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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결혼-29화 (29/72)

29화.

남자는 그제야 은하의 팔을 놓았다.

「아…… 그래요. 어쨌든 이제 숙녀분이 외롭지 않게 됐으니까, 그럼 난 빠지죠.」

그 반동으로 몸이 약간 흔들린다 싶었는데, 도훈이 팔을 뻗어 은하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은하는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남자는 마지막까지 은하에게 윙크를 하고 돌아섰다.

“얼마나 마신 거야?”

남자가 가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도훈이 은하를 부축하며 물었다.

“별로 안 마셨어요.”

은하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정말로 마티니 두 잔밖에 안 마신 건 사실이었다.

“걸을 수는 있겠어?”

“그럼요.”

은하가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몇 발자국 못 걷고 비틀거리긴 했지만.

도훈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환장하겠군.”

도훈은 할 수 없이 은하를 두 팔로 번쩍 안아올렸다.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은하가 그의 품에 안겨 당황하여 거절하려 했지만, 도훈은 단칼에 상황을 정리했다.

“이러다 어느 세월에 올라가려고. 가만히 이러고 빨리 룸으로 가는 게 날 도와주는 거야.”

도훈은 은하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서 라운지 밖으로 향했다.

***

도훈은 룸에 돌아오자마자 은하를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탔다. 아무래도 그녀가 신경이 쓰여서 중요한 만남을 뒤로하고 서둘러 돌아오던 길이었다.

오는 길에 매니저를 만나서 은하는 라운지에 있을 거라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안 그래도 혼자 룸에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고 있는 게 덜 미안했던지라,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라운지에서 웬 남자의 부축을 받고 있는 그녀를 봤을 때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일이었다. 남자가 추태를 부린 것도 아니고, 은하가 끼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넘어질 뻔한 여자를 도와주는 지나가던 남자 정도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훈은 도저히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은하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눈이 돌았다.

특히 은하의 옷차림을 보고 나니 그런 감정이 더 심해졌다.

상황이 바빠서 호텔 매니저에게 알아서 옷을 챙기라고 했더니, 하필…….

그녀의 예쁜 가슴골이 고스란히 드러난 데다 미끈한 팔과 다리마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옷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그런 옷을 입어도 섹시하다는 인상을 크게 받은 적이 없는데.

은하에게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 라운지에서 한 시간이 넘게 앉아 있었다 생각하니 아찔함에 조바심이 다 일었다.

결국 도훈은 은하가 비틀거리며 느리게 걷는 것도 못마땅해 그녀를 안아 들고 룸에 돌아온 것이다.

“저도 물 좀…….”

“그래.”

도훈의 타는 속도 모르고 은하는 아직도 술기운에 해롱거렸다.

혼자 두고 나간 자신의 잘못이기에 도훈은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녀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물을 따라서 갖다주니, 은하가 속 좋게 잘도 받아먹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목이 탔는데.”

“나랑 똑같군.”

“네?”

찬물을 마시고 한결 정신을 차린 은하가 도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하지만 도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은하도 잘못 들었나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도훈이 제법 일찍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오셨네요. 전 더 늦으실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난리가 났겠던데.”

도훈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은하를 보며 말했다.

“화났어요? 그냥 심심해서 나간 거예요. 방에만 있기 심심해서…….”

은하는 자신이 라운지에 나간 게 불만인가 싶어 변명을 덧붙였다.

“솔직히 당신이 바쁜 것도 알고, 이 여행이 신혼여행 같지 않은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저에게 관심 가져달라 바란 적도 없어요. 다만…… 당신은 바쁘더라도,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룸에만 갇혀 있으면서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어쩐지 좀 비참하니까.”

술김이어서 그랬을까.

은하가 제 생각을 술술 이야기했다.

도훈이 이걸로 자신에게 실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그럼 옷이라도 평범하게 입었어야지.”

“네?”

“내가 얼마나 아찔했는지 알아? 그 옷을 입고 거기에 앉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 이 옷…….”

솔직히 은하 기준에는 이 옷이 야하긴 했지만,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땐 크게 야한 옷도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 라운지에서 이 옷보다 더 심한 노출이 있는 옷도 많이 봤는데…….

은하는 스스로도 그런 걸 용납 못 하면서 괜히 도훈에게 불퉁거렸다.

“도훈 씨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정도는 다들 입었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수수하게 느껴질 정도로…….”

