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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지하 (2)화 (2/224)

2화

조혁은 이 일이 이미 되돌릴 여지가 없음을 알고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본래 창문 가까이 앉아 있던 그는 과피모가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일어서자마자 난간을 밟고 뛰었다. 처마의 기와를 밟으며 앞으로 몇 걸음 뛰어나가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마음먹은 터였다.

“조랑!”

제구씨는 조혁이 자기만 살자고 도망치자, 애타게 불러댔다.

허나 조혁은 고개 돌려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이미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과피모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태산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 음식을 먹다가 제구씨가 넋을 잃은 모양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넌 남편을 모함하여 해치고, 조혁을 따라 도망쳤지.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에게는 당신도 이 정도일 뿐이야.”

제구씨는 멍청하게 앉아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때 계단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큰 것으로 보아 점원은 아니었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조혁을 끌고 왔는데, 그놈의 발목이 삐었는지, 다리가 부러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금하 어르신아, 다음번엔 사람을 아래로 던질 땐 한마디쯤은 해 줘라, 어?”

키가 큰 이가 조혁을 들어 올리고는 과피모를 향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번은 내가 던진 게 아니야. 진짜 아니야. 본인이 알아서 뛰어내렸어.”

과피모는 젓가락으로 탁자 위의 음식을 집었다.

“배고프지? 빨리 와서 먹어.”

때마침 점원이 여섯 개의 밥그릇을 받쳐 터덜터덜 올라왔다.

과피모는 키 큰 이에게 두 개를 건네고, 자기 앞으로 두 개를 남겼다. 그런 후 조혁 부부 두 사람 앞에 한 그릇씩 놓았다. 둘 다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자, 그가 재촉하며 말했다.

“빨리 먹어! 여기서 경성까지 이틀은 가야 해. 너희들 이번에 먹지 않으면, 이따 길에서 배고프다고 큰소리쳐도, 별도리가 없어.”

조혁은 다리에 통증이 일어 ‘아이고’ 소리를 냈다.

그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제구씨는 거리낌도 없이 얼굴을 휙 돌렸다. 그리고 밥그릇을 들고는 고통스러워하는 조혁의 신음 소리는 들은 척 만 척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 곰갈치는……, 먼저 예리한 칼로 살을 발라내고, 다시 집게로 잔가시를 뽑아.”

키 큰 이가 생선조각을 입에 넣어 몇 번 씹었다.

“분명 화퇴탕, 계탕, 죽순탕을 이용했어. 그래서 맛은 좋긴 한데, 오히려 주객이 전도됐네. 사실 이 갈치는 그 자체로 매우 맛이 좋아서 그냥 밀주에 청장만 넣고 쪄도 돼.”

키 큰 이가 말하는 동안, 과피모는 이미 다른 이들보다 7, 8번은 더 먹었다. 그의 볼이 음식으로 불룩해졌다.

“너 말야, 포쾌는 무슨 포쾌야. 요리사나 되면 얼마나 좋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안타깝게 우리 아버지가…….”

키 큰 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부를 집고는 다시 연이어 한숨을 쉬었다.

“두부는 정수에 세 번을 담가 콩 비린내를 빼줘야 하는구만, 이 두부는 많아야 두 번 담갔네. 이런 걸 어떻게 상에 올리지. 게다가 이 볶은 죽순은…….”

그가 탁자 위의 음식을 평가하는 동안, 과피모는 이미 밥을 다 먹었다. 점원에게 입을 가실 찻물과 씻을 물을 연이어 가져오라고 했다.

“저들에게 큰 마차 두 대가 있더라. 우리도 돌아갈 땐 다시 말 타고 먼지 마실 필요 없이 앉아 갈 수 있다.”

과피모는 젖은 수건을 들었다.

“이 3일은 말 등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니, 과피모는 원래의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가 드러났다. 그는 아예 모자를 벗고 품속에서 나무 빗을 꺼내 물을 묻혀 머리도 다시 빗질하고 땋아서 꼬아 올렸다.

“다, 당신, 아가씨예요?”

제구씨는 아연했다. 원래는 과피모를 유난히 잘생긴 소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과피모가 바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 안 돼?”

“아니, 아니요! 그 뜻이 아니라요. 나리는 스스로 도련님이라고 하고, 저분은 어르신이라고 불러서…….”

과피모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제구씨를 바라봤다.

“그게 아가씨와 무슨 상관이야? 당신들이 날 관차 어르신이나 관원 나리라고 부르잖아. 그래서 이 몸께서 날 좀 도련님이라고 부르겠다는데, 잘못됐어?”

“정말 아니에요. 육선문에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해서 더 그랬어요.”

“별것도 아닌데, 놀라기는.”

과피모가 흥 콧소리를 냈다.

그녀의 이름은 원금하, 올해 18세로 두 해 전 시기가 잘 맞아 공문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리고 동행한 이는 양악이란 이름으로 그녀보다 두 살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경성 육선문의 관차였다.

간단한 빗질을 마친 후, 금하는 나무 빗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한가로운 자세로 앉아 있지만, 매우 실망한 표정을 드러낸 채 은표 한 뭉텅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하가 연이어 한숨을 내쉴 때마다 옆에서 양악은 소름이 돋았다. 드디어 금하가 그윽한 눈빛으로 양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양大杨…….”(*호칭에서 大는 연상인 이의 성 앞에 붙여 부름.)

