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조용한 실내, 쾌적한 공기, 사각거리는 침구, 자신을 감싸는 포근한 느낌.
편안하지만 낯선 방, 낯선 공기, 낯선 향기였다. 여은은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을 멍하니 보며 잠시 눈을 굴렸다. 신경이 예민한 그녀는 경호원들을 밤새 새워 놓은 출장지에서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여린과 여행 온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제 방에서 잠을 자도 늘 머리가 무거웠고 특히나 잠자리가 바뀐 장소에서 잠을 깨면 늘 편두통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며칠은 푹 잔 듯이 머리는 맑았고 기분은 상쾌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멍하니 햇살이 비치는 창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 느껴지는 타인의 숨결, 제 어깨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팔….
신기했다. 다섯 살에 동생이 생긴 이후로 방을 가진 여은은 가족과도 함께 잔 기억이 없었다. 예민한 성격이라 타인과 한 공간에 있는 것에 한없이 예민한 그녀였다. 그런데 겨우 만난 지 이틀 된 상대와 벌거벗은 채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이렇게나 자연스럽다니!
게다가 이 남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겨우 이름 정도였다. 일본인인 외조부와 어머니, 각각 조부와 부모가 살아 있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엘리트…. 그것도 본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니 전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예은이라고 이름을 가르쳐 준 것처럼.
어쩌면 나이도 속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어났어?”
목에 닿는 숨결이 조금 흐트러졌다고 생각했더니 잠이 깼나 보다. 여은은 나른한 목소리로 뒤에서 안아 오는 뜨거운 몸에 살짝 몸을 굳혔다. 남자는 그런데도 날카로운 콧날로 목과 드러난 어깨를 지분거렸다.
“어제 자쿠지에서 잠이 들었어.”
익숙한 반말로 몸을 붙여 오는 폼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몇 년을 함께한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게 했다. 그것이 생소하면서도 간지럽게 느껴져서 여은은 괜히 반말을 써도 된다고 허락했나 하고 살짝 후회했다.
그녀는 본래의 성격도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새침데기에 깍쟁이였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애써 ‘목적’을 떠올리며 억눌렀다.
“혹시 후회하는 건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남자의 말에 여은은 살짝 눈을 감았다. 이 남자와 잤다. 호텔 방문이 열리자마자 거실에 쓰러져 짐승처럼 뒤엉켜 남자의 정액을 제 자궁에 담았다.
“아뇨.”
여은은 태연히 거짓말했다. 홍콩에서도 최고급 호텔이었다. 이곳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일주일 동안 묵을 수 있는 남자. 이곳을 예약했다고 해도 무섭고, 자신과의 데이트 이후 갑자기 체크인했다고 해도 무섭다. 이 남자는 위험한 남자다. 관계를 맺고 보니 본능적인 경고창이 켜졌다. 그래서 차라리 시간을 갖더라도 다른 남자를 고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아닌 것 같은데.”
그는 마치 다 안다는 듯 느른히 웃으며 더 다가와 몸을 바짝 붙였다. 단단한 몸이 뒤에 찰싹 붙자 저절로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어제 남자를 받아들였던 그곳이 준비하듯 벌름거리며 허벅지가 떨렸다.
“후회하지 않아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기에는 너무 많이 쏟은 물이다.
‘목적만 생각해. 반드시 임신해야 해. 남자는 결코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야.’
당장, 귀국하면 제 구역을 침범하는 다른 조직과 진도 금융을 호시탐탐 노리는 숙부는 물론이고 명운 그룹 최 회장을 상대해야 한다. 장례식장에서 깨진 병을 들고 부린 난동으로 겨우 진도 파를 유지했지만 중간 보스급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진팔양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약속한 일부만 남은 진도 파의 세력은 업소 몇 개와 진도 금융이 전부였다. 여린을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진도 금융만큼은 지켜내야 했다.
