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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6)화 (6/224)

6화

하지만 상대가 모르고 있던 것이, 은자 문제에 있어서 금하는 원래부터 근성이 상당하였다. 하여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은자를 배상하면 가요. 그렇지 않으면 전 우리 엄마한테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요.”

“너…….”

천백호가 앞으로 나와 때리려는 자세를 취했으나, 육역이 번거롭다는 손짓으로 그를 막았다.

“은자를 주고, 쫓아버려.”

육역으로선 대사를 앞두고 있었고, 그는 문젯거리가 더 생기길 바라지 않았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자들은 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명령을 들어야만 하는 천백호는 하는 수없이 돈주머니에서 꺼낸 은자 두 냥을 금하에게 던졌다.

금하는 배시시 웃으며 은자를 받아들고, 양악과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육역을 바라봤다.

그녀는 매우 기분이 좋아져 그에게 조언했다.

“전 관원 나리들이 무얼 찾으시는지는 몰라요. 다만 그 사람 소매에 푸른 이끼의 흔적이 있고, 신발은 반쯤 젖었죠. 그가 여기 있기 전에 하천에 매우 가까운 곳을 지나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어요. 다리 아래 교동(*교각 아래 아치형으로 된 공간.) 같은 곳이요.”

육역이 그녀를 쏘아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확인했다. 과연 점쟁이의 좌우 옷소매에는 푸른 이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곳이 조금 높은 곳이라 까치발을 들고 일어섰겠죠. 왼손으로 벽을 짚은 채, 오른손으로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곳.”

금하가 계속 말했다.

“만약 제 추측대로라면, 그의 왼손 손톱 밑에는 푸른 이끼 찌꺼기가 남아 있을 겁니다.”

육역이 시신의 왼손을 들어 자세히 살폈다. 과연 중지의 손톱에서 초록 부스러기들을 발견했다.

그걸 확인한 육역은 바로 무슨 생각에 잠긴 듯 움직이지 않았다.

금하는 그가 이미 알아들은 것을 보고 돌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은자 두 냥을 챙긴 몸은 발걸음조차 평소보다 상당히 가볍고 경쾌했다.

“저들 무식쟁이라고 진즉 말했잖아. 때리고 죽이는 것만 알지, 정말 어디 내놓을 만큼 제대로 된 꼴을 못 봤다.”

금의위의 일하는 수법을 금하는 여전히 아주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

“저들이 능력이 좀 있다면, 내일 아침 우리는 병부사무청에 갈 필요가 없을 거야.”

“그것도 알아?”

“사람은 다 죽었고, 물건도 찾았는데, 우리가 무슨 할 일이 있겠어?”

금하는 생각을 해 보고는 또 살짝 애석해했다.

“조혁이 진작 적과 내통한 걸 알았으면, 현상금도 높였어야 맞는 거잖아!”

* * *

반 시진 후, 방수포로 안이 둘둘 싸인 소주蓟州 방어 병력배치도가 어느 교각의 오목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점쟁이의 진짜 이름은 송영문, 그는 실제 경성 안의 숨은 이중 첩자로 전문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후, 높은 가격에 파는 이였다.

상사에게 미움을 사 경성에서 전출당한 조혁은 그 보복으로 방어병력배치도를 유출해 송영문에게 팔았다. 그런 후 제구씨와 사통하여 도망간 것이다.

사건이 종결된 후, 금의위 지휘사 육병은 깊은 밤 궁으로 들어갔다.

가정제는 노기가 채 가시지 않아 명을 내려 병부상서를 파직시키고, 병부좌시랑, 병부우시랑은 일 년 치 녹봉을 삭감시켰다.

* * *

“사람 다 죽고 나서 우리한테 조사하래. 여태 뭐 했는데?”

금하는 아문의 편청 안에서 둥근 배나무 등받이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공문을 보고 있었다.

“사람은 죽었으나, 은자는 찾지 못했어. 십만 냥의 운하 수리비용은 어쨌든 되찾아야지.”

양악이 그녀가 들고 있던 공문을 받았다 그 또한 다소 화가 나 있었다.

“주현이는 한낱 공부도수청이사의 낭중에 불과해. 그가 어떻게 십만 냥 수리비를 꿀꺽 삼킬 배짱이 있겠어. 사람이 죽었다고, 일을 모두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주현이는 절강 오흥 사람으로 가정嘉靖 21년에 진사, 가정 23년에 호과 급사중, 가정 31년에 공부도수청이사 낭중에 임명되었다.

십만 냥의 운하 수리비를 수령하여 양주의 하천 제방을 수리하라는 명을 받았으나 그가 양주에 도착한 이후에도 공사는 꾸물거리며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후에 운하 수리 공사비를 횡령했다는 조사를 받고는 징벌이 두려워 자살하였다.

“조사할 게 뭐가 있어. 엄세번이 공부좌시랑인데,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공사 비용이 있나?”

금하가 냉랭하게 흥 소리 냈다.

“그 사람 집에 갈 수 있다면, 분명 완벽하게 조사할 텐데 말이야!”

“금하야!”

양정만이 허, 하고 놀라 그녀를 자제시켰다.

엄세번은 현 조정의 재상인 엄숭의 아들이다.

엄숭이라하면 막강한 권력이 사방에 미쳐 온 나라를 거의 쥐락펴락하는 이였다. 그리고 엄세번은 조정의 가장 알짜 직위라 일컬어지는 공부 좌시랑과 상보사 소경을 겸하고 있었다.

