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욕심내고 싶어요 (6/15)

5장 욕심내고 싶어요

“야아옹~”

“미요?”

주인님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게 뭐야~?!

당황한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게 뭐지? 이게 뭐냐고. 왜 갑자기 고양이로 돌아가 버린 거지?

주인님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지금의 내 모습은 그야말로 진짜 고양이다.

앞발 뒷발 할 것 없이 원래의 고양이 모습을 돌아간 내 모습에 너무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나오는 소리는 고양이 울음뿐이었다.

“야아옹(주인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머리에 스냅 백을 눌러쓰고 주인님의 롱 패딩으로 꼬리를 감추고, 주인님 손을 잡고 산책을 위해 현관문을 나설 때 갑자기 이 일이 일어났다.

몸이 줄어드는 느낌이 나며 순식간에 고양이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주인님도 놀라 당황한 빛이 눈에 떠올랐다.

“왜 다시 고양이로 돌아간 거지?”

당황한 주인님이 나를 품에 안고 다시 집 안으로 돌아갔다.

“꺄악!”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작아졌던 몸이 순식간에 커지며 주인님의 가슴에 폭 안겨 버린다.

“미요?”

“주인님?!”

다시 돌아왔다.

집 안으로 되돌아오자 다시 반고양이 반사람 몸으로 돌아온 것이다.

“혹시…….”

주인님이 문을 쳐다봤다.

“집 안에서만 사람의 몸이 되는 건가?”

“그럴 수가…….”

그러면 주인님과 산책하러 가지 못한다는 것일까?

“이리 와봐, 미요. 한번 시험해 보자.”

주인님이 내 손을 잡고 다시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두근거리며 문밖으로 발을 내미는 순간,

“야옹?”

한쪽 앞다리가 주인님에게 잡힌 채 데롱데롱 매달린 고양이가 되었다.

“역시. 집 안에서만 사람의 모습이고, 밖에서는 다시 고양이로 돌아가는 거야.”

주인님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아아옹(말도 안 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려고 집안으로 뛰어가려는 나를 주인님이 두 팔로 안아 올린 것은 그때였다.

“야옹(주인님)?”

“뭐 어때.”

눈을 들자 주인님의 웃는 얼굴이 내 눈 안에 가득 담겼다.

아, 주인님이 상냥하게 웃고 있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산책이잖아. 고양이 몸이라서 산책을 못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이대로 산책하자. 괜찮지?”

“야옹(그럼요).”

아, 가슴아,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뛰는 거니?

“어깨에 올라갈래, 아니면 품에 안겨 갈래?”

주인님의 말에 얼른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야오옹(가슴에 안겨 갈래요).”

마음이 통한 것인지 주인님이 나를 품에 넣고 다정하게 끌어안아 준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았다.

밖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 어두웠다.

하지만 전혀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인님이 두 팔로 꼭 안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

주인님이 나를 들어 주인님의 코트 안에 넣어준다.

나를 코트 안에 넣고 단추를 채운 다음 팔로 꼭 안아준 주인님이 걸음을 옮겼다.

“눈이 내릴 것 같지 않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인님이 중얼거렸다.

벌써 겨울.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진짜 차갑다. 그런데 미요의 털이 따뜻해서 춥게 느껴지지 않아.”

아니요, 주인님.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걸요. 이렇게 추운 날인데 주인님 품이 너무 따뜻해서 하나도 춥지 않아요.

살짝 주인님을 올려다봤다.

주인님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는 주인님을 올려다본다.

주인님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하늘의 무수한 별이 담기고 내 눈 안에는 주인님의 차갑게 얼어붙은 뺨이 담긴다.

저 뺨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내 고양이 손으로 저 뺨을 감싸주면 주인님의 뺨이 따뜻해질까?

“야옹.”

코트 안에서 꾸물꾸물 기어 올라가 주인님의 얼굴을 향해 힘껏 앞발을 뻗어본다.

“미요?”