현실을 자각 중이었던 여은은 앞으로 다가와 살며시 제 가슴을 움켜잡은 커다란 손에 크게 숨을 머금었다.
“당신 가슴, 정말 기분 좋아. 계속 만지고 싶어.”
옆으로 누워 있던 여은은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커다란 손에 양쪽 가슴이 동시에 주물러지자 크게 숨을 뱉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는 어제보다 더 훨씬 부드럽고 능숙하게 동그란 살덩어리를 주무르며 엄지와 검지로 살짝 힘을 받은 젖꼭지를 문질렀다.
원래 옅은 분홍색이던 작은 돌기는 어제의 자극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제 계속 이로 잘근거렸던 부분은 살짝 헐어 따가웠으나 고통보다 쾌감이 더 컸다. 젖꼭지 안쪽이 어쩐지 간지러웠다. 그 간지럼은 허리를 타고 내려가 허벅지 사이로 전해졌다. 저절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어딘지 모를 부분이 두근거리고 움찔댔다.
“가슴…. 좋아요.”
남자의 손길이 오자마자 후회는 물밀듯이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일주일의 가임기 동안 남자가 제 몸에 질리지 않기를 바랐다. 여은은 달콤한 콧소리를 내며 유혹하듯 더 가슴을 내밀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어떻게 성적인 흥을 돋워야 할지 잘 모르지만, 여은은 솔직히 제 몸을 내맡기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최선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흐응.”
여은의 긴 머리를 한쪽으로 정리한 남자가 곧 드러난 가는 목덜미에 입술을 내렸다.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자극하는 동시에 귀와 목덜미, 동그란 어깨를 지분거리는 입술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여은은 옆으로 누운 채라 자유로운 왼쪽 팔을 뒤쪽으로 돌려 남자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쓸었다.
제 손이 닿는 곳마다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되는 것을 느끼며 여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목덜미에 뜨거운 한숨 같은 숨결이 퍼졌다. 남자도 제 손길에 흥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감을 얻은 작은 손은 탄탄한 남자의 엉덩이를 한번 쥐고 갈라진 근육이 선명한 허벅지를 반복해서 만지작거렸다.
“당신 몸, 멋져요. 운동해요?”
“당연히.”
류태주는 선명히 발기한 성기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작은 엉덩이에 기둥을 문질렀다.
“유도와 주짓수, 공수도를 즐기지. 가끔 수영도.”
“멋지네요.”
순간, 여은은 누운 채 남자의 다리를 걸어 순식간에 체위를 반전시켜 그의 허리를 타고 올라갔다. 유도 기술에 걸린 태주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금방 작게 휘며 웃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즐겁다는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여은은 홀린 듯 바라보았다. 웃음의 진동이 타고 앉은 허리를 울리며 맞닿은 아래를 자극했다.
“훌륭한 기술이군. 하지만 승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법.”
누운 채 손을 뻗어 완전히 드러난 풍만한 가슴을 둥글게 주무르는 손이 자못 짓궂다.
“이기고 싶어요?”
살짝 부은 입술 끝을 올리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태주는 침을 삼켰다. 새하얀 나신에 선을 그리듯 흩어진 초콜릿 빛의 긴 머리, 제대로 작정한 듯 색기를 머금은 눈동자, 향긋한 향이 났던 가는 목, 그 아래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살짝만 움직여도 출렁이는 풍만한 가슴, 제 허리를 타고 벌어진 허벅지 사이의 뽀얀 치골과 그 아래 노출된 갈라진 음순, 그리고 제 존재를 선명히 드러내는 붉은 음핵. 모두 만지고, 입으로 느끼고 싶었다.
제발 한 번만 더 맛보게 해달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인 그는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자에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한판승이야. 당신이 이겼어.”
대련에 들어가면 타고난 승리욕으로 집요할 정도로 이길 때까지 상대를 밀어붙이는 성향의 류태주는 너무나 쉽게 승복하며 패배를 선언했다.
