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이별은 예기치 않게
“재미있어요?”
“응…….”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주인님이 짧게 대답했다.
그런 주인님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아본다.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조용한 저녁.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는 방 안의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주인님의 옆에서 눈을 감고 나른함을 만끽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책장이 넘어가는 사락사락 소리가 좋고, 주인님의 조용한 숨소리가 좋다.
나른하게 눈을 감고 있을 때 탁, 하고 책을 덮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고개를 들자 주인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늘고 긴 주인님의 속눈썹 아래 다정한 눈이 마주쳤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바깥의 날씨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리려는 듯 차갑지만, 주인님과 함께 있는 이 집 안은 너무나 따뜻할 뿐이다.
주인님이 내 손바닥을 만져온다.
손바닥의 말랑거리는 젤리 부분을 주인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말랑말랑해서 기분이 좋아.”
주인님이 내 손바닥을 문지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요의 몸에는 말랑말랑한 것들이 많아서 좋아.”
“어디가 또 말랑거려요?”
손바닥 말고 또 말랑거리는 부분이 있을까?
“젖가슴도 말랑거리고…….”
주인님이 내 젖가슴을 살며시 쥐었다.
온도를 높여 놓은 집 안에서는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이전처럼 주인님의 헐렁한 셔츠를 입는 일은 하지 않는다.
꼬리를 마음껏 드러내고 알몸으로 다녀도 전혀 부끄럽지가 않다.
오히려 주인님이 내 몸을 봐주는 것이 기분 좋을 뿐이다.
“또 여기도 말랑거려.”
다리 사이로 손을 내린 주인님이 다물어진 도톰한 살집을 만진다.
다물어진 꽃잎이 주인님의 손가락에 의해 살짝 벌어졌다.
“으응…….”
주인님의 손길이 닿자 매끈거리는 그곳이 움찔거린다.
매일 아침 깨끗하게 면도를 해서 내 그곳은 언제나 매끈거린다.
“주인님…….”
내 눈에 담기는 주인님의 눈동자가 상냥하다.
“왜?”
내 몸을 만지는 주인님의 손은 언제나 따뜻하다.
이 따뜻함이 좋아서 언제나 주인님의 곁을 맴돌고 만다.
“왜 그래?”
주인님이 뒷말을 재촉한다.
“주인님은 따뜻해서 좋아요……. 언제나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어서…….”
그 말에 주인님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너도 따뜻해. 네 살결이 너무 따뜻해서 떨어지기 싫을 정도인걸.”
살며시 벌어진 주인님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주인님의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았다 떨어진다.
그리고 손가락이 떨어진 자리에 주인님의 입술이 살포시 얹어졌다.
내 입술을 음미하듯이 한참 동안 포갠 채 떨어지지 않던 입술이 다시 떨어지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주인님이 활짝 웃었다.
그 다정한 미소에 코끝이 저려져 왔다.
“사랑해, 미요.”
“네, 주인님…….”
주인님의 손이 나를 끌어당겨 품속에 바짝 안아준다.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으니까 난 네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주인님…….”
“아니, 분에 넘치도록 행복하니까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줘.”
아아, 행복한데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진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면, 그 행복이 깨어질까 봐 무서워진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이렇게 행복한데 불안해진다.
이 행복을 언제까지나 잃고 싶지 않아서 불안해진다.
“사랑해…….”
아아…… 주인님…….
전 정말 주인님을 사랑하나 봐요…….
이 사랑이 진짜인가 봐요…….
이렇게 가슴이 행복하게 아픈 이유가 이 사랑이 진짜라서 그런 건가 봐요…….
* * *BORI 공금갠소요게X
“미요, 준비 다 됐어?”
현관에 서서 주인님이 나를 부르고 있다.
오늘은 주인님과 함께 마트에 가기로 한 날이다.
늘 한밤중의 공원 산책만 했지만 눈이 잔뜩 오고 난 이후부터는 그것이 힘들어져 토요일인 오늘 함께 마트에 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고양이가 출입할 수 있는 마트를 주인님이 미리 알아봐 둔 것이다.
비록 고양이의 모습이긴 하지만 주인님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짠, 준비 끝났어요~”
준비랄 것도 없다.
어차피 문밖을 나서면 고양이로 변해 버린다.
그러니까 준비는 알몸으로 나가는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현관 밖에서 기다리는 주인님께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고양이로 변해 버린 나를 주인님이 두 팔 안에 꼭 안아준다.
“어? 살이 찐 것 같다?”
나를 안아 올리며 주인님이 살짝 놀려대기 시작했다.
“주인님, 심술 맞아.”
