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을 든 기사는 오늘도 웃는다
3
진주하 장편소설
목차
11. 아스텔 (2)
12. 정예 기사 레오나
13. 리치 오스먼드
14. 아발로인 후작가의 영애
15. 마탑의 그림자 (1)
11. 아스텔 (2)
주점을 통째로 전세를 낸 레오나는 동료들과 함께 마시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모여 마시는 술은 꿀맛이었다.
“레오나, 너 술 좀 는 것 같다? 저번보다 잘 마시는데?”
제임스가 술잔을 내밀며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레오나도 그의 장단에 맞춰 너스레를 떨었다.
“자주 마시다 보니 늘더라.”
“뭐야, 너 우리 몰래 술 마시러 다녔냐, 이런 배신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임스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레오나는 농담임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엔 나도 좀 끼워줘.”
술에 취한 유릭이 은근슬쩍 레오나에게 기대자, 시엘이 재빨리 유릭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었다.
깜짝 놀란 유릭이 시엘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시엘은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레오나가 술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자, 시엘이 그 술잔을 빼앗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
“뭐 하는 짓이야, 왜 남의 술을 네가 마셔?”
“그만 마시십시오. 많이 취했습니다.”
“안 취했거든?”
그렇게 말한 레오나가 시엘의 술잔을 빼앗아 마셨다.
“이걸로 비긴 거다?”
비실비실 웃으며 말하는 레오나를 바라보며, 시엘은 위험을 감지했다.
시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제임스, 유릭, 말론, 라파엘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면서 그는 레오나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왜? 난 더 마시고 싶은데?”
레오나가 그렇게 나오자, 제임스도 거들었다.
“에이, 이렇게 모인 것도 오랜만에 실컷 마셔야죠. 안 그래, 얘들아?”
제임스가 동기들을 바라보자.
“물론이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실 거야.”
“나도.”
말론이 한마디 했고, 유릭이 거들었다. 라파엘은 조용히 술잔을 들어 올렸다.
시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그도 에라 모르겠다는 듯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물론, 레오나가 마실 술의 절반을 그가 다 마셨다.
이날 동기들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뻗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시엘이 술에 취해 완전히 실신한 이들을 챙겼다.
시엘은 마차를 불러 제임스와 유릭, 말론, 라파엘을 한데 구겨 넣고 목적지를 그들의 본가로 향하게 하였다.
기사단 숙소로 가는 것보다 본가로 가는 게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엘은 레오나와 함께 단둘이 마차를 타고 그녀의 저택으로 향했다.
흑기사단의 단원이 되면서 시엘은 레오나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그녀가 남작이고 노블레스 타운에 저택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조사해 둔 보람이 있네.’
시엘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레오나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잠든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는데 눈을 뜨면 쌀쌀맞기 그지없다.
그것도 그녀의 매력이기에 시엘은 싫지 않았다.
마차가 그녀의 저택에 도착하자, 시엘은 레오나를 안아 든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마중 나온 집사 휴버트가 눈이 동그래져서 바라보았다.
“아니, 이게.”
“설명은 나중에 하고, 자네 주인이 많이 취했네. 침실로 안내 부탁하지.”
“아, 예. 이리로 오십시오.”
휴버트는 서둘러 레오나의 침실로 그를 안내했다.
시엘은 레오나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곤히 잠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광경을 목격한휴버트는 깜짝 놀랐다.
시엘이 그런 휴버트를 바라보았다.
“혹시 빈방 있나?”
“이, 있습니다만.”
“하룻밤 신세 좀 부탁해도 될까?”
레오나의 시엘을 번갈아 쳐다본 휴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시엘을 게스트 룸으로 안내한 휴버트는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리고 레오나와 시엘이 무슨 사이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레오나를 바라보는 시엘의 눈빛이 너무 따듯했다. 그리고 침실에서 레오나의 이마에 입까지 맞췄다.
휴버트는 시엘이 레오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라고 짐작했다.
‘하긴, 그럴 나이가 되기도 하셨지.’
레오나는 결혼 적령기였다.
연애나 결혼을 해도 되는 나이이다. 그저 그가 좋은 배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 *
아침이 밝았다.
눈 부신 햇살에 인상을 찡그린 레오나가 뒤척거리며 눈을 떴다.
“아우, 속이야.”
쓰라린 배를 어루만지며 상체를 일으키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여긴, 우리 집?”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까진 기억이 나지만, 집에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어났습니까?”
깜짝 놀란 레오나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시엘이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속 아프다고 투덜거릴 때부터?”