“졌으니. 내가 봉사하도록 하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자의 왼팔을 먼저 끌어당겨 혀로 진득이 핥았다.
“흐읏!”
여은은 팔에 와 닿는 화끈한 감각에 어깨를 옴츠렸다. 나무껍질처럼 울퉁불퉁하게 흉진 왼쪽 팔뚝은 신경이 죽어 꼬집어도 느끼지 못할 만큼 덤덤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야살스러운 붉은 혀가 닿는 곳마다 전해지는 뜨거운 감각에 여은은 파르르 떨었다.
“팔, 팔은 그만…! 하윽!”
살짝 이로 깨물자 그녀는 진저리치며 팔을 당기려 했다. 그러나 살짝 쥐었을 뿐인 커다란 손에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혹시 아픈가?”
그는 어제도 물었던 질문을 했다. 제 흉터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신경 쓰는 것이 분명한 남자에게 여은은 고개를 저었다.
“부끄러워, 팔은 싫어요….”
솔직한 그녀의 말에 태주는 가느다란 팔에 새겨진 두꺼운 흉터를 잘근잘근 깨물며 핥아 올렸다.
“나는 마음에 들어. 온통 부드럽고 매끄러운 작품에 붙여진 오브제 같다고나 할까?”
왼쪽 팔을 잡은 동시에 젖을 만지던 한 손이 젖꼭지를 쭉 잡아당겼다. 부드럽지만 제 몸을 이리저리 희롱하는 짓궂은 손에 여은은 화를 내고 싶었으나 쾌감에 무너진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찡그려졌다.
“하읏! 작품?”
굵은 손가락에 당겨져 길쭉하게 변형된 제 가슴을 내려다보며 여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대로 제 몸을 가지고 노는 남자의 손길에, 벌어진 다리 사이의 묘한 자극에 자꾸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쾌감에 익숙하지 못한 육체는 그 생소한 느낌을 찾아내고 싶은 조바심에 안달하듯 저절로 골반을 움직이게 했다.
“어떤 명작보다 가치 있는.”
여은은 제 팔을 강하게 당기는 힘에 의해 아래로 당겨졌다. 곧 뜨거운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아름다운 작품.”
내 손에 들어온,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그는 쉽게 벌어진 작은 입술로 혀를 집어넣었다. 향긋하고 단맛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어제는 착각인가 했더니 역시 온통 달아.”
아직 키스에 익숙하지 못한 작은 혀는 자꾸만 안쪽으로 달아났다. 태주는 제법 과감하게 유혹하지만, 여전히 망설임이 가득한 여자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작게 웃었다. 진여은의 일상과 사진은 한 달에 한 번 보고되었다. 그가 받은 보고서에는 지난달에 분명히 산부인과를 방문한 이력이 있었기에 피임 시술을 받았다는 그녀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다.
산부인과는 여자만의 영역인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태주는 그녀의 발칙하고 맹랑한 행동에 살짝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피임 시술까지 하고 이름을 숨긴 채 경험도 없는 몸으로 해외에서 남자를 사냥하는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적어도 그가 아는 한 진여은의 자존심은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강했다. 그 고고하고 콧대 높기가 우주를 찌를 듯한 이 여자가 이름만 알려 준 남자와 호텔을 뒹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태주는 혀를 빨며 제 손안에 넘치는 풍만한 가슴을 제법 능숙하게 주무르며 상기된 뺨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는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 사이로 달콤한 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유도를 했나? 다리를 거는 기술을 보니, 실력이 상당한 것 같은데.”
알고 있으면서 그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응…. 8년 정도…. 하아…! 지는 경우… 잘 없…! 흐읏! 버티기… 잘해요…. 흐음….”
여은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짙은 눈썹과 깊이 있는 두 눈을 홀린 듯 보며 혀가 감긴 채 힘겹게 말을 이어 갔다. 류태주의 입술이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잘됐군. 침대에서도 잘 버텨 봐. 나는 봉사도 무척 철저하게 할 거거든.”