도훈이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은하를 번쩍 들어 제 다리 위에 앉혔다.

은하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앞으로는 입지 마.”

“도훈 씨…….”

“사람 미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도훈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은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술기운이 싹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정말, 미치는 줄 알았으니까.”

도훈이 나직이 읊조리며 은하의 어깨에 손을 갖다 댔다.

그것만으로도 은하는 몸을 흠칫 떨었다.

설마 질투라도 한 걸까.

아니면 제 것에 대한 집착?

뭐가 됐든 도훈을 흥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은하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훈은 한층 대담한 손길로 그녀의 어깨끈을 내렸다.

어깨끈이 내려가자 은하의 뽀얀 속살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갑작스레 맨살을 드러낸 가슴이 부끄러워 은하가 두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려고 할 때였다.

도훈이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내렸다.

“도훈 씨……. 읏.”

은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도훈의 입술이 은하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은하는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허리를 꺾었다. 다행히 도훈이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주었다.

은하의 얼굴이 화르르 불타오르고 아랫배가 잔뜩 조여들었다.

“이렇게 야한 몸, 아무 데나 보이고 다니지 말라고.”

“도훈 씨…… 잠깐만요…….”

은하는 갑자기 이러는 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바르작댔다.

하지만 도훈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은하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순식간에 여린 살 안을 파고들었다.

“하읏.”

은하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밀려드는 자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은하가 도훈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도훈 씨. 제발…….”

은하는 도훈이 주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좋으면서도 두려웠다.

자꾸만 그에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서.

그와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그를 점점 원하게 되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애원해도 소용없어. 오늘 밤 당신을 놔줄 생각이 없으니까.”

도훈은 이미 눈이 돈 상태였다.

안 그래도 한 달 동안이나 못 안아서 바짝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이었는데.

아까 은하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성의 끈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난 뒤였다.

도훈은 은하를 소파 위에 눕히고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었다.

그 와중에도 은하의 알몸에서 한 치의 시선도 떼지 않았다.

은하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마침내 알몸이 된 도훈이 은하의 몸 위로 올라탔다.

“읏.”

그저 갖다 대기만 했을 뿐인데도 아래가 촉촉이 젖었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몸이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도훈의 입술이 은하의 입술 위로 자연스레 포개지고, 그의 몸은 어느새 은하의 가느다랗고 새하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입술과 몸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며 절로 야한 소리를 내뱉었다.

키스는 키스대로 은하의 세포를 일깨웠고, 다리 사이에서 오는 쾌락은 그 어느 때보다 황홀했다.

그렇게 뜨거운 라스베이거스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다음 날 은하가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이었다.

“미쳤어. 도대체 몇 시간을 잔 거야…….”

은하는 이렇게 오래 자버린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어제 좀 무리한다 싶긴 했는데…….

근 한 달 만에 몸을 섞은 데다, 도훈이 잔뜩 흥분하는 바람에 쉽게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은하 역시 멈출 수가 없었다.

도훈이 조금만 만져줘도 온몸에 열이 오르고 흥분이 배가 되곤 했다.

그가 주는 희열과 쾌감이 너무 좋아서 은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서 더 그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도훈도 자제하지 않고 정력을 폭발시키고 말았다.

밤새 서로를 탐하다, 새벽에는 씻으러 들어가서까지 격렬한 행위가 이어졌다.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위는 아침에 도훈이 일정 때문에 나가야 해서 겨우 사그라들 수 있었다.

그가 떠난 후 혼자 잠들었는데, 피곤했던지 반나절이 그냥 가버리고 말았다.

“하긴, 도훈 씨도 없으니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겠지.”

여행을 와서 오후까지 늦잠을 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여겼는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혼자였다.

그리고 계속 혼자 있어야 하는 이 상황을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뭐하니까.

오늘도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우울하긴 하지만, 당장은 여유로우니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침대에서 조금 더 뒹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배도 고프고, 하릴없이 누워 있는 시간이 아까워진 은하는 천천히 일어나서 씻었다.

“늦었지만…… 점심이나 시켜 먹을까.”

은하가 그런 마음으로 침실문을 열고 나오는데, 아침에 나간 줄 알았던 도훈이 거실 소파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겁도 없이 결혼]

출판등록|2021년 5월 27일 (제2021-000014호)

주소|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역로3길 40-36 B동 710호 (신내동)

전화|02)906-7768 / 팩스|02)906-7769

값 100원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와이엠북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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