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3. 역전의 백가 (13/15)

에필로그 3. 역전의 백가

목요일.

그러니까 모두가 고대하던 백씨 집안과 신씨 집안의 상견례 바로 전날 아침의 일이었다.

“흣!”

거울을 바라보며 면도를 하고 있던 승진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무슨―! 하마터면 면도날에 턱을 베일 뻔했던지라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자 언제 들어온 건지 우영이 자신을 향해 생글거리는 게 보였다. 승진은 은근슬쩍 제 브리프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하는 우영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빼라.”

“오늘 오전은 외근 아닌가.”

“어?”

“어제 강 계장님이 그러던데. 너 오전엔 동부지검에 외근 다녀오기로 했다고.”

확실히 그것은 사실이었다.

승진은 오늘 오전 11시쯤, 한때 부산지방 검찰청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검사의 요청으로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간의 안부도 묻고, 앞으로 일어날 여러 사건에 대한 공조를 부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유재익 부장의 허락까지 얻었다.

‘완전 손바닥 안이군.’

백승진 검사실에서 일어나는 일도 이젠 훤히 꿰고 있을 만큼, 우영에게 무언가를 숨기기 어렵다는 것이 느껴진다.

승진은 턱에 묻어 있던 면도 크림을 닦아 내고선 우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일찍 준비하는 이유가 뭐지?”

“……뭐?”

“동부지검까지는 30분이면 되잖아.”

승진의 집이 있는 서초구에서 동부지검까지는 확실히 우영의 말대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물론 조금 더 걸릴지 모르겠으나, 승진은 자가용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승진은 ‘지금, 겨우 8시밖에 안 됐어.’ 하고 작게 속삭이는 우영의 손바닥이 자신의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자 인상을 썼다.

“어이.”

“하자.”

“또?”

“또.”

부드럽게 휘어지는 우영의 눈꼬리가 아침부터 대놓고 승진을 유혹했다.

이 망할 놈이!

뜬금없이 동부지검 얘기를 왜 꺼내나 싶더니만, 끝내는 이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나.

생글생글 웃으며 ‘어서.’ 하고 귀에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넣던 우영은 승진의 엉덩이 쪽으로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윽.’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숨결과 민감한 엉덩이 골을 푹푹 찔러 대는 딱딱한 기둥은 오늘 하루 정도는 자제하려던 승진의 신경을 자극했다.

게다가 ‘이래도?’ 하고 브리프 사이를 문지르던 손을 이번엔 앞섶 쪽으로 옮겨 가는 우영의 움직임은 짧게 한숨을 내쉬려던 승진의 미간을 좁아지게 만들었다.

“너!”

“싫어?”

“……!”

승진은 오전 근무가 외근이라지만, 우영은 다르지 않은가.

청사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집을 두고 있긴 하지만, 현재 시각이 8시이니 빠르게 준비해도 20분 전에는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승진이 망설인 까닭은, 평소 지각을 가장 싫어하는 신우영 검사가 먼저 유혹해 온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싫다면 어쩔 수 없…….”

“개자식.”

“……?”

“시간 없어도 풀 건 풀고 해. 어차피 또 내가 박히는 거 아니냐? 자, 마음껏 먹어, 이 새끼야.”

다른 사람이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사랑하는 연인인 우영이 흘리는 유혹의 멘트에는 백기를 들게 된다. 안 그래도 우영의 숨결이 닿으면 예민해지는 귓불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승진은 스스로 브리프를 아래로 내린 후 세면대 위로 엉덩이를 걸치고 올라가 다리를 벌렸다.

“좋은 광경인데.”

거구의 사내가 인상을 쓴 채 두 다리를 벌리자 우영의 눈동자가 몹시 반짝였다.

승진은 ‘빨리해.’ 하고 퉁명스레 말을 하면서도 제 허벅지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우영의 혀끝에 찌르르 전율을 느꼈다.

“흐읏.”

박히는 게 익숙해지면…… 곤란한데.

* * *

[승진아.]