입 안의 점막과 혀뿌리에 연속되는 달콤한 자극과 남자의 적응되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에 홀려 있던 여은은 갑자기 몸이 위로 끌어올려지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태주의 얼굴을 가슴 앞에 둔 그녀가 영문을 몰라 막 입을 열었을 때였다. 방금까지도 제 혀를 빨던 굵은 혓바닥이 나오더니 뾰족하게 솟은 젖꼭지를 감싸자 여은은 두 손을 태주의 머리 옆에 두고 상체를 낮추었다.
“하아읏!”
작은 젖꼭지와 함께 하얀 젖무덤 일부가 입 안으로 사라지자 여은은 허리를 뒤로 휘며 깊이 신음했다.
“하앙!”
허리를 뒤로 빼자 자연스럽게 벌어진 다리 사이가 촘촘한 근육이 잡힌 복근에 문질러졌다. 여은은 생각지도 못하게 우연히 닿은 다리 사이의 자극에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그곳이 이제껏 묘한 느낌을 주며 자극을 바라던 곳임을 깨달았다. 젖을 빨리고 주물리는 쾌감과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아래에서 짙게 올라오는 짙은 달콤함은 키스할 때까지 남아 있던 조그만 망설임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하악! 앙!”
여은은 아예 그의 머리를 안고 제 가슴을 더욱 깊이 밀어붙여 더 격렬히 빨아 주길 원했다. 그리고 처음 느껴 보는 쾌감을 얻기 위해 악착같이 제 아래를 그의 몸에 붙이고 문질렀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그녀는 허리 아래서 시작되려는 불꽃에 헐떡이며 털 하나 없이 뽀얀 둔덕을 그의 배에 비벼댔다.
“아!”
제 복근에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젖은 보지를 문지르는 여자를 보는 류태주의 입매가 더욱 느른해졌다. 젖가슴을 남자에게 빨리며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뾰족이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고 있는 여자는 검은 마녀로 알려진 진도 파의 보스이다.
드높은 자존심, 밀랍같이 생기 없는 얼굴, 치켜올려 그린 검은 아이라인 위로 덧그린 검은 아이섀도로 위장한 냉혹한 가면 안에는 이렇게 쾌락만을 좇아가는 순진한 얼굴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태주는 막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표정을 보고, 작은 몸을 달랑 들어 올렸다.
“하앙! 싫어! 조금만 더 하면…!”
막 절정을 느끼기 직전이었던 여은은 수치심도 잊고 칭얼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그러다 벌어진 제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남자의 얼굴에 당황한 시선을 주었다.
“핫! 안…!”
뒤늦게 남자의 의도를 깨달은 여은은 뒤로 엉덩이를 빼려 했지만 두 손에 꽉 잡혀 꼼짝하지 못한 채 천천히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혀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수치심을 잃은 주인과 마찬가지로 하얀 두 음순 사이로 뾰족하게 발기한 빨간 살덩어리는 제 존재를 밖으로 드러내며 아래로 꿀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절정을 느끼기 직전의 클리토리스는 두근거리며 부풀어 있었고 그 아래의 작은 구멍에서는 알 수 없는 맑은 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여은은 남자의 두툼한 혀가 작은 음핵을 감싸자 부들부들 떨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팔을 허우적댔다. 그녀는 손에 잡힌 침대 헤드의 기둥을 생명줄처럼 잡고 울부짖었다.
“하아아앙!”
차라리 어제처럼 성급하고 거칠었다면 도망하고 싶기라도 했을 텐데, 너무나 부드럽게 치골을 핥고 발딱 선 돌기를 빨아대는 입술에 여은은 정신없이 휘둘렸다.
“흡!”
