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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3)화 (3/224)

3화

바로 금하가 화를 내려 하자, 양악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동 포두님, 조혁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방금 체포해 돌아왔습니다. 아직 재판장에서 심문도 안 했죠. 차라리 여기서 사안을 마무리 지어 죄를 확정한 후, 다시 보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양악은 원래 관대하고, 일을 만들길 원치 않는 성격이었다. 또한, 동우가 좀스러운 짓거리를 한다는 것도, 그에게 밉보이면 후일 그와 알게 모르게 얽힐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가능해? 금의위가 원하는 사람을 누가 감히 지체시키나? 너희 둘, 더는 시끄럽게 떠들지 마라. 바로 안 보내면, 그들한테 밉보이고 우리 모두 좋은 날은 물 건너가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사이, 허리춤에 박도朴刀를 찬 포두 양정만이 복도 끝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양악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불렀다.

“아버지!”

양정만의 앞에서 성미를 죽인 금하 또한 공수하여 인사를 올렸다.

“대장.”

“동 포두!”

양정만이 먼저 동우를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비록 양정만과 같은 포두라지만, 동우는 양정만 같은 절름발이도 포두가 되는 것은 실로 육선문의 창피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동우가 바로 거듭 흥 소리를 냈다.

“이 둘은 적과 내통한 혐의의 중범으로 금의위가 원한 범인이오. 해서 내가 이들을 바로 그쪽으로 보내려 했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당신의 두 제자가 여러모로 방해하는군!”

금하가 그의 말을 자르고 급하게 변론했다.

“이들은 우리가 잡아 왔어요.”

양정만이 손을 들어 금하가 다시 말하려는 것을 막았다. 입을 연 그의 어조는 담담했다.

“나는 조금 전 금의위가 이미 밖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희는 빨리 동 포두에게 범인을 넘겨라.”

“대장!”

금하는 격분했다.

“빨리.”

양정만의 말은 너무도 단호하여 금하는 결코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손을 놓고, 매우 화가 나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동우는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조혁을 끌어당겼다.

제구씨 또한 조혁과 사통하여 도망쳤기에 공모자로 간주되어 그와 함께 끌려갔다. 그녀는 진정 명운이 좋지 못했다.

“흥!”

금하는 콧방귀를 뀌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 동우가 두 사람을 데리고 벽면을 따라 도는 것을 보고 있었다.

건물 옆의 노송 아래로 진홍색의 비어복飞鱼服(*관복의 이름.)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을 보니, 과연 금의위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몇 발자국 앞서 도착하자마자 그들이 바로 따라온 것으로, 그것은 성문 쪽에 금의위의 밀정이 있었다고 바로 의심할 만했다.

우리가 성을 들어선 것을 저들이 진즉 알고 있었어?

금하는 분노와 증오로 이를 악물었다.

동우가 범인들을 금의위에 넘기는 것을 두 눈 빤히 뜨고 보고 있어야만 하다니.

금의위의 우두머리는 그녀를 등지고 있어서 자세가 매우 꼿꼿하다는 것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금하는 오히려 동우가 알랑거리는 낯짝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금하는 살짝 기가 죽어 돌아서고는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양정만을 흘끔 보았다.

“대장, 그를 너무 너그러이 봐주시는 거 아니에요? 저 사람은 대체 어디 소속이에요? 육선문의 안건을 신경 쓰지 않는 건 됐다고 해요. 그러면서도 사람 데려가는 게 저렇게 급한 건 그가 금의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게 뻔하잖아요.”

양악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 포두가 한 말 중 적어도 어떤 건 틀리지 않아. 금의위한테 밉보이면, 좋은 날은 물건너간다는 거.”

금하의 말투는 사나웠다.

“천하에 형벌을 관장하는 건 삼법사로 충분해. 한사코 금의위가 가로막아 방해하면, 삼법사는 뭘 하라고? 솔직히 말해 유명무실, 허울뿐이잖아!”

양악이 급하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금하는 재빨리 빠져나갔다.

“우리 도련님, 좀 조용히 해! 그런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돼.”

양악이 그녀의 머리를 콩콩 두드리며 일깨웠다.

“지금 범인이 재판에 부쳐지지도 않았구만, 저들이 끌고 갔어. 우린 이번에 허탕 친 거야!”

금하는 매우 아까워했다.

“원래 포상금과는 별개로 조혁 잡으려 했잖아. 헛수고인 걸 일찍 알아서 나도 힘은 덜 들였다.”

양정만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다. 네 동생이 몇 번이나 와서 안부를 묻더라. 돌아가 봐.”

동생이 여러 번 왔다고 하니,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금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양악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

“포상금이 사라진 건 상관없지만, 출장 보조금은 반드시 챙겨. 이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니 절대 망치지 마라.”

양악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금하는 그제야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 * *

온갖 나무가 싹을 틔우는 봄날이 한창이었다.

