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하읏!”
여은은 거듭되는 거친 키스로 죽을 듯 숨을 할딱이며 남자의 혀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었으나 마치 소유권을 잃은 듯 온몸은 그의 커다란 손에 침탈당했다. 황홀한 노을이 지는 하늘 위에서 어떻게 내려왔는지 가위로 잘린 듯 기억이 끊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고급스러운 실내의 차 안이었다. 그가 언제부터 차를 대기시켰는지도 모른다. 택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승차감의 차는 비포장도로를 거의 진동 없이 달리고 있었다.
“부드러워.”
“흐읏!”
남자는 처음 말을 배운 사람처럼 ‘부드러워’, ‘아름다워’를 연발하고 있었다. 여은은 류태주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모으고 옆으로 앉아 그의 목에 매달려 농밀한 혀를 얽고 타액을 교환했다.
첫 키스였다.
관리하는 업소에서 얽혀 있는 남녀를 본 적이 있다. 잡아먹을 듯 서로 입술을 맞대고 있던 모습은 과히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다. 아니,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야릇한 신음을 뱉어대는 난잡한 분위기와 꿈틀대는 징그러운 육체에 구역질이 올라왔었다.
그래, 너무 징그럽고 더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경험하는 키스는 달랐다. 황홀하고 너무나 뜨거워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것이 남이 하면 불륜도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류태주여서일까?
“흐응!”
여은은 제 입 안을 주인처럼 자리 잡은 굵은 혀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혀뿌리까지 당겨지자 아프다며 우는소리로 신음했다. 그 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정중함을 벗어 버리고 본모습을 내보인 류태주는 거칠었다.
숨을 쉴 수도 없게 만드는 집요한 입술과 감아올리고 빨아당기는 집착적인 혀 놀림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사람처럼 성급했다. 어찌나 격렬하게 안고 달려드는지 열기구에서 처음 입술을 맞댄 이후로 여은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그가 계속 부둥켜안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차에서 이만큼 호흡을 할 수 있는 것도 혀를 씹어대고 너무 꽉 껴안아 갈비뼈가 부러질 것 같다며 아프다고 우는소리를 했기에 겨우 이 정도였다. 그 모습이 마치 생전 처음 작은 동물을 대하는 아이가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있는 힘껏 힘을 주는 것 같기도 해서 의아했으나 여은도 이런 행위는 처음이라 뭐라 판단할 수 없었다.
류태주의 넓은 세단은 무척이나 고급 차량이었다. 가죽 시트에 찍힌 날개 모양의 엠블럼으로 차종을 알아본 그녀의 눈이 유리 칸막이로 가려진 운전석과 조수석의 남자들을 보았다. 언뜻 봐도 보통의 비서 같아 보이지 않는 포스의 남자들이었다.
아무리 좋은 집안의 엘리트라고 해도 일개 회사원이 몰 수 있는 금액의 차가 아니었다. 그리고 휴가까지 따라오는 수행원이라니? 뭔가 불안함이 차오르려는 순간 모든 날아가 버리게 하는 자극에 여은은 비명을 질렀다.
“하악!”
류태주가 흉진 왼쪽 팔을 블라우스와 통째로 깨물었기 때문이다.
“흐응! 거긴!”
팔을 깨물린 동시에 가슴을 움켜쥔 커다란 손에 여은이 파르르 떨었다.
“키스 중에 다른 생각을 한다니. 나와의 키스가 마음에 들지 않나? 얼굴은 홀린 듯이 봤잖아.”
“하읏, 아니. 다른 생각… 안…!”
알고 보니 류태주는 상당히 교활한 사내였다. 겨우 하루 만에 여은의 시선이나 동향을 모두 파악한 그는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여 왔다.
“이따위 작은 천 쪼가리를 입고 나와서 사람을 아침부터 들끓게 만들어 놓은 책임을 톡톡히 묻겠어.”
자신의 거친 키스와 행위가 전부 그녀 탓이라는 듯 책임을 전가하는 그의 말에 기가 막혔지만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다시 시작된 입맞춤에 여은은 겨우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숨을 할딱여야 했다. 류태주의 입과 손은 무척이나 바빴다. 마치 어디를 먼저 맛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만져대고 물어대는 통에 여은은 그야말로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하읏! 아파!”
또다. 온몸을 마치 떡 주무르듯 강하게 쥐고 주물러 대는 커다란 손에 여은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명을 질렀다.
“아, 아. 미안. 당신은 왜 이렇게 약한 거지? 왜 이렇게 부드러운 거지?”
여은은 그가 아예 처음이거나, 이제껏 만난 여자들이 강철처럼 단단한 몸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드럽게 해줘요.”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말을 수용하듯 깃털처럼 부드럽게 혀를 빨며 살며시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거친 손길로 살짝 부어오른 가슴을 블라우스 위에서 살살 주무르는 손길은 너무나 달콤해서 허리가 녹을 것만 같았다.
역시, 거칠었다가 부드러운 간극을 주는 테크닉이 무척이나 상당한 이 남자가 처음일 리 없었다. 여태껏 그의 파트너들은 모두 거친 애무를 좋아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에서 뾰족한 심술이 솟아난 여은은 대담하게 허리를 비틀었다. 어떻게 해서든 가임인 며칠 동안은 이 남자의 혼을 빼놓고 싶었다. 어떤 여자도 생각이 나지 않도록 홀려 놓고 싶다는 경쟁심이 그녀를 과감하게 만들었다.
허리를 요염하게 비트는 여은의 유혹에 류태주는 사실, 혼이 반쯤 나가 있었다.
첫 키스였다.
너무 작고 부드러운 입술을 어떻게 삼켜야 할지 몰라 욕심껏 취했다. 어떻게 빨고 혀를 감아 당겨도 모자랐다. 더 닿고 싶고 더 흠뻑 맛보고 싶은데 여자는 끙끙대며 거부하듯 그를 밀어내기만 했다. ‘아파요.’ 하고 우는소리로 칭얼대는 여자가 진짜 너무 귀여워 그대로 발라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계속 자신이 성적인 부분에서만큼은 담백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사춘기 시절에 각인된 고아한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그는 노골적인 프레임에 잡힌 고수위의 영상이나 어떤 매체에도 눈을 돌리지 않았고 그 어떤 유혹에도 흥미가 없었다. 얼마나 여자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는지 온천욕을 함께 간 외조부가 동정을 떼라고 유녀를 넣어 줄 정도였다.
거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외손자가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본 다음부터는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결벽증이 있는 태주는 타인의 살을 만진다든가 타액을 나누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진여은은 달랐다.
진여은을 장례식장에서 본 이후로 매달 받아 보는 그녀의 사진만 봐도 뜨거워지는 피와 솟구치는 흥분감은 자신이 집착하는 어떤 존재에 대한 고양감이라 생각도 했다. 그러나 홍콩에서 춤을 추는 그녀를 봤을 때 그는 확신했다. 그의 인생에 여자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진여은이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저 여자여야 했다.
진여은이 손에 들어오자 그는 이성을 잃었다. 이제껏 성적인 욕망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어디든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만져야 더 가질 수 있는지 애가 타서 전력을 다해 힘을 주었다.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살결, 가는 뼈대, 연약한 근육들. 만져 본 적도 없고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달콤함에 어쩔 줄 모르는 자신에게 노련한 조련사같이 그녀가 속삭였다.
‘부드럽게 해줘요.’