순간 깊이 빨아들이는 아름다운 입술에 절정을 맞이한 여자는 자신을 내버리듯 울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한 여은은 잘 우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 자신을 지켜 오던 경계가 뇌를 강타하는 쾌락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허물어졌다. 여전히 쾌감에 전 음핵을 물고 있던 태주는 조심스럽게 검지를 움칠대는 구멍에 끼웠다.
“아!”
날카로운 신음이 뱉어졌지만, 어제 같은 고통의 느낌은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는 서서히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울퉁불퉁한 내벽을 살폈다. 어제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 겨우 손가락 두 마디만 넣은 후 바로 삽입하는 바람에 혹여나 있을 상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욕조에서 잠이 든 그녀를 씻기며 피가 나는지 확인했지만, 앞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전력을 다한 거친 정사였다. 그 또한 여자 경험은 이론적인 간접 경험밖에 없으니 첫 경험에 정신없이 취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던 여은의 표정이 떠오르자 그의 손길은 더없이 조심스러워졌다. 계속해서 클리토리스를 살살 핥으며 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왕복하자 곧 질척이며 물 젖은 소리가 아래서 들렸다.
“흐음….”
아래를 넓히는 느낌이 싫지 않은지 침대 헤드에 매달린 여은의 입에서 한숨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안쪽에 좋은 곳이 느껴지면 말해.”
음핵과 동시에 작은 꽃술을 입에 물고 웅얼거리자 가느다란 허리가 파드득 떨렸다. 그는 그 모습이 귀여워 낮게 웃으며 손가락을 늘렸다.
“흐응! 흐응!”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던 여은은 제 아래에서 벌어지는 난잡한 장면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헝클어진 머리 아래 반듯한 이마와 곧게 연결된 뾰족한 코는 제 치골에 닿아 있었고 우물거리는 입술과 그의 입가는 자신이 흘린 체액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어제는 겨우 손가락 두 마디에 악! 소리가 나던 곳은 어느새 세 개의 손가락이 왕복하고 있었다. 계속된 절정과 자극에 눈물은 계속 나고 거친 신음을 내뱉은 목은 쉬어 있었고 계속해서 빨리고 주물러졌던 가슴은 온통 붉은 자국이 나 있고 젖꼭지는 퉁퉁 부어 그냥 흔들리기만 해도 아팠다.
계속 벌어진 채 힘을 주고 있던 허벅지는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이 나름 잘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뻐근해져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에 그만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남자와의 관계를 단순히 질 안에 주입되는 사정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여은은 일련의 이런 색정적인 과정에서 오는 중독적인 쾌감에 당황했다. 태주의 혀가 다시 음핵 아래 갈라진 속살을 핥을 때였다. 다시 올라오는 아랫배의 열기에 작은 신음을 뱉는데 갑자기 질을 쑤시던 세 개의 손가락이 건드리는 내벽 어딘가의 자극에 몸이 감전된 듯 위로 튀어 올랐다.
“하악!”
눈에서 불이 번쩍 나는 듯한 큰 자극이었다. 허리를 녹이는 뜨거움에 온몸의 힘이 풀린 여은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자 류태주는 입가에 묻은 난잡한 액체를 혀로 핥으며 몸을 일으켰다.
“찾았다!”
그리고 곧 반전된 자세로 여은은 다리를 벌리고 누운 채 세 개의 손가락으로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하악! 안 돼! 아악!”
이론적으로 여자의 쾌감은 클리토리스와 질 입구에 있다는 스팟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경험이 없는 여자일수록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삽입 때 고통만 없기를 바라며 내벽을 넓히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쉽게 찾아낼 줄이야!
여은의 반응은 굉장했다. 풀린 동공으로 비명을 지르며 침대 시트를 잡아 뜯는 여자는 마치 물에 건져 올려진 생선같이 온몸을 펄떡였다.
“허억!”
