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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결혼-21화 (21/72)

21화.

“도훈 씨…….”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은하가 얼른 이불을 다시 올리려는 사이, 도훈의 손이 먼저 뻗어나와 은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읏.”

은하의 입에서 달뜬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도훈은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도 다 쥐지 못할 만큼 풍만한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냥 놔둬. 너무 예쁘니까.”

농염한 키스를 끝내고, 도훈의 입술이 가슴으로 내려앉은 건 그 순간이었다.

“하읏.”

은하의 허리가 절로 휘었다. 처음도 아니건만 그의 뜨거운 혀가 제 가슴을 유린할 때마다 은하는 온몸에 피어나는 생경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아랫배에 열기가 고이는가 싶더니 이내 축축해졌다.

당장이라도 그를 받아들이고 싶어 은하가 더 안달이었다.

도훈도 그녀의 달뜬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대로 은하를 눕히고는 제 옷을 빠르게 벗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죽지 않은 그의 중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각오해야 할 거야. 어젯밤에 날 괴롭힌 만큼 갚아줄 거니까.”

갚아준다는 말에 잔뜩 긴장한 은하는 도훈의 행동에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도훈이 은하의 다리를 벌리더니 그 안으로 제 얼굴을 밀어 넣은 것이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생각도 잠시,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와 은하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도훈 씨……. 제발…….”

은하가 몸을 비틀며 애원해도 소용없었다.

츄릅, 춥.

도훈의 입에서 야살스런 소리가 새어나올수록 은하의 정신은 점점 더 아득해져 갔다.

이제 한계라는 생각이 들 때쯤, 도훈이 드디어 몸을 포개왔다.

“윽.”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그의 몸을 받아들일 때마다 은하의 입에서는 절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잔뜩 부푼 그의 몸이 은하에게는 매번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너무 황홀해서 은하는 도훈에게 한껏 더 매달렸다.

***

드르륵, 드르륵.

진동으로 해놓은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서 울렸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도훈이 은하 위로 완전히 몸을 포갰다.

벌써 두 번째 절정이었다.

그런데도 도훈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땀에 젖은 섹시한 몰골로 사람의 마음을 더 흔들어놓았다.

은하는 벌써 기진맥진이었지만, 그런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또다시 흥분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역시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두 번이나 절정에 올랐음에도, 존재감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마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분명 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을 그였다.

“도훈 씨…… 전화가…….”

“그래, 타이밍 죽이네.”

도훈이 그제야 은하의 몸에서 떨어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오래 참아서였을까, 안아도 안아도 자꾸만 갈증이 났다.

심지어 방금까지 은하를 안은 기억도 꿈인 듯 몽롱했다.

너무 흥분했고,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더 안을 수 없었다.

이성이 돌아오고 나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정해진 일정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박 실장일 거야. 연락이 안 되니 걱정된 거겠지. 하필 상견례 날이라서.”

“네…….”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설명을 보탰다.

그런데 은하는 그의 설명보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알몸이 더 와닿았다.

도훈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방 안을 가로지르며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런웨이가 따로 없었다.

탄탄한 복근과 바짝 올라가 있는 엉덩이, 그리고 방금 힘을 뺀 사람 같지 않게 또다시 존재감을 뽐내는 중심까지.

앞태도 뒤태도 이렇게 섹시한 남자는 처음이었다.

은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그의 완벽한 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사이 진동음이 끊기자, 도훈은 휴대전화를 집어 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박 실장님.”

“…….”

“네. 제가 지금 내려가죠.”

전화를 끊자마자 도훈은 다시 은하에게 돌아왔다.

은하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먼저 나가봐야 해.”

“네.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어제 일찍 잔 여파로 오늘은 새벽같이 일어난 게 신의 한수였다. 상견례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옷은 내가 준비하지.”

“네?”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것 같으니까.”

도훈이 은하가 이불로 가리고 있는 가슴과 목덜미를 보며 말했다. 은하는 그제야 제 몸이 또다시 빨갛게 뒤덮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 실장 편으로 연락할 테니까, 씻고 아침 먹고 기다리고 있어.”

“네…….”

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신을 챙겨주는 게 싫지 않았다.

심지어 그 말투가 참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낀다면, 착각일까.