그것은 그에게 부탁이 아닌 명령이었고 강력한 힘을 가진 언령이었다. 그리고 류태주는 무엇이든 적응이 빨랐으며 특히 몸으로 하는 것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는 곧 이 행위에 자신만이 아니라 여자의 쾌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하앙!”
말랑거리는 가슴을 쥔 손에 힘을 빼고 손바닥으로 쓰다듬는 동시에 얇은 블라우스 위로 느껴지는 딱딱한 정점을 문지르자 곧 달콤한 비음이 터졌다. 태주는 입술을 떼지 않고 눈을 떴다. 귀까지 빨갛게 상기된 표정의 여자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옅게 한 화장은 온종일 돌아다닌 탓에 거의 흔적도 남지 않았다.
진여은, 자존심 강한 자신의 히메는 떨리는 숨결을 흩뿌리며 키스에 도취되어 있었다. 연거푸 부드러운 입술을 빨다가 혀로 입 안 점막을 핥자 다시 ‘흐응’ 하는 비음을 흘린다. 그것이 좋다는 신호로 알아들은 태주는 혀를 감아 이로 살짝 씹었다.
어느 정도로 씹어야 좋은 소리를 내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팠는지 미간에 실금을 그으며 얼굴을 뒤로 빼는 여은의 반응에 그는 웃으며 꼼짝하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 고정했다. 그러고는 사과하듯 천천히 혀 아래쪽을 두드려 주자 고통으로 살짝 경직되었던 작은 몸이 스르륵 풀렸다.
예민하고 감도가 좋은 몸이었다. 그는 매끄러운 긴 머리를 쓰다듬다가 옆머리를 정리하여 뒤로 묶은 리본을 풀었다. 계속 한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은 가히 중독적이라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검은 슈트를 입고 있을 때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풍만한 가슴이었다.
커다란 제 손에 넘치는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보고 싶었지만, 타인이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여자를 노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칸막이를 쳐놓았지만, 여은의 신음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갈까, 신경이 쓰였다.
이 여자의 신음 한 자락이라도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차 안에서는 자제하고 싶었지만, 그는 처음 느낀 여체에 아주 완벽히 빠져 버리고 말았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에 연신 몸을 떨며 흐느끼듯 신음하는 여자의 반응을 면밀히 체크하며 태주는 도자기같이 매끄러운 뺨을 엄지로 문질렀다. 어디를 만지든 부드러웠고 여은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손이 작은 귀를 거쳐 손에 쥐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가느다란 목을 더듬었다.
“하아앙.”
이곳도 성감대인지 허벅지를 깔고 앉은 작은 엉덩이가 연신 실룩댔다. 성감대의 확인을 마친 커다란 손은 더욱 내려가 양손으로 풍만한 젖을 주무르다가 갈비뼈가 느껴지는 가느다란 옆구리와 허리를 거쳐 농염하게 흔드는 골반을 잡았다. 가슴만큼이나 부드러운 엉덩이를 양손에 꽉 쥐자 뱀같이 엉켜 있던 작은 혀가 잘게 진동했다.
류태주는 터져 나오는 달콤한 신음을 제 입 안으로 삼키며 비단같이 매끄러운 허벅지를 만졌다. 제법 운동하는지 근육이 잡힌 허벅지의 바깥 부분을 쓸다가 한쪽으로 손을 옮기자 여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는 종일 자신의 시야를 괴롭힌 벌을 주듯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힘껏 쥐었다.
“흐읏!”
고통스러운 표정 안에는 숨길 수 없는 흥분과 달콤함이 존재했다. 태주는 할딱이며 제 혀를 빨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듯 한번 보고 쥐었던 허벅지에 시선을 내렸다. 살짝 쥐었는데도 새하얀 허벅지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짧은 반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티팬티를 입었는지 엉덩이 쪽으로 살짝 들어간 손가락에 걸리는 속옷은 없었다.
“하응. 흐으음.”
여은은 반바지 속으로 들어와 제 엉덩이 살을 더듬는 굵은 손가락에 몸을 떨었다. 어디를 만지건 기분이 좋았다. 뜨겁고 미칠 듯이 흥분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반바지 속을 탐색하듯 유영하던 손가락이 앞쪽으로 넘어오자 여은은 살짝 다리를 벌렸다. 준비된 암컷의 보지는 완전히 축축이 젖어 남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접한 금단의 열매는 중독적으로 달았고 짜릿했다.
“만지고 싶은데. 당신 보지.”
엘리트라고 굳게 믿은 남자의 입에서 나온 저급한 말에 여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로 앞에서 눈이 마주친 남자의 눈에서 느껴지는 짐승 같은 흥분감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정말 잡아먹힐 것 같은 두려움에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태주는 놀란 표정의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보지에 손가락을 넣고 휘젓고 싶은데. 이곳도 당신 젖과 같이 부드러운지 궁금해.”
금방이라고 안쪽으로 파고들 듯 푹 파인 사타구니를 만지는 손길이 은근했다. 여은은 허락의 몸짓으로 허리를 떨며 골반을 움직였다. 옆으로 살짝 몸을 틀자 손가락이 안쪽으로 와서 닿았다. 대음순이 시작되는 부분이었다.
“으응.”
노골적인 말은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은밀한 곳은 연신 꿀을 흘리며 달콤한 쾌락을 바랐다. 사타구니까지 젖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만큼 척척한 그곳으로 검지가 안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흐읍!”
자신도 만져 본 적이 없는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어 온 굵은 손가락은 곧 미끈한 애액에 젖었다. 뜨겁고 깊은 샘처럼 제 손가락을 휘감는 매끄러움 감촉에 태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입 안으로 퍼지는 뜨거움을 여은은 목구멍으로 삼키며 다시 눈을 감았다.
“당신 보지는 뜨겁군. 방에 가면….”
탁하게 잠긴 목소리에 여은은 입술을 먹힌 채 흐느꼈다.
“보지를 다 벌려 빨게 해줄 건가?”
아슬아슬하게 쾌락을 정점을 비켜 가는 남자의 짓궂은 손길에 애가 탄 여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둘 다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차가 멈추자마자 차 문이 열리는 것도 기다리지 못한 류태주는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숨을 할딱이는 여자를 안고 내달리듯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비서가 미리 잡아 놓은 새로운 스위트룸을 향해 계단이라도 오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수행원 하나가 서둘러 그에게 카드 키를 건넸다.
“하으응….”
열이 오른 여자는 연신 제 가슴팍에 뺨을 비비며 뜨거운 신음을 연발하고 있었다. 보스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 지켜보려 했던 수행원은 자신을 씹어먹을 듯 노려보는 사나운 눈동자에 질겁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조급한 마음을 반영하듯 손가락에 꽂힌 채 까닥이는 카드 키가 자못 방정맞기까지 했다. 한번 만진 샘이 터지기라도 한 건지 엉덩이를 받쳐 든 손까지 번들거리는 애액이 줄줄 흘렀다. 혹여나 타인의 시선이라도 닿을세라 커다란 손으로 드러난 짧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엉덩이를 감싸 쥔 남자를 으르렁댔다.
“다시 이따위 천 쪼가리를 입고 다니면 다 벗겨 버릴 줄 알아!”
“흐읏! 빨리, 빨리요.”
“제기랄! 조금만 참아.”
숫제 제 가슴팍을 긁어대며 보채는 여자에게 짐승 같은 안광을 번들거리면서도 음성만은 다정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은 입술을 탐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전 층을 차지한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입구가 나왔다.
