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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4)화 (4/224)

4화

얼른 달려간 금하가 방으로 들어서는데, 원진씨가 이제 막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엄마, 제가 떠들어 깨셨나 봐요.”

“괜찮아. 원래 일어나야 해.”

원진씨는 회갈색의 긴 옷을 걸치며 눈빛으로 먼저 금하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길은 괜찮았어? 다치진 않았지?”

“전혀요! 당연히 안 다쳤죠.”

금하가 웃으며 말했다.

“범인은 붙잡았고?”

“잡았죠…….”

금하는 얼버무렸지만, 원진 씨는 순간 환해진 얼굴로 그녀를 향해 즉시 손을 내밀었다.

“네가 먼젓번에 이 범인이 매우 중요해서 잡으면 포상금이 있다고 했잖니. 상으로 받은 은자를 주면 되겠네. 동가네 줄 선물을 사러 얼른 나가야 해.”

금하는 난처해졌다.

“받지……, 은자는 받지 않았어요. 우리가 잡아 오자마자, 북진무사에 끌려갔어요.”

원진씨는 잠시 어리둥절하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북진무사도 네게 은자를 줘야지. 네가 잡았잖니!”

“그 말도 맞긴 한데요. 누가 금의위한테 은자를 받아낼 능력이 있겠어요.”

금하는 어머니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는 발끝으로 석회를 깐 바닥에 함몰되어 생긴 작은 흠을 가볍게 찼다.

이 말을 들은 원진씨는 잠시 우두커니 금하를 바라보다가 이내 이마를 찌푸렸다.

“됐다.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어라. 온몸에서 쉰내가 다나. 내가 진즉 아가씨가 무슨 포쾌를 하냐고 말했잖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꼴은 말이 아니고. 너와 네 아버지가 처음에 내 말을 들어서 너를 성 동쪽 과자점의 손가에게 시집보내야 했어. 그럼 적어도 양쪽 집안이 서로 도울 수는 있었겠지.”

금하는 어머니의 말을 끼어들 수 없었다.

“재작년 손가네가 조금 곤궁해졌다지만, 올해는 복숭아 샤오마이烧卖를 만들어 팔았는데, 엄청나게 잘 팔려서 신풍교에 가게를 샀단다. 네가 처음에 그 집으로 시집갔다면 지금쯤 아마도 작은 마님의 팔자가 됐지, 어찌 이런 모습이겠니. 너 알고 있니? 손길성의 색시는 벌써 임신을 했다더라. 근데 너는…….”

어머니의 이런 말들은 늘상 듣는 말이었다.

금하는 일찍이 습관이 되어 '네, 네' 하며 물러나서는 원익에게 귀신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부엌으로 가 목욕 준비를 위해 물을 끓였다.

“누나, 또 할 말이 있는데…….”

원익이 부엌으로 들어와 그녀를 도와 물을 펐다. 얼굴은 온통 비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듣고 나서 내가 미리 말 안 했다고 뭐라 하지 마요. 음……, 그저께 엄마가 왕매파를 불렀어요.”

전해 듣던 금하는 눈썹을 가볍게 세워 경계심을 드러낸 채 원익을 주시했다.

“내가 창문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잠깐 들었어요. 이번에 엄마 마음에 든 건 역 선생님네 셋째예요.”

놀란 금하가 눈썹을 더욱 높게 추켜세웠다.

“역 선생? 그, 그……, 네 선생님?”

원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 선생은 원익의 글방 선생님으로 아들 셋을 두었고, 모두가 학자인 만큼 철두철미한 선비 가문이었다.

금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집안에서 어떻게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 거지?

* * *

금하는 넘치게 풍부한 어린 시절의 전적 덕분에, 근방에서는 진정 명성이 자자한 아가씨였다.

옛날 이웃들은 그녀를 말할 때 늘 야차, 호랑이 같은 무서운 존재를 꼬리표처럼 붙여 불렀고, 금하가 처음 이런 별명을 들었을 때는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그런데 훗날 그녀가 정말 우연히 심심풀이로 본 책 속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로 야차, 호랑이란 별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존재라 세상 사람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고, 후에 그들은 산으로 들어가 큰 그릇으로 진탕 술을 마시고, 고기를 마음껏 뜯어 먹는 호걸이 된다는 것이었다.

금하는 이런 것을 상당히 동경하던 아가씨였으니, 이웃들이 부르는 이 별명을 좋은 평판으로 바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관가 사람인 포쾌가 된 후로는 이 아름다운 별명 또한 이웃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그렇다고 해도 원가에 아주 성질 사나운 처녀가 산다는 사실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온 동네 집집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중매하러 온갖 곳을 들락거리는 매파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원진씨는 자신이 딸을 통제할 수 없음에, 그리고 딸이 하루가 다르게 컸는데도 누구 하나 찾아와 혼담을 꺼내지 않아 매우 낙담하고 슬퍼했다.

그리하여 원진씨는 이를 악물고 독한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내가 지참금을 두둑하게 준비시켜 놓을 거야. 이담에 당신들이 우리 집에 혼담 넣지 않은 것이나 슬퍼하고, 후회하지 마시지!