손가락 끝에 내벽의 부은 돌기가 확실히 느껴졌다. 그곳을 정확히 찌르자 온몸을 경직시킨 채 고개를 뒤로 젖히는 여자의 입가로 침이 흘렀다. 이지를 잃은 듯한 그 모습은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이었다. 뇌쇄적인 진여은의 모습은 세상에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집착적인 소유욕이 다분한 만족스러운 미소가 류태주의 입가에 지어졌다.
“아름다워! …ㅇ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임에도 그는 애매하게 이름을 흘리며 잔뜩 성이 난 좆을 달래듯 여러 번 아래위로 주물렀다. 아가미처럼 뻐끔대는 좆 구멍에서는 선액이 질질 흐르며 빨리 넣어 방사하고 싶다고 난리를 쳤다. 배꼽까지 바짝 일어선 그것을 한 손으로 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침대 위에 흐트러져 있는 여자의 다리를 잡고 세웠다. 보드라운 허벅지 안쪽을 위로 들어 벌리자 빨리고 쑤셔지느라 온통 새빨갛게 충혈된 음부가 쪼개어진 과일처럼 속살을 모두 벌린 채 드러났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예뻐.”
그리고 맛있고. 태주는 오직 자신에게만 허락된 정찬에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다시 입에 머금었다.
“흐으응!”
앞니로 클리토리스를 긁으며 구멍에 혀를 넣어 휘젓자 여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위의 물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 많은 남자는 얼른 아래서 흘리는 물을 한번 크게 흡입 후, 몸을 올려 눈가를 핥았다. 그리고 손으로 그녀의 좁은 구멍을 벌려 서서히 귀두를 집어넣었다.
“흐으!”
손가락 세 개를 머금었던 구멍이었으나 제 좆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굵기이다. 그래도 어제처럼 막무가내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흘러나오는 신음 안에 고통스러움은 담기지 않았다. 흘러내린 눈물을 다 핥은 태주는 몸을 세워 좆을 삼키는 구멍을 눈에 담았다.
바늘귀 같던 구멍은 조금 더 큰 틈으로 벌어져 굵은 귀두를 서서히 삼키고 있었다. 커다란 침입자를 경계하듯 갑자기 크기를 줄인 음핵을 엄지로 문지르자 다시 위에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
한 손을 뻗어 유두를 살짝 꼬집어 당기자 숨죽였던 클리토리스가 움찔움찔 떨어댄다. 클리토리스의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자, 마치 화답하듯 내벽에서 물이 왈칵 쏟아지며 진입을 시도하던 귀두를 확 끌어당겼다.
“하악!”
기둥까지 순식간에 구멍 안으로 쑥! 파고들자 귀두에 자궁구가 쿵! 하고 닿았다. 여은의 작은 어깨가 위로 솟구치며 머리가 젖혀졌다. 핏대 오른 가느다란 목이 이를 박아 넣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다.
출렁이는 젖가슴, 시달려서 헐어 버린 젖꼭지, 자신에게 감추고 싶어 하는 흉진 팔뚝까지!
류태주는 자신의 흉포한 본성을 일깨우는 진여은이라는 존재를 손에 넣은 것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독기 어린 시선으로 절대로 울 것 같지 않던 여자의 눈물은 어이없을 만큼 쉽게 터졌다.
강한 힘의 논리로 단련된 정신과 육체는 쾌감이라는 부분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류태주는 그녀를 무너뜨리는 약한 부분을 오로지 자신이 쥐었다는 것에 다시 없는 흥분감을 느꼈다. 뿌리까지 감싸는 뜨거운 내부, 씹어 먹을 듯 조이는 내벽, 그러다 뒤로 빠지면 다시 빨아당기는 쫀득함, 들어갈 때 밀어내는 듯한 마찰감!
가히 명기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완벽한 속궁합이다. 그는 허리를 움직여 여은을 자지러지게 할 돌기를 찾아 집요하게 긁어댔다.
“하악! 안 돼! 흐응! 싫어! 그만.”