넓은 거실로 들어서자 카드 키를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그는 어디가 방인지 판단할 여력도 없이 여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위를 덮쳤다. 네 개의 손은 서로의 단추를 푸는 데 사력을 다했다. 여은은 두 발을 비벼 샌들을 벗어 던지고 단추가 풀 때마다 드러나는 남자의 가려진 피부에 탄성을 질렀다. 반면 작은 블라우스 단추가 자꾸만 손가락에서 비켜 나가자 거친 숨을 토하던 태주는 아예 옷을 양쪽으로 잡아 벌렸다.
“미안. 옷은 사줄게.”
사과와 동시에 얇은 블라우스의 단추들이 날아가고 옷감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짐승 같아.”
제 옷을 찢어 버린 남자를 향해 웃음을 터트리자 그는 다시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포획된 사냥감의 급소를 물어뜯듯 가느다란 목에 이를 세웠다.
“하악!”
곧이어 혀로 팔딱이는 경동맥을 핥아 내리는 뜨거운 혀에 다급한 남자를 놀리던 여자의 웃음소리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브래지어를 풀 경황도 없이 훌렁 위로 올린 남자는 출렁이며 드러난 동그란 사발젖에 짙은 시선을 떨어뜨렸다.
누웠음에도 동그란 원을 그리는 봉긋한 젖 한가운데는 무척이나 작은 젖꼭지가 수줍게 얹어져 있었다. 깨끗한 분홍색의 작은 돌기는 옷 위로 자극받은 영향으로 벌써 발딱 서 있었다.
“하아아!”
하얀 젖무덤과 함께 남자의 입 안으로 사라진 젖꼭지는 곧 축축이 젖은 입술과 혀로 사정없이 빨리고 핥아졌다.
“하악! 하악! 아앗!”
처음 접하는 자극적인 느낌은 미칠 듯한 간지러움을 동반한 쾌감이었다. 여은은 남자의 머리카락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당기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바쁘게 양쪽 젖꼭지를 희롱하는 남자는 숫제 젖이라도 빨아 먹듯 강하게 빨아당겼다.
“꺄응!”
뾰족한 혀끝으로 작디작은 젖 구멍을 후비듯 파고들자 파르르 몸을 떨던 여은은 허리를 위로 들며 활처럼 휘어 가슴을 더욱더 내밀었다. 빨리지 않는 젖은 손바닥으로 주물러지며 손가락으로 젖꼭지가 비벼졌다.
이것도 저것도 좋기만 했다. 실낱같은 이성이 여전히 블라우스에 가려진 왼쪽 팔을 확인했다. 다급한 남자는 옷을 찢은 상태에서 아직 벗겨내지 않은 것이다. 류태주에게 흉진 팔뚝을 보여주기 싫은 것은 여자로서의 본능이었다. 그에게 못난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흡!”
이로 약하게 잘근잘근 젖꼭지가 씹히자 고통과 동시에 짜릿한 쾌감이 아랫배를 짜르르 울린다. 여은은 반바지의 버클을 푸는 손길을 느끼며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속옷과 동시에 반바지가 카펫 위로 던져졌다. 여은은 드러난 제 아래를 보고 숨을 크게 삼키는 류태주를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 앉은 남자는 아무것도 가릴 것이 드러난 매끈한 치골과 그 아래 붉은 클리토리스와 살짝 갈라진 음순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류태주의 눈에 서린 당황과 흥분을 동시에 느낀 여은은 붉어진 얼굴로 제 다리를 M자로 세워 손으로 무릎 뒤를 잡아당겨 고정했다. 자신도 본 적이 없는 은밀한 곳이었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스스로 그곳을 벌린 여자의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인지를. 그리고 이 남자가 그것을 미친 듯이 갈구하리라는 것을.
“백보지 처음 봐요?”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첫 경험, 첫 자극으로 인해 뺨에 경련이라도 났는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남자의 번들거리는 눈이 진분홍빛 음핵에서부터 갈라진 작은 날개와 있는지도 모를 바늘귀 같은 작은 틈을 탐욕스럽게 핥았다.
“…털을 정리한 건가?”
이 순간조차 이 작은 보지를 누구에게 먼저 보인 적이 있는지가 중요한 남자였다. 곧이어 들린 떨리는 음성에 만족한 그는 곧 그곳에 얼굴을 내렸다.
“원래 털이 없…. 핫! 하악! 아아!”
키스하듯 살짝 비튼 각도로 작은 날개부터 입술로 머금은 여린 살점은 여자의 입술만큼이나 달콤했다.
“흐아앙! 안 돼! 앙!”
상상도 하지 못한 자극적인 쾌감에 당황하여 결국 잡은 다리를 놓쳐 버린 여은은 파괴에 가까운 그 느낌에 도망하려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하앙!”
그러나 작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쥔 태주는 그대로 엉덩이를 들어 올려 여자의 허리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무릎을 꿇어 선 채 붉은 속살을 탐하기 시작했다. 여은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러나 목덜미만 바닥에 붙인 자세로 버둥거려 봤자 그녀가 힘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는 널브러진 두 팔밖에 없었다. 여은은 결국 두 팔로 무게중심을 분산하며 남자의 어깨에 두 발을 얹었다. 그리고 작은 음핵을 빨렸다.
“꺅!”
괴로울 정도로 집요하게 빨고 핥아대는 통에 작은 클리토리스는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앙! 안 돼! 거기만 너무…! 앙!”
아무리 경험이 없기로서니 여자에게 쾌감을 주는 곳이 어딘지 모를 리 없는 서른세 살의 남자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 작은 체구의 여자가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래를 충분히 풀어 줘야 한다는 걸 알았다. 터질 듯한 아래가 고통스럽다. 그러나 여자를 맛보는 그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한 남자는 저의 욕구는 뒤로 밀어 놓았다.
바지 안의 사정은 그야말로 참담할 지경일지라도 말이다. 끔찍할 정도로 발기한 좆 끝에서 흐른 쿠퍼액은 종일 흘렀다 굳기를 반복한지라 속옷에 끈적하게 눌어붙은 채였다.
“하으읏!”
민감한 작은 몸은 현란한 테크닉이 없어도 금방 절정에 다다랐다. 파르르 떠는 작은 공알 아래의 구멍으로 맑은 물을 찍찍 싸대며 온몸을 늘어뜨린 여체에 태주는 한 손에 잡힐 듯한 가는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뾰족한 혀를 그 아래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흐으으…!”
비명을 지를 기력도 없이 늘어진 여은은 부드러운 구멍이 파헤쳐지는 느낌에 진저리쳤다.
“하앙! 더, 더 해줘요.”
남자의 정자를 받고 싶다. 자궁에 저 남자의 정액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암컷으로의 본능이 완전히 발현한 여자는 늘어진 몸으로 애원했다. 멀리서 거친 욕설이 들린 것 같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여은은 팔을 둘러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러나 팔의 흉터 때문에 옷을 다 벗을 수 없었던 그녀는 오른쪽만 블라우스에서 팔을 빼내고 어중간하게 브래지어를 왼팔에 걸었다. 남자는 그런 여은의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래의 구멍을 혀로 핥아대면서 가끔 아래서 덜렁이는 가슴을 애무했다.
“언제….”
여은은 남자의 혀끝이 구멍 안을 쑤실 때마다 할딱이며 입을 열었다.
“언제 넣어 줄…. 하악!”
빨리 넣어 달라는 칭얼거림은 굵은 손가락 하나가 파고들자 곧 다물어졌다. 손가락 하나, 그것도 겨우 두 마디가 들어갔을 뿐인데 고통은 생각보다 컸다.