“네가 왜 여기 있어?”
“잊었습니까?”
“뭘?”
시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당신을 여기까지 업고 왔습니다.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습니까.”
그 말에 레오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날 업고 왔다고?”
“정확히 말하면 제가 이 두 팔로 안고 왔죠.”
“뭐?”
황당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여기, 꿀물입니다. 드십시오, 속이 편해질 겁니다.”
미리 집사를 시켜 준비해 놓은 꿀물을 시엘이 내밀었다.
레오나는 컵을 바라보다가,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신성 마법을 시전했다.
“정화.”
순식간에 술기운이 날아가며 몸이 편안해졌다.
그 광경을 본 시엘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건 제가 마셔야겠네요.”
손에 든 꿀물을 벌컥벌컥 마신 시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침 먹으러 가죠. 설마, 밥도 안 주실 건 아니죠?”
미간을 찡그린 레오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는 설렁줄을 당겼다.
그러자 곧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렸다.
휴버트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휴버트, 오늘 아침 식사는 이분과 함께 먹을 테니 준비해줘.”
“예, 알겠습니다.”
집사를 내보낸 레오나가 시엘을 보았다.
“난 씻고 갈 테니까, 넌 먼저 가 있든가 산책을 하든가 해.”
“알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죠.”
시엘을 내보낸 레오나는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식당으로 향했다.
* * *
레오나는 제집처럼 구는 시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인들에게도 친절하게 굴고, 자신에게도 친절하다.
“이거 맛있군요. 레오나도 드셔보십시오.”
“난 내가 알아서 먹을게.”
빙그레 웃은 시엘이 송아지 고기를 썰어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
“요리가 훌륭합니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
레오나는 자신 앞에 놓인 송아지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오늘은 요리에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주재료가 고급임은 물론 물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모두 최상품이었다.
그중에 딸기 주스는 정말 달콤했다.
“단것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예전엔 싫어하셨는데.”
“식성은 변하는 법이니까.”
율리아나는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먹을 일도 없을뿐더러, 늘 전투 식량으로 배를 채웠으니까.
그러나 레오나는 다르다.
예전처럼 치열하게 싸울 일도 없고, 평화롭다.
그리고 단 것의 신세계를 맛본 뒤로는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꿀을 넣어 갈아 만든 주스를 무척 좋아했다.
레오나는 딸기 주스를 쭉 들이켰다. 그러자 후식으로 망고 푸딩이 나왔다.
칼리반 백작가에서는 음식으로 사람을 차별했다.
그중 망고 푸딩을 못 먹는 차별이 가장 서러웠다.
그래서 레오나는 항상 후식으로 망고 푸딩을 먹었다.
비싸고 좋은 것을 마음껏 먹기로 했으니까.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노란 망고 푸딩을 스푼으로 떠서 입에 넣은 레오나는 행복하게 웃었다. 그런 레오나를 바라보며 시엘도 묘한 미소를 짓다가, 레오나를 따라 망고 푸딩을 먹었다.
맛은 좋았다.
레오나가 먹는 모습만 봐도 맛이 있었으니까.
시엘은 레오나가 행복하게 웃는 지금이 예전보다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도 평화가 필요했을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레오나와 시엘은 운동 겸 정원을 산책했다.
시엘은 산책 후에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레오나는 오늘 휴가를 낸 상태여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여긴 정말 아늑한 곳이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곳은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곳이었다. 그녀가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며, 휴식처였다.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오롯이 자신만의 영역.
“레오나, 행복해 보입니다.”
“난 지금 내 삶이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해.”
“그래 보입니다.”
“너도 얼른 네 행복을 찾아.”
“제 행복은 당신의 곁에 있는 겁니다.”
레오나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게 인상 쓰면 이마에 주름 생깁니다.”
“네가 생기게 하잖아. 말했지. 나는 네 마음에 보답해 줄 수 없다고.”
“괜찮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만족하니까요.”
하여간,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이제 그만 가. 나도 좀 오랜만에 쉬게.”
“이런, 벌써 입구까지 와버렸군요. 일부러 여기로 온 겁니까?”
“정답.”
레오나가 검지로 문을 가리켰다.
“잘 가.”
시엘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너무 야박하군요.”
레오나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시엘을 보았다.
“재워줬고, 아침까지 줬는데 더 뭘 바라?”
“예, 예. 더 바라면 제가 파렴치한이 되겠군요.”
“그렇게까지 비관적일 필요는 없잖아?”
“당신이 야속하니까요.”
레오나가 빙그레 웃었다.