그의 예상대로 여은은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허리와 뇌를 관통하는 미칠 듯한 쾌감에 그녀는 시트를 긁다 못해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저런!”
류태주는 그런 모습도 귀엽다는 듯 웃으며 몸을 굽혀 자신을 안게 했다.
“예쁜 머리를 뜯으면 되나? 나를 할퀴어. 얼마든지 때리고 꼬집어도 좋아.”
“하악!”
다시 한번 돌기를 스치며 자궁을 찍어대자 여은은 자지러지며 태주의 등에 긴 손톱자국을 남겼다.
“윽!”
실제로 그는 여은이 남긴 상흔에 더 흥분해서 날뛰었다. 꺾어질 듯 가는 등에 팔을 둘러 꼼짝 못 하게 가두어 도망을 다니는 입을 맞추며 허리를 터는 남자는 그야말로 짐승이었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움직임도 없던 단단한 매트리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삐걱댔다. 여은은 이미 반 실신한 상태로 포악한 허리 짓에 허공에 떠오른 다리만 덜렁거리며 남자를 받아내고 있었다.
“크흑!”
깊고, 탁하게 가라앉은 남자의 신음과 함께 단단한 엉덩이가 꽉 조여졌다. 사정의 시작이었다.
“흐으응윽!”
더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여은은 남자가 쏘아내는 정액에 짐승같이 끙끙거리며 사지를 떨었다. 힘찬 포말이 자궁에 쏘아질 때마다 여자의 아래에서 맑은 사정액이 쪼르르 흘렀다. 태주는 제 허벅지가 젖은 것에도 아랑곳없이 울고 있는 여자의 눈가를 입술로 지분거렸다.
“히메…. 나의 히메….”
여은은 마치 죽음과도 같았던 쾌락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래위로 쏟아지는 물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멍한 눈으로 천장만 보았다. 눈은 뜨고 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따뜻한 것이 제 눈가와 뺨을 수없이 지분거리는 느낌에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시야에 호화로운 천정과 열린 커튼으로 한낮임이 분명한 태양의 위치가 보였다. 그녀는 순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그러나 히메 따위를 지껄이는 남자의 닭살이 돋는 목소리가 들리자 여은은 이곳이 어젯밤 남자와 첫 섹스를 하고 잔 이후, 깨자마자 두 번째로 섹스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도대체 몇 시간이나 흘렀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멍한 머리로 겨우 눈만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만 굴린 이유는 팔다리에 힘이 가지 않아서였다. 정신 차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보려 했으나 마치 새끼 사슴이 우는 듯한 기이한 소리만이 났다.
‘이건 너무 심해.’
자신이 원한 것은 단지 섹스였다. 평균 3~7분, 지루라고 하더라도 30분을 넘지 않는다는 남자의 사정에 의한 임신이 목적이었다. 물론 적당히 몸을 데우는 열기와 기분 좋을 정도의 테크닉이 가미되면 좋긴 하겠지만 몇 시간 동안 울고, 소리 지르고 온몸을 먹히듯 씹히고 빨리며 뇌를 망치로 맞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절규하고 결국은 오줌도 아닌 이상한 것을 싸버리는 이 행위가 과연 섹스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여은은 사지를 뻗은 채 널브러져 있는 제 팔다리를 보다가 여전히 제 위에 있는 남자를 의식했다. 이 짐승 같은 남자는 아직도 사정한 자지를 제 질에서 뽑지 않고 있었다. 남자의 두 번째 정액을 받아낸 그녀는 이대로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계속 있다가는 밥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 이 호화로운 방에서 나갈 것 같았다. 사정 후에 약간 부피가 작아진 성기였지만 아랫배가 꽉 찬 듯 거북했다. 눈만 겨우 움직이는 게 전부인 여은은 남자를 제 위에서 내려오게 할까 하다가 그가 제 무게를 자신에게 전혀 싣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렵해 보이지만 키가 크고 속 근육이 꽉 찬 남자는 생각보다 거구에 무게가 상당했다. 그런 남자가 전력을 다해 제 작은 몸 안에 치달았으니 성할 리가 있나!