“나도 자지를 빨리 담그고 싶은데, 제기랄! 당신 구멍이 너무 작아…!”
“하윽! 흐응. 나…, 잘 참으니까. 어서….”
깨진 병으로 제 팔을 난자할 때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검은 마녀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 색조로 통일된 겉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대 울지 않는 독한 그녀의 성격을 빗대는 비아냥이기도 했다.
한번은 세력 다툼 중에 상대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몽둥이 세례를 맞은 적도 있었다. 갈비뼈가 여섯 대나 나간 그 상황에서도 더욱 형형해지는 독기 어린 안광에 오히려 적들의 심장을 섬뜩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그녀는 독하고 고통에 강했다.
깨진 병으로 팔을 찍거나 갈비뼈가 나가는 고통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다. 그런 것을 이를 악물고 이겨낸 그녀였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겪는 남자와의 관계 따위가 자신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잘 참는다는 여자의 말에 태주의 몸이 굳었다. 그러나 성애의 첫 감각에 휘둘려 버린 여은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허리를 요염하게 뒤틀었다.
“아픈 거 잘 견디니까, 어서 넣어 줘요. 빨리.”
그것을 남자와의 관계에 익숙하다는 말로 알아들은 류태주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제 손가락을 꽉 물고 있는 구멍에서 손가락을 물렸다.
“구멍만 보면 처녀인 줄 알겠어. 손가락 하나도 이렇게 잘라먹을 듯 물고 있는 걸 보니 나의 히메는 천하에 다시 없는 명기인가 봐.”
유치한 독점욕으로 잔뜩 심사가 꼬인 류태주가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도 여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은 오로지 옷을 벗어내는 남자의 몸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은의 작은 손가락이 반쯤 풀어냈던 셔츠의 단추를 다 푼 그는 거칠게 바닥에 집어 던지고 바지를 내렸다.
“헉!”
내려간 속옷과 동시에 튕겨 나온 기다란 물건에 여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여자의 표정을 확인한 태주의 한쪽 입술이 비쭉 올라갔다. 그는 제 손에 가득 잡히는 기둥을 쥐고 한번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이제껏 상대했던 자지는 이것보다 작았나 봐?”
그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는 여은의 반응에 입술을 깨물었다. 진여은의 남자관계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태주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진여은은 몹시 차갑고 냉정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다. 관리하는 업소에서도 까다롭고 날카로운 여은의 성격에 그녀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모두 바짝 얼어 울상 짓는다는 것은 다른 조직에까지 퍼진 소문이었다.
그녀가 조직을 맡은 스무 살부터 꾸준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지만 가까이 둔 남자라고는 수행원들밖에 없었다. 진여은의 측근인 이윤우와 하준수가 떠오른 태주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랬나? 그런 거였나?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들에게 다리를 벌리고 있었던 것인가?
불쾌한 상상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수년을 기다려 온 여자의 구멍을 목전에 둔 자신의 좆은 본능에 충실하게도 터질 듯 발기한 채 꺼덕대고 있었다. 류태주는 겨우 손가락 하나로 뚫어 놓은 작은 구멍을 노려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잠깐만 기다려. 콘돔을….”
콘돔을 가지러 간다는 류태주의 말에 정신이 확! 든 여은은 다급히 그를 만류했다.
“류, 류태주 씨!”
몸을 일으키려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 채 여은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그만두자고 말하면 죽여 버릴 기세로 노려본 태주였지만 여은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임신이 목적인데 콘돔이라니, 말도 안 된다! 콘돔에 미리 구멍을 뚫을 수도 없는 여은은 이런 순간을 위해 준비된 말이 없다는 것에 당황했다. 분위기만 되면 어영부영 관계를 맺을 줄 알았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아무 말이나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 사, 사실은 성벽이 하나 있는데, 남자가 사정할 때 느껴요. 그, 그러니까 정, 정액을…. 아! 물론 피임 시술은 했어요.”
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갈 때마다 류태주의 표정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그리고 말을 다 듣고 나서는 어이없는 웃음소리까지 냈다.
“당신이 그렇게 경험이 많은 줄 미처 몰랐군. 남자의 정액으로 오르가슴을 느낀다 이 말이지?”
이제까지는 없던 사나운 표정이었지만 여은은 남자가 쥔 커다란 성기에 시선을 빼앗긴 탓에 미처 그의 변화를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류태주의 손은 무척이나 컸다. 그 손안에 꽉 차는 기둥을 보는 그녀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잠, 잠깐만요.”
벌린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던 태주의 눈이 다시 흉흉하게 빛났다.
“이번에는 뭐지? 자지에 구슬이라도 박혀 있어야 만족이 되나?”
“그… 그게 아니라…. 너무 큰데. 정말 그게 들어갈까요?”
그는 꺼덕거리는 제 좆을 한번 보고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즐겨 봤으면서 몰라? 들어가.”
가볍게 단정하는 태주의 말에도 인정하지 못하는 눈은 연신 깜빡이며 형형이 발기한 성기를 보며 침을 삼켰다. 넋을 놓을 만큼 미끈하게 잘빠진 그의 얼굴과는 완전히 다른 생물체 같은 성기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흉측했다.
길이는 마치 오이같이 길쭉했으며 굵기는 제 팔뚝보다 굵어 보였다. 게다가 푸른 핏줄이 나무뿌리처럼 얼기설기 두드러진 데다 물을 뚝뚝 흘리는 아가미처럼 뻐끔대는 구멍이 있는 귀두는 아이의 주먹만 해서 도저히 저것을 제 몸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내 좆을 본 여자가 지금 당신처럼 침을 삼켜댔지. 넣지 못하면 한번 빨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였어.”
외조부가 자신의 방으로 보냈으나 쫓아냈던 유녀가 했던 말을 전하자 불안하게 몸을 떨던 여자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나랑 한번 자면 그런 여자 생각 따위 나지 않을걸요?”
역시 그의 파트너는 무척이나 다양한 경험이 있는 여자가 틀림없었다. 저 검붉고 흉측하기 그지없는 것을 빨게 해달라고 애원했다니!
류태주가 자신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세계를 다른 여자와 공유했다고 생각하니 북받쳐 오르는 짜증에 여은은 입을 앙다물었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의 그녀를 떠올리게 하자 태주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나도 그러길 바라. 그럼 어디 한번 맞춰 볼까? 우리 속궁합?”
“흑!”
여은은 굵은 귀두로 제 음부를 길게 훑으며 애액을 묻히는 행위에 진저리치며 눈을 꼭 감았다. 기세 좋게 큰소리쳤지만 역시 첫 경험은 생각보다 많이 긴장되었다. 경험이 없는 것을 류태주가 알아차릴까, 걱정도 되었지만, 혈흔도 없이 무난히 치르는 첫 경험도 많다고 들었다. 산전 검사를 갔을 때 의사는 골반이 순산형이라고 칭찬했던 것을 떠올리며 여은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류태주는 귀두에 감기는 붉은 속살의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표정 없이 무감한 눈동자와 감정을 숨기는 데 뛰어난 인간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으지만, 그것은 어느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의 무심한 성향 때문이었다.
오로지 한 가지, 단 한 존재를 향해 살아왔던 그에게 바로 그 여자가 제 다리를 벌리고 자궁에다 정액을 쏘아 달라고 하는데 흔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벨벳같이 부드러운 여린 속살이 예민한 귀두에 감기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그녀가 이렇게 성 경험이 많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이를 악물었다. 넣자마자 사정이라도 한다면 당장에 비웃으며 이 방을 나가 버릴 것이다. 절대로 제 발로 이 방을 나가게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귀두를 작은 구멍에 맞추는데 눈을 꼭 감고 어깨를 잔뜩 옴츠린 여은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침대로 가지. 그 옷도 벗고.”