도훈은 그제야 욕실로 샤워를 하러 갔고, 은하는 침대에 혼자 남겨진 채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먹었다.

***

도훈이 나가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차임벨이 울렸다.

은하도 샤워를 마치고 기다리던 중이라 영철인지 확인하고 바로 문을 열었다.

영철은 도훈이 보냈다는 커다란 박스 여러 개와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다.

은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이렇게 많이 보냈나 싶었다.

영철은 테이블 위에 짐을 올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옷 갈아입고 연락주시면, 메이크업과 헤어 전문가를 올려보내겠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되는데요.”

“직접 준비하기 번거로우실 것 같다고 본부장님이 지시하셔서요.”

영철이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은하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영철은 도훈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일 테니, 그에게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바쁜 도훈에게 전화해서 굳이 필요 없다고 거절할 일도 아니었고.

영철이 나가고 난 뒤, 은하는 얼른 쇼핑백부터 열어 보았다.

쇼핑백에는 속옷이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있어 은하의 얼굴이 홧홧하게 붉어졌다.

얼른 속옷부터 챙겨 입고, 박스를 더 열어 본 은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와, 진짜 너무 예쁘다.”

목깃이 올라오는 크림색 롱 원피스가 너무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옷이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가 있다니. 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다른 박스에는 그 옷에 매치되는 베이지 재킷과 구두, 그리고 레드 컬러의 가방이 들어 있었다.

은하는 몇 번씩이나 감탄사를 쏟아내다가 겨우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철과 전화 통화를 끝낸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차임벨이 한 번 더 울렸다.

바로 아래에서 대기 중이었던 모양이다.

“워낙 예쁘시니까 조금만 색조를 얹어도 얼굴이 확 살 거예요. 꾸민 티 나게 조금만 만져드릴게요. 이리로 와서 앉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은하가 의자에 앉자 전문가의 손길이 바빠졌다.

익숙한 손길로 금세 기초를 바르고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렸다. 그러고는 눈두덩이와 볼에 색조를 얹고, 콧날과 턱선에는 더 오뚝하고 갸름해 보이도록 쉐이딩도 넣었다.

“어때요?”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전문가가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은하 앞에 원형 손거울을 가져다주었다.

“이게…… 저라고요?”

은하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낯설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큰 행사를 앞두고 전문가에게 메이크업을 받는구나 싶었다.

“본바탕이 워낙 예뻐서 잠깐만 손봤는데 이 정도예요. 이제 헤어스타일 만져드릴게요.”

시간이 없어서 헤어스타일까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전문가는 손이 엄청 빨랐다. 마법처럼 머리를 만지니 긴 생머리가 웨이브 컬이 들어간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다시 태어났다.

“와…….”

“어때요? 예쁘죠?”

“네. 제가 아닌 것 같아요.”

“본부장님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아…….”

은하는 도훈의 이야기에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로 도훈도 예쁘다고 생각할까.

그때 은하의 휴대폰에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하니 도훈이었다.

은하의 심장이 또 한번 쿵 하고 떨어졌다. 전화하는 타이밍이 아주 끝내줬다.

은하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끝났으면 내려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니 메이크업 전문가도 뒷정리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본부장님이 오셨다네요.”

“같이 내려가요. 저는 박 실장님께서 다시 데려다주신다고 하셨거든요.”

“네.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오랜만에 이렇게 예쁜 분을 메이크업하게 돼서 영광이었어요.”

전문가의 칭찬에 은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렸을 때야 곧잘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커서는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이런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칭찬이라니.

“감사합니다.”

“얼른 나가요.”

“네.”

전문가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앞장서서 걸었다. 은하도 가방을 챙겨 그녀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곧장 룸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주변 사람들이 힐끗힐끗 은하를 쳐다보았다.

“제 말이 맞죠? 사람들이 너무 예뻐서 쳐다보잖아요.”

“네? 아…….”

은하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은하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도훈에게만 잘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쨌든 도훈이 챙겨준 것들이니까 그가 후회하지 않도록.

[겁도 없이 결혼]

출판등록|2021년 5월 27일 (제2021-000014호)

주소|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역로3길 40-36 B동 710호 (신내동)

전화|02)906-7768 / 팩스|02)906-7769

값 100원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와이엠북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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