“원래 인생이란 게 그런 법이야.”
그 말에 시엘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가겠습니다. 푹 쉬십시오.”
“내가 알아서 해. 얼른 가.”
어깨를 으쓱거린 시엘은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본 레오나는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휴버트와 하녀장 엠마가 다가왔다.
“아가씨, 누굽니까?”
“남자 친구예요?”
휴버트는 심각한 얼굴로, 엠마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로 물었다.
“별 사이 아니야, 그냥 친구야.”
“정말 친구분이신 겁니까? 제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버트가 진지하게 말하자, 레오나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
“설마, 시엘과 나 사이를 그렇고 그런 관계로 생각한 거야?”
“커험…….”
휴버트가 헛기침하자, 엠마가 웃었다.
“왜요, 주인님과 아주 잘 어울리시던데. 진짜로 마음 없으세요?”
레오나는 엠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없어. 절대 없어.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아, 아쉬워라.”
“그렇게 아쉬우면 엠마가 네가 꼬셔보든가.”
그 말에 엠마가 화들짝 놀랐다.
“농담이 심하세요.”
레오나가 피식 웃었다.
“나도 농담이야, 우리 엠마를 그딴 놈에게 줄 수는 없지. 우리 엠마는 소중하니까.”
엠마가 감격스러운 얼굴로 레오나를 끌어안았다.
“저도 주인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요.”
레오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때 휴버트가 한 손 거들었다.
“저도 주인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이지.”
레오나는 엠마에 이어 휴버트도 안아주었다.
“우리 평생 이렇게 같이 살자.”
“예, 주인님.”
레오나는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소중했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주고 싶었다.
* * *
레오나와 헤어진 시엘은 시내로 나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한 담벼락에 새겨진 검은색 새 문양에 손바닥을 대고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담벼락에 새겨져 있던 검은 새가 형상을 이뤄 시엘 주위를 선회하더니 새하얀 문으로 변했다.
시엘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공간을 넘어 시엘이 도착한 곳은 넓은 지하 공동이었다.
정중앙에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고,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찬란한 금발에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잘생긴 남자였다.
시엘은 빙그레 웃으며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너하고 지하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잘 어울리기도 하네.”
“칭찬으로 듣지.”
“플랑드르라 했던가? 나 몰래 이런 것도 만들고 대단하네.”
아스텔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즐거웠나?”
시엘이 놀란 척 연기를 했다.
“뭐야, 어떻게 알았어?”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정보가 많이 들어와. 그중 네 정보도 있었을 뿐이지. 네가 어젯밤 레오나가 동료들과 술 마시는 자리에 합석했다는 사실 말이지.”
“하, 대단하네. 네가 이러고 있는 거 그녀도 알아야 할 텐데.”
아스텔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엘을 바라보았다.
“행여나 쓸데없는 말할 생각은 하지도 마.”
“아이고, 무서워라.”
“날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
“야박하긴.”
“그녀만 하려고.”
정곡을 찔리자, 시엘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용건.”
“알았어. 말할게.”
잠시 뜸을 들인 시엘이 입을 열었다.
“누군가 마왕 벨지안의 파편을 찾고 있어. 하나는 찾아서 봉인시켰지만, 또 다른 파편이 나왔다는 정보야.”
“흑마법사 짓인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마왕 벨지안을 부활시켜 가장 이득을 볼 자들이 흑마법사 놈들이니까. 하여간 끈질긴 놈들이야.”
“그래서?”
“검은 뱀의 눈동자라고, 이올레타 공국에 있다는 정보야.”
“이올레타 공국이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거기 있을 것 같다는 추측뿐이지.”
“직접 가봐야 한다는 것이군.”
시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래도? 나한테 부탁할 생각하지 마.”
시엘이 단호하게 말하자, 아스텔이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적당한 사람이 있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련하시겠어.”
그렇게 말한 시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일이 끝났으니, 난 이만 갈게.”
“또 보지.”
시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아스텔과는 성향 자체가 달라 잘 맞는 부분이 없었다.
아스텔은 사라지는 시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엘이 곁에 있으니, 레오나는 안전할 것이다. 당장에라도 그녀와 만나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단순한 재회를 바라지 않았다. 그녀와 감격스러운 재회를 하고 싶었다.
마음은 당장에라도 달려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왜 그러고 싶지 않을까.
그녀를 향한 마음은 시엘 못지않은데.
‘아직은 아니야.’
참아야 할 때였다.
‘보고 싶습니다.’
그녀를 떠올린 아스텔은 아련한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