연신 덮친 충격 때문일까, 조금 이성이 돌아온 태주가 뒤로 몸을 물리자 카펫 바닥에 누워 있던 여은이 눈을 번쩍 떴다. 동그란 갈색 눈동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싫, 싫어요! 당장 넣고 싶다고요!”
여은은 왼팔에서 블라우스를 빼고 싶지도, 자리를 옮기고 싶지도 않았다. 짐짓 냉정해진 류태주의 태도를 자신에 대한 성적 흥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벗은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제 허리에 감기는 부드러운 다리의 감각에 다시 아찔함을 느낀 그는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조금 봐주려고 했더니! 나중에 등이 아프다고 울지나 마.”
“안 울어요!”
겨우 섹스 따위에 울 리가 없었다. 자신은 진여은이다. 어떻게든 이 남자의 정액을 받아내야겠다는 결의를 다진 그녀는 손을 뻗어 굵은 목을 끌어당겼다.
“빨리 줘요. 당신의 정, 아니 커다란 자지.”
하마터면 정액을 달라는 말을 서둘러 정정하며 되바라지게 말했다. 입을 맞춰 오는 그의 입에서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기다리지도 말걸 그랬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다시 깊이 혀뿌리까지 거칠게 당기며 가슴을 아프게 주물렀다. 사정을 두지 않고 강한 힘으로 비벼대는 손끝에 부드러운 젖꼭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흐읏!”
여은은 고통 안에서 공존하는 달콤한 쾌감에 신음하며 아래로 밀어오는 커다란 귀두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리를 더 벌렸다.
“아!”
겨우 손가락 두 마디를 받아들였던 구멍으로 그것의 몇 배나 큰 것이 쉽게 들어올 리가 없었다.
“윽! 힘을 더 풀어 봐. 아니, 역시 손가락으로 더 풀….”
“싫어. 싫어요. 넣어 줘요. 제발.”
자꾸만 몸을 뒤로 물리는 그에게 불안해진 여은은 매달려 칭얼거렸다.
“제기랄!”
그는 작게 욕설을 뱉으며 여은의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젖꼭지를 희롱했을 때 가장 많은 애액을 흘려댔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흐윽! 응! 앙!”
역시 그의 생각대로 파고들 때마다 아파하면서도 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강하게 빨아당기자 곧 달콤한 교성이 터졌다.
“하악! 흑!”
작은 구멍에 맞춘 둥근 귀두가 여러 번 꾸욱, 꾸욱 눌러지며 진입을 시도하자 서서히 입구가 벌어졌다. 그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물고 있던 젖꼭지를 강하게 씹었다.
“하악!”
핏빛으로 변한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과 강렬한 쾌감에 여은이 고개를 뒤로 젖히자 남자의 강인한 엉덩이가 힘을 주며 짓쳐들어왔다.
“아악!”
입구를 억지로 벌려 들어간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몸을 경직시키며 호흡을 멎은 가는 등을 안고 천천히 허리를 뒤로 물린 그는 더욱 거세게 쳐올리며 들어갔다.
“하아악!”
뭔가 뚝! 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여은은 제 안에 깊숙이 들어온 커다란 기둥에 벌벌 떨며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헉! 헉!”
류태주는 류태주대로 미친 듯이 조여드는 내벽에 사정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허리를 움직였다. 별이 눈앞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환영이 보일 만큼 환상적이었다. 들어갈 때는 좁은 내벽이 비명을 지르는 듯 파르르 떨며 들어온 침입자를 온통 감싸다가 뒤로 물릴 때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 미친 듯이 빨아당겼다.
여린 살이 거친 카펫에 쓸리지 않도록 제 두 팔 안에 상체가 들린 여자는 의지가 없는 인형처럼 제 품에서 덜렁거리며 움직였다. 마치 신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소리가 없어서 깊이 쳐올리자 귀두가 자궁벽에 닿았다.
“허억!”
여자의 파르르 떠는 반응이 고통 때문이지 쾌감 때문인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태주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미친 듯이 여자의 안을 내달렸다.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기둥을 쥐어짜는 힘에 그는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머리가 멍해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사정없이 자신의 해면체를 쥐어짜는 내벽에 그는 곧 사정감을 느끼고 더욱 속도를 빨리했다. 깊이 안쪽을 찔러댈 때마다 제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여자에게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한편 여은은 태주의 목에 매달려 제 왼쪽 팔에 걸려 있는 블라우스를 뭉쳐 입을 막고 있었다. 너무 아팠다. 이것은 깨진 병으로 팔을 찍을 때나 갈빗대가 나갔던 고통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생살을 찢고 끊임없이 안쪽을 파고드는 흉기에 미칠 것 같았다. 입을 막지 않으면 비명을 지르며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제기랄! 너무 아프잖아! 이 짓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야?’
아무래도 조건에 페니스의 굵기도 넣었어야 했나 보다. 여은은 사정없이 흔들리는 와중에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더욱 힘껏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너무 아프지만, 이것만은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옅은 담배 냄새와 우디 향이 섞인 스킨 향이 은은히 나는 남자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이렇게 맨살이 닿는 느낌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하윽!”
빌어먹을 류태주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닿는 자궁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얼얼하고 화끈한 아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 인간은 이 짓을 계속하며 인류의 명맥을 이어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으로 돈을 버는 여자들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져서 여은은 앞으로 업소의 종업원들에게 조금 덜 냉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미치도록 아파서 당장이라도 이 거구의 남자를 밀어 버리고 싶었지만 제 몸에 집중하며 귓가에 뿌려지는 거친 호흡 소리가 좋아서 그녀는 다시 한번 블라우스를 악물었다.
“하아악! 하앙! 안 돼! 너무! 아악!”
원래도 느린 박자는 아니었지만 들어오고 빠질 때의 약한 간극에 이를 악물던 그녀는 갑자기 더 거칠고 빨라진 남자의 허리 짓에 결국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맞붙은 딱딱한 남자의 가슴에 비벼지는 젖가슴이 마찰열에 불이 날 듯 뜨겁다.
“안 돼! 아, 하앙!”
무작스럽게 파고들어 자궁 안쪽을 찌른 커다란 귀두에 여은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순간 갈비뼈 여섯 개가 아니라 모조리 부러질 것같이 제 등을 힘껏 껴안은 남자의 입에서 황홀함과 쾌감으로 점철된 깊은 신음이 들렸다. 그리고 네 번에 걸친 긴 사정의 시작에 여은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사정했다. 드디어 이 남자의 첫 정액을 받았다! 여은은 오늘이 가임기 3일째라는 것을 떠올리며 류태주의 목에 감았던 팔을 풀었다.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는 것같이 온몸이 아팠다. 그리고 이상한 상실감에 여은은 어두운 깊은 곳까지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사정을 끝낸 류태주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의 표정에는 사정으로 인한 후련함과 첫 섹스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히 나타나 있었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암전을 느낄 정도의 쾌감이었다. 이것은 결코 자위 따위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절대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만큼 중독적인 여자의 공간은 무척이나 작고 좁았다.
드디어 이 여자를 가졌다는 만족감에 가슴이 뜨겁게 채워졌다. 가장 경멸하는 부류였던 색에 미쳐 여자에게 휘둘리는 남자가 이해되었다. 이렇게나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면 여자의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것이다. 그 또한 진여은이 자신의 수행원들과 난잡하게 뒹굴었다는 사실도 용서가 되니 말이다.
