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궁안에 잠들어 있는 꽃-15화 (15/44)

十六花 * 꽃이라고 얕봤다가는 큰일 난다. (1)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어? 이랑님 아직도 주무세요?”

오늘 역시 희수궁에 걸음 한 수아가 평소라면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왔을 이랑의 환영이 없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유시후를 향해 묻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니. 일어나시기는 했는데, 생각할 게 있다고 다 나가 있으라고 하시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고민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아, 곧 있을 시험 때문에 긴장해 예민하다거나.”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니. 절대 그런 걸로 긴장 같은 거 할 성격은 아니야.”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담긴 유시후의 말에 ‘그럼 도대체 뭔데요?’라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수아였다.

그러나 그 역시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고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닫힌 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조용하면 오히려 더 불안한데 말이지.”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아닐 거예요.”

가만히 서 있던 유시후가 나름대로 자신을 걱정해준 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게 무슨 소리냐는 투로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니. 지금 내가 걱정되는 건 바로 나 자신이야. 또 어떤 문제에 휘말릴지 모르니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야.”

차라리 시끄러운 소음과 여러 가지 사소하고 귀찮은 상황에 휘말리던 나날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기 시작한 그였다.

한편. 말 많은 밖과 달리 방 안에서는 방음시설이 좋지 않은 환경 탓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랑이었다.

평소라면 문을 벌컥 열고 나가 유시후를 향해 한 바탕 짜증을 부려주고도 남았을 그녀였지만 오늘만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분명 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눈을 감고 어떠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밖에서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방 안의 인물은 평소보다 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명상이라도 하는 듯 아무런 미동조차 없던 이랑이 곧 감겨 있던 두 눈을 뜨는가 싶더니 곧바로 인상을 찌푸려 버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시하루. 시하루…….”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들이쉬며 앉아있던 의자에 목을 대고 뻗어버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분명 어딘가에서 들어본 익숙한 울림인데…….”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이랑은 다시 머릿속에 떠오를 듯 안 떠오를 듯 맴돌고만 있는 그 이름에 대한 정체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다시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랑이 지금 방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는 방 밖의 유시후는 그녀의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계속해서 밖에 서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왠지 불안한데…….”

이번에는 커다란 방 안.

유시후에 이어 아까부터 연신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작은 그릇 위에 놓인 다과를 집어 먹던 중년 여성의 말에 곁에 있던 여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왜 있잖나, 마치 어떤 큰일이 들이닥칠 거 같은 불안감이랄까 뭐 그런…….”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대비마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던 여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도 높은 다른 음성에 묻혀버렸다.

곧. 다급한 목소리에 이어 등장한 어떤 상궁에 의해 대비 그녀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시하루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럴 줄 알았어.”

제 아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말에 어미가 되서 반갑게 웃으며 맞기는커녕, 인상부터 쓰는 그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뒤에서 몰래 웃고 있는 궁녀들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아들이라는 분께서 또 이 대비전에 걸음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은 궐 안의 모든 궁인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라는 기대감에 잔뜩 설레고 있었다.

그만큼 이랑과 하루의 이야기는 희안궁을 제외한 궐 안의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관심거리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오랜만……은 아니군요. 최근에 뵈었으니 말입니다.”

나름대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대비의 표정 곳곳에 보이는 그 불안감은 숨기려고 해도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다.

대비전에 들어와 그녀의 방까지 단숨에 걸음한 시하루가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리는가 싶더니, 자신의 인사 하나에도 표정이 오락가락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가만히 보니 얼마 전의 상황과는 역전이 되어버린 이 분위기가 웃겼는지 피식 웃어버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전에는 자주 찾아오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제가 별로 반갑지 않으신가 봅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럴 리가요. 이 어미는 지금 매우 기쁘답니다.”

말은 기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그 방 안의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었다.