그 눈 내리는 날 이후에 생긴 한 가지 변화는, 고양이의 몸으로 변해도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고양이가 된 채 밖으로 나와도 주인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
이렇게 하나씩 변하다 보면, 어쩌면 언젠가는 고양이가 되지 않을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진짜 사람이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혹시 임신한 거 아냐?”
주인님의 짓궂은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임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인님의 아이를 가진다.
내가, 주인님의 아이를?
두근거림과 동시에 불안감이 찾아왔다.
만약 진짜로,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임신이 되면 그 아이는 고양이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주인님은 제가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요를 닮은 예쁜 새끼 고양이를 보고 싶긴 해.”
내 마음의 불안을 안다는 듯 주인님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다정하신 분.
“얼마나 하면 임신이 될까?”
“꺅.”
“하루에 세 번 하면 임신이 될까? 아니면 다섯 번?”
“너, 너무 야한 말을…….”
“뭐가 야해? 더 야한 짓도 하면서.”
주인님이 품에 안은 내 꼬리를 쓰다듬어 준다.
“오늘 밤에는 꼬리와 같이 내 걸 넣어줄까? 한 번에 두 개를 넣는 거야, 어때?”
“음흉해…….”
“아니면 앞에는 꼬리를 넣고 뒤에는 내 걸 넣는 거야. 그게 좋겠다.”
“으응…….”
주인님의 야한 말에 몸이 달아올랐다.
“우리 마트 가지 말고 그냥 침대로 돌아갈까? 나 지금 단단해졌는데…….”
주인님이 은밀하게 속삭여 왔다.
“주, 주인님…….”
“한 번 하고 마트에 가자. 도저히 참지 못하겠어.”
“하지만 주인님…….”
층계를 내려가던 발을 멈추고 주인님이 돌아섰다.
그리고 서둘러 집 안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이미 흥분으로 내 꼬리가 일어서 있었다.
“아아앙…….”
침대에 엎드린 채로 꼬리를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린 꼬리 아래로 이미 흥건하게 젖은 틈새가 실룩거리고 있었다.
그런 야한 말을 들어버린 탓이다.
“하응…… 주인님…….”
꿈틀거리는 뒷구멍 안으로 주인님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으으응…….”
뒷구멍을 파고든 손가락이 안에서 휘저어졌다.
내벽을 넓히려는 듯 손가락이 안쪽에서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벌어진 앞쪽에서 꿀이 흘러내린다.
“자, 앞쪽이 서운하지 않게.”
주인님이 한 손으로 꼬리를 잡아 축축해진 질구에 밀어 넣었다.
“아아앙……!”
질구 안으로 들어온 꼬리가 음란하게 주름을 휘저었다.
“주, 주인님…… 하읏, 읏…….”
주인님의 입술이 목덜미 뒤를 핥았다.
앞쪽의 질구에 꼬리가 넣어진 채로 쑤셔지며 뒷구멍은 격렬하게 손가락에 희롱당한다.
“하악, 학, 아아아!”
뜨거운 숨이 내 입과 코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음란한 짐승이 된 기분이다.
“하윽! 주인님! 아아아!”
내 달콤한 교성을 들으며 주인님이 뒷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손가락이 빠져나간 자리에 단단한 것이 닿았다.
그 뜨겁고 단단한 느낌에 엉덩이가 바르르 떨렸다.
이어서 단단한 기둥이 손가락으로 넓혀 놓은 뒷구멍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히익! 아아아아!”
흉기 같은 살덩어리가 부드럽게 풀어진 뒷구멍 안으로 들어오자 허리가 튕겨 올랐다.
단번에 뚫고 들어온 기둥이 내 뒷구멍의 안쪽을 후벼팠다.
앞쪽의 질구에는 질척하게 젖은 꼬리가 철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제멋대로 드나들었다.
길고 긴 꼬리가 질 안을 채우고 뒷구멍에는 크고 단단한 살덩어리가 채워진 채로 황홀함에 신음을 내질렀다.
눈앞이 쾌락으로 물들어갔다.
앞뒤로 축축한 구멍들이 범해지며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자 다리 아래로 홍수가 난 것처럼 물이 흘러내린다.
뜨거운 살덩어리에 꿰뚫린 채로 몸이 타올랐다.
“내보낼 거야. 한 번은 뒤쪽에, 또 한 번은 앞쪽에 내보낼 거야.”
주인님이 목덜미 뒤에 음란하게 속삭여 왔다.
“임신할 때까지 잔뜩 내 정액을 먹여줄 거야.”
“아아아앙!”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다.
뒷구멍 안에서 뜨거운 것이 터졌다.
그리고 주인님이 들어 있던 살덩어리를 빼내자 그 벌어진 구멍에서 꿀럭꿀럭 탁한 정액이 쏟아졌다.
