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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7)화 (7/224)

7화

경성에서 양주까지는 남북대운하가 있었다. 당연히 배를 타는 것이 가장 편리하며 빠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는 내내 배는 요동치게 된다.

수로에는 관부의 관선이 있어 이를 참선站船이라 부르는데, 역의 역할 중 객사의 뜻을 가져온 것이었다.

양정만 일행은 유 상좌를 따라 참선에 올랐다. 바로 이어서 금의위 경력 육역이 이미 배에 탔고, 그들을 반 시진이나 기다린 것을 알게 됐다.

“육 대인은 선내에서 쉬고 계십니다. 저희에게 방해 말라 이르셨죠.”

사공이 유 상좌에게 떠보며 물었다.

“소인이 보고를 드릴까요?”

대리시 좌사승은 정5품의 관원으로 7품 금의위 경력보다 당연히 품계가 높았다. 그러나 유 상좌는 오히려 매우 기가 죽어 있었다. 더구나 육역에게 차마 보러오라 하지도 못한 채 어색하게 웃었다.

“급하지 않네. 이따 다시 얘기하세.”

관선 위의 사람은 일 년 내내 각 직급의 관원들을 상대한다.

당연히 대다수는 사람을 보고 대접을 달리했으니, 품계나 직급 없는 사역에 불과한 양정만 일행을 눈여겨보는 이는 당연히 없었다. 사공은 그들 각자에게 선실을 알려주었을 뿐 바로 유 상좌를 선실로 안내하기 바빴다.

* * *

관선은 관선의 규칙이 있다. 품계 있는 관원이 머무는 선실은 상층으로 넓고 밝고 깨끗한 곳이었다.

그러나 금하 등과 같은 직급도 없는 말단 관리는 아래쪽 선실을 써야 했는데, 그곳은 어둡고 협소할 뿐 아니라 눅눅했다.

더 내려가 뱃사공이 머무는 곳은 더욱 형편이 좋지 않아, 몇 사람만으로 꽉 차는 협소한 선실이었다.

양악은 먼저 양정만을 모시고 선실로 들어가, 집에서 가져온 차를 끓였다. 그윽해진 차 향기로 실내의 곰팡내를 몰아내고 나서야 그는 아버지를 쉬시게 했다.

금하는 협소한 선실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인 곰팡내는 사람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여 그녀는 혼자 갑판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남북 대운하 수로는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 때 수리된 것으로 그때부터 남북의 운송은 거침없이 잘 통하였다. 남방의 식량이 끊이지 않고 북방으로 이동해 북방의 도시와 주둔군에게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운하 위로는 운송선이 꼬리를 잇고, 무리를 이룬 야생오리가 파도 속을 넘나들었다.

남방의 쌀이 북쪽으로 운송되기 시작하며 하천으로 유실된 많은 곡식이 수로 안의 물고기와 오리를 살찌고 튼튼하게 키웠다.

금하는 배의 난간에 기대 야생오리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은 다소 초점을 잃고 멍했다.

금하를 찾으러 갑판으로 나온 양악이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갔다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진짜 살쪘다!”

“그르게.”

금하는 연신 동의를 표하고, 두 손을 꽉 쥐며 애통해했다.

“일찍 알았으면 평소 일 없을 때 여기 와서 야생오리나 잡았을 텐데. 분명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거야.”

“저게 얼마나 맛있는데 팔아. 이런 야생오리는 육질이 단단한 것이 집오리와 달라. 맛있게 먹으려면, 칼로 두껍게 썰어서 은근한 기름에 쑥 미끄러뜨려 넣어야 해.”

요리 얘기를 시작하면, 양악은 멈출 수가 없었다.

“하얀 배를 잘 손질하고, 또 얇게 자르는 거야. 그 얇게 자른 배 두 쪽 사이에 오리고기 한 점을 끼워. 그리고 기름에 넣어 반복해서 튀기지. 그렇게 튀긴 걸 압육소란이라 하는데, 그 맛이…….”

“나 자극하지 마! 허기져.”

금하가 고통스러워하며 그를 말렸다.

그녀는 수중에 돈이 없었다. 원래는 아문에서 한 끼 얻어먹으려 했으나, 서둘러 배에 오르느라, 그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식사시간이 되지 않아 참선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럴 걸 진즉 알고 있었다는 듯 양악이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 건넸다.

금하가 고개 숙여 보니, 기름종이로 겹겹이 잘 싼 파전병이었다. 그녀는 감격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를 알아주는 건 역시 너뿐이다!”

금하는 더 말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기름종이를 펼쳐 몇 입을 베어 물고 크게 씹었다.

“또 밥 안 먹었어?”

금하가 그를 흘끔 보고는 계속 파전병을 씹었다.

“이 도련님이……, 바빠…….”

“돈이 모자라도 밥 안 먹을 수는 없잖아. 너 월봉 두 달 치 가불했다고 들었다.”