강한 열기가 안으로 들어오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쯤 되면 적응이 될 법도 하나, 풀고 또 풀어도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승진은 ‘너무 힘주면 잘 안 들어가.’ 하고 자신을 와락 끌어안는 우영의 말에 땀만 삐질삐질 흘려 댔다.

[말했잖아. 힘…….]

[안, 하아, 빠져!]

[…….]

[안 빠진다고. 크윽.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천천히, 읏!]

[……미안.]

[흐으으.]

[네가 그렇게 힘겨워하는 걸 보니까…….]

[하으.]

[이상하게, 더 넣고 싶어져서.]

변태 새끼.

부드럽게 안는다고 해 놓고선, 결국 세면대 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어질러 놓았다.

항상 그런 식이지.

하는 행동들은 고지식한데, 섹스할 때면 사람이 돌변한다.

‘물론 그 갭이 마음에 드는 거지만.’

다정하게 안아 주는 것도 좋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세포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격정적인 섹스 또한 나쁘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제 위에서, 어떻게든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 더욱 흥분하게 된달까.

‘어쩌면 변태는 나인 건지도.’

송골송골 맺힌 우영의 땀방울이 제게로 툭 떨어지는 과정이 좋다. 우영의 구겨진 미간이 겨우 뜬 눈 사이로 보일 때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제 허리를 부여안고 거친 숨결을 흘리는 모습은 가히 사랑스럽기 그지없어 온몸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승진은 부스러지듯 자신을 안고 나서 제 몸 곳곳에 뿌려진 정액을 닦아 내던 우영의 내리깐 눈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진정을 못 하겠네.

‘이번이 몇 번째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영에게 깔리는 것이 적응되는 자신이 당혹스럽다. 대검찰청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한데, 어느새 패턴이 고정되어 버렸다. 그것이 싫었다면 당장 뒤집어엎었을 텐데,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서 가만히 내버려 둔 것이 이런 결과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곤란해.’

곤란하다고.

아무렴 어때―라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기는 하나, 위기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승진은 벅벅 머리를 긁으며 대궐같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웬 저택 앞에 섰다. 그러고는 후우, 숨을 내쉰 후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저 승진입니다.”

‘어머, 도련님!’ 하고 인터폰 너머로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승진은 쓰게 웃었다.

얼른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대문이 열렸고, 눈앞에 푸른 정원이 펼쳐졌다.

승진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 저택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응?’

묘한 전운이 감도는 본가 저택 안 거실에는 평소 얼굴 보기도 힘든 이들이 쪼르륵 앉아 있었다.

백씨 집안의 가장인 백 전 대법원장부터 시작해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진과 큰누나 은진, 작은누나 미진까지.

승진이 현관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몇 쌍의 눈빛에 난처해할 틈도 없었다.

[진이, 오늘 저녁에 시간 내서 본가에 들러라.]

승진은 오전 외근을 마치고 청사로 들어가는 길에 백 전 대법원장의 호출을 받았다.

내일 있을 상견례에 대한 회의를 하자는 그의 말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우영에게 양해를 구한 뒤 본가로 향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었다.

그런데 상견례를 앞두고 갑자기 웬 회의인 거지?

“진이 왔느냐. 왔으면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일단 여기 앉아 보거라.”

백 전 대법원장은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 가족들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승진에게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승진은 이 기이한 상황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제자리로 보이는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무슨 일인데?”

요즘 자신이 일하고 있는 병동에 난리가 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어쩌면 상견례에 참석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던 미진에게 승진이 작게 속삭였다.

미진이 그런 승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없이 얼굴을 내저었다.

수상한데.

승진의 의심이 극대화되던 시점이었다.

“흠흠. 일단, 다들 바쁜 와중에도 이리 모여 줘서 고맙구나.”

화제를 꺼낸 사람은 당연히 백 전 대법원장이었다.

백 전 대법원장은 범죄자들을 호령하던 그 굵직한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거실에 앉아 있던 백씨 집안사람들의 눈이 백 전 대법원장에게 꽂혔다.

‘왜 저러시지?’