시하루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모른다는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묻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 그럼 앞으로는 매일 찾아올까요? 원래라면 매일 아침에 문안 인사를 올리는 게 예의…….”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괜찮습니다. 바쁘실 텐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다고 갑자기 ‘예의’를 들먹이며 효자 노릇을 해보겠다는 말하는 시하루와 그럴 필요 없다고 말리고 있는 대비의 태도에서 정말 며칠 전과는 반대로 바뀌어버린 그 둘의 위치가 느껴졌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 그나저나 무엇 때문에 이리 찾아오신 건지…….”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하며 즐거워하던 얼마 전과 달리 눈앞에 앉아 있는 이가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아들을 이기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엄살과 함께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조심스럽게 대비가 그에게 물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여쭤볼 게 있어서 온 건데…….”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목적을 생각해낸 시하루가 방 안에 들어오기 무섭게 대비가 대접한 차를 탁자에 내려놓는 것으로 보아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대단한 건 아닌데…….’라는 말에 조금은 안심을 한 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서 말해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대비였지만, 예상치 못한 시하루의 공격은 그 어느 정도 풀린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 꼬맹이에게 어머니께서 약조하신 ‘기한’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쿨럭.”

절대로 별거 아닌 문제가 아니었다.

다짜고짜 본론으로 넘어가 버려 정신이 없는 건지 대비가 자신이 마시고 있던 차를 조금 쏟자 곁에 있던 상궁이 우왕좌왕하며 천으로 닦아내고는 다시 새로운 차를 따라 준 뒤 옆으로 물러섰다.

여러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그 상황에서도 시하루의 시선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누가 그러던가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 유명하시다는 유시후라는 호위무사가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질문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듯 그냥 넘겨짚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였다는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출처를 정확하게 말했더니 대비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일그러졌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유시후가요?”

그냥 유명해서 알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거 같은 대비의 말과 태도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시하루가 이제는 알아야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런데 도대체 그 유시후란 녀석의 정체가 뭐죠? 왜 모든 일에 그 녀석이 관련되어 있는 거 같죠?”

그냥 단순히 지금 자신과 어머니가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인공인 ‘소이랑’를 지키는 호위무사이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역시도 이 모든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추정하건대 자신의 이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하아……. 유시후……말인가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일반 호위무사를 부르는 게 아니라 마치 전부터 알고 있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게 신경이 쓰여서요.”

눈을 피하는 게 확실히 뭔가 자신에게 감추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움찔거리고 있을 뿐.

대답을 들려주지 않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의 태도에서 아마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먼저 포기를 해버린 시하루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섰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아까 제가 여쭤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 있을까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 그것은…….”

시하루가 한 2개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까 머리 위로 큰 물음표를 그리며 잠깐 계산에 들어간 그녀가 곧 아까의 질문보다는 이번 것이 대답하기엔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듯 대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때 우리 아드님을 자극하는 게 아니었는데…….”

지난날 신나게 시하루를 자극한 자신이 후회됐지만, 이제 와 후회를 하면 뭐하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인걸.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사실 제가 이랑을 궐 안으로 데리고 올 때 누군가와 약조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누군가라는 건……?”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죄송하지만,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너무 표면에 드러나면 안 되는 인물이니까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표면에 드러날 수 없는 인물이라?’

시하루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 제한되어 있다는 ‘기한’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니 뒤에 누가 있던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래서 그 기한이 의미하는 게 무엇입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랑이 왕후 자리에 앉아있는 기한을 의미합니다.”

가볍게 물으며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는지 차와 함께 나온 다과를 오물거리던 시하루가 그것을 삼키지 못하고 멀뚱멀뚱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 자신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예?”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딱 십 년.”

이제는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한 대비가 한숨과 함께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는 듯 항복의 의사를 보이며 술술 대답하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것이 제가 제시한 기간이었습니다.”

기껏 포기하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자 착한 마음을 먹은 대비였지만, 오히려 그녀의 그런 솔직한 답변은 시하루의 정신을 오히려 뒤집어 놓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시하루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진실에 당황하다가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십 년……이라는 건 정확하게 언제부터…….”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러니까 이랑이가 이 궐 안에 들어오게 된 시점부터…….”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정확하게 언제 들어왔는데요?”