양악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

“넌 대체 혼수를 얼마나 모아야 시집갈 수 있어? 이럴 걸 그때 그러지나 말지.”

양악도 금하가 거리를 주름잡던 그 당시, 그녀가 친히 무릎 꿇린 전적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파전병은 크지 않아 금하는 연이어 몇 입 만에 다 먹어버렸다.

“얘기하지 마. 이번은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좀 귀찮게 됐어.”

금하는 소매로 입술을 문지르다가 조금 망설인 끝에 고백했다.

“……우리 엄마 기세로 봐선 이번 혼사는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셔.”

양악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웃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네. 어느 집 재수 없는 자식이 네 어머니 마음에 들었어?”

금하는 화가나 그를 노려보았다.

“꺼져!”

양악은 있는 힘껏 웃음을 참고는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금하 어르신, 고정해요. 내가 안 웃을게 말해 봐. 대체 어느 집 재수 없는……, 아니 아니, 어느 집에 이런 큰 복이 굴러 들어가?”

금하는 사납게 그를 노려보다가 겨우 얘기를 시작했다.

“역가의 셋째.”

“역가……. 아, 내 기억으론 네 동생의 사부님이지?”

양악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래도 네 어머니가 멀리 보셨네. 널 시집보내면, 이후의 수업료는 전부 아낄 수 있잖아.”

“그것뿐이겠어? 거기다 매년 여름의 얼음, 겨울의 숯, 설이나 명절마다 드리는 예물, 다 아끼지.”

금하가 보충해서 말해줬다.

“일 년을 두고 보면, 적지 않은 은자를 아낄 수 있어.”

“이렇게 좋은 일이! 얼른 시집 안 가고 뭐 해.”

양악은 흐흐하며 노골적으로 웃다가 금하가 두 발로 걷어차는 것을 피했다.

“내가 지금 좀 숨 막히게 살긴 해도, 어쨌든 자유롭긴 하잖아. 역가네 아들들은 종일 가야 입으로는 ‘공자 왈 맹자 왈’ 만 할 거고, 골격은 또 바람불면 쓰러질 만큼 약해. 내가 왜 그 집에 시집가서 압박과 착취를 당해야 해?”

금하는 단단히 난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난 절대 시집가서 답답해 죽을 순 없어.”

“나한테 떠들어서 무슨 소용 있냐. 네 어머니와 말해 봐.”

양악은 여전히 웃었다.

“우리 엄만 돈만 아셔. 지금 나한테 돈이 없는데, 엄마한테 어떻게 말해……. 아이고, 이런 기분 나쁜 일은 얘기하지 않을래.”

금하는 양악을 바라보다가 돌연 계책이 떠올랐다.

“아니면, 내가 우리 엄마한테 말할까 봐. 나는 이미 네 사람이라고…….”

양악은 하마터면 강물로 뛰어들 뻔했다.

“내가 좀 손해 보긴 하지만, 너와 그럭저럭 지내왔잖아?”

금하가 관심을 두고 세심히 그를 살폈다. 반대로 양악은 목에 경련이 올만큼 머리를 흔들었다.

“절대 그러지 마. 내게 너는 오르지 못할 나무야. 너 이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 정말이야!”

금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탐색하듯 그를 지켜봤다.

양악은 온통 엄숙하고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금 그가 진심이라는 뜻을 드러내려 했다.

잠시 후에야 금하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되겠어. 너 잘 때 코 고는데, 그걸 누가 감당해.”

금하는 실망에 찬 모습으로 돌아서다가 돌연 뒤쪽 멀지 않은 곳에 언제 온 지 모를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에 띄는 진홍색의 비어복, 허리에 두른 난대(*의상에 장식하는 폭이 넓은 띠.), 그에 어울린 수춘도…….

육역이잖아!

* * *

육역은 그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손에 개완을 들고 강 풍경을 감상 중이었다.

차분하게 살랑거리는 찻물 위로 차향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밤안개 가득한 사이로 잘생긴 얼굴이 보일락말락 했다.

우리 못 본 거지? 그럼 나도 인사하러 나갈 필요 없잖아. 어쨌든 몰래 빠져나가는 것이 편해.

금하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육역은 어쩌면 그 밤 신풍교에서의 일을 기억할지 모른다. 만약 그들 둘을 알아본다면 금하에게 보상해 줬던 은자 두 냥을 생각해 낼 것이고, 아무래도 그건 육역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을 거라 말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그의 속이 좁다면, 작정하고 그녀를 찾아 망신을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양악은 찰나 망설였지만, 직위의 높고 낮음과 존비의 질서로 보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가 재빨리 앞으로 한 보 나아가 예를 올렸다.

“육선문의 양악, 육 대인을 뵙습니다.”

금하는 그를 말릴 틈도 없어서 따라 나가 예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육선문의 원금하, 육 대인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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