흘러내리는 정액을 손으로 내 음부에 펴 바르며 주인님이 나를 돌려 눕힌다.
그리고 다리를 활짝 벌리게 했다.
주인님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음란한 곳 안에는 아직도 까만 꼬리가 삽입되어 있었다.
꼬리를 빼내려는 내게 주인님이 고개를 저었다.
“같이 넣을 거야. 꼬리와 내 걸 같이.”
“아아아! 그러면 찢어질지도 몰라요…….”
꼬리와 주인님의 그것을 같이.
찢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희열이 앞섰다.
두 개가 동시에 들어온다.
그 엄청난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내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주인님이 다시 힘을 얻은 그것을 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꼬리가 들어 있는 그곳에 단단한 것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 * *
“주인님은 심술궂어요.”
결국 마트에 가게 된 것은 2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원래 예정은 점심 전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본 다음 근처 펫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고양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카페는 많지 않다)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2시간이나 늦어졌으니 살짝 심술이 났다.
“괜찮아. 그래도 마트에 갔다가 카페에 갈 수 있어. 카페에 가면 다른 고양이나 강아지들도 만날 수 있을걸?”
주인님이 묘하게 웃는다.
“카페에 가서 한눈팔면 혼날 줄 알아.”
“누구하고요?”
“털이 긴 고양이라든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우습다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러면 털이 짧은 고양이는 괜찮아요?”
“그것도 안 돼. 물론 개도 안 돼.”
“피이. 그러면 왜 펫 카페에 데려가는 건데요?”
“그야, 다른 사람들에게 널 자랑하고 싶어서지.”
“네?”
“내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으니까. 우리가 얼마나 사이가 좋고 얼마나 행복한지 말이야. 몰랐어? 남자는 원래 과시욕이 있는 법이야.”
층계를 다 내려온 주인님이 건너편 벽 쪽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걸어갔다.
주인님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내 귀에 엄청난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빠아아앙-!!
“꺄악!”
갑자기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주인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깜짝이야. 주택가에서 저렇게 달리면 어쩌자는 건지…….”
크고 무서운 소리.
“미요?”
품에 머리를 박고 덜덜 떠는 내 귀에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미요. 많이 놀랐어?”
걱정 어린 목소리였지만 온몸이 덜덜 떨렸다.
주인님을 걱정시키면 안 되는데 몸의 떨림이 멎지 않았다.
저런 소리를 어디에서 들었더라?
저것과 똑같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아주 무서운 소리.
「빠아아앙-!!」
그리고 이어지는,
「끼이이익-!」
그리고 몸이 허공에 날았다 바닥으로 퍽, 하고 떨어지던 기억.
“아아…….”
이빨이 달달 떨린다.
“미요?”
너무 무서워서 이빨이 달달 떨리고 몸의 떨림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 허공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밤.
어두운 밤.
그리고 갑자기 날아든 눈부신 헤드라이트.
무서운 경적 소리.
쾅-! 하고 무서운 충격이 몸에 가해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떨어지던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해 냈다.
나, 사고가 났었다는 것을.
무서운 사고가.
“미요?!”
사고가 나고…….
병원으로 옮겨지고…….
엄마 아빠가 옆에서 울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미호!」
「우리 미호가……!」
생각났다. 내 이름 미호가.
서미호, 내 이름.
백지장처럼 새하얗던 과거의 기억이 한순간에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때의 그 무서웠던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이 폭풍처럼 밀려올 때,
“미요!”
주인님의 놀란 목소리가 귀를 찢었다.
“주인님?”
나 이제 다 기억이 났어요. 내 이름은…….
주인님께 말하려고 얼굴을 드는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두려움에 물든 주인님의 눈동자를.
왜?
주인님, 왜 그런 표정을?
그리고 다음 순간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아버렸다.
“아…… 이게 대체…….”
내 몸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려는 듯, 뜨거운 여름날의 신기루가 눈앞에서 사라지려는 것처럼 내 몸이 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미요……! 안 돼……!”
주인님이 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런 주인님의 손이 나를 통과해 버렸다.
“주인님…….”
손을 뻗어봤지만, 주인님께 닿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을 만질 수가 없다.
어느 틈에 사람의 몸으로 되돌아갔지만, 주인님과 닿지를 않는다.
“주인님-!!”
안 돼!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어……!
이렇게 주인님을 두고 갈 수는 없어……!
“주인님……!!”
비명을 지르며 주인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미요……! 안 돼! 날 두고 가지 마……!”
주인님이 나를 향해 뛰어드는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터져 버렸다.
온통 새하얀 세상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득해지는 머릿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주인님의 목소리만이 아련하게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