이제는 대답을 기다리는 여유조차 없다는 듯 조급하게 질문공세를 펼치고 있는 시하루의 계속되는 질문에 잠시 말없이 생각에 빠진 대비가 기억이 났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8살이 되던 해의 마지막 달이었습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8살이 되던 해의 마지막 달을 시작으로 십 년?”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는 시하루였지만 역시 그가 내린 답은 바뀌지 않고 있었다.

등장부터 기세가 등등했던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여유’ 따위는 보이지 않고 있었고 무언가에 쫓기는 촉박함까지 보이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거 올해가 아닙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정확하게는 다음 달이죠.”

그동안 여기저기서 ‘얼마 남지 않았네…….’라는 말을 들어서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던 그였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그는 아직 완벽하게 자신의 모든 감정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서화당의 유아’라는 존재의 조언에 따라 마음을 아예 닫아두지 아니하고,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인정하기로 한 그였다. 아주 작은 ‘가능성’일 뿐. 그렇게 많이 마음을 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막상 아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니 절박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확실하게 모든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떨어뜨려 놓고 싶지도 않다. 그는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잠깐. 전 그 아이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드님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좀 더 빨리 만나 이랑이 스스로 남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곳에 정을 붙인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던 대비의 머릿속에는 얼마 전에 그녀의 아들 시하루가 했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 아이를 마음에 두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모르는 채로 있기를 바라셨습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과연 저는 어쩌고 싶었던 걸까요?

당시 아들의 질문에 얼버무리듯 대답해버린 그녀였다.

사실 이랑을 왕후 자리에 아예 못 박아놓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희수궁으로 옮겨진 그 아이를 볼 때면 또 이건 아닌지 싶은 그녀였다.

차라리 만날 거면 좀 더 빨리 만나던가. 아니면 이 궐을 떠날 그 날까지 아예 만나는 일이 없던가…….

너무나도 애매한 시점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고 있던 그녀의 머릿속에 어떠한 짧은 기억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 좋아. 그럼 나랑 약속하자. 딱 십 년이야. 십 년이 지나면 이랑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보내야 할 거야. ]

가뜩이나 어두운 밤에 검은 너울을 쓴 상대편 여인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주위의 고요함 덕분에 그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주 확실하게 들렸던 것까지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대비의 상태를 눈치챈 시하루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그제야 자신이 지금 그와 대화를 하던 도중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대비가 조금은 호들갑을 떨며 정신을 차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더 이상 전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 꼬맹이가 스스로 이곳에 계속 남고 싶다고 하면 모두 해결이 되는 건가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밖에 나가야만 하는 이랑과 그렇게는 안 된다고 고집부리는 자기 아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대비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제가 설득시켜보겠습니다.”

일할 때 빼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자신감을 꾹꾹 눌러 담아 걱정 따위 없다는 듯 말하고 있는 제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대비가 결국 아무리 안 된다고 말을 해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소용없을 겁니다. 아마 스스로 나가겠다고 할 테니 말입니다.”

딱 잘라 말하는 대비의 말은 그에게 작은 희망조차 내어주지 않고 있었다.

이미 이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녀였으니 이랑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는 안타까운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니 도대체 밖에 무엇이 있다고 스스로 나가려고 한다는 겁니까?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라도 있는 겁니까? 혹 아직 어려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거라면…….”

더 이상 말을 들어봤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대비의 시선은 이미 그의 아들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가만히 찻잔을 내려다보던 대비의 시선은 곧 그들이 앉아 있던 탁자의 아래로 슬그머니 떨어졌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던 탁자의 아래에는 옻칠이 된 장신구 함이 있었는데 대비의 방 안 이곳저곳에 놓여 있는 다양한 크기의 화려한 함들에 비하면 너무 작고 투박하기만 한 모양이었다.

가만히 손을 뻗어 닫혀 있던 함을 살짝 연 그녀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작고 하얀 노리개 같은 것을 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함 속에 들어 있는 장신구의 모습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함과 마찬가지로 화려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곧 자신의 질문에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인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시하루가 기침을 하자 순식간에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부드러운 미소를 거둬들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랑이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이미 그 아이가 어렸을 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죠.”

장신구의 함을 닫은 대비가 탁자의 아래 그림자 안으로 그것을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궐 밖에는 그 아이가 돌아갈 곳 따위 없는 거 아닙니까?”