급히 부르기에 오기는 했지만, 말을 꺼내는 백 전 대법원장의 얼굴이 심상찮다. 그래서 더더욱 백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하던 승진은 좌중을 둘러보던 백 전 대법원장의 시선이 제게 꽂힘을 발견했다.

승진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백 전 대법원장이 입 안에 맴돌던 말을 뱉어 냈다.

“모두, 내일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 것은 잊지 않았겠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두 집안의 상견례는…… 금요일 밤으로 잡기로 했다.]

쳇, 입까지 삐죽이며 말하던 백 전 대법원장이 우영의 어머니인 민 여사와의 통화 끝에 결정된 사항을 읊자 크게 환호성을 질렀던 날이 떠오른다.

승진을 비롯한 백씨 일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할 것이 있어서.”

“파악이요?”

“대체 뭘 말입니까?”

“아버님?”

입을 꾹 다문 승진과 달리, 어째서 자신들이 이곳까지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던 가족들이 각각 물음을 던졌다.

‘조용!’ 하고 가족들에게 일갈한 백 전 대법원장은 ‘진아.’라고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로 승진을 불렀다. 승진의 눈이 백 전 대법원장을 향했다.

“이 할애비가…… 내일의 만남에 대비해서 공부라는 것을 좀 했다.”

“공부요?”

아, 뭔가 좋은 느낌은 안 드는데.

승진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볼까지 붉히는 백 전 대법원장을 주시했다.

백 전 대법원장은 대체 무엇을 말할 생각이었는지 한참을 주저하다 끝내 결심한 얼굴로 승진을 쳐다봤다.

“네 녀석 말이다.”

“네.”

“아래냐, 위냐?”

……뭐?

승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하던 승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가자 살짝 당황한 백 전 대법원장이 ‘할아버지!’ 하고 외치는 미진의 목소리를 흘려 넘기며 변명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니 답을 해 줘야만 한다!”

중요……하다고?

얼떨떨해하는 승진에게 백 전 대법원장은 진지하게 외쳤다.

“내가 맞아들이는 아이가, 손주사위인지 아니면 손주며느리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

* * *

[할아버지, 그 무슨 실례되는 말씀이세요. 웬만큼 배우신 분이 정말 어쩜 그런 무례한 질문을!]

미진은 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해명하는 백 전 대법원장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미진이 말이 맞습니다, 할아버지. 저도 살짝 알아보기는 했는데…… 그런 질문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는 몹시 실례가 된다고 하더군요. 승진이에게 사과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진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미진의 말에 동조했다.

[당연히 신 검이 손주사위 아니겠어요? 신 검, 우리 승진이보다 승진도 먼저 할 것 같던데.]

그러나 핀잔을 주는 손주들과 달리 백 전 대법원장을 향해 호호, 웃던 승진의 어머니 한채영 여사는 언어유희까지 사용하며 백 전 대법원장의 머쓱함을 달래려 했다.

[흠, 그럼 우리 든든한 진이가…… 여자 역할이라는 말이오?]

[그럴지도 모르죠?]

[음.]

[왜요?]

[아니, 뭔가…….]

[윽. 아버지! 왜 그런 눈으로 진이를 보는 거예요!]

[어? 내, 내가 뭘. 흠흠. 진아, 이 아비는 널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다. 아빠는 네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그래서 진이 너와 신 검 사이도 적극 지지한단다!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흠, 뭔가 상상이…….]

[그걸 왜 상상하시냐고요!]

[그, 그렇지? 하하. 그래, 생각 안 하는 게 좋겠다! 누가 뭐라 해도 진이 너는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야!]

승진의 아버지인 백태운 대표는 인상을 쓰는 승진의 큰누나 은진의 호통에 손을 휘휘 저으며 소리쳤다.

승진은 얼른 해명하는 그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해 마라, 진아. 너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혼란에 빠진 사이, 백 전 대법원장이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할애비가 이 말을 꺼낸 건 말이다, 사돈이……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가 사부인으로 불러야 할 신 검의 어머니께서 자꾸만…….]

[자꾸만?]

[자꾸만, 진이 너를 며느리로 취급하셔서 그런 게다!]

[……아.]