주인님이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앞발로 주인님의 뺨을 감쌌다.

“야옹(따뜻해요)?”

“지금 내가 추울까 봐 이러는 거니?”

“야옹(맞아요).”

주인님의 눈이 싱긋 웃었다.

아, 역시 난 저 미소가 너무나 좋다.

“고마워, 미요. 아주 따뜻해.”

만약 내가 사람이라면, 아니, 고양이 손이 아니라 사람의 손을 가지고 있다면 주인님을 위해 따뜻한 목도리를 뜰 텐데…….

응?

그때였다.

뭔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날 듯 말 듯했다.

목도리?

흐릿한 기억이지만 목도리를 뜬 기억이 살짝 떠올랐다.

내가 언제 목도리를 떴었지?

잃어버린 기억이 되돌아오려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서……?

누구에게 주려고 목도리를 뜬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왜 고양이가 된 것인지도 알 수 있을까?

그러면 다시 원래대로 사람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될까?

내가 사람으로 되돌아가면 주인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고양이가 아닌 나도 좋다고 해주실까?

아니면 고양이가 아닌 나는 싫다고 나가라고 하실까?

무섭다.

어느 날인가 사람으로 되돌아가는 날이 와버려서, 주인님이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까 무섭다.

기억을 되찾으면 진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실까 무섭다.

차라리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차라리 평생 고양이로 살았으면…….

주인님과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지만…… 주인님은 사람, 난 고양이. 언제까지나 주인님이 나와 살지는 않겠지. 주인님도 결혼을 하는 날이 올 거야.

이렇게 상냥하고 다정한 주인님을 사로잡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때는 내가 설 자리가 없겠지.

싫어…… 그런 건…….

내가 주인님을 사랑하는 건 안 되는 것일까?

난 고양이고 주인님은 사람이라서 서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걸까?

고양이인 내가 주인님을 욕심내면 안 되는 걸까?

정말, 안 되는 걸까?”

“자, 여기에 앉았다가 가자, 미요.”

주인님이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한밤중, 게다가 쌀쌀한 기온 탓에 공원에는 주인님과 나 외에는 누구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이렇게 밤마다 산책을 나오자. 이 공원은 봄이 되면 꽃들이 많이 피니까 그때는 꽃구경도 하자. 얌전히 꽃만 봐야 해.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으려고 하면 혼을 내줄 거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주인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분일까.

“네가 진짜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주인님의 중얼거림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진짜 사람이라면…….

이런 반고양이가 아니라 꼬리 따위 없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주인님의 손을 잡고 걸어 다닐 수 있을 텐데…….

조금 전까지는 내가 다시 사람이 되면 주인님이 날 버리실까 봐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주인님의 바람대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난 왜 이렇게 마음이 간사한 것일까?

하지만 간사한 마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주인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주인님의 곁에 있고 싶은 이 마음은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이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어느새 주인님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이 마음은.

누구보다 주인님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주인님을 위해서만 살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주인님의 곁에 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해지는 이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걸.

“야아옹(사랑해요, 주인님).”

고양이 울음소리로 고백해 봤자 주인님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더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욕심이 담긴 고백을 해도 주인님이 알아듣지 못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야아옹, 야오오옹(사랑해요, 주인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뭐라고 말하는 거니, 미요?”

“야아옹(주인님과 영원히 같이 있고 싶어요). 야아아옹(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나름대로 뜨거운 고백을 하며 주인님의 목덜미를 머리로 문질러 본다.

“간지러워, 미요. 간지럽다니까.”

코트 안에서 주인님의 목덜미를 머리로 문지르다 혀로 할짝거리자 주인님이 기분 좋게 웃는다.

그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주인님의 곁에서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살게 해주세요, 달님.

이별의 순간은 오지 않게 해주세요, 달님.

달님, 친절한 달님. 주인님과 행복하게 사랑하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며 살며시 눈을 들었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는 주인님의 얼굴이 내 눈동자에 가득 담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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