왠지 모르게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비와는 달리,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시하루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부모가 없다. 그렇다면 궁 밖에는 그 아이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뜻이건만, 어째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건지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서하연(曙荷娟)’에 대해서 모르고 계시지는 않으시겠죠?”

뜬금없이 ‘서하연(曙荷娟)’이라는 말을 꺼내는 대비에 순간적으로 당황하던 시하루가 곧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천유국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서하연(曙荷娟)’을 제가 모를 리가 있습니까. 이 천유국 최초의 여성 전문 교육기관.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잠깐, 설마 그 꼬맹이……그럴 리가요. 그곳은 입학부터가 합격하기 힘들기로 유명한데 설마 이제부터 공부해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닐 테고. 그것보다 꼬맹이 녀석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리 박식해 보이지는 않…….”

이랑의 실력으로는 그곳에 합격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을 한 시하루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완강하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그가 희수궁에 찾아가 보았던 이랑의 모습은 대부분이 먹거나 졸거나 했던 기억뿐이었으니 거기에 물론 책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지만, 겨우 그것으로 합격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서하연의 문턱이란 그 정도로 높았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럼 그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서하연 설립 역사상 최연소 6살의 나이에 합격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얼핏 그런 소문을 들었던 것도 같지만 분명 실제로 서하연에서 그런 아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순간 아까 대비의 말과 조금 전의 말을 연결 지어 생각하던 시하루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가만히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명쾌한 답을 요구하는 시하루의 혼란스럽다는 눈빛에 아주 짧은 말 한마디로 결론을 지어주는 대비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랑이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겠지만 속이 깊은 아이입니다. 절대 자신의 능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런 아이죠. 어쩌면 이미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앞을 내다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고 있는 대비였지만 그 말에 피식 웃기까지 하며 이제는 대놓고 이랑을 무시하는 시하루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럴 리가요. 아직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인 것조차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는걸요.”

아들 녀석의 하늘을 찌를 거 같은 자신감에 잠시 움찔거리던 대비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럴 리가 없을 텐데…….’라는 말을 중얼거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찌 되었든 이랑을 무시하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 아이는 특별한 아이이니 말이에요.”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어마마마야말로 아들을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표면적으로야 이랑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해도 조금 더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나는 너보다 이랑이 더 영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는 뜻이었으니 이는 분명 그에게 있어서는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뭐가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기까지 하며 나름대로 투정이 섞인 말을 내뱉고 있는 그의 태도에 놀란 것은 대비마마셨으니. 순간 차에 이상한 거라도 들어간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 아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래도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 건지 그의 눈치를 보고 있던 대비가 뜬금없는 그의 말에 주춤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표정변화 하나 없는 시하루는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 궐 안에 들어왔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던, 혼자 그 긴 시간 동안 그 작은 궁 안에서 지내려면 쓸쓸했을 테니 말입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대놓고 내놓았다가는 희안궁의 여우들과 그녀들의 아비들에게 물려 뜯길까 봐 두려웠습니다. 마음이 여린 아이니까요.”

글쎄, ‘여리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그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그가 그래도 다행이라는 미소와 함께 그녀의 생각이 이해가 간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우리는 그저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

잠시 동안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그는 지금 깊은 생각에 잠긴 게 분명했으나 그런다고 뭐가 나아질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러고 보니…….’

어디 사는 멋진 조언자가 그러지 않았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게 머리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 말에 따르면 지금 이렇게 머리를 굴러가며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과 같았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한 번쯤 고집을 부려보는 것도 괜찮겠지.’

실컷 생각하고 고민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웃기 시작한 시하루가 그제야 골치 아팠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듯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뜸을 들이다가 이만 돌아갈 생각인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머니인 대비를 향해 몸을 숙이며 자신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다시 말하지만 전 안 내보낼 겁니다.”

순간 그의 말에 당황한 건지 차를 따르던 대비의 손이 떨려 따르고 있던 뜨거운 차가 잔에 떨어지지 못하고 탁자 위에 흩뿌려졌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이런, 괜찮으십니까?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마치 자신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 싱긋 웃으며 평소에 안 하던 착한 아들 역할을 하는 시하루를 바라보는 대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하지만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약속을 한 건 어마마마시지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랑은 상관없습니다.”