무게를 자기에게 싣지 않고 제 온몸을 쓰다듬으며 후희에 열중한 남자에게 느껴지는 지극한 만족감에 심술이 난 여은은 억지로 소리를 짜냈다. 잔뜩 갈라진 쇳소리에 웃는 남자가 짜증 난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히메. 아, 아. 나의 히메. 웃어서 미안. 간단히 씻고 밥을 먹도록 하지. 혹시 필요한 것 있나?”
여은은 류태주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미간을 찌푸리며 입 모양으로 ‘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알아들은 남자가 제 몸에서 나가고 몸을 부축해서 물을 마시게 했다. 살짝 상체만 일으켰는데도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나온 이상한 액체와 허연 정액으로 침대 시트가 엉망이었다. 물론 자신과 몸을 붙이고 있었던 류태주의 음모와 허벅지, 근육이 짜인 몸 군데군데가 모두 이상한 체액투성이였다. 여은의 찡그린 미간은 목욕 후, 깨끗해진 방에서 여린과 통화하기 전까지 계속 펴지지 않았다.
<언니!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어제도 전화 기다린다고 한숨도 못 잤어.>
여은은 펄쩍펄쩍 뛰는 동생의 목소리에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말, 미안. 리… 예린아.”
그녀는 함께 있는 친구가 걱정할 거라고 전화를 하고 싶다고 하자 자리를 피해 준 태주의 모습을 찾으며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방에는 혼자뿐이었지만 철두철미한 성격의 그녀는 혹여나 그가 들을 것을 조심하며 그에게 가르쳐 줬던 이름으로 고쳐 말했다.
<옆에 남자가 있는 거야?>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예린아,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이 남자, 조건이 완벽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왠지 낯이 익다고. 그 남자.>
“잘생겼잖아. 잘생긴 사람은 왜인지 기시감이 들기도 해. 나도 그런데 뭐. 오늘은 뭐 할 거니?”
<언니도 없는데 아무 데도 가기 싫어. 그냥 호텔에 있을 거야.>
“응. 룸서비스 알아보고 맛있는 것 먹자. 혼자 있다고 끼니 거르지 말고.”
<알았어. 언니,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어?>
여은은 목에서 나는 쇳소리에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고 억지로 목청을 가다듬었다.
“아니야. 오랜만에 늦잠을 잤더니…. 참, 여, 아니 예린아 나는 여기서 5일 더 있을 거야. 그러니까 호텔 방도 그렇게 다시 체크인해. 내일 또 전화할게.”
<언니! 거기 호텔은 어디야? 어딘지 알아야 나도 안심이 될 것 같아서 그래.>
그렇긴 했다. 정액 채취가 목적이긴 하지만 생면부지의 남자와 근 일주일을 함께 지낸다는 건 무척 위험한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두 번의 섹스로 알아 버린 류태주라는 남자의 성격은 아무리 좋게 봐도 무난하지 않았다.
“응. 여기는 CTN 호텔 32층. 전 층을 다 쓰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이라 호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수화기 너머에서 여린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에 자신도 동생이 처음 만난 남자와 일주일가량 지내는데 직업도 모르는 인간이 이름난 호텔의 전 층을 다 쓰는 스위트룸을 빌린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당장에 뭐 하는 인간이냐고 따졌을 것이다. 여은은 한번 걱정하기 시작하면 끝없는 삽질에 빠지는 동생이 시작할 잔소리를 차단하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정말 걱정하지 마. 언니를 믿어. 알았지? 내일 또 전화할게.”
<앗! 언니! 언…!>
여은은 다급히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 2권에 계속 -•ܫ•윤이아 직작 공금 갠소 교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