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풀어. 처음도 아니잖아.” 5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일탈이었는데. 다시 만난 도훈은 벼랑 끝에 몰린 은하의 인생에 나타난 동아줄이었다. “최도훈 씨,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도훈은 이 여자가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얼마나 나를 만만히 봤으면 이럴까. “여은하에게는 참 쉬운가 봅니다. 그짓도, 결혼도.” “도훈 씨 입맛대로 원하는 모든 걸 맞출게요.” 문득 묘한 감정이 치밀며 그녀가 궁금해졌다. “임신도 되나? 후계자 자리를 굳히려면 아이가 최고인데.” “만약 임신이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노력해야겠지. 밤이든 낮이든.” 도훈이 한층 깊어지고 섬세한 손길로 은하를 어루만졌다. 그 밤, 그녀는 간절히 매달렸다.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