물론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없지만 다른 남자의 정액으로 이제껏 느껴 왔다는 그녀의 취향은 정말이지 눈이 돌아 버릴 만큼 열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과거마저 모두 용납이 되니 진여은의 몸에 그가 얼마나 크게 만족했는지 말해 주는 것이다. 단, 앞으로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류태주는 제 팔 안에서 축 처진 여자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냈다.
그가 엎드리면 온몸이 가려질 만큼 작은 존재였다. 밀려오는 사랑스러움에 그는 제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엉망으로 헝클어진 긴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자그맣고 동그란 얼굴 안에 저 이목구비가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괜찮….”
괜찮냐고 하는 질문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진여은은 울고 있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블라우스를 뭉쳐 스스로 재갈을 만들어 끼운 채 어깨를 떨고 있는 여자를 보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찡그린 그녀의 얼굴에는 그와 같은 만족이나 충만함이 들어 있지 않았다.
잠자리로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여전히 몸은 합해진 채였다. 제가 흩뿌린 방사의 흔적으로 그녀의 안은 더욱 매끄러워졌고 사정 후 약간 줄어든 사이즈로 좁은 내벽의 조임도 덜했다. 하지만 덜했다는 것이지 움직이기 편할 만큼 내부가 넓어진 것은 아니었다.
“왜 울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차가움이 느껴지는 남자의 음성에 작은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눈물에 젖은 갈색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류태주를 똑바로 응시한다. 선연히 떠오른 원망 어린 눈길에 가슴이 지끈거리면서도 차오르는 사랑스러움에 그의 것이 다시 커졌다. 내벽을 넓히는 발기에 당황한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아, 아. 걱정하지 마. 움직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원래 이렇게 좁은가? 정액을 받으며 오르가슴을 느끼는 성벽치고는 그리 즐기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네가 무식하게 박아대기만 하니까 그런 거지!’라고 날카롭게 받아치고 싶었지만 계속 흐르는 눈물에 여은은 고개를 돌리고 말을 삼켰다. 세상에 눈물이라니! 그녀는 8년간 단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독하게 버텨 왔던 심장이 갑자기 어이없는 곳에서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
“히메미야….”
처음에는 그녀의 눈물에 당황하고 불쾌한 기분도 있었으나 소리도 내지 않고 우는 것을 보자 마음이 다시 뭉근하게 풀어졌다.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진여은의 눈물이 아닌가! 제 부모님의 장례식에서도 절대로 울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러나 류태주는 이 순간 자신이 보고 싶었던 눈물은 이런 알 수 없는 감정에 쌓인 여자가 아니라 자신 아래서 쾌감에 겨워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정을 억누르며 흐느끼는 여자를 보는 것은 섬뜩하리만큼 마음을 시리게 했다. 단, 그 모습에 발기하는 자신의 좆의 상황은 중증일 것이다. 이 여자의 모든 모습이 그의 성감을 자극했다.
“이제 그 블라우스 따위 벗는 게 어때?”
몸을 합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보다 다시는 입지 못할 천 쪼가리에 의지하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앗!”
여은은 갑자기 왼쪽 팔에 걸린 옷을 훌렁 벗겨 버리는 태주의 행동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자 여전히 제 아래를 차지한 흉물스러운 자지가 살짝 움직여 내벽에 뻐근한 고통을 주었다.
“옷을 왜…!”
여은은 드러난 팔의 흉터를 보고 다시 류태주를 노려보며 울상을 지었다. 엉망진창이었다. 남자의 정액만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섹스는 너무 힘겨웠고 이 남자에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흉터는 강제로 드러나게 되었다.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아팠으며 뻐근하고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아래의 고통은 단지 육체적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간 힘겹게 버텨 오던 시간들과 독하게 지켜 온 단단한 마음에 금이 가는 듯 허무함과 밀려오는 상실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모든 것에 그녀는 지쳐 있었다.
자신을 챙길 여력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여은은 제 몸이 저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것에 짜증이 난 여은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눈물과 혼란스러운 감정에 분노했다.
“옷 돌려줘! 돌려달라고! 이 나쁜 놈! 엉! 엉! 옷 돌려달라고!”
마치 넝마가 된 블라우스가 제 모든 것인 양 울며 마주한 남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진여은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지금은 지켜야 하는 조직도 진도 금융도 모두 머릿속에서 상실한 그녀는 그저 상처받아 우는 작은 짐승이었다.
그런 그녀를 류태주는 때리면 때리는 대로 할퀴면 할퀴는 대로 제 몸을 대주며 그녀의 흉진 왼팔에 입술을 대었다. 순간 흠칫 놀란 그녀가 몸을 굳히며 달아나려 버둥거렸다.
“싫어! 나쁜 놈! 하지 마! 거긴 하지 말라고! 싫어! 놔!”
“…은. 쉿! 괜찮아. 괜찮아.”
류태주는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도록 이름을 애매하게 부르며 달랬다. 그러나 그녀가 하는 대로 다 맞아 주면서도 벗어나게는 하지 않았다. 마치 패닉에 빠진 듯 버둥거리는 그녀를 진정하기 위해 발기한 성기를 안으로 밀어 올리자 깊숙한 곳을 찔린 그녀는 파드득 몸을 떨며 벗어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왜? 왜 그러지? 아픈 건가? 어디가? 혹시 여기?”
처음도 아니니 설마 아래가 아플 것으로 생각지 못한 류태주는 그녀가 그토록 사수했던 왼팔의 흉터가 아직도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히메. 아픈 거야?”
“흑…! 흑…! 날, 히메라 부르지 말아요. 흑! 이것 보이기 싫었단 말이야! 엉!”
류태주에게 제 흉진 팔뚝을 보이자 상처받은 자존심을 여은은 솔직하게 말했다. 일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빼주지 않고 제자리인 듯 저의 질을 장악한 남자에게 원망 어린 시선을 보냈으나 그 와중에 ‘임신’이라는 미션을 잊지 않았던 그녀는 당장 몸을 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신은 아름다워. 어디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어. 여기도.”
류태주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여기도.”
그리고 목과 가슴에 연달아 키스를 퍼부었다. 그가 몸을 둥글게 말자 질 안에 들어온 커다란 성기가 깊이 쑤셔져 여은은 앓는 소리를 냈다.
“물론 여기도, 아름다워.”
여은은 흐느끼며 제 왼쪽 팔뚝에 입을 맞추는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의 흉터는 상처이자 아픔이고 희생이자 살고자 하는 의지였고 그녀를 지탱하는 독기이자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었다. 제 팔을 찍어내는 고통으로 조직을 이을 수 있었고 동생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혐오감 어린 시선은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을 짓밟았다. 상처받은 여은은 철저히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했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하지만. 울어도 돼. 히메. 내 앞에서는 울어.”
여은은 그의 아래에 누워 몸이 꿰인 채 아이같이 울었다. 그는 맘껏 울도록 두면서 끊임없이 흉진 팔뚝에 입을 맞췄다. 8년 전 해주고 싶었던 위로였다. 지켜 주고 싶었노라고 마음으로 전하며 지금이라도 저에게 마음을 주길 바랐다.
“당신…. 이상해….”
