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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5)화 (5/224)

5화

“요즘 관청에서 큰 임무를 받았어. 그쪽은 일 없으면 길거리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아. 특히 부인은 임신도 했는데, 나쁜 일에 휘말리면 더 안 좋지.”

금하는 그들에게 옆의 양악을 보라고 눈짓하고는 되물었다.

“아니면 우리 두 사람이 여기 서 있는 게……, 정말 말린 간두부 팔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금하의 말은 은근히 겁을 줬고, 손길성은 서둘러 아내를 부축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양악은 그들의 뒷모습이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금하에게 의아해하며 물었다.

“공연히 겁은 왜 줘?”

“저 금실 좋은 부부가 우리 엄마 앞에서 어슬렁거리면, 엄마는 집에 와서 내게 원망 한 무더기를 쏟아놓으신다. 그럼 나는 뭐라 할 말도 없고. 진짜 그건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도 속 터져 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야.”

그녀는 고뇌하며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다 돌연 왼쪽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시끄러워져 고개를 빼 드니, 휘날리는 건을 쓰고 삼선을 박아 넣은 도포 입은 남자가 겹겹으로 늘어선 행인들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어.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불행히도 한 점 치우침도 없이 그녀의 매대 앞으로 딱 쓰러졌다. 연이어 말린 간두부가 땅에 엎어졌고, 각양각색의 장 즙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봐! 당신…….”

손에 들고 있는 황금으로 제련한 동령저(*구리방울.)로 보아선, 그는 분명 길 가던 점쟁이였다.

금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점쟁이는 뜻밖에 손을 뒤집어 휘둘러 소매 밑에서 번뜩이는 긴 비수가 드러났다. 푸른 칼끝은 한기가 넘쳐 한눈에 봐도 칼날에 극독이 묻어 있었다.

“조심해!”

양악이 소스라치게 놀라 앞을 헤치고 나왔다.

상황의 변화는 매우 갑작스러웠지만, 금하의 반응은 몹시 민첩하여 칼을 발견한 즉시 몸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비수는 그녀의 소매 반쪽을 비스듬히 잘라냈다.

양악도 손을 썼으나, 일이 벌어진 후였다.

그때 문득 푸른 사람의 그림자가 금하의 곁을 스쳤다. 높이 솟구친 그림자는 바로 점쟁이를 발로 걷어차 버렸고, 다음 순간 점쟁이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 버티려고 발버둥 쳤다.

“말해! 비밀문서는 어디에 숨겼지?”

점쟁이를 제압한 이는 죽청색의 옷감에 금실로 수놓은 옷을 입었고, 타고난 모습이 매우 당당함과 동시에 단정하고 반듯했다.

그는 한 발로 비수를 든 점쟁이의 손목을 밟고 있었으며, 내뱉는 어조는 한기가 으스스 새어 나올 것처럼 냉랭했다.

“……몰라!”

점쟁이는 아픔에 식은땀을 흘렸다.

* * *

청색 옷을 입은 이 사람을 금하는 알고 있다.

지금 세상에서 높은 지위와 권세가 있는 이를 묻는다면, 지극히 높은 곳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오직 한마음으로 도에 정진하는 가정제가 있었고, 그를 제하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은 현 내각의 재상인 엄숭으로 그가 조정에서 작당하여 사리사욕을 꾀하는 자라는 것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 한 사람인 육병은 금의위 최고지휘사最高指挥使였고, 그와 가정제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한 친구였다.

게다가 그는 일찍이 생명을 위협하는 불길에서 가정제를 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육병과 가정제의 관계는 한 글자로는 철이요, 두 글자로는 견고요, 세 글자로는 완벽함이라고 일컬어지곤 했다.

육병은 엄격한 잣대로 보아도 아직은 괜찮은 관리였다. 설령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를 제거하여 전권을 휘두른 전적이 있긴 했어도, 적어도 자신이 맡은 바 직책은 성실히 수행하는 이였다.

게다가 그는 조옥 안의 많은 억울한 사건을 제대로 바로잡았다.

그러나 온 세상이 다 아는 바대로 육병은 엄숭과 관계가 좋았다.

금하는 금의위 최고지휘사 대인의 풍채를 돌이켜 떠올렸다.

육병은 눈썹 끝이 치켜 올라가 매우 남자다웠고, 긴 수염이 펄럭이는 것이 위풍당당했다. 눈빛은 유연하고, 평소에도 위엄이 있어 보는 이를 매우 두렵게 했다.

지금 금하 눈앞의 이 푸른 옷을 입은 이가 바로 그 육병의 아들, 육역이었다.

육병은 무장원 출신의 무인이었다. 그리고 아들인 육역도 무공이 매우 출중하여 그 아버지에게 밀리지 않았고, 금의위 안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라고 했다.

금하의 눈으로 판단했을 때, 육역은 분명 그 모친을 닮았을 터였다. 위풍당당함은 부친보다 조금 떨어지나, 준수함은 지나치게 넘쳤다.

오직 한 쌍의 눈동자만이 유일하게 그 부친을 쏙 빼닮아, 무슨 일을 마주하든 전혀 동요 없는 눈빛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침착함이 그의 서늘한 냉정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문득 육역의 발이 미세하게 비틀리며 힘을 더했다. 곁에 있던 금하는 심지어 점쟁이의 손목뼈가 투둑거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몰라!”

점쟁이의 목소리는 처량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이 점쟁이란 자는 독이 묻은 비수를 지니고 다니는 만큼 절대 선한 사람 부류라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금하는 금의위가 손이 원래 거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억지로 자백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 금하는 달랑거리는 인내심을 참지 못한 채 기어이 앞으로 나섰다.