그 지참금을 모으기 위해, 원진씨는 낮에는 두부를 팔고, 밤에는 말린 간두부를 팔았으니, 그건 말 그대로 매우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금하는 금하대로 어릴 적 명성에 시달린 나머지 이미 상당히 손해가 심한 애물 딸래미가 된 처지였다. 그러니 모친의 이 계획에 관해선, 그녀에게는 발언권이 없었다. 그저 모친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꽁지가 빠지게 필사적으로 도둑을 잡아야만 했으니, 이것 역시 매우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가 역 선생네 셋째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금하는 바로 첫 번째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대체 지참금을 얼마나 모으셨기에, 역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달리 바꿔 생각하면, 어머니가 택한 이 방법은 한 번 고생으로 오랫동안 편안해지는 면이 확실히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역가로 시집간다고 하자. 그럼 처남인 원익은 다음 몇 년간의 글방 학비를 전부 절약할 수 있고, 또 적지 않은 지출인 여름의 얼음값과 겨울의 숯값을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이런저런 지출을 줄여가면, 혼수비용도 결국에는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금하는 힘껏 이마를 두드리고, 아궁이 안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을 짜증스럽게 바라보다가 다시 땔감을 쑤셔 넣었다.

* * *

등이 켜질 즈음의 금수하金水河(*북경에 있는 강.)는 느릿하고 유유히 흐른다. 양쪽 기슭에서 무수하게 반짝이는 등불 전부가 강에 반사되어 수면 위로 일렁거렸다.

강물 위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놀잇배뿐 아니라, 놀이패를 태운 배도 떠다녔다.

그 남자는 머리를 꽃으로 장식하고, 웃통은 벗고 있었다.

기슭의 누군가 그를 향해 돈을 던지면 남자는 바로 활짝 웃는 얼굴로 승낙의 말을 크게 외치고는 당장 배의 가장 높은 대나무 장대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그런 후 물속으로 뛰어드는데, 그는 공중에서 잔재주를 부려 몸을 뒤집거나, 공중회전을 하고서야 입수를 했다.

강기슭의 주루酒楼는 높고 낮은 건물들이 가까이 인접해 있었고, 거리의 다리 어귀에는 노점상의 매대가 일렬로 늘어섰다.

금하는 다리 난간에 놓인 작은 돌사자 옆에 비스듬히 기댔다.

그녀는 몹시도 따분한 기분으로 길거리의 작은 노점을 지켰다. 귀로는 옆 주루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음을 듣고 있었으나, 시선은 꼼짝도 하지 않고 수면 위에 멎은 채였다.

금하는 오늘 밤 어머니를 도우러 나온 길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어젯밤 감기 기운이 있던 데다가 마음속의 복잡하고 답답한 일이 더해져, 머리가 줄곧 아팠던 모양이었다.

금하는 어머니에게 돌아가 쉬시라 권했고, 원진씨는 그녀가 노점을 보는 것에 마음을 놓지 못했다.

‘맹세해. 절대 쓸데없는 일 하지 말거라.’

‘알았어요, 엄마.’

맹세까지 하는 걸 보고서도 원진씨는 여러 번이나 거듭 당부하며 돌아보았다.

“말린 간두부 두 개에 매운 기름 추가!”

금하는 웃음 띤 목소리를 듣고서야 시선을 돌려 양악을 바라봤다. 그녀는 바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방금 너희 집에 절인 생선 두 마리 갖다 드리면서 마침 어머니를 뵈었어. 겸사겸사 네 출장 보조금도 드렸고, 어머니가 너 여기서 노점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양악은 스스럼이 없었다. 알아서 말린 간두부를 가져가 매운 기름을 뿌렸다.

“우리 아버지가 내일 아침 일찍 함께 병부사무청에 가자고 하시네.”

“아.”

금하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사무청이 또 물건 잃어버렸냐?”

“귀신이나 알겠지.”

양악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강을 내려다보다가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뭘 봐?”

“저기 물에 뛰어드는 묘기, 안 보여?”

금하가 턱짓을 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높은 장대 위에 웃통을 벗은 남자가 매달려 있었다. 뒤로 돌기를 하며 뛰어내린 남자는 매우 멋진 자세로 심지어 무릎을 안고 구르기를 세 번까지 하고서야 풍덩 소리와 함께 입수했다.

날씨는 한창 쌀쌀했고, 강 표면이 얼지는 않았어도 물은 뼈가 시릴 만큼 차가웠다. 양악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이 움츠러들어 물에 뛰어든 남자 대신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말린 간두부 세 개 팔 동안, 저 사람은 여덟 번 뛰었어.”

금하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배 위로 기어오르는 웃통 벗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뛰어내리기를 하룻밤만 하면 우리 한 달 치 월급에 맞먹게 번다. 우리 포쾌 왜 하고 있는 거냐?”

금하는 고개를 숙여 작은 산 같이 쌓인 말린 간두부를 바라보았다. 언제 다 팔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 한숨이 나왔다.

“또 은자가 모자라?”

양악은 그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를 흘끔 본 금하가 대답하기 전 노점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말린 간두부 네 개 줘요. 두 개는 매운 거, 나머지 두 개는 매실 가루를 뿌려서. 우리 부인이 지금 신걸 먹고 싶다 하니, 실수록 좋아.”

부인을 애지중지 아끼는 말투가 듣는 이의 온몸에 닭살을 돋게 했다. 그는 바로 아내를 모시고 야시장을 돌아다니던 손가의 맏이 손길성이었다.

금하가 비록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돈은 받아야 했다. 그녀는 재빨리 말린 간두부를 싸서 건네고는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동전 네 개예요. 감사합니다.”

돈을 내던 손길성이 말린 간두부를 받다가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금하. 네가 왜 매대를 봐? 도둑 잡으러 안 다녀?”

“헤헤……, 특수임무야.”

금하가 목소리를 낮춰 고개를 디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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