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화
아침은 역시 새소리지…….
사샤는 눈을 뜨기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청각부터 깨어난 사샤는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몸을 살짝 움직여 보았다. 등과 엉덩이로 스치는 이불의 포근함과 그 외의 온몸에 닿아 오는 매끈하고 단단하고, 또 따뜻한…… 감각이 있었다.
사샤는 눈도 뜨지 않은 채로 그 감각을 하나하나 느끼며 손을 움직였다. 여전히 그 단단하고 따뜻한 것을 감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단단한 그 감각이 사샤의 피부에 밀착되어 왔다.
“으응…… 좋아아…….”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사샤는 그것에 더욱 파고들었다.
“아침부터 또 사람 힘들게 하는군.”
그것은 나직하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리자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쫙 풀려 버리는 것 같았다.
“힘들게 해요. 나도 좋아요.”
단둘만 있으면 사샤는 카일러만큼이나 대담해졌다. 온전한 내 남자가 되었으니 더는 눈치 볼 것도 없고, 그가 좋아해 주는 만큼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랑을 진하게 나누는 것 말이다.
사샤의 말에 카일러가 낮게 웃음을 지었다. 뜨겁게 몸을 나누고 끌어안고 잠들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겨 오는 나체에 동해 버리는 몸도 문제지만, 그걸 조금도 꺼리지 않고 원하는 사샤는 더 문제였다.
“이러다가 하루 종일 못 나갈지도 모르는데.”
“헤헤…… 그거 나한테 협박 아닌 것도 알죠?”
사샤는 오히려 더 카일러의 허리를 꽉 둘러 안으며 안겨 있던 품에 입술을 내밀었다. 그의 피부는 어쩜 이렇게 좋을까 신기할 만큼 감촉이 좋았다.
그래서 사샤는 그와 이렇게 끌어안고 잠드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카일러는 결국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입술을 감쳐물었다.
아침부터 침대 속에서는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촉촉하게 물고 빠는 소리들이 이어졌다.
“하아, 1년이 지나도 사샤는 어떻게 이렇게 달콤한 거지.”
살짝 입술을 뗀 카일러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가 나직하게 속삭이는 말은 목소리부터 내용까지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카일러도 마찬가지면서…… 어떻게 1년 동안 질리지도 않고 안아 줄 수 있어요?”
사샤는 까르르 웃으면서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벌써 이 사람과 함께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별거 아닌 일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때를 지나 하루하루가 이렇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1년이었다.
사샤의 환한 미소를 바라보던 그는 등을 쓸어안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은 엉덩이, 한 손은 맞붙은 그들의 몸 사이로 들어와 탱글탱글한 살을 어루만졌다.
“으음……, 욕심쟁이…….”
“사샤 하나를 다 가지기엔 내가 부족한가.”
그의 손은 약간 힘 있게 움직였다. 아침부터 알콩달콩한 것도 모자라 진한 분위기를 풍기며 두 사람은 서로의 감각에 취해 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반대예요. 당신은 내가 갖기에 너무 대단한 남자인데.”
그의 손길이 더욱 야릇해질수록 사샤의 입술에서도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미소 짓는 입술이 흘리는 작은 신음에도 카일러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음…… 널 만나고 나는 자제력이란 걸 잃어버렸어. 안 그래도 부족한 게 많았는데 말이야.”
그녀의 여린 허벅지 안쪽으로 단단한 것이 비집고 들어온 순간 아래가 깊게 맞물리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었다.
전혀 거부감이 없이 수욱 밀려들어 오는 것에 사샤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아……. 나 만나고…… 심장 설레게 하는 말은 는 거 같, 아요…… 아아.”
그의 움직임은 곧 그녀의 움직임이 되었다. 카일러가 깊게 움직이면 사샤는 움찔거리며 낮게 신음을 울렸다.
거칠지 않아도 좋았고, 미친 듯이 탐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부드러운 움직임을 이어 가는 것, 그리고 입술을 나누고 그 입술로 미소를 나누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움직임을 느끼는 표정을 확인하는 그 순간이 황홀했다.
“1년 동안 어떻게 매번 안아 주느냐고 했던가…….”
그는 꾸준히 쉬지도 않고 움직였다. 깊었다 얕았다 자유자재로 자극하는 그의 움직임에 사샤는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어떻게 1년 만에 질리지. 난 평생…… 이렇게 사샤만 안을 테니, 그대야말로…… 내게 질리면 안 된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그를 느끼며 사샤는 신음을 높였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아래에서도 뭔가가 터질 듯이 격렬히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절정까지 맞고서야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평온한 포옹으로 돌아왔다.