막상 고민을 정리하니 의외로 간단한 문제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자신이 언제 남의 말 잘 들었다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약속 같은 것에 발목을 잡혀 고민했었다니.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나답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어.’

또다시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서서히 입을 열려는 대비가 먼저 말을 하기 전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새 문가에 서서 스스로 문을 열며 시하루가 말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동안 그 꼬맹이를 지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마마마께서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그 역할, 제가 하도록 하죠.”

대비가 붙잡을 새도 없이 그렇게 말하고는 쌩하니 나가버리는 그였다.

자존심이 강한 자기 아들이 이리 미련을 갖는 태도로 나올 것이라 예상 못 한 대비였지만, 최근에 좋은 조언자를 얻은 그는 그깟 자존심에 매달리지 않고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뒤였다.

방을 나와 긴 복도를 걷는 그의 얼굴에서는 처음에 그 방에 들어서기 전에 보였던 걱정이나 불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직 확신이 없다면 더 곁에 두고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지.’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간단하네. 이 궐 안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면 끝나는 거잖아?”

글쎄,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신만만한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이들이 더욱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 *

[ 희안궁(姬安宮) ]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월향 님. 가주(家主)님께서 오셨습니다.”

얼마 전의 일이 제 뜻대로 풀리지 않아 며칠 동안 계속 저기압이던 월향이 궁녀의 말에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이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오셨습니까. 아버님.”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

문이 닫히기 무섭게 호통부터 치고 있는 중년 남자의 눈치를 보던 월향이 일단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건네었다.

혼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던 남자가 곧 몇 번 숨을 고르더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털썩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죄송합니다. 그년들이 이 정도로 멍청할지는 몰랐습니다.”

아직 분이 덜 풀린 듯 보이는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진정하라 말하며 차를 대접하고 있는 월향이었고, 그런 자신의 딸을 바라보던 남자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물어왔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래서, 왕후에게 갔었다는 그 아이들은 전부 어찌 되었느냐.”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전부 궐 밖으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쯧쯧.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구나.”

쌤통이라는 듯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단숨에 차를 들이킨 남자에게 월향이 단도직입적으로 그를 부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아버님…….”

이미 자신을 부른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는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였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넌 이곳에 있는 다른 여식들과는 다르다고 누누이 말해왔던 걸 잊지 말거라. 우리가 아무리 이렇게 명문 소월가의 주인이라지만 주변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너도 잘 알 것이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네. 잘 알고 있습니다.”

도도하기만 하던 월향의 표정이 안 좋은 기억들이라도 떠올랐는지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앞에 앉아 있던 그녀의 아버지 역시 분하다는 듯 탁자 위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외쳤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우리는 정당하게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도둑놈처럼 바라보는 인간들의 시선을 잊었느냐? 그놈들의 앞에서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소월가의 성을 제대로 가져야 해. 왜 엄연한 후계자인 네가 ‘소월향’이 아닌 ‘진월향’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를 무시하는 그 누구보다도 더 높은 권력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왕후 자리에 앉아야 한다. 하다못해 후궁이라도!”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도와달라는 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던 그가 그러지 않아도 준비한 게 있다며 새하얀 종이로 깔끔하게 포장이 된 종이 다발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 꼬맹이 왕후가 희수궁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아마 이것만 있으면 폐위는 문제없을 게지.”

왕후를 폐위시키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내민 종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월향이 호기심이 생긴 건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나 곧 그녀의 손이 닿기도 전에 구하기 힘들었으니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듯 도로 품속에 그것을 집어넣는 남자였다.

자신에게 그 종이에 적힌 것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보이는 월향이었지만 자기 딸의 기분이 지금 어떻든 간에 본인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있던 남자가 이제는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이콘을 끌 수 있습니다. 끄기“대비께서 감추려고 했던 것이다. 조만간 궐 안이 시끄러워질 것이나 너는 그냥 잠자코 앉아 구경이나 하고 있거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