금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 큰 놈은 배불러 죽고, 간이 작은 놈은 굶어 죽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엄세번이 이 직무를 맡은 것은 간단히 말해 그의 목에 직접 먹을 걸 걸어주는 격이었다. 그는 탐하고자 하는 대로 탐할 수 있고,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

양악이 일어나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번 임무는 할 수 없어요. 찾아내지 못하면 우리가 무능한 거고, 그렇다고 찾아낸다면 우리 목숨조차 보장 못 할 수도 있어요.”

양정만이 찻잔 뚜껑을 열고, 가볍게 거품을 걷어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열기 속에서 찻잎이 뜨고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법이 없구나. 대리시大理寺 좌사승상 유 상좌 유 대인이 직접 나를 지명해 가라 했다. 너희 둘은 돌아가 짐을 꾸려라. 나와 함께 양주로 가자.”

“대장, 저와 대양이 가면 돼요. 대장은 경성에서 쉬세요. 강남은 습도가 높아서 대장 다리로는 분명 문제가 생긴다고요.”

금하는 이번 여정이 죽도록 고생만 하고 좋은 소리는 못 들을 일이라고 확신했다.

대장은 나이도 많고 다리에 고질병도 있는데, 이런 머리 아프고 곤란한 일에 말려들어 왜 고생을 하셔야 해. 경성서 잘 계시는 것이 낫지.

하지만 금하의 생각과 달리 양정만은 고개를 저었다.

“이 사건은 금의위 협조 사안이다. 너희 둘이 어찌 감당하겠니.”

금의위!

금하와 양악이 시선을 마주쳤다. 눈에는 약속이나 한 듯 난감한 기색이 드러났다.

금의위 최고지휘사인 육병은 엄숭과 친교를 맺고 있다. 그러니 금하가 보기에 금의위의 이번 행차는 당연히 엄숭을 실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큰 가능성은 엄숭을 대신하여 그와 관련된 불리한 범죄의 증거를 모조리 없애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금의위는 누굴 보내요?”

금하가 불만스럽게 물었다.

“금의위 경력 ‘육역’.”

양정만은 여전히 담담했으나 금하와 양악은 동시에 놀랐다.

십만 냥의 운하 수리비는 적다고 할 순 없으나 그렇다고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일에 육역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나?

꽤 오랜 시간 의아해하던 금하는 결국 그 참뜻을 깨달았다.

조정 관원의 승진은 정석대로라면 상당히 많은 세월을 허비해야 했으니, 그것은 3년에 한 번 있는 시험 평가에 의한 승진이었다. 더 빨리 진급하고 싶으면 큰 공을 세우거나 황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육역에게는 그 아버지의 후광이 있고, 황제는 그에 대해 분명 훌륭히 평가할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공적을 더하면, 어쩌면 7품 경력에서 바로 4품 지휘첨사로 오를 수도 있었다.

“대장, 그럼 이 사건은 어떻게 조사해요?”

금하가 흥이 나지 않은 모습으로 양정만을 바라봤다.

“우리는 본분의 일만 할 뿐이다. 다른 건 관여할 필요 없어.”

양정만이 담담히 말했다.

이 말에 금하와 양악 모두 두말하지 못한 채 각자 돌아가 짐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 * *

원진씨는 이틀 후 금하에게 역가의 어르신들을 뵙고 오게 하려고 한창 준비 중이었다.

이를 위하여 이를 악물고 그럴듯한 연자주색의 대수삼 저고리를 만들었는데, 그건 어쨌든 금하를 그럭저럭 얌전하고 단아해 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금하가 바로 양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일로 오가는 길까지 더하면, 못해도 한두 달은 걸렸다.

“이걸 어쩌면 좋니? 내가 양 포두께 얘기해서, 이번에는 너 데려가지 말라고 할까?”

원진씨의 말에 금하는 연달아 손을 내저었다.

“엄마, 그건 절대 안 돼요. 이 사건은 십만 냥 운하 수리비가 행방불명이 된 일로, 예삿일이 아니에요. 제가 안가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죠. 게다가 수리비를 찾게 된다면, 분명 포상금이 있을 거예요.”

원진씨는 공무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으니, 그녀는 딸에게 토를 달지 못한 채 다른 잔소리만 할 뿐이었다.

“역가네 셋째 본 적 있지?”

“기억 안 나요.”

금하가 급하게 말했다.

“어떻게 기억 안 날 수가 있어? 지난달에 네가 숯 갖다 주러 그 집에 갔잖니.”

“제가 기억하는 건 그 숯이 매우 비쌌다는 거예요.”

원진씨는 금하를 잠시 쏘아볼 수밖에 없었고, 그 똑바로 찔러오는 시선에 금하의 온몸은 소름이 돋았다.

“너 이 녀석, 일부러 날 난처하게 하는 거지?”

“엄마…….”

금하는 재빨리 좋은 말로 그녀를 달랬다.

“저 정말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안 나요.”

“기억 안 나도 괜찮아. 어쨌든 이일은 너 대신 내가 알아서 한다.”

원진씨는 계속 잔소리를 했다.

“역가는 지식인이고, 점잖아서 시집가도 널 서운하게 하진 않을 게다.”

“엄마, 엄마! 이 일 안 급하잖아요. 돌아와 다시 얘기해요!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금하가 급하게 말하면서도 손발은 재빠르게 놀려 짐을 쌌다. 그리고 품속에서 은자 4냥을 꺼내 원진씨에게 건넸다.

“이번 출장은 길어요. 제가 아문에서 우선 가불한 두 달 치 녹봉으로 먼저 쓰세요.”

은자를 잘 간수한 원진씨가 금하를 문까지 배웅하며 다시금 당부했다.

“길에선 스스로 조심하고, 만사에 절대 잘난 체하지 마.”

금하는 보따리를 들고 아문을 향해 가며 수중에 몇 개 남지 않은 동전을 헤아렸다. 그녀는 소리 없는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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