수도는 번화하여 오가는 사람들로 흥성거렸고, 길 양쪽의 각종 점포에는 아름답고 진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국수 가게에는 호접면, 수활면, 탁장면이, 제과점에는 구운 과자, 지진 만두, 은사, 유고(*기름을 섞어 만든 떡.) 등과 고급 과자로 상기병, 골패고, 세피박취, 도화소맥 등이 가득 쌓였다.

각양각색의 음식이 뒤섞인 향기를 맡으며 금하는 발걸음도 가볍게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사탕 가게를 지나며 그녀의 보폭도 느려졌다.

금하는 품속을 더듬어 남은 돈을 셈하고 망설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동전 3개로 호박 사탕 한 봉지를 사서 품 안에 넣었다.

금하는 떠들썩한 시장을 돌아, 더 안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이 골목은 비뚤어진 조롱박 같았다. 골목 입구는 조롱박 입구처럼 좁고 작았으나, 들어간 후로는 눈앞이 오히려 확 트이는 구조다.

그녀는 조롱박의 첫 번째 복부를 지나 다시 좁은 길을 지났고, 그렇게 조롱박의 두 번째 배 부분에 이르렀다. 거기서 다시 동편의 얼룩덜룩한 나무문 앞으로 가 문을 밀었다.

어?

밀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니, 잠시 후 끼익 소리 내며 문이 안에서 열렸다. 길게 기른 머리에 거친 옷감으로 만든 원령의를 입은 소년이 그녀를 보고 기뻐 소리쳤다.

“누나! 돌아왔군요!”

소년은 바로 금하의 동생인 원익이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소년의 이마 앞쪽 짧은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고는,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요즘 널 괴롭힌 사람이 있어?”

작은 집안에는 돌절구 한 덩이가 서쪽으로 묵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쪽 구석을 차지한 장 단지에는 콩 비린내가 그사이를 가득 맴돌아 종일 흩어지지 않았다.

“없어요. 누나가 지난번 돼지고기 파는 집 셋째 아들을 손봐준 이후로 걔들이 더는 무서워서 내 책을 찢어버리지 못해요.”

원익은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자신을 보고 있는 이 가냘픔은 넘치고, 용기는 부족한 동생이 금하는 자못 유감스러워 한숨을 내쉬었다.

금하가 동생의 나이였을 때, 그녀는 이미 전 서풍가西凤街를 휘어잡는 골목 대장이었다.

전적이 쌓이고 쌓였고, 이웃 거리에서 늘 도전을 해왔지만 그녀에게 모두 패해 결국은 고분고분해졌다.

밖에서 싸움질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양친에게 매를 많이 맞긴 했어도, 훌륭한 사람으로 크려면 어쨌든 갖은 고생을 견뎌야 한다는 이 도리를 그녀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단지 애석한 것은 그녀의 유년기를 끝으로 이 대단한 골목 대장의 휘황찬란한 시대도 끝이 났다는 것으로, 그 후의 날들은……, 그녀는 매우 서글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부 팔고 아직 안 돌아오셨지?”

원익이 그녀를 향해 손짓으로 안채를 가리켰다. 소곤거리는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아버지는 두부 팔러 가셨고, 어머니는 안에서 주무셔요. 어젯밤에 어머니는 신풍교로 노두간(*건조 두부로 만든 간식.)팔러 가셨다가 늦게나 돌아오셨어요.”

금하는 안채의 창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호박 사탕 봉지를 꺼내 원익에게 건넸다.

원익은 봉투를 열어 호박 사탕인 것을 보더니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나도 이렇게나 컸는데, 누나는 왜 계속 날 아이 취급해요.”

“먹기 싫으면 관둬.”

금하가 손을 내밀어 뺏으려 했다.

“내가 먹을 거야.”

원익이 재빨리 금하의 손을 피해 사탕 봉지 입구를 오므리고는 품에 넣었다.

“참, 대장이 네가 날 찾으러 몇 번이나 아문에 왔다고 하시더라. 무슨 일이야?”

금하가 그에게 물었다.

원익이 안채를 향해 입을 삐죽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가보랬어요. 누나 언제 돌아오나 물어보라고.”

“집에 또 돈이 모자라?”

“자릿세 걷어가는 배불뚝이 동가네가 이번 달에 며느리를 본대요. 엄마가 축의금 꼭 보내야 한다고 하셨어요.”

금하는 의아해졌다.

“내 기억으로 그 사람 작년에 며느리 보지 않았어? 어떻게 또 봐?”

“아들이 넷이에요.”

“…….”

금하는 이마를 짚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문득 조혁이 뇌물로 그녀에게 찔러주려 했던 은표 묶음이 다시 떠올라 더욱 서글퍼졌다.

그때 안에서 침상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몸을 뒤척이는 것 같았다. 바로 그 뒤를 이어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夏儿야, 돌아왔니?”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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