여은은 엉, 엉 소리 내어 울다 흐느끼기를 반복하며 제 팔을 연신 부드러운 입술로 쓰다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정말 이상한 남자였다. 상처가 왜 생겼는지, 어떤 이유로 이런 큰 흉터를 가지고 사는지에 대해 전혀 묻지 않고 그저 이 흉한 상처가 아름답다고 말해 준다. 마치 그것은 모든 사람이 경멸하고 혐오하는 그녀의 선택에 대해 인정하고 옳다고 선언하는 듯했다.
하나뿐인 피붙이인 여동생마저 이 상처를 보면 눈빛을 흐리건만 단지 어제 처음 본 이 남자는 저의 쓰러진 자존심까지 알아봐 주는 듯했다. 그것이 스산한 사막 같은 그녀의 마음을 촉촉하게 했다. 갑자기 흔들리는 마음을 느낀 그녀는 당황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귀국하면 자신은 단발 가발에 검은 섀도와 붉은 립스틱에 검은 슈트를 입은 검은 마녀가 되어야 했다. 여전히 낯선 남자에 불과한 류태주에게 느끼는 이런 감정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영혼마저 치유해 주는 듯한 남자의 위로는 너무나 중독적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느껴 보고 싶은 욕심에 그녀는 낯선 자신이 속삭이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배란일까지는 불과 3일! 배란일 이후 3일도 가임기였으니 6일 정도의 시간 동안만 이 다정함에 빠져도 되지 않을까? 그것은 자기 합리화까지 완벽한 핑계였다. 뭉근히 풀린 마음을 대변하듯 아랫배가 조였다.
“흑!”
저도 모르게 조인 내벽에서 느껴진 거대한 부피의 존재에 여은은 진저리치며 힘겹게 신음했다.
“아, 아파요.”
조금 울음이 잦아들자 아래의 통증이 상당했다. 자신의 고집으로 카펫 위에서 뒹군 덕에 등과 허리는 말할 것도 없고 개구리처럼 벌어진 골반도 죽을 것같이 아팠다. 평소에 각종 운동으로 체력이나 근육이 나름 다져진 그녀였지만 섹스의 체위는 숨겨진 근육을 쓰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이렇게 아플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가?”
여전히 눈물에 젖은 갈색 눈동자가 사랑스러워서 류태주는 다정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의 흉기 같은 자지가 들어 있는 곳이요. 아파 죽겠다고요.”
아무리 다정하면 뭐 하는가. 갑자기 정중 모드를 버리더니 짐승이 되어 버린 남자를 떠올리며 여은은 입을 삐죽였다. 섹스가 처음인 그녀는 성교통이 단순히 그가 커서라고 생각하고 생각 없이 툴툴거렸다.
“이거 미안하군. 하지만 내 허락 없이 돌아갈 수 없어. 알다시피 당신 옷은 이미 찢어 버렸으니까…?”
자신과의 섹스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어떻게 손에 넣은 여자인가!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집착 어린 말을 늘어놓으며 몸을 뒤로 물리는데 애액과 정액이 뒤범벅된 제 체모에 다른 빛깔의 체액 덩어리가 묻은 것을 본 그의 몸이 굳었다.
“흐으…. 제발, 천천히…!”
불신이 가득한 의혹 어린 시선으로 아래를 보며 그는 다급한 여자의 애원대로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 처음 붉은빛을 보고 설마, 하던 그의 의심은 굵은 귀두가 완전히 밖으로 나오자 확실해졌다. 자지의 부피만큼 벌어졌던 구멍에서 피에 젖은 붉은 정액 덩어리가 왈칵 쏟아져 내린 것이다.
“당신…!”
이것은 아무리 경험이 없는 남자라도 알 수 있었다. 기세 좋게 자지를 넣어 달라고 되바라진 소리를 하고 남자의 정액으로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성벽을 당당히 고백한 이 여자는 처녀였다. 거한 뒤통수를 맞은 기분에 류태주는 살짝 눈을 감았다.
처음 느낀 것은 분노였다. 거짓말로 수행원들과의 관계까지 의심하게 만들어 거칠게 안게 했다. 그러나 그는 남자와의 섹스가 익숙하다는 그녀의 말을 거짓으로 의심할 수가 없었다. 8년 전부터 진여은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마크하며 보고하는 이들도 그녀의 홍콩행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온 여행이었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유영하며 가장 나은 수컷을 찾는 짐승처럼 그녀는 남자를 고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녀는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영악한 그녀가 쳐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다음에 온 것은 수없이 그녀가 떠본 그의 조건들에 대한 의혹이었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진여은의 처음을 가진 남자라는 뿌듯함과 원래 가지고 있던 사랑스러움과 소유욕이 배가됨을 느꼈다.
“흐응…. 아프다고요. 정중하고 젠틀하던 류태주 씨는 어디 갔죠? 어디 가고 짐승 씨만 남은 거죠? 다른 남자와는 이렇지 않았다고요. 다음에도 아프면….”
아래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여은은 혹시나 이대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내일을 기약하는 말을 꺼내며 여지를 두려 했다. 그러나 거짓말하는 입은 곧 다급히 다가온 그의 입술에 막혀 버렸다.
“흐읏!”
키스당하며 아래를 닦는 그의 손길에 여은은 작게 신음했다. 슬쩍 아래를 보니 난잡한 아래의 체액을 닦고 있는 것은 그가 오늘 입었던 고가의 셔츠였다. 그는 아래를 확인하듯 곁눈질하는 여은의 시선에 빙긋 웃으며 핏기가 보이지 않도록 갈무리했다.
자신을 경험 많은 여자로 포장하고 싶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었다. 조건에 맞는 남자를 꼬여서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생각이다.
“점잖은 모습은 미끼였어. 당신 몸이 너무 달콤해서 취해 버려 짐승을 들키고 말았군. 이런 나는 싫은가? 대신 다음 섹스는 부드럽게 하겠다고 약속하지.”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신사의 탈을 썼다고 고백하는 그에게 여은은 반짝하고 눈을 빛냈다. 검은 마녀 같았으면 자신을 우습게 아는 어림없는 수작이었으나 자신은 지금 스물세 살, 이예은이라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 완벽한 유전자를 지닌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후아! 흐음… 다음… 섹스는 언제?”
인제 보니 키스도 분명히 처음인 거다. 입술을 탐하는 자신에게 휘둘리며 언제 호흡을 해야 할지 타이밍을 맞히지 못해 할딱이는 얼굴이 귀엽다.
“같이 자고 내일 모닝 섹스 어때?”
“…….”
같이 잔다고? 게다가 내일 아침에 당장? 갈색 눈이 동그르르 돌아갔다. 그녀의 눈에 벌거벗은 남자의 하체가 들어왔다. 배꼽부터 시작된 검은 음모 아래 여전히 빳빳이 힘이 들어가 있는 검붉은 성기는 아무리 본다 한들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저것이 들어올 때 생살이 찢기던 고통을 떠올린 여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저것만 빼면 너무 완벽한 남자였다. 하지만 벌써 남자의 정액을 받아 버렸다. 다시 남자를 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다리도 벌리기 싫었다. 나중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은 사양이다.
“적어도 잘 때는 건드리지 않을게요. 이예은 씨.”
그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정중하게 말하자 여은은 소리 내 웃었다.
“그 약속 믿어 보죠. 그리고 말도 편하게 해요. 제가 열 살이 어리잖아요.”
여전히 고수하는 그녀 자신에 대한 거짓말에 류태주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나 여은의 눈에는 오늘 밤 이곳에서 머무른다는 자신의 말에 대한 지극한 만족으로 보였다.
“그거 고맙군. 그럼 이제 씻어 볼까?”