“이 점쟁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심문이 필요하면, 마땅히…….”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은 육역이 옷섶을 젖혀 허리춤의 금의위 요패를 드러냈다.

그는 지극히 냉랭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관부의 사건 수사다. 무관한 자는 비켜!”

그가 금의위란 것을 보자마자, 주위를 둘러쌓던 백성들은 감히 더는 지켜보지 못했다.

궁금증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문 채 신속하게 흩어졌고, 원래 시끌시끌하던 신풍교 어귀는 아주 빠르게 호젓해졌다.

이러는 사이 또 네 사람이 도착했다.

모두 똑같이 만자건에 청람색의 조끼식 긴 덧옷을 입고, 가죽으로 된 허리띠와 검은 가죽 장화인 조피화를 신었다.

바로 금의위 천백호千百户의 복장으로, 이 천백호 넷이 육역 앞으로 나아가 정중히 예를 올리고 보고했다.

“육 대인, 조혁이 죽었습니다.”

금하는 조혁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이미 상황을 파악하여 한숨을 참지 못했다. 불과 반나절의 시간이건만, 조혁 역시 잔혹한 형벌을 견디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은 것이다.

포쾌가 된 이 두 해, 금하는 제 성격을 스스로 꽤 많이 억눌렀고 많은 인생의 격언을 읽으며 마음을 닦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대장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피할 줄 안다’,

‘대장부는 상황변화에 잘 따른다.’,

‘시대의 형세를 잘 알고 순응하는 자가 바로 뛰어난 인물이다’,

등의 것으로 이 격언은 당연히 그녀 스스로 세운 ‘호걸’이라는 인생의 길을 향한 지침서였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지금 그녀는 금의위의 이 거들먹거리며 설치는 꼴이 눈꼴사나웠지만, 육선문이라 해도 금의위의 사건에 간섭할 권리는 확실히 없었다.

그래서 금하는 원래 마음 접고 돌아서려 했었다.

하지만 땅에 떨어진 말린 간두부의 잔해를 보니 저절로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났다.

또한,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격언이 아주 시기적절하게 떠올랐다.

금하는 가능한 한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로 가장 처량하고 애처로운 효과를 냈다.

“관원 나리들 아무리 사건 처리를 위해서라 해도, 제 매대를 망가뜨릴 순 없으세요.”

상대의 반응이 없다는 건 아마 처음부터 누구도 듣고 있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었다.

그 와중 육역은 성가심을 참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고는 점쟁이를 가리켰다.

“조옥으로 끌고 가!”

점쟁이는 조옥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 아주 잘 알았다. 안색이 참혹하게 변하여서는 돌연 맹렬히 몸을 일으키며 발버둥 쳤다.

그건 결코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묻은 비수에 몸을 비벼대는 것이었다.

그 독은 매우 지독해서, 점쟁이는 눈 깜짝할 사이 검은 피를 토했고, 황천길로 가버렸다.

육역이 미간을 찌푸리며 간단명료하게 명령했다.

“뒤져.”

네 명의 금의위는 점쟁이의 상투를 풀고, 속옷에 신발 바닥까지 모두 풀어헤쳐 머리부터 발끝까지 낱낱이 살폈다.

그러는 동안, 금하와 양악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을 그래도 제법 꼼꼼하게 하네.”

보고 있던 양악이 금하에게 귓속말했다.

금하는 여전히 하찮게 여겼다.

“저게 뭘? 많이 해서 숙련된 것뿐이지. 기껏해야 우리 관아 검시관이 하는 수준에 다들 어설퍼.”

육역은 그들을 등지고 있어서 그가 들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양악은 육역의 고개가 미미하게 기울고, 얼음처럼 냉랭한 눈초리와 슬쩍 마주쳐 무언가 말을 하려던 입을 찔끔 다물었다.

“육대인, 없습니다!”

수색을 끝낸 천백호가 육역에게 보고했다.

“저들이 뭘 찾고 있을 것 같아?”

양악은 포쾌의 본능이 발동하여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금하에게 속삭였다.

일전 양악은 병부사무청이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혁은 바로 병부의 사람으로, 금하의 마음속에는 이미 짚이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 말하기엔 적당치 않았다.

“말해야 아나. 분명 국가의 대사와 관련된 큰 사건이겠지.”

육역이 다시 고개를 틀었다. 비록 말은 하지 않았으나, 섬뜩한 눈빛의 뜻은 명확했다.

‘입 닥쳐!’

지금 금하에게 있어서 당장 시급한 사항은 국가 대사 같은 것이 아니라, 엉망으로 망가진 눈앞의 말린 간두부 매대였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한번 간절하고 진실이 담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관원 나리, 제 이 말린 간두부가 사실 그렇게 비싸지가 않아요. 제게 은자 두 냥만 주시면 충분합니다.”

이와 동시에, 천백호 중 한 명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육역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죽었습니다. 게다가 지도도 찾지 못했고요. 도독 쪽은…….”

“흠흠.”

금하는 뒤쪽에서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관원 나리, 아무리 그래도 은자 조금쯤은 물어주셔야 해요!”

금하의 목소리는 낭랑하면서도 맑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이번에는 육역뿐 아니라 금의위 전부가 돌아보았다.

“은자 두 냥이면 됩니다.”

금하가 웃으며 그들에게 땅에 떨어진 말린 간두부 잔해를 보라고 손짓했다.

“죽고 싶어! 빨리 안 꺼져!”

천백호 하나가 험한 표정과 행동으로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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