠해보면 적어도 수십 명은 되었다.

다시 한번 자세히 본다면, 선두에 선 이의 관복은 위에 공작을 수놓아 유 상좌보다도 높은 3품의 고관임을 알 수 있다.

금하는 입을 삐죽거렸다.

이 사람들은 당연히 그녀를 맞으러 온 것이 아니라, 유 상좌와 육역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유 상좌는 대리사 좌사승에 5품일 뿐이었고, 3품 고관이 직접 나루터로 마중 나오게 할 능력은 없었다.

유일하게 이 ‘특별한 영광’이 가능한 이는 바로 육역이었다. 비록 7품의 금의위 경력일 뿐이었지만, 금의위 최고지휘사 아버지를 두어 당연히 다른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육역은 양주의 대소관원을 대함에 예의를 지키면서도 거만함도 잃지 않았다.

――사람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또 그는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한 성(省)의 형, 옥을 총괄하는 사법기관.)의 안찰사按察使(*정3품, 제형안찰사사의 수장.)에게 몇 마디를 했다.

안찰사는 육역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수행원에게 분부했다.

수행원은 빠르게 배에 올랐고 오래지 않아 그 8개의 흑색 옻칠을 한 장목 상자를 들어 내렸다. 또한, 사수죽을 끌고 나왔다.

그는 대체 사수죽을 어떻게 처리하려는 거지? 그리고 저 생신 선물은?

금하는 알 수가 없었다. 육역의 행동은 전혀 예측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양악의 마음은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관례에 따라 환영회가 이어질 것이다. 강남은 이름난 음식도 매우 많고, 이곳은 관원도 부유해 기름기가 흘렀다. 그의 머릿속은 이따가 그들이 어디로 먹으러 가자 할지 궁리하는 중이었다.

“어디로 갈까? 가장 좋은 건 칠분각七分阁이야. 듣기론 양주 칠분각의 요리는 원래 궁의 요리사가 시작한 거란다. 이때의 봄 죽순이 가장 신선해. 너 내가 말한 거 기억하냐. 강남의 봄 죽순은 금빛 껍질에 붉은 반점이 있어. 비계를 봄 죽순 위에 놓고 함께 냄비에 넣고 찌는 거야. 잘 찐 후, 비계는 버리고 먹지 않아. 죽순은 육즙을 듬뿍 머금어 매끄럽고 연한 게 찹쌀로 빚은 술 향기가 나고, 맛은 뭐라 해야 좋을까…….”

금하는 자신의 예전 일들은 이미 완전히 잊고, 마음이 급했다.

“비계는 버린다고? 너무 음식 낭비다!”

“그럼 비계 너 줄게. 나는 죽순을 먹고.”

양악은 흔쾌히 얘기했다.

“안 돼. 죽순은 나도 먹어야 해. 네가 또 공심육원空心肉圆 얘기한 거 기억난다. 가운데 돼지기름 넣고 찌면 기름이 녹아서 맛이 기가 막힌다고 했잖아.”

“맞아, 맞아…….”

두 사람은 말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말을 하면 할수록 신이 났다.

그러나 이때, 앞쪽의 육역은 이미 양주 지부知府의 연회 초대를 완곡한 말로 정중히 사양하는 참이었다.

황제의 명을 받든 몸으로 태만할 수 없으니, 지금 바로 사안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이다.

대리사 좌사승 유 상좌는 연일 거듭되는 뱃멀미로 얼굴은 창백하고, 사실 입맛도 없었다.

이번 육역의 접대에 관한 양주 지부의 태도는 ‘공을 세우기는 바라지 않고, 다만 잘못이 없기를 바란다.(*不求有功, 但求无过.)’ 였다.

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만 하고, 육역이 귀경 후 자신을 무고하게 보고 하지 않게 하면 된 것이다.

그래서 유 상좌와 육역 모두가 사양하자, 그도 강권하지 않았다.

다만 마차와 말을 보내 주었고, 또 그들의 사건 조사에 협조하라고 두 명의 사옥(*감옥에 갇힌 이를 관리하는 직책.)을 파견했다. 그러고 나서야 관원들을 이끌고 자리를 떴다.

이때의 유 상좌는 머리는 어지럽고 허공에 뜬 것같이 휘청거렸다.

마음 같아선 즉시 흔들리지 않을 침상을 찾아 꼼짝하지 않고 삼일 밤낮 누워만 있어야 좋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육역이 그에게 상의를 구하자 서둘러 얘기했다.

“나는 먼저 문서를 살피러 가겠으니 운하 수리비를 횡령한 주현이의 시신 검수와 현장 조사 등의 탐색은 육 경력이 수고해 주시오.”

육역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손하지만 조금은 난감한 어조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만 협조할 수 있는 인원이 필요합니다.”

“그거라면 걱정 없소. 양 포두가 함께 갈 거요. 그 아래 포쾌까지 세 사람을 파견할 테니, 힘든 일 궂은일 모두 시키게. 걱정할 필요 없네.”

유 상좌가 후하게 얘기했다. 이어 그는 양정만을 불러서는 그들에게 육역의 명을 따르라고 지시한 후 가마에 올랐다.

그런 후 육역은 천천히 다른 가마에 올랐다. 가마꾼은 안정감 있게 가마를 들어 올렸다.

양정만은 한쪽에서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던 두 제자를 불러 말에 오르라고 했다.

“대장, 우리 어디로 먹으러 가요?”

금하가 몸을 날려 말에 오르고 신이 나서 물었다.

“북교北郊(*북쪽 교외.).”

양정만은 이 두 제자의 본성을 평소에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녀가 말한 ‘먹다’라는 글자는 바로 빼버렸다.

양악이 생각해 보고는 중얼거렸다.

“북교에 무슨 맛있는 곳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는데.”

“새로 개업했을 수 있지.”

금하는 매우 흐뭇하게 튼실하고 토실토실한 말의 배를 꽉 조였다.

“다들 강남이 좋다잖아. 봐라. 말마저도 반들반들하게 키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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