여은은 자신을 마치 공기처럼 가볍게 안아 드는 남자의 굵은 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반달 모양으로 휘며 웃었다. 태주는 상기된 뺨에 생긴 깊은 보조개에 입을 맞추었다. 지극히 충동적인 행동이었지만 그것도 마음에 드는 듯 여은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당신 휴가가 언제까지?”
표정은 한결 편해졌지만, 첫 정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주는 테라스의 자쿠지로 향했다. 제 가슴에 기댄 여자는 가련할 정도로 가늘고 작았다. 그는 핏자국과 체액 덩어리가 흥건한 카펫을 보지 못하는 각도로 돌려 안으며 조금이라도 그녀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였다.
“일단 하던 일은 보고만 받으면 되어서 여유가 있어. 당신은 얼마나 있을 예정이지?”
“그럼, 저랑 여기서 일주일 정도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제 질문에 다시 질문을 되돌리는 여자를 보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의 반응에 여은은 새삼스럽게 그들의 뒹군 스위트룸을 둘러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는 키스에 정신이 팔려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방이었다. 거실만 해도 공간이 나누어질 만큼 넓고 흰 그랜드피아노까지 있는 이곳은 자매가 투숙한 스위트룸과 규모 자체가 달랐다.
“일주일간 이 방을 계속 쓰는 건 무리겠죠? 저는 방 하나만 있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방에서 섹스만 할 생각이었던 여은이 나름 심각하게 말하자 이번에는 그가 웃었다.
“숙박비로 과한 지출이긴 하지만 무리는 아니야.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 돈을 쓰는 건 남자의 미덕이니까. 원한다면 더 화려한 호텔로 옮길 수도 있어.”
“당신 부자예요? 얼마만큼?”
도대체 언제 준비해 놓은 것인지 야경이 보이는 야외 자쿠지에는 따뜻한 물이 찰랑이고 있었다. 남자에게 안긴 채 욕조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여은이었으나 그 모든 일련의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온몸을 이 남자에게 발려 먹히듯 구석구석을 모두 만져지고 빨려서 그런 것일까? 류태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벌거벗은 몸으로 멍하니 야경을 보고 앉아 있는 것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었다.
“글쎄, 원한다면 당장 섬 몇 개는 사줄 수 있을걸?”
여은은 관계 이후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그의 태도나 몸을 만질 때 충격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자신을 소중히 대한다는 느낌에 빙긋이 미소 지었다.
“최고네요. 부자에 이렇게 매너 좋은 남자라니. 원래 남자들은 한번 잔 여자에게 흥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흔한 남자들의 범주에 나를 넣지 말았으면 좋겠군. 그리고 만족스러움을 주는 여자라면 남자는 그 어떤 부탁도 들어줄걸?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야.”
여은은 뺨과 귀에 이어 목덜미를 지분거리는 부드러운 입술에 어깨를 옹송그리며 웃었다.
“제 몸에 만족해요?”
“무척.”
류태주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자쿠지로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빳빳이 발기된 성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몸에서 빼내더니 오늘은 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흉악무도한 기둥이 제 등을 아프게 찌르고 있지만, 그는 방치된 제 분신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 이런 걸 보면 자제력이 엄청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까도 생각했지만 정말 이상한 남자다.
‘그나저나 당장 섬 몇 개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라…. 그 섬이란 게 무인도겠지? 설마 너무 엄청난 집안의 후손이라 나중에 아이의 존재를 알고 소송을 걸어 온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혼자 생각에 잠긴 여은은 따뜻한 공기와 낯선 충격에 시달린 근육을 풀어 주는 기분이 좋은 스파에 몸을 늘어뜨렸다.
“아…, 린이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탄탄한 가슴에 기대어 졸며 여은은 중얼거렸다. 태주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으나 그녀는 이미 수마에 휩쓸려 가버린 뒤였다.
욕조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앉혀 둔 채 긴 머리를 씻겨 주어도 깨지 않을 만큼 여은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서툰 자신의 손길에 샴푸 거품이 얼굴로 흘러도 미동조차 없었다. 이 정도면 잠든 것이 아니라, 기절 수준이었다. 류태주는 첫 경험부터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인 자신을 자책했다.
“당신은 정말 내가 모르는 나를 알게 해준단 말이지.”
철이 들 때까지 남이 자신을 돌봐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도련님은 씻는 것은 물론 제 손으로 젖은 몸 한번 닦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당연한 듯 누워 자신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웃긴 사실은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오로지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혹은 그런 분위기가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흘러간 행동은 그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다.
류태주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도 죽은 듯 눈을 감은 여자를 소중히 안고 침대에 눕혔다. 잠을 잘 때도 자신에게 들러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어컨 온도를 살짝 낮췄다. 그 바람대로 저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여자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며 눈을 감은 태주가 다시 눈을 뜬 것은 바깥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열기도 한풀 꺾인 한밤중이었다.
“…여은…?”
자다 말고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에 놀란 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말해 버렸다. 순간, 내뱉고 아차! 했으나 여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태주는 몸을 일으켜 침대 옆의 작은 전등을 켰다.
“무서워….”
여은을 향해 자세를 고쳐 앉던 그는 망연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약한 불빛에도 불구하고 알 수 있는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무엇이?”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수면 중인 듯한 정신에도 불구하고 지친 심신이 느껴지는 깊은 한숨이었다.
“자꾸만 양정 구역을 집적거려요. 내가 우습게 보이나 봐…. 최 회장도 내가 우습게 보이겠죠…. 제 아들과 결혼하라고 하면 내가 좋다며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는가….”
두서없이 중얼거리지만 상대의 말은 또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참, 여러 가지로 힘들겠어. 히메. 이렇게 자다가 일어나서 속풀이를 하는 건가?”
그는 양정 구역을 마음에 담아 놓고 최 회장이란 말에 한 달 전에 명운에서 있었던 회의를 떠올렸다. 그룹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세력을 늘 확인하고 싶어 하는 최 회장은 명운 파 산하의 조직 거물들을 여전히 불러들였다. 월례회 같은 느낌이라 따로 보고를 듣지 않았는데 기가 막힌 말이 오갔나 보다. 늙은 너구리 같은 최 회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류태주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런데 결혼이라니? 최지승과?”
속마음이야 어떻든 입 끝으로 흘러나오는 말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초점이 없는 눈과 멍한 표정은 진여은이 여전히 꿈속을 헤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비렘 수면 상태임이 틀림없었다. 혼돈 상태의 각성 중인 이 증상은 몽유병이었다.
“최지승 싫어요. 재수 없어.”
그녀의 무의식이 뱉은 말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던 태주는 다정하게 등을 쓸며 제 품에 안았다.
“다 괜찮아. 괜찮아. 히메. 내가 지켜 줄게.”
말이 끝나자 문득 고개를 든 여은이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나 여전히 예쁜 갈색 눈에는 생기란 없었다.
“얼굴이 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제 얼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것 같은 여자는 작은 손을 올려 밤새 수염이 돋아난 거친 뺨을 만졌다.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다 제 가슴에 다시 콕, 머리를 박고 잠이 든다. 태주는 축 늘어진 여자의 가는 등을 몇 번 쓰다듬고 다시 자리에 눕혔다. 눈을 감은 여은을 확인하고 그는 다시 이 작은 몸을 강하게 껴안았다.
“사실은 무서웠구나. 그래… 그랬구나.”
아, 아. 나의 사랑스러운 히메.
“당신만은 내가 지켜.”
살며시 떨어지는 조심스러운 키스에 미소 짓는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짙은 소유욕으로 어둡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