[사부인과 대화를 하면서 이 할애비가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애비가 가장 사랑하는 막냇손자가 다른 집안의 며느리가 되다니. 그것도 여태까지 남한테는 지고 안 살았던 진이 네가, 시어…… 하여간 타인을 그렇게 부른다니, 어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하, 하하.]

[이건 할애비에게 있어 몹시 중요한 일이다. 우리 집안의 명예까지 달려 있어!]

[예?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예끼! 할애비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그러니 묻겠다.]

[…….]

[침대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우리 진이 너 맞지? 그렇지?]

“후우.”

머리가 지끈거린다.

승진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풀썩, 소파에 주저앉은 후 긴 숨을 내쉬었다.

“상견례도 잘 끝났는데 웬 한숨이냐?”

고개를 뒤로 젖히기 전 슬쩍 눈이 마주친 우영이 넥타이를 풀며 승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촉, 제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댄 후 떨어져 나가는 우영의 숨결이 코끝을 간질였다. 

승진은 ‘백가?’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우영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까 우리 할아버지 행동은 사과하마.”

“응?”

“어머님이랑 며느리인지 사위인지 두고 실랑이 벌이셨던 거.”

“아, 그거?”

고대하던 상견례 자리는 하마터면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다.

어젯밤, 급히 승진을 불러 깔리는 것은 누구냐―라고 질문을 해 대던 백 전 대법원장은 결국 상견례 자리에서 우영의 어머니인 민옥희 여사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허허허, 사부인. 앞으로 우리 진이를 사위로서 잘 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머,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사돈어르신. 우리 우영이, 부족하지만 백씨 집안의 손자사위로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부인도 참. 저야말로 감사드리죠. 사부인께서 우리 진이를 어여뻐해 주시는 만큼, 저도 우리 손주며느리와 함께 지내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손주며느리 녀석이 바둑을 아주 잘 두더군요!]

[어머머, 우영이랑 바둑을 두셨나요? 호호. 백 검, 그럼 우리도 조만간 모여 볼까? 저번 주말처럼 우영이를 기다리며 오붓하게 요리도 하고 말이야. 그때 우리 모습은 사이좋은 고부와도 같았지. 호호호!]

불꽃이 파파팟 튀어도 한참은 튀었지.

“어머님, 만만찮은 성격이시더라. 할아버지랑 붙어서 호각을 다투는 사람은…… 처음 봤다.”

승진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쨌든 결과는 좋았잖아?”

그거야 뭐.

“이제 1년 뒤겠군.”

제 옆에 앉는 우영의 말에 승진 또한 입꼬리를 올렸다.

어렵게 자리를 낸 두 집안의 만남은 손자사위-며느리를 구분 지으려는 백 전 대법원장과 민 여사의 신경전만 제외한다면 지나칠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세상 사람들을 모두 불러 축복받는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겠지만, 가족들만 참석하는 간단한 예식 정도는 치르기로 했다.

게다가 둘 중 누가 양가의 정식 ‘며느리’의 포지션을 획득하게 될지는 앞으로 1년 동안 천천히 상의하면서 정하기로 했으며, 두 집안 다 자주 왕래하면서 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협력하기로도 약조했다.

앞으로…… 1년.

현재 그들의 나이가 31살이니 1년 뒤면 32살이 된다.

꽃피는 순정이 가득한 열아홉에 만나 지금까지 질긴 인연을 유지해 온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저와 신가 녀석이 보통 운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윽 고개를 돌려 옆을 응시한 승진은 ‘왜?’ 하고 빙그레 웃고 있는 우영을 향해 내심 속에 담고 있던 말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며느리든 사위든, 손주며느리든 손주사위든 뭐든 상관없어.”

우영은 뜬금없는 승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승진은 그런 우영의 얼굴을 덥석 잡고선 말을 이었다.

“신가 네 녀석이랑 함께할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해.”

“……백승진.”

“사랑한다.”

“……!”

“사랑해, 아주 많이.”

승진은 놀라는 우영의 눈동자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촉― 그의 눈두덩 위에 입을 맞추고 떨어져 나오자 검게 흔들리는 우영이 보인다.