양악은 은표를 재빨리 품속으로 감추었다.

“우선 내가 갖고 있을 테니, 아문衙门(*관아, 관청.)으로 돌아가 다시 장부에 기록해.”

금하가 눈물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위로는 팔십 노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네 어머니 사십도 안 되셨잖아. 그런 말 할 땐, 어머니가 다리 부러뜨리지 않게 조심해.”

양악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했지만, 금하는 꿋꿋하게 어깨를 펴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나의 모친께서는 대의명분을 잘 아시는 분으로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봉록을 위해 치욕을 참고 견딘다는 걸 아시지. 팔십이 아니라, 팔천 살이라 해도 아무 일 없다.”

양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리는 무사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내 다리를 부러뜨리실 거야. 내 다리를 위해, 너희 집 팔천 살 대인께서 슬픔을 참으실 수밖에 없어.”

양악이 말하는 아버지란 바로 양정만으로, 육선문의 포두일 뿐 아니라, 금하와 양악의 직속 상관이었다.

금하가 몸에 익힌 무공, 종적이나 단서를 갖고 추적하고 행방을 쫓는 추종술 등의 솜씨는 모두 양정만이 전한 것이었다. 금하에게 있어 양정만은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으로 절대로 거역이란 있을 수 없었다.

* * *

이틀 후, 금하와 양악은 조혁과 제구씨를 호송하여 경성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동우를 맞닥뜨린 것은 육선문으로 들어가 범인을 먼저 형부 대옥의 관리인에게 넘기려고 움직일 때였다.

동우는 공문에 들어온 지 5년 된 자로, 상사에게 아첨하고 알랑거리는 습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덕으로 5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그는 그다지 별 공적을 쌓은 것도 없이 얼렁뚱땅 포두직에 올랐다.

“너희는 범인 둘 잡는데, 닷새나 걸려 이제야 돌아오냐! 나이도 어리면서 온종일 게으름이나 피워서 되겠어!”

동우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저들이 조혁과 제구씨야?”

“예.”

금하는 근본적으로 그를 싫어했다. 동우의 말과 행동은 금하의 눈에 매우 거슬려, 그녀는 겉으로만 인사치레로 웃어 보이고는 조혁을 세게 당겨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동우가 그녀 앞으로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

“마침 잘 됐다. 범인은 내게 넘겨. 조혁은 다른 역모 내통 건에 연루되어 북진무사北镇抚司(*금의위 산하 기구로 주로 조옥을 관리함.)로 보내 심문해야 해. 너희들은 막 돌아와서 완전 봉두난발이니, 빨리 가서 몸이라도 닦아라. 내가 너희들 대신 호송하마.”

그저 ‘북진무사’ 네 글자를 들었을 뿐인데도 놀란 조혁은 얼굴이 흙색이 되어 금하의 뒤로 숨었다.

“아아, 안 돼……, 안 돼요……. 난 안 가…….”

북진무사가 관할하는 조옥(诏狱 감옥)은 또한 금의옥이라 불리는 곳이다.

조옥과 형부의 대옥을 비교했을 때, 형부의 대옥이 천당이라면, 저 조옥은 바로 18층의 지옥으로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일단 조옥에 들어가면, 십중팔구 살아나올 수가 없었다.

조옥 안의 형벌은 잔인하고 혹독하였고, 옥에 들어온 사람은 잔혹한 형벌의 온갖 고초를 모두 겪게 되어, 사지가 멀쩡하지 못했다.

동우가 손을 뻗어 조혁을 끌어가려 하자, 금하는 살짝 화가 솟았다.

자신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동우와 조혁을 한 방에 3리 정도 멀리 걷어차야 했다. 그러나 육선문 관차로 밥벌이하며 먹고 살게 된 이 두 해 동안, 금하도 때로는 자신의 성질을 죽여야 할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보다 직위가 높은 이에게는 가능하면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 좋았다. 비록 매월 은자 두 냥의 녹봉이 초라하다고 해도, 그거야말로 반짝이는 은자가 아닌가.

금하는 한 손으로 동우를 막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조혁을 있는 힘껏 뒤로 끌어당기고서야, 그를 향해 뻣뻣하게나마 웃었다.

“동 포두님, 범인은 저와 대양이 죽을 똥을 싸며 며칠을 온갖 고생 하며 쫓았어요. 이제야 간신히 잡아 돌아와서 아직 형부로 넘기지도 못했는데, 포두님의 데려간다, 한마디면 바로 데려갈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정말 좀 그런데요?”

금하에게 저지당한 동우의 얼굴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 참. 이 범인은 금의위가 원하는 사람이고, 고의로 일을 지체하는 자는 공모로 간주하는데, 너 감당할 수 있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부당합니다. 우리는 밑에서 사건 처리한다고 생고생하며 힘들여서 두 사람 겨우 잡아 돌아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포두님 입에서 공모라는 말이 나와요?”

금하는 억지로 두어 번 웃었다.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아첨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매우 큰 굴욕이었으니, 그녀 자신은 지금 성질을 잘 누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우는 조금도 이런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 떠들고, 빨리 범인이나 넘겨.”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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