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에필로그
엘가 여왕의 대관식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엄마.”
리비는 엘가의 곁에서 직접 그녀의 치장을 도와주었다. 대관식을 준비하는 일주일 내내, 두 사람은 함께였다. 어젯밤에는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워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맙구나.”
엘가는 리비가 내민 여왕의 홀을 쥐고서 방긋 웃었다.
“폐하, 니콜라스 경이 왔습니다.”
시종의 전언에 리비와 엘가는 눈을 마주쳤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니콜라스가 눈물 맺힌 눈으로 엘가를 보았다.
“여왕 폐하를 뵙습니다.”
니콜라스는 엘가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함께 데려온 쌍둥이들은 뭣도 모른 체 아비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요, 니콜라스.”
엘가의 부드러운 부름에 니콜라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
대관식은 세셔 왕국의 고위 귀족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주인을 찾은 왕관은 엘가의 밝은 금발 위에서 더욱 빛났다. 여왕의 예복을 갖춰 입은 엘가는 날 때부터 여왕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어두운 탑에 갇혀 있던 시절은 아무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
대관식이 무사히 끝나고 나자, 리비는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너무 오랫동안 비워 둔 에드라크성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보리스와 함께 돌아갈 거예요.”
엘가는 리비를 보며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차마 붙잡지 못했다. 리비에게는 남편과 함께 꾸린 둥지가 있고, 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래야지.”
엘가는 팔을 벌렸고, 리비는 스스럼없이 엄마의 품에 안겼다.
“놀러 올게요.”
리비가 말하자 엘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자 리비도 와락 울음이 쏟아졌다.
이내 에드라크로 향하는 기나긴 행렬이 꾸려졌다. 여왕의 사위이자, 새로운 여왕을 지지하는 강력한 세력의 우두머리가 된 에드라크 공작 부부의 귀환은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날아서 가면 더 빠를 텐데.”
보리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꿈도 꾸지 마.”
리비는 기함하며 그의 말을 막았다. 하지만 이내 슬며시 배어 나오는 웃음까지 막기는 어려웠다.
“그러게.”
에드라크까지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좀 더 쉽게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둘로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여정도 어느덧 끝나 갈 즈음이었다. 에드라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안 리비가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나도 말에 태워 줘.”
리비의 말에 보리스는 잠시 갈등하는가 싶더니 이내 손을 내밀어 왔다.
“네 품이라면 안전하니까.”
그의 앞에 자리를 잡은 리비의 허리를 보리스가 한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
“돌아갈 땐 셋이 되었네.”
리비가 어느덧 드리워진 석양을 벅찬 가슴으로 지켜보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드디어 돌아왔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흰 장미의 성을 보며 리비가 속삭였다.
“우리의 둥지로.”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