짜식, 놀라기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연인의 입맞춤에 이리도 수줍어하다니. 정말이지 귀여운 녀석이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어 참을 수가 없어졌다.

“사랑해, 우영아.”

스스로도 간지럽다고 생각했던 말이지만, 막상 뱉어 내니 은근히 흥분이 된다.

그 말을 들으며 긴장을 하는 우영의 얼굴을 보면 더더욱.

“네가 질릴 때까지 말해 주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승진은 이젠 아예 반응도 못 하는 우영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 그를 향해 완벽히 몸을 돌렸다.

“사랑한다, 신우영!”

크게 외칠 때마다 동요하는 우영의 눈동자가,

“나, 진짜 너 사랑해!”

점점 안정을 되찾고,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부드럽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승진은 그런 우영에게 힘껏 외치며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하읍!”

언제나 달콤하게 느껴지는 우영의 타액을 입 안으로 받아들이며, 승진은 맹렬하게 그를 탐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승진의 키스에 움찔하던 우영은 ‘나도 사랑해.’라고 거친 숨결을 내뱉다가도 짧게 대답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으윽.”

그리고 정신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며 진한 열기에 취해 가던 두 사람 중,

“흐읏! 자, 잠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람은 브리프를 힘껏 내리던 승진 쪽이 아닌, 승진에 의해 두 다리를 벌리게 된 우영 쪽이었다.

“어이. 자, 잠깐.”

“왜!”

가쁘게 숨을 헐떡이면서도 난데없이 손으로 얼굴을 밀어 버리는 우영의 행동에 승진이 인상을 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진의 아래쪽에 놓이게 된 우영은 흐트러진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백가, 너…… 어느 쪽도 상관없다면서.”

“응?”

“왜 나를…… 깔고 있는 거지?”

이런.

‘들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사탕을 먼저 쥐여 줬다.

아무리 냉정한 녀석이라도 이 정도 어택에는 틀림없이 녹아내릴 것이라고 여긴 것이 승진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뭐?”

“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깔고 깔리는 게 우리 둘 사이 아니겠어?”

“……!”

“몇 번을 말하지만, 난 네놈이 대검에 완벽히 입성할 때까지 포기한 거 아니거든?”

“하하, 꿈도 야무지…… 흣!”

콧방귀를 뀌던 우영의 애널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자 우영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승진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손가락을 꽉 조이는 애널 안을 부드럽게 휘젓고선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우영아.”

“읍!”

“이 세상에서…….”

“하앗!”

“네가 여기를…….”

“큭!”

“이렇게 좋아하는 걸 아는 사람은…….”

“흐읍, 읏!”

“오직, 나뿐인데.”

“하으윽!”

“방치만 하는 건, 안타깝지 않냐?”

“너, 씨, 씨…… 헉!”

야릇한 웃음을 흘려 가며 안쪽을 농락하는 승진의 손길에 따라 우영의 허리가 요란스럽게 튕겨 댔다.

그간 내가 많이 고팠지?

승진은 자신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왠지 반겨 드는 듯한 애널 안의 반응에 쿡쿡 실소를 터뜨렸다.

“하아, 하아…… 으으.”

강하게 조여드는 안으로,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뒤로 넘기고 있던 우영의 앞머리가 앞으로 흘러내려 땀에 젖기까지, 승진은 손가락만으로 우영을 흠뻑 젖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너…… 너……!”

오랜 시간 피스톤질을 반복했던 것이 도움이 됐을까?

제 아래에서 거칠게 숨을 내쉬던 우영이 돌연 눈에 힘을 주며 이를 부드득 갈자 승진은 제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빙긋 웃었다.

“대충 준비된 것 같으니…… 이제부터 파티, 시작한다?”

“어이, 잠, 핫!”

그러고는 땀범벅이 된 우영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꼿꼿하게 선 그의 페니스를 입 안으로 집어넣는 승진의 행동에 주저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 역전은 지금부터다, 이 자식아!’

이제 와 말하지만, 백가의 승진에게 포기란 없다.

0