“몸 아프지는 않은가.”
분명 어젯밤에도 얌전히 잠들지는 않았다 특히나 밤에는 카일러가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잠들기 전 욕조에 잠시라도 몸을 담그고 자는 일이 많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러더니 사샤가 꿈틀꿈틀 움직여 마주 보고 있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카일러는 끝내 큭큭거리며 웃고 말았다. 다른 여인들이 다 이런지 모르겠지만……. 아니, 궁금하지도 않지만 그녀의 이런 당돌한 면까지 모두 사랑스러웠다.
가끔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도 잠재워 주며 좋아해 주는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밤마다 아침마다 샘솟는 느낌이었다.
“일어나자. 목욕부터 할 건가?”
“혼자 할 수 있어요. 같이 들어가면 안 되겠어요, 오늘은.”
사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도 살짝 홍조 띤 얼굴로 주섬주섬 침대 옆의 가운을 집어다가 온몸을 감싼 채로 침대에서 도도도 멀어졌다.
마물을 그들의 세계로 돌려보내고 사샤 이그노트를 괴롭힐 존재들은 없애 버린 채 유유히 두 사람의 사이를 지켜 온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공식적으로는 이미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 한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카일러가 넌지시 던지고, 사샤가 일을 키운…… 그 일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였다.
*
“안녕, 코니. 어젯밤엔 잘 잤어?”
아침밥을 먹으러 들어온 사샤는 제일 먼저 보이는 코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식탁을 세팅 중이던 코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사뿐히 인사를 올렸다.
“사샤 님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도 피부에서 광채가 나시는걸요?”
어린 데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막내미를 뽐내고 다니던 여자아이는 1년 사이 야무지게 변했다.
이제는 몇 년 더 일한 하녀 선배들 사이에서도 일을 꼼꼼하게 잘하기로 유명할 정도였다.
“로제는?”
“하녀장님은 어제 사샤 님께서 시키신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아직도 그 일을 붙잡고 계세요.”
사샤는 코니의 말을 듣고는 눈썹을 팔자로 내렸다. 일찍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같이 할 걸 그랬네.”
“아니에요, 사샤 님.”
사샤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세팅을 마친 코니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음? 하고 사샤가 그녀를 돌아보자 코니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하녀장님이 일이 어려워서 오래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시는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뭘 준비하시는지 아니까 최대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준비하고 보여 드릴 거라고 하셨어요.”
코니는 뭔가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에 하녀장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일러도 보고는 있었지만 공작저 안살림의 많은 부분을 로제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와 가까워지고 안살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꽤 되었지만 아직도 규모가 커지면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신경 써 주는 부분마저…… 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니까. 정말, 얼른 제대로 내 한몫을 해내야 하는데.”
사샤의 미소 끝이 씁쓸했다. 자못 비장하게 로제의 말을 전해 주던 코니의 얼굴이 살짝 울상이 되었다.
“식사 후에는 궁에 다녀오겠다. 연회 소식을 전하고 오지.”
때마침 카일러도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자기 자리로 향하며 사샤에게 말했다.
“좋아요. 폐하도 참석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다. 누가 하는 건데.”
자기 자리로 가는 길에 그녀의 머리에 입술을 맞춰 주는 그를 보고는, 사샤의 말에 속상해하던 코니가 얼굴을 붉혔다.
“아, 그, 저…… 식사 맛있게 하세요.”
코니는 얼른 도망치듯 식당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샤는 쩝, 입맛을 다셨다.
곧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사샤는 간혹 굳어지는 얼굴을 숨길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니, 그게……. 제가 안살림을 배우면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서요. 이제 벌써 1년인데…….”
진짜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게 잘 안 따라 주는 것 같았다.
사샤가 살짝 시무룩해져선 멍한 눈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와구와구 먹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카일러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내가 너무 오래 로제에게만 의존하고 있었군. 공작가의 안살림이라는 건 원래부터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규모가 작다고는 하나 저쪽의 영지까지 관리하고 있으니까. 로제도 추가 업무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카일러가 꺼내는 말에 사샤가 슬쩍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인가 싶어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진짜 다른 데서도 부인 혼자 다 하는 게 아니에요?”
카일러는 반신반의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책임지는 무엇을 갖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가치 있게 해 준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냥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사람인데 말이다.
카일러가 씨익 웃으며 다시 고개를 끄덕여